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96
제9장 승리 (1)
타닥타닥.
굴뚝에 연기가 나고 있었다.
다행히도 하늘에 구름이 끼어 있었고 달빛 하나 없다. 연기가 난다고 해도 달빛이 없기에 적들은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서큐버스들이 알아서 요리를 했다.
절벽 아래에서 바닷물을 퍼다가 끓여 자염을 만들었고 그것으로 간을 해서 간단한 스프와 훈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샤드란이 가방에서 술을 꺼낸다.
“이것은?”
“위스키예요.”
“언제 챙겼나?”
“고급 위스키가 있기에 하나 챙겼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마시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어요.”
“훌륭하다.”
한성은 샤드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적들이 새벽에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침번을 서서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그 때문에 취할 정도로는 마시지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목은 축일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다.
샤드란이 나무 잔에 위스키를 채웠다.
쪼르르륵
“마력 없이 마신다면 어떤 맛일까요?”
“마셔 보면 알겠지.”
“폐하, 한 말씀 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그럴까?”
한성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계에서는 전능한 존재로 통하는 한성이었지만, 이곳에서는 한낱 인간일 뿐이었다.
한성이 좌중을 둘러본다.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위기를 돌파할 것이다.”
“폐하를 믿습니다.”
“마시자.”
꿀꺽! 꿀꺽!
독한 위스키가 식도를 타고 넘어간다.
“와아!”
“죽이는구나.”
실로 대단한 술이었다.
언젠가 마셔 보았던 킬 오브 파이어와 비견이 될 만하였으며 술이 들어가 몸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한성도 오랜만에 느껴 보는 느낌이었다.
“더 마실까요?”
“딱 한 잔만 더 할까?”
“네!”
그녀들은 입을 모아 합창하였다.
쪼르르르륵
한성은 술을 단숨에 넘긴 후에 밖으로 나가려 하였다.
“어디를 가시나요?”
“내가 불침번을 서도록 하지.”
“그럴 수는 없어요!”
“그건 폐하에 대한 모욕이에요.”
서큐버스들이 말렸다.
한성은 지금 힘을 잃었지만, 서큐버스들은 그를 여전히 마왕으로 모시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예전에 이들을 없애 버리려 하였다는 것에 약간의 죄책감은 있었다. 최종 결정이야 마왕이 내리는 것이었고 그들은 명령을 수행할 뿐이었다.
완전한 독재가 가능한 것이 바로 마계였다.
가끔 반란이 일어나고는 하였지만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내일 돌아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너희에게 약간의 힘을 주겠다. 그리고 마국을 짓밟을 수 있게 해 주겠다.”
“정말인가요?”
“나는 마왕이다. 거짓말할 이유가 없지.”
서큐버스들의 눈동자가 이글이글 타올랐다.
한성은 약간의 마력단을 그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뿐이었지만, 이것은 기연이 될 것이었다. 아마 서큐버스 퀸에 버금가는 힘을 손에 넣게 될 것이다.
‘이것도 너희의 운명인 것이지.’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한성은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난다.
절벽으로 나오자 저 멀리 해가 떠오르려 하고 있었다. 구름은 물러갔고 맑은 하늘이 드러난다.
어제 남은 사슴을 훈제해 두었다. 날이 밝으면 불을 피우기가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최대한 반나절 정도는 더 작업을 해야 한다.
“일찍 일어나셨네요.”
“샤드란이로군.”
샤드란이 한성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한성도 그녀가 파고드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차원에 대해 생각했다.”
“전 차원의 지배자가 되시는 것을 생각하셨어요?”
“그렇지.”
“잘 어울리세요. 폐하라면 할 수 있어요.”
“왜 그리 생각하지?”
“폐하께서는 소통을 하시잖아요. 내부를 잘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고 어떤 인간이 그랬죠. 폐하도 그런 분이세요.”
“나를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샤드란은 한성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은 절대적인 신뢰였다.
‘내가 무너지면 안 되겠구나.’
어떤 일이 있어도 이곳에서 살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죽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내가 너희를 지킬 것이다.”
“믿고 있을게요.”
한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식사하도록 하자.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해야지.”
“네!”
툭탁툭탁.
공사가 빠르게 진행된다.
빠르면 오전, 늦어도 오후에는 적들이 쳐들어올 것이다. 그러니 마무리 공사를 단단히 해야 한다.
어제는 대략적인 틀만 잡아 두었다. 그래도 대략적으로 만드는 것과 확실하게 매듭을 짓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빠르게 건설이 끝나 간다.
한성은 함정들을 점검했고 미흡한 부분을 보강했다. 그리고 사다리도 제작했다. 이곳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곧바로 탈출할 수 있게끔 손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 신경을 쓴 것이 바로 자동으로 화살이 발사되는 장치였다.
목책에 작은 구멍을 뚫어 뒤에 크로스 보우를 설치했고 연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였다.
손 하나가 아쉬웠으므로 한성이 직접 솔선수범을 보였다.
마왕이 직접 일을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지금의 상황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는 샤드란이 밖으로 나가 흔적을 지우는 데 열중하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들은 가볍게 식사를 했다. 너무 배가 부르게 먹으면 오히려 전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오후 1시 무렵.
해가 중천에 걸려 있을 때, 샬롯이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들이 오고 있어요.”
“이만하면 됐다.”
“전투를 준비할까요?”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결전의 때가 되었다.
스륵 스륵
아르디우스는 수풀을 헤치고 있었다.
오전 내내 수색을 하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그나마 로엘이 핏자국을 발견한 덕분에 조금 시간을 앞당길 수 있었던 것이다.
피는 동물의 것이었다.
놈들은 어제 동물을 잡아 요기를 한 모양이었다.
핏자국은 어딘가를 기점으로 뚝 끊겼지만 로엘은 이것이 흔적을 지웠기 때문이라고 단언하였다.
“저곳에 은신처가 있을 겁니다.”
“절벽을 등지고 싸우겠다는 건가.”
“필살의 각오가 아닐까요.”
“포위망을 구성하라.”
“예!”
스스슷!
마족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마력이 없다고 해도 마족은 마족이었다. 육체를 상당히 단련하였으므로 지금까지 지치지 않은 것이다.
곧 전투 준비가 완료되었다.
“천천히 전진한다.”
스륵 스르르륵
아르디우스는 선발대를 출발시켰다.
어느 순간, 화살이 날아와 아르디우스의 바로 옆에서 걸어오던 마족의 머리에 틀어박힌다.
퍼어어억!
“적들이 있다! 방패 올려!”
그들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화살은 급조한 것이었다. 그것도 돌을 갈아서 만든 화살이었다. 그러니까 놈들은 이곳에서 무기를 조달했다는 뜻이다.
아마 캠프를 구축한 모양이었는데, 겨우 아홉으로 이들을 모두 막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들은 숫적 우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진한다!”
스르르륵!
전방의 조가 갑자기 땅으로 꺼졌다.
“끄아아아악!”
퍽퍽퍽퍽!
“이런!”
아르디우스는 가볍게 탄식하였다.
땅이 3미터가량 파헤쳐져 있었고 그곳에 죽창을 꽂혀 있었다. 함정을 파서 숫자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다섯이 죽었지만, 그는 계속해서 전진한다.
적들을 앞에 두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후우웅!
“폐하! 피하십시오!”
로엘이 몸을 날린다.
퍼어어억!
“커어어억!”
어디선가 통나무가 날아와 그를 치려하였다. 대신 로엘이 맞아 멀리 떨어져 나갔다.
“로엘! 괜찮나!?”
“쿨럭! 저는… 괜찮습니다.”
아르디우스는 이를 악물었다.
놈만 죽이면 나갈 수 있었다.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적들이 조잡한 함정으로 아군의 사기를 흔들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진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돌격하라!”
“와아아아!”
아르디우스 역시 검을 뽑았다.
화악! 화악!
갑자기 하나둘 나무가 위로 치솟는다. 올가미까지 만들어 둔 것이었다.
뒤늦게 아르디우스는 후회하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목책이 보였다.
적들은 목책 위에서 활을 겨누고 있었다.
“방패 들어! 방패는 위를 향한다!”
“예!”
팟팟!
그들은 빠르게 움직였다.
갑자기 전방에서 뭔가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목책 사이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