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09
제3장 승전 (2)
서걱서걱!
한성과 김유환은 적진을 쏘다니며 적장의 수급만 베어 내고 있었다.
어차피 지휘부가 없다면 병사들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들 역시 죽고 싶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었다.
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고 병사들이 검과 창을 들고 나왔다.
한성은 아예 황제임을 드러내는 면류관을 썼고 황금갑주를 걸친 채로 적진을 누볐다.
“내가 바로 아론이다!”
웅성웅성!
이번에는 김유환이 나선다.
그는 순백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킴 대공이다!”
“괴물들이다!”
그들은 병사들의 머리를 밟고 나아가 정확하게 적장만 요격하였다. 그리하여 수급을 취하고 허리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장수들의 머리가 모조리 떨어져 나갔다.
그들은 귀빈관으로 쳐들어가 귀족들의 목을 베었고 최소한 기사단장과 부기사단장 급의 인사들은 모조리 목이 잘려 나갔다.
동이 터 오를 무렵, 그들은 혈인이 되어 있었다.
“형님. 제가 목을 더 많이 딴 것 같습니다.”
“하하하! 내가 공은 더 세운 것 같아 보인다만?”
병사들은 창을 꼬나 쥐고 있을 뿐, 함부로 덤비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은 물론이고 국왕을 비롯하여 귀족들까지 박살이 났다. 그야말로 반란이 일어나고 난 후에 삼일천하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한성과 김유환은 아예 천천히 걸어 나갔다.
누구도 창으로 그들을 찌르지 못하였다.
국왕이 죽은 이상 병사들은 황제를 찌를 수 있는 명분이 없었다. 한성은 아직 대관식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황제로 취급되고 있었다.
“문을 열어라!”
드르르르륵!
문이 올라가자 김유환은 성벽을 여닫는 장치를 파괴해 버렸다.
쿠아아앙!
동시에 한성은 성벽을 때려 천천히 무너지게 하였다.
쿠구구구구!
얼마 지나지 않아 성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그래도 병사들에게 성벽을 내려올 시간은 허락을 한 셈이었다.
한성과 김유환이 나오자 한 떼의 인마가 달려왔다.
군 지휘관들이었다.
두두두두!
“카이 엠퍼러를 뵙습니다!”
“이들을 효시하도록 하라.”
“예!”
피칠갑이 되어 있는 목들이었다.
한성은 그들을 잘 닦아 창대에 매달도록 했다.
“우리도 씻고 오도록 하자.”
“그러시죠.”
한성은 간이 샤워장으로 향하였다.
샤워장에는 노천탕이 설치되어 있었다.
한성은 피를 씻어 낸 후에 김유환과 함께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니 꽤나 상쾌한 기분이었다.
“자네는 결혼 생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썩 좋지는 않지요.”
김유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에도 결혼을 경험하였던 김유환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형님께서는요?”
“시달림의 연속이지.”
한성도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전장에 나와 있는 시간들이 좋은지도 몰랐다.
“원래 형님께서는 형수님들을 사랑하지 않았습니까?”
“둘일 때는 좋았지. 그런데 하율이 들어오면서 달라졌지. 그리고 이번에 엘란이라는 노예를 거두지 않았나. 그러니 상황이 더 바뀌더군.”
“여인들은 투기를 하는 존재지요.”
“그러게 말이다.”
문제는 유설화였다.
그녀가 있는 이상 한성은 더 이상 마누라를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후궁을 들이시면 되죠.”
“가능할까 모르겠네.”
“하하하! 이거 왜 이러십니까. 황제가 되시면 삼처사첩은 기본이 아니겠습니까. 최소한 일곱은 채우셔야죠.”
“끔찍한 소리네.”
촤륵!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잠시 쓸데없는 잡담을 하였지만, 이제는 이곳에서의 일을 처리해야 할 때였다.
해가 뜨고 있었다.
병사들은 성벽 위에 올라가 있기도 했고 무너진 성벽 앞에 방패를 세우고 있었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어떤 무리라도 우두머리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신속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이끌어 줄 사람이 없다면 조직의 결속은 무너지고 만다.
하물며 병사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 심히 당황스러운 것이 정상이었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사단장 급은 물론이고 부기사단장들의 목이 모두 날아갔다.
해가 뜨자 장대에 걸린 얼굴들이 드러났고 병사들은 경악했다.
“국왕께서 서거했다!”
“허어! 총사령관께서!?”
“귀족들이 모조리 죽었다!”
웅성웅성!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 모습을 보게 되자 그들은 더욱 동요했다. 한성이 노린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형님의 예상대로입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지.”
한성은 낮게 웃었다.
반란을 진압하는 정도는 이제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 다만 귀찮을 뿐이다.
한성이 앞으로 나섰다.
“짐은 선황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은 예비 황제 아론이다. 다들 내 이름 정도는 들어 보았을 것이라고 본다.”
소란이 더 심해졌다.
세상 천지에 아론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이름은 천지를 진동시켰고, 명성이 떠들썩하였다.
그가 나선 이상 그깟 성벽쯤은 별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이미 죽일 자들은 전부 죽였다. 반역을 획책한 요란을 비롯하여 귀족들과 각 군의 군단장들, 예하 장군들은 모조리 참살당했다. 내가 직접 손을 쓰면서 덤비는 병사들을 죽이기는 했지만, 물러나는 자들은 죽이지 않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나?”
“…….”
주변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구심점이 사라졌다면 그들이 무기를 들 이유도 사라진 것이었다.
왕국의 부흥을 꿈꾸었지만, 마족들이 아직 살아 있는 판국이니 차라리 제국의 품속에 있는 것이 나았다.
한성은 결정적으로 마족의 사체를 꺼냈다.
“이들은 마족에게 홀려 반란을 일으켰다. 제국을 흔들 요량이었지.”
웅성웅성!
병사들은 경악했다.
그저 왕국의 부흥을 위한 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악마가 쳐들어오기 전에 공작을 한 것이었다.
실상은 유그드람의 잔당들이 장난을 좀 쳐 둔 것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그것이 아니었다.
한성은 쐐기를 박았다.
“무기를 버려라! 투항한다면 사면령을 내리겠다. 허나 저항하는 자는 모두 죽인다.”
두두두두!
한성이 선두에서 검을 틀어쥐었다.
순식간에 중앙군이 성벽으로 밀려들어간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이미 일이 이렇게 된 이상은 목숨을 구하는 것이 맞았다.
챙그랑!
촤르르르륵!
병사들은 무기를 버렸다.
한성은 약속대로 무기를 버린 무리들을 살려 주기로 하였다.
일단 무기들을 모조리 가져와 분배하였고 바로스 왕국군의 군복을 벗겼다. 그리고 중앙군이 이곳에 주둔을 하며 혹시나 모르는 사태에 대비를 하기로 하였다.
정국은 빠르게 안정이 되고 있었다.
바로스 왕국의 반란이 진압된 후에 후폭풍이 꽤 있었다.
한성은 아예 반란의 뿌리를 뽑아 버리기 위하여 이번 일에 가담한 귀족가문들을 몰살시켰다. 노예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었지만 그리된다면 또 이번과 같은 일이 벌어져 골치가 아플 수 있었다. 그러니 삭초재근을 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당연히 구 바로스 왕국은 인재가 부족해졌다.
인재라고 할 자들은 모조리 참수되었으니 무주공산이나 다름없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 한성은 제국 중앙에서 관리들을 파견하라 지시하였고 그들이 속속 도착하였다.
그밖에도 하급 관리들을 대거 등용하였고 어느 정도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한성은 연회를 베풀기로 하였고 그것을 끝으로 바로스 왕국에서 손을 떼려 했다.
“허억! 허억!”
바로스 왕국의 수도 에델에서 1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렌스는 엄청난 힘을 소비하고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털썩!
렌스는 자리에서 쓰러진다.
차가운 대지 위였지만 상관없었다. 그저 목숨을 구한 것이 기적이라 말할 수 있었다.
“괴물 같은 놈…….”
렌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나 아론은 대단한 놈이었다. 유그드람이 죽고 마계 전체가 놈에게 넘어간 것도 이해가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바로스 왕국은 빼앗겼지만, 다른 지역은 쉽게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으드득!
그는 이를 악물었다.
복수를 다짐하였고 힘보다는 귀계로 제국을 분열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깊게 틀어박혔다.
렌스는 유그드람의 안배를 찾아 떠나기로 하였다.
띠링! 띠리리링!
한성은 연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번에 대거 등용된 관리들은 간신히 한성의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성은 카렌 대륙 최고의 권력자였다. 거기에 지구까지 다스리고 있었고 휘하에는 천족들까지 있었다.
마계까지 그의 손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까무러칠 것이었지만 이 정도만 공개가 되어도 감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이곳은 그야말로 한성과 김유환의 술판이었다.
“유환아, 고생했다.”
“형님도 고생하셨습니다! 한 잔 받으시지요.”
“그래, 그래.”
쪼르르륵!
한성과 김유환은 영혼주를 마시고 있었다. 평범한 술로는 취할 수가 없었기에 영혼 자체가 취하는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형님! 여자 조심하십시오. 그렇게 마시다가는 첩을 늘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까짓 것, 그러라지.”
“형수님들이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여자들에게 휘둘려서야 되겠냐?”
한성은 호기롭게 외쳤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렇지 않아도 꽤나 취해 있었는데 무희들은 하나같이 미인들이었고 관리들의 여식들도 나와 한성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황후가 아니라 후궁만 되어도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에 한 남자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구 바로스 왕국의 귀족들이라고 해서 모조리 참살된 것은 아니었다.
로뎅 후작은 끝까지 중립을 지켰고 그 덕분에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있었다.
그에게는 과년한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마침 딸아이도 황제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떠냐?”
“대단하신 분이죠.”
로잘린이 대답했다.
그녀는 약간 괄괄한 기질이 있었는데 남자로 태어났다면 능히 로뎅 후작의 후계자가 되었을 것이었다.
로잘린은 야심도 있었고 언제나 최고의 남자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말해 왔었다.
“후궁도 상관없느냐?”
“상관없어요.”
“하지만 그에게는 수많은 미녀들이 있다. 너만의 매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이죠.”
로잘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