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
프롤로그
천년제국 라키어스의 수도 자벤.
라키어스 제국은 지난 천 년 동안 숙원하였던 대륙일통을 완수하였다.
다 무너져 가던 라키어스 제국을 일으켜 세우고 대륙일통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국의 영웅인 아론 대공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10년 전 홀연히 나타나 제국의 귀족이 되었으며 내전이 일어났을 때 귀족파를 모조리 숙청한 장본인이 바로 아론 대공이었다.
그 당시 소드 마스터였던 아론 대공은 이 일을 말미암아 일등공신에 올랐고 공작 위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아론 대공의 첫 행보일 뿐이었다.
2천 년 전, 이계에서 넘어왔던 프리우스 대공의 진전을 모두 이어받은 아론 대공은 5년 후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으며 대륙일통 전쟁을 수행하였다.
카렌 대륙의 모든 영웅들은 그의 검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성대한 환영식을 받으며 개선하고 있었던 것이다.
빰빠라밤!
“와아아아!”
백마를 타고 있는 순백의 기사.
물론 전쟁터를 전전하면서 백마와 백색의 페너플리는 검붉게 변하였지만, 그런 얼룩마저 그를 돋보이게 할 뿐이었다.
이곳 자벤의 시민들은 원래부터 황가에 충성했던 백성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골수분자들이라 말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그들의 환호는 열렬하였다.
바닥에는 그를 상징하는 순백의 카펫이 깔려 있었으며 황궁 앞에는 황제를 비롯한 신하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론 대공은 황제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쿵!
“폐하! 신, 아론! 대륙 정벌을 마치고 귀환하였나이다!”
“고생하였소!”
그는 양팔을 벌려 그를 안았다.
아론 대공이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은 그 둘이 둘도 없는 친우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론 대공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했고 오래전, 그에게 양위를 선언하였을 때에도 거절했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였던 것이다.
지구로의 귀환.
이것이 그를 피의 전사로 만들어 놓은 배경이었다.
대충 번거로운 절차는 끝났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도대체 이런 화려한 예식은 왜 하는 것인지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론의 연인인 샤론이 갑옷을 벗겨 주었다.
“후아! 살 것 같군.”
“고생하셨어요.”
“내가 없는 동안 황궁에 별일은 없었나?”
“없었어요.”
있을 리가 없었다.
이를 위하여 아론은 귀족파를 모조리 숙청한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살아남지 못하였다.
이것은 전부 황가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 아니라 번거롭고 귀찮은 일을 싫어하는 그의 성격 때문이었다.
황제는 그의 친구였고 허물없이 지냈다. 공식적인 석상에서만 그리 공대를 하는 것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는 대륙의 모든 인간들을 죽이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니 황가를 몰살시키고 스스로 황위에 오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리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곧 떠나야 한다.
“너를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정말 가시는 건가요?”
“고향으로의 그리움은 항상 존재했었다. 언제나 가고 싶었던 곳이지. 그곳에 내 가족들이 있다.”
“그냥 이곳에서 함께 살아요. 저는 당신 없으면 못 살아요.”
“미안하구나.”
아론은 샤론을 끌어안았다.
2황녀 샤론은 아론과 오래된 연인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가 언젠가 떠나 버릴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군요.”
“사람이 쉽게 변할 수는 없지.”
“마음도, 외모도 10년 전에 멈춰 버린 것 같아요.”
“그럴지도.”
그의 외모는 1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10대 후반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그는 환골탈태를 두 번이나 겪었으며 그 이후로는 전혀 나이를 먹지 않았다.
“이제 보상을 받으러 가 보아야겠구나.”
“가지 마요!”
“미안하다.”
아론은 샤론을 어렵게 뿌리쳤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그는 영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지도 몰랐다.
아론은 황제의 궁에 이르고 있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그것은 즉, 공식석상이라는 뜻이다.
아론은 황제의 앞에 허리를 굽혔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일어나게, 아론 대공.”
“아닙니다. 이게 편합니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귀족들은 아론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정권을 위협하는 기미를 보였다가는 그대로 목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그는 절대자였다.
“대륙을 일통하면 무엇이든 소원을 들어 준다고 하였지.”
“그랬지요.”
“무엇을 원하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결국 그리 결론을 내린 건가?”
“제 고향을 떠나 살 수는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고향에는 제 가족들이 있습니다. 부디 깊게 헤아려 주십시오.”
“이 친구야! 이제 고생은 끝났다네. 이곳에서 호화로운 삶을 누리며 살 수는 없나?”
“죄송합니다.”
“크윽!”
황제는 한탄하였다.
아론 대공은 제국의 기둥이었다. 그가 사라지고 나면 피바람이 불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떠나고자 했다.
칼번 황제는 그에게 약속을 하였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었다.
“샤론마저 버릴 셈인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한탄에 한탄을 거듭할 뿐이로다.”
황제는 이마를 짚었다.
아론을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귀족들마저 그가 영영 떠나 버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이 최선이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버지, 어머니, 수정아. 내가 간다.’
쿠구구구구!
황궁 지하 깊숙한 곳.
이곳은 대마법사 알빈이 제작한 차원이동마법진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10년 전, 아론은 이곳을 통해 카렌 대륙으로 넘어왔다. 2천 년 전, 이계 무공의 달인이었던 프리우스 대공 역시 이러한 절차를 밟아 넘어왔었다고 한다.
제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드래곤 하트는 하나. 이것을 마지막으로 이제 차원이동마법진은 가동할 수 없을 것이었다.
황제와 샤론은 착잡한 눈으로 아론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하다.”
“미안하면 가지 말든가.”
“이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다오.”
“만약 떠나면 다시 올 수는 있는 것이냐?”
“아마 불가능하겠지.”
아론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구에는 이렇게 복잡한 마법진을 그릴 수 없었다. 이것은 제국에 하나 남아 있는 차원이동마법진이었다.
아론 역시 마법진을 연구하기 위하여 마법을 수련했다. 그러나 결국 8서클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마법진 자체는 9서클을 상회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초인적인 경지에 올라 있는 아론이라고 하여도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아론은 마법진 중앙에 드래곤 하트를 끼워 넣었다.
우웅 우웅 우웅.
마법진이 발동되고 있었다.
“아론!”
샤론이 달려온다.
그들은 깊은 키스를 나누었다.
“반드시 찾아갈게요.”
“헛된 희망은 품지 마라.”
“찾아갈 거예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샤론은 당차게 소리쳤다.
엘프의 피를 이어받아 매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샤론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아론도 샤론과 함께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차원이동마법진은 오직 한 사람만 사용할 수 있었다.
마법진의 빛은 더해 간다.
샤론이 이곳에 남아 있으면 그녀는 갈가리 찢어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사랑해요!”
“나도 사랑한다.”
“반드시 찾아갈 테니까……, 바람피우면 안 돼요.”
아론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순간에도 샤론은 질투를 하고 있었다.
스스스슷!
아론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었다.
“잘 있어라.”
“빌어먹을 놈!”
황제는 아론을 욕했다.
샤론도 황제를 따라 욕한다.
“이 나쁜 놈아! 그렇게 인생 쉽게 살아간다고 생각하지 마! 내가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갈 테니까!”
번쩍!
강렬한 빛 무리와 함께 아론은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털썩.
샤론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나쁜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