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이제 자하객잔을 불태우려면
나는 돼지통뼈의 향기를 누구보다 빠르게 맡았다.
“……통뼈가 오는군. 대머리는 못 먹는 돼지통뼈가 오고 있어.”
우리는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면서 탁자에 놓이는 돼지통뼈를 바라봤다. 춘양반점에서 먹던 것보다 향이 강한 것을 보아하니 이것은 변화를 맞이한 자하객잔식 돼지통뼈였다. 어쨌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접대이기도 했다.
나는 대머리를 제외한 악인들과 차성태에게 말했다.
“일단 먹자고.”
나는 손을 비빈 다음에 돼지통뼈를 맨손으로 붙잡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동수 사숙과 눈이 마주친 채로 살점을 뜯었다.
“부러우면 한 점 하시고.”
동수 사숙이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했다.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아?”
“예.”
광승은 파계를 선언해서 술과 고기를 마음껏 먹었었다. 그렇다고 동수에게까지 권할 수는 없어서 그냥 가끔 놀릴 생각이었다.
검마가 그제야 책을 덮더니 돼지통뼈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사실 돼지통뼈는 일양현에서만 먹을 수 있는 별미인 데다가 맛이 좋다. 사대악인들이 돼지통뼈를 먹기 시작하자, 다소 침울해진 차성태도 함께 밥을 먹었다.
나도 먹을 때는 갈구지 않는다.
돼지통뼈의 살점을 씹을 때마다 집중하는 사대악인의 표정을 확인했다.
‘역시 이 맛은 안 통할 수가 없지.’
호들갑을 떠는 성격들이 아니라서 맛있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있었으나 묵묵하게 집중해서 돼지통뼈를 뜯었다.
결국에 귀마가 색마를 바라보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
“네가 잡아 온 멧돼지보다 맛있다.”
색마가 코웃음을 쳤다.
“그걸 말이라고 해? 양념도 없었잖아. 냄새를 뺄 방도도 없었고.”
귀마가 검마에게 물었다.
“맏형은 어때? 뭘 먹어도 맛없다는 표정이었는데.”
검마가 헛기침을 하더니 짤막하게 대답했다.
“맛있군.”
나는 적잖이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야, 저 쉬운 말을 이렇게 어렵사리 듣다니.”
이것이 바로 검마도 맛있다는 말을 하게 되는 돼지통뼈다. 다소 불쌍한 것은 동수 사숙이었으나 그는 뒤늦게 도착한 국수를 먹고 있었다.
나는 돼지통뼈를 뜯으면서 생각했다.
이곳에서 며칠 쉬어야겠다고 말이다.
밤새 찬바람이 불지 않는 멀쩡한 침구에서 잠을 자고, 입에 들어가면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는 식사로 영양을 보충할 필요가 있었다.
악인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쫓기거나.
우리를 죽이겠다고 찾아오는 자들이 없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허구한 날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다 보면 인간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맹수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악인들과 나는 조금 특이하고 못된 인간일 뿐이지, 맹수는 아니다.
돼지통뼈가 넉넉하게 나왔기 때문에 우리는 각자 밥을 두세 그릇씩 비우면서 배를 채웠다. 다행히 다른 밑반찬도 먹을 만했기 때문에 동수 사숙도 국수를 먹고 나서는 밥까지 먹었다.
내가 전낭을 통째로 득수 형에게 빼앗겼기 때문일까?
식사가 끝나자 밀봉이 된 두강주와 술안주가 도착해서 탁자에 깔렸다.
그제야 장득수가 다시 나타나서 손님들에게 물었다.
“양념이 과하진 않았습니까?”
장득수는 손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음식이 잘못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귀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숙수, 아주 잘 먹었소.”
“다행입니다.”
내가 할 말을 장득수가 대신했다.
“보셨다시피 문주에게서 돈을 좀 많이 뜯어냈습니다. 며칠 편히 머무르시면 재료를 이것저것 준비해서 음식도 다양하게 만들어보겠습니다. 편히 드세요.”
득수 형이 할 말을 끝내더니 주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사람은 각자 잘해야 하는 일을 해야 하는 법인데, 어쨌든 음식을 만들고 손님을 접대하는 일에 관해서는 득수 형이 이곳의 절대 고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방황하던 공덕이를 받아들인 것도 득수 형의 판단일 것이다. 사람을 더 고용하고 월봉을 주려면 득수 형도 여유자금이 더 필요해서 전낭을 통째로 가져간 것 같았다. 흑도를 줘패서 빼앗은 돈이 일하는 자들에게 돌아가고 있었으니 이것은 하오문의 사업이 맞다.
어차피 하오문의 자금은 현재 넘칠 정도로 많다.
혹시 자금이 동나면 한바탕 강호를 순회해서 크고 작은 흑도를 줘패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전에…….
나는 두강주의 밀봉을 뜯어서 동수 사숙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술을 따라줬다.
마지막으로 내 잔에도 두강주를 채워 넣은 다음에 술잔을 들었다.
“무림맹에서 현상금을 내걸었던 무림공적 무릉자 일행을 격파한 기념주.”
내가 기념주에 과도한 말을 덧붙이자, 결국에 검마도 긴장이 다 풀렸는지 엷은 미소를 지었다.
“마시자.”
나는 기름이 잔뜩 뒤덮인 뱃속을 술로 씻어냈다.
우리는 서쪽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동쪽으로 가고 있는가.
오늘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술을 마시는 날이었다.
나는 두강주 술병을 붙잡은 채로 둘러보다가 공덕이를 불렀다.
“공덕아, 한잔 받아라. 살아서 재회한 기념이다.”
“예, 문주님.”
공덕이가 다가오더니 두 손으로 붙잡은 술잔을 내밀었다. 나는 공덕이의 술잔에도 술을 채워 넣었다.
나는 별말 없이 공덕이와 눈을 마주쳤다가 술을 목구멍에 부었다.
* * *
술에 취한 채로 대충 잠이 들었다가 눈을 떠보니 낯선 천장이 보였다. 자하객잔의 객방(客房)이어서 별다른 위화감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무척 오랜만에 내 집에서 잠을 잔 셈이었다.
애초에 자하객잔에 객방을 여러 곳 만들어놨기 때문에 악인들과 동수 사숙도 근처에서 자고 있을 터였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으나 나는 누군가가 받아놓은 세숫물에 얼굴을 씻고 옷을 입은 다음에 바깥으로 나갔다. 워낙 잠이 엉망진창이어서 그런지 새벽에 일어나도 별다른 피곤함이 없었다.
아직 어두컴컴한 객잔 앞에 놓인 탁자에 앉아서 동이 트는 하늘을 구경했다.
하늘의 색이 천천히 변하는 동안에 전생의 사건을 복기했다. 마교가 국지전을 일으키는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준비할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점점 밝아지는 하늘을 보면서 뜬 눈으로 운기조식을 시작해봤다. 가장 익숙한 금구소요공의 운기조식을 한 차례 마치자 어느새 사방이 환해진 상태.
매화루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차성태가 무복을 입은 채로 자하객잔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수련 중인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이어서 객잔 입구에서 검마가 등장하더니 나를 잠깐 바라봤다.
검마는 심호흡을 몇 차례 하더니 넓은 공터로 나가서 팔짱을 낀 채로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간밤에 읽은 독고중검의 묘리를 나름 정리하나 싶어서 그냥 내버려 뒀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느닷없이 광명검을 뽑은 검마가 넓은 공터를 움직이면서 검을 휘둘렀다. 나도 독고중검을 읽었기 때문에 저 움직임이 독고중검의 무학이라는 것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물론, 완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움직임이었다.
잠시 후에는 귀마와 색마가 등장해서 내 근처에 앉았다. 우리는 말없이 홀로 공터에서 검을 휘두르는 검마를 구경했다.
독고중검은 공격 일변도의 검.
그러나 공격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검마의 수련이 쉬워 보이진 않았다.
나는 귀마를 바라봤다.
“육합, 검.”
귀마가 허리에 있는 검을 붙잡아서 내게 내밀었다. 나는 검을 뽑자마자 공중으로 솟구친 다음에 검마를 불렀다.
“선배.”
검마가 공중에 뜬 나를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내가 귀마의 검을 내민 채로 떨어지자…….
검마가 광명검으로 튕겨내면서 내게 공격을 퍼부었다. 예상대로 독고중검의 무학이었다.
나는 검마의 눈을 노려본 채로 공격과 수비를 적절하게 섞어서 검을 휘두르다가 백전십단공의 뇌기를 칼날에 주입했다.
검마는 뇌기가 담긴 검을 쳐내자마자 공격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나는 검마의 공격에서 빈틈이 보일 때마다 아주 얌체처럼 검을 찔러 넣었다. 검마는 잠이 확 달아난 표정으로 반격하다가 어느 순간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로 좌장을 내질렀다.
나는 검마의 공력을 가늠해서 받아쳤다.
퍽― 소리가 난 다음에 서로 밀려나자…….
색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부님.”
내가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 뛰어든 색마가 장법을 펼치면서 검마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잠시 떨어져서 스승과 제자의 대결을 지켜봤다. 색마가 일부러 주변에 냉기로 만들어낸 빙공의 잔상 같은 것을 남기고 있어서 검마는 바쁘게 검을 휘두르면서 냉기를 몰아내야만 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겨뤄보았던 모양인지 내가 겨룰 때보다 합이 잘 맞았다. 색마는 사부의 대처를 잘 알고 있는 모양인지 변수를 노리는 지법으로 기습 공격을 자주 펼쳤다.
순간, 빙공이 거슬렸는지 검마가 왼발로 땅을 찍자…….
사방팔방에 떠다니던 빙공의 여파가 삽시간에 자잘하게 흩어졌다. 이어서 색마가 쌍장을 교차했다가 전방에 내밀자 나도 처음 보는 백색의 장력이 검마에게 밀려들었다.
하지만 손바닥 모양의 장력이 이내 오(ㄨ) 모양으로 갈라지더니 산산이 조각나고 있었다.
내가 귀마에게 검을 돌려주자, 이번에는 귀마가 공터로 향했다.
앉아서 구경하는 동안에 귀마가 검마와 어우러졌다. 어찌된 노릇인지 색마와 겨룰 때보다 두 사람의 합이 더 잘 맞았다.
생각해보니까 귀마의 검법이 수비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꽤 오래 맞붙었다. 물론 귀마도 검마에게 독고중검을 수련하라고 일부러 맞춰주는 중이었기 때문에 합이 더 길어진 상태.
어느새 아침이 밝았는데도 두 사람은 쇳소리를 울려대면서 일양현의 아침을 박살내고 있었다.
이제 당분간 일양현 사람들은 늦잠 자기 그른 것 같다.
아침에 잠을 잘못 잤다고 시비를 걸러 오면 내가 말려야 할 판국이었다. 저 인간들이 사대악인이라서 그렇다.
한참을 겨루는데 이 층에서 창문이 열리더니 장득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사하세요.”
미리 약속을 했던 것처럼 귀마와 검마가 검을 거두면서 동작을 멈췄다.
“…….”
나는 턱을 쓰다듬었다. 밥이 맛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먼저 이 층으로 올라가서 탁자에 앉았다. 아침부터 한판 붙었던 인간들이 차례대로 올라오더니 얌전하게 자리에 앉았다.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잠시 후에 동수 사숙까지 합류해서 우리는 득수 형이 준비한 아침밥을 먹었다. 반 그릇 정도 비워냈을 때 전신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차성태가 합류해서 빈자리에 앉았다.
나는 차성태에게 할 일을 알려줬다.
“성태야.”
“예.”
“당분간 자하객잔에 머무를 테니 무림맹이 배포한 무림공적 명단 확인하고. 그중 무릉자는 우리가 죽였다는 것을 맹에 알려.”
“예.”
“나머지 공적의 위치를 하오문도들에게 파악하라고 전파하고. 그동안 딱히 거점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나랑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은 자하객잔으로 찾아오라고 해.”
“흑묘방에도 전합니까?”
“다 전해야지. 남명회, 흑선보, 남천련 대머리 놈과 하여간 전부. 문제가 만약 있다면 어느 정도 해결해줘야지.”
“알겠습니다.”
“그전까지는 여기서 수련을 하련다.”
차성태가 젓가락을 붙잡은 다음에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싹 다 연락해야겠네요.”
나는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내게 할 말도 없고 큰 문제도 없으면 찾아오지 말라고 해.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게 최고야.”
나는 문득 동수 사숙과 눈을 마주쳤다. 동수가 내게 물었다.
“아, 하오문에 절도 있는 모양이로군요.”
“뭔 소리야?”
“남천련이 절 아닙니까?”
“그냥 흑도의 대머리야.”
“아, 예.”
나는 깜박하고 빼먹은 사람이 떠올라서 차성태에게 말했다.
“우리 모용 선생에게도 알려라. 이놈은 뭐 하고 있어?”
차성태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요새 종종 문을 닫는답니다.”
“왜?”
“들어보니까 먼 곳으로 약초 캐러 다닌다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혀를 찼다가 밥을 다시 먹었다. 무공비급을 던져줬더니 영약을 구하러 다니는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전생 독마도 중요한 전력이어서 무공 수련을 위해서 돌아다니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모용백과 차성태까지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무인으로 성장하게 되면…….
강호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가진 객잔은 자하객잔이 될 터였다.
누군가가 새로운 자하객잔을 불태우려면…….
솔직히 말해서 맹(盟)이나 세가 정도는 쳐들어와야 가능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