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00
제9장 여행 (1)
오늘부터 방학이 시작되었다.
한성은 방학에는 정말 편하게 휴식을 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도술이나 설렁설렁 배우며 잠이나 자고 독서나 하려는 것이 그의 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한성에게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론, 일어나요.”
샤렐이 한성을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그녀는 이번 여행에 꽤 기대가 컸다. 지금까지 샤렐은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오늘은 기차라는 것도 타 보고 제법 서울과 떨어진 곳까지 여행을 갈 예정이었다. 그러니 샤렐이 닦달하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물론 잠에서 깨어나는 것은 괴로운 법이다.
“으음…….”
“아론, 빨리 준비를 해야죠?”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너무 기대가 돼요.”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6시였다. 하지만 샤렐은 빨리 출발을 하지 못해 안달이었던 것이다.
10시 기차였으니 여기서 8시 반에 나가도 충분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 시간 반 정도는 충분히 잘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준비하고 있어. 나는 좀 더 잘 테니까.”
“알겠어요.”
샤렐은 씻고 준비를 하기 위하여 방을 나선다.
한성은 다시 평화로움을 느끼고 잠을 자려 하였는데, 예상치 못한 복병이 등장하고 말았다.
쾅!
“한성! 일어나!”
싸가지 없게 한성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보았는데, 그녀는 바로 아린이었다. 샤렐과 비슷하게 아린 역시 여행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크윽! 너무 이른 시간 아니냐?”
“무슨 소리! 잘못해서 기차를 놓치면 큰일이 난다고!”
“큰일이 날 것은 뭐야?”
“청량리에서 삼척으로 가는 기차는 얼마 없다고 했어. 벌써 매진이 되어서 놓치면 끝이라고!”
“잘 알고 있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말이 맞기는 했다.
방학이 시작되었고 삼척 바로 위에는 정동진이 위치하고 있다. 그곳은 유명한 관광지였으므로 기차는 만석이었고 한번 놓치면 입석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조금이라도 늦을까 아린은 전전긍긍하였던 것이다.
귀엽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역시 짜증이 나는 일이었다.
“너도 가서 준비하고 있도록 해. 데리러 갈 테니까.”
“이미 준비하고 왔지!”
살짝 눈을 뜨니 그녀는 정말로 새벽부터 준비하여 아예 나갈 채비까지 하고 온 것이었다. 어깨에는 가방까지 걸려 있었다.
“나가서 기다려라.”
“빨리! 역에 가서 기다리도록 하자. 기차를 타 보고 싶어.”
“싫다니까!”
“일어나라니까!”
그야말로 막무가내다.
주변이 시끌시끌하니, 가족들도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났다.
이수정은 고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여난의 시작이로구만.”
“이 꼬맹이는 빼도록 하자.”
“내가 어디를 봐서 꼬맹인데?”
아린은 글래머러스한 자신의 몸매를 한껏 드러냈다.
그녀의 정신은 어린 것이 맞았지만, 몸은 성인이다. 누가 보아도 풍만한 몸매의 소유자라 말할 것이었다.
물론 한성에게는 그저 노예의 딸일 뿐이었다.
“다 나가라!”
“그냥 일어나지? 끈질기게 잠을 자서 얻는 것이 뭐라고?”
이수정까지 가세를 하고 있었다.
결국 한성은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하아. 어쩔 수가 없군.”
한성은 한발 물러나기로 한다.
결국 그는 여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씻을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하는 바람에 그들의 출발은 7시 반이 되고 말았다.
이것도 한성이 강제로 늦추는 바람에 늦어진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더 이른 시간에 출발했을 것이다.
청량리역에 도착하자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와아! 기차역이다!”
“멋있다!”
아린과 샤렐은 이곳저곳을 살피기에 바빴다.
청량리역도 물론 규모가 있었지만, 서울역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사방을 돌아다니기에 바빴다.
9시쯤이 되자 유설화도 도착하였다.
“사장님! 일찍 나오셨네요!”
“그러게 말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저 여자들이 워낙에 성화라서 말이야.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성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이렇게 고통스러울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방법을 찾아보았어야 한다.
총장을 협박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았을까.
슬슬 부원들도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모든 부원들이 참석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산점에 문제가 있었지만, 한성처럼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참여 인원은 한성 일행 외에 여섯이다. 그러니까 한성 일행까지 열 명이 되는 셈이었다.
동아리 회장 하지은이 도착했다.
“오호, 네가 어쩐 일인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기차가 출발하기도 전에 나와 있다니.”
“여자들이 성화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애인들이 성화였군.”
“애인이라. 이 여자는 예외다.”
“그러니까 나머지는 애인이라는 뜻인가?”
“애인은 아니고 부인들이다.”
“부인들?”
동아리의 부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학생이지만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이해할 수 있다고 쳐도 부인들이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단어였다.
특히나 이곳 사람들은 독서 동아리 회원들이었다.
“부인들이라면 부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뜻인데?”
“맞다. 유설화와 샤렐은 모두 나의 부인이다.”
“거짓말하지 말고.”
“믿기 싫으면 말든지.”
부원들은 유설화와 샤렐을 바라보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본인들에게 물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책인 것 같았다.
“부인 맞아요.”
“맞는데요.”
“허어! 부러운 놈!”
“짐승!”
남자들은 부러워했고 여자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에 비하여 동아리 회장 하지은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말한다.
“남자가 능력이 있다면 그럴 수도 있다.”
“…….”
역시나 특이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열차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은 열차에 하나둘 몸을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