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57
제5장 협상 (1)
탕!
“푸하! 이 맛이에요!”
“좋군.”
한성과 오창진, 유설화는 옷을 갈아입고 명동거리에 모였다. 그 후에는 곧바로 술집을 찾았던 것이다.
요즘에는 신분증 검사가 강화되어 알바생이 신분증을 요구하였지만, 이전과 같은 수법으로 넘어갔다.
경찰이 신원을 보증한다고 하면 그렇게 넘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마음 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 시험은 잘 보셨나요?”
“오창진 저 멍청이가 틀리지 않았다면.”
“완전히 같았나요?”
“그렇다.”
“그럼 만점일 가능성이 높네요. 혹여 만점이 아니라고 해도 한국대에는 진학할 수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 목표는 만점을 맞는 것이었다.”
“오만한 놈이군. 아마 만점이 맞을 거다.”
오창진도 술을 반쯤 들이켰다.
지금 보니 모두 주당이었다. 다만 공부를 해야 했기에 술을 자제하고 있었을 뿐이다. 대학에 가서는 그 나름대로 공부가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무방하였다.
술집은 만원이 따로 없었다.
척 보기에도 미성년자가 많았지만, 그중 대부분은 형이나 언니의 신분증을 가지고 왔을 것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 낯이 익지 않나요?”
“경찰청장이로군.”
“……!”
오창진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한성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설마 경찰청장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 그런데 이렇게 술을 마셔도 되나?”
“네놈은 간이 참 작군.”
“경찰 앞에서 미성년자가 술을 마신다는 것이 좀……. 그것도 경찰의 장인데.”
“나도 경찰이다.”
“그런가?”
오창진은 한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였다. 한성이 경찰청 경비과장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한성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맥주잔을 들었다.
“건배!”
“수고하셨습니다!”
그들은 경찰청장이 지켜보든 말든 술을 쭉 들이켰다.
명동 호프집 앞.
허근종은 외무부에서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에 사안이 중대하여 그를 추격하여 여기까지 왔지만, 설마 하니 대놓고 술을 마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허근종의 비서인 윤하린이 고운 이마를 찡그리고 있다.
“참으로 싹수가 노랗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
“눈치를 보아 하니 우리가 온지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술을 마시고 있네요.”
“그를 일반적인 잣대로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아무리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인류라도 멸망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드래곤이 나타났을 때, 그가 없었다면 한국은 멸망했겠지.”
“그래도 보기는 좀 그러네요.”
“그건 그렇지.”
허근종도 놈이 싸가지 없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하여도 그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역시도 이 상황이 달가운 것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의 명령이었다. 경찰청장 임기가 끝나면 정치계로 진출하려는 그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완료해야 하는 임무이기도 하였다.
“들어가서는 쓸데없는 소리는 하지 말도록.”
“물론이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무리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깔끔한 정장을 빼 입은 신사였는데, 나이는 5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그는 허근종을 알아보았다. 물론 허근종도 외무부 차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이유찬입니다.”
“허근종입니다.”
“이런 곳에서 청장님을 다 뵙게 되는군요.”
“이 차관님만 하겠습니까?”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몸담은 조직에서는 최고위급 인사들이었다. 그만큼이나 경력도 화려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오늘, 고등학생을 설득하기 위하여 모였다.
이유찬은 창 밖에 비춰진 고딩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저 사람이로군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설득해야 할 사람이기도 합니다.”
“소문은 들었지만, 어느 정도일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대통령도 보이지 않는 안하무인이거든요.”
“후우. 성공할 수 있을지.”
“자존심은 지금 이 시간부로 완전히 다 내려놓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그들은 각오를 단단히 하였다.
어떤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임무를 완성해야겠다는 사명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딸랑딸랑.
호프집으로 허근종과 이유찬, 윤하린이 들어오고 있었다.
대충 보기에는 평범한 일행처럼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눈썰미가 있다면 경찰청장과 외무부 차관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저 사람, 경찰청장 아니야?”
“설마. 경찰청장이 직접 술집에 적발을 나오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닮았는데?”
“저 사람은 이유찬 외무부 차관?”
“그럴 리가 없다니까.”
몇몇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시선들은 익숙해졌다. 언론에 자주 노출이 되다 보니 유명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한성은 그들이 들어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허험. 안녕하십니까. 또 뵙는군요.”
“여긴 왜 오셨습니까?”
“합석을 해도 되겠습니까?”
“싫은데요.”
“…….”
“지금은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중입니다. 웬 늙은이 세 명이 와서 합석을 한다고 하면 좋을 리가 없죠.”
“늙은이라니요!”
가만히 듣고 있던 윤하린이 소리를 빽 질렀다.
윤하린은 30대 초반으로, 관리를 잘하여 웬만한 20대 부럽지 않은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나빴던 것이다.
“거울 보여 드릴까요?”
“제가 어디를 봐서?”
“여기 유설화보다 어리다면 인정합니다.”
“으윽.”
윤하린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유설화는 대단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피부에는 잡티가 하나도 없었고 화장을 하지 않아도 윤이 반질반질하게 날 정도였다. 그에 비하여 30대에 접어든 윤하린은 아무리 관리를 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한 채로 뒤로 물러났다.
허근종은 저자세로 나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 정도는 예상을 했던 일이다.
“그러지 말고 말이라도 들어 주게. 대통령께서 직접 부탁을 하셨다네.”
“대통령이…….”
대단하다고는 생각해도 설마 한성이 천상의 기사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오창식만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성이 강경하게 나오자 유설화가 조금 거들어 주었다.
“여기까지 직접 왔는데 이야기라도 들어보지 그래요?”
“쳇. 귀찮게 그래야 하나?”
“뭔가 얻을 것이 있을지도 모르죠.”
“이 자리는 댁들이 사는 겁니다?”
“험험. 물론일세.”
“그럼 잠깐 앉으시죠. 5분 드리겠습니다.”
이유찬은 뭐 이딴 인간이 다 있냐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지만, 허근종은 잽싸게 자리를 잡는다. 시기를 놓치면 말도 못 붙여본 채로 쫓겨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한성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질컹질컹.
그가 오징어를 씹고 있었다.
“러시아에 긴급한 일이 생겼네.”
“어떤 일입니까?”
“모스크바 금역에 거대한 성체가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이 쉽겠군. 그곳에는 최소한 SSS급의 마족이 살고 있다는 보고일세. 그 마족이 세력을 규합하여 성체를 세웠는데, 그 규모가 상당하지. 만약이라도 놈이 뜨면 러시아는 멸망일세.”
“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 한국도 아닌데 신경 끄시죠.”
“그러니까…….”
보다 못한 이유찬이 나선다.
“과장님. 러시아에서는 천연가스 개발권을 놓고 토벌을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 세상에서 SSS급 이상의 몬스터를 처리하실 수 있는 분은 과장님밖에 없습니다. 그 때문에 이렇게 부탁을 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저는 외무부 차관 이유찬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썩 내키지 않는군요. 자국에서 벌어진 일도 아닌데 제가 출격할 이유가 없지요.”
‘제대로 걸렸군.’
서큐버스 퀸의 레어가 발견된 이상, 러시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날 것이라고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기적절하게 제의를 해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미 그곳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던 한성이었지만, 유설화의 말대로 최대한 많이 뜯어내야 했다.
이런 큰 건을 이득도 없이 움직이는 것은 손해였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아무것도 안 원합니다.”
“그러지 마시고 원하는 것을…….”
“없다니까요?”
한성은 몇 번 튕겼다. 이래야 그들의 애가 닳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국을 하는 길입니다.”
“저는 애국자가 아닙니다.”
“그런…….”
이유찬은 한성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허근종이 조금 더 한성을 채근한다.
“곧 있으면 아버지 대장심사인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네.”
“예정된 일이었습니다.”
“좀 더 높은 자리를 줄 수 있단 말이지.”
“그건 당연히 해 주어야 할 일이고, 저에게 해줄 것이 그리 없단 말입니까?”
“도대체 뭘 원하는가?”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해야겠습니다.”
“각하와?”
“싫으면 말고요.”
한성은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아쉬운 것은 그쪽이었다. 당장에는 러시아가 멸망하겠지만, 더 나아가서는 가까운 중국과 한국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허근종은 한숨을 푹 내쉰다.
“각하께는 자네의 뜻을 전해 드리겠네.”
“그럼 분위기 깨지 말고 나가시죠.”
“알겠네.”
딩동!
한성은 벨을 눌러 직원을 호출한다.
“여기 양주 17년산으로 두 병 가져다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빌지가 나오자 한성은 허근종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계산하고 가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그, 그러지.”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허근종은 계산서를 내밀었다.
“62만 3천원입니다.”
“더럽게 비싸군.”
“17년산 두 병을 드셨으니까요.”
허근종은 카드를 내밀었다.
이것도 업무로 쓰였으니 비용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리 그였다고 해도 그리 쉽게 계산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경찰청장이라고 해도 역시 명예직이었고 사업가들에 비한다면 박봉이다.
그들은 호프집을 나섰다.
“와아! 저런 싸가지는 처음보네요.”
윤하린이 얼굴을 손으로 부채질했다.
“내가 경고했지 않았나?”
“상당합니다.”
이유찬도 이한성 경무관을 본 소감을 말한다.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지만, 저런 힘을 가졌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허근종이었다.
그들은 이 자리에서 헤어져야 했지만, 기분이 더러워 그럴 수가 없었다.
“각하께는 보고를 올리고, 한잔하시죠?”
“좋습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허근종과 이유찬은 대통령에게 보고를 한 후에 포장마차로 향한다. 서로 정치에 뜻이 있었기에 이참에 의기투합을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