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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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2 – 미슐랭을 위하여 (2)
한껏 격양되었던 감정이 도로 차분히 가라앉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상식이 마무리됨과 동시에 ‘*비즈니스 타임’(*business Time)이 시작되었던 까닭이었다.
연회장 안으로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렀고, 고고한 자세로 객석을 지키고 앉아있던 무수히 많은 이들이 장내 곳곳을 떠돌며 면이 있는 이들과 교류를 나누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지금 이 순간의 주인공은 우승팀을 대표하는 두 셰프, 필상과 다빈이었고 말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서는, 두 사람에게 말을 붙여댔다. 축하와 감사로 시작된 대화는 하나같이 명함 교환으로 끝을 내렸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두 사람과의 협업을 희망하는 거물급 투자자들을 시작으로, 미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파인다이닝을 운영 중인 셰프들, 또 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들에 이르기까지….
그 밖에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마치 빛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이라도 되는 것처럼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앞서 치러졌던 경연이 끝나던 때도 엇비슷한 반응이 속출했다지만, 그들이 보이는 관심의 농도와 밀도가 달랐다.
이제 그들이 업계 내에서 지닌 입지가 ‘알아두면 좋은 사람’이 아닌, ‘알아두어야만 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다.
“축하합니다. 제 명함입니다. 두 분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다름 아니라, 두 분의 추후 계획에 제가 감히 끼어들 수 있는 틈이 있는지를 알고 싶거든요.”
“정말 축하합니다! 언젠가 두 분을 제 파인다이닝에 꼭 한번 모시고 싶군요. 오늘 저녁에 있을 애프터 파티에는 당연히 참석하시겠죠?”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두 분 모두 이런저런 구설수 때문에 힘드셨겠지만, 저처럼 두 분의 선전을 기원하고 응원했던 사람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면 좋을 것 같네요.”
축하의 말이 한바탕 쏟아졌으나, 필상과 다빈은 상투적인 어투와 태도로 일관할 따름이었다. 일과 관련된 대화는 저녁에 있을 애프터 파티에서도 충분히 나눌 수 있을 게 분명하니, 괜히 심력을 소모하지 않고자 했던 것이다.
이내 필상이 다빈에게 속삭이듯 물음을 건넸다.
“다빈, 그나저나 ‘로버트’와 ‘쁘띠’는요?”
그 말에 다빈이 곁눈질로 좌우를 살피고는 나직이 답했다.
“쁘띠는 파우스트에서 온 손님들과 함께 연회장 바깥으로 나서던데요? 로버트는 어디 가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급한 걸음으로 연회장을 나서던데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연회장 출구 쪽 한번 보실래요?”
그 말에 다빈이 고개를 살짝 돌려서는 연회장 출구 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다빈의 스승인 장 조니 셰프가 연회장 입구를 지키고 선 채, 그윽한 눈으로 다빈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이내 다빈이 “맙소사.” 하고 중얼거려 보인 뒤, 다급한 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먼저 가볼게요.”
“그래요.”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된 뒤, 다빈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이들에게 양해를 구해가며 급한 걸음으로 장 조니 셰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 다빈을 바라보고 있던 필상이 이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기에 이르렀다. 다름 아니라, 그런 다빈의 뒷모습이 학예회 연극을 마친 뒤 부모님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는 꼬마 아이를 연상케 했던 까닭이었다.
그때, 멜리가 필상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나직이 말을 건네왔다.
“필상, 여기 계셨군요.”
“보시다시피.”
“주인공이 된 기분이 어때요?”
“별거 없네요.”
“의외네요? 짜릿할 것 같은데.”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능청스레 되물어 보인 필상이 재차 연회장 내부를 둘러본 뒤 되물었다.
“그나저나 부모님은요?”
“호텔 객실에 계세요.”
말을 마친 멜리가 곧장 호수가 기재되어 있는 객실 카드 키를 건네주었다. 한차례 고개를 끄덕여가며 “고마워요.” 하고 답해 보인 필상이 곧장 연회장을 나서려던 찰나였다. 멜리가 곧장 그런 필상을 불러서는 멈춰 세웠다.
“필상, 애프터 파티에는 참석하셔야 하는 거 아시죠? 아시다시피 손님들이 많이 오셨잖아요?”
말을 마친 멜리가 제 손가락을 하나씩 접어가며 방문한 손님들의 이름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파우스트의 직원들, 홀 매니저 베니, 동업자 빅토르 위고 씨, 투데이 쇼의 진행자 존 스튜던트, 그의 동료 셀럽들, 조엘 르뷔숑 셰프, 평론가 로맹 가리, 그리고.”
“그리고?”
“파리 파인다이닝 업계의 큰손 카넬 장루이 씨도 호텔에 와 계시죠. 저녁에 라운지에 있을 애프터 파티에서 뵙겠다며 기다리고 계세요.”
그 말에 필상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되물었다.
“잠깐, 잠깐만요. 제가 아는 카넬 장루이요? 파리 20구에 있는 파인다이닝 중 거진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그 카넬 장루이?”
“예, 맞아요. 어쩌면 그가 오늘 필상의 꿈을 이뤄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프랑스 진출’이라는 오랜 꿈 말이에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프랑스 진출이 아니라 파리 진출이에요. 제게 있어 파리는 마음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인 곳이거든요.”
그간 멜리에게 파리 진출에 대한 의사를 몇 번이고 밝혀왔던 바 있었다. 그 덕에 멜리 역시 필상이 파리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중이었고 말이다. 파리로 향하고 싶은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파리는 자신의 꿈이 시작되었던 곳이자, 끝났던 곳이다. 또 가장 행복하게 요리를 할 수 있었던 곳이자, 두 번의 생을 통틀어 가장 큰 좌절을 맛보았던 곳이다.
그래서 필상은 더더욱, 그곳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필연적으로 나아갈 목적지이자, 뿌리를 내리게 될 정착지라 생각했던 곳이니까.
잠시 상념에 젖어 들어 있던 필상이 어깨를 한 번 가볍게 들썩여 보이고는, 구태여 몇 마디 말을 덧붙였다.
“비록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제 요리의 고향은 프랑스 파리거든요.”
“어쨌든, 오늘 만남 덕에 마음의 고향에 정착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죠.”
“자정이 한참 지난 뒤에야 끝날 지루한 파티에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생긴 셈이네요.”
그 말에 멜리가 특유의 낭랑한 어투로 답했다.
“걱정하실 것 없어요. 한두 시간 정도만 얼굴을 비치다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장소를 옮기시면 될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미리 준비를 해뒀거든요. 옆 블록에 있는 호텔 라운지 바를 통째로 빌려뒀어요. 호화로운 파티를 즐기실 수 있을 거예요. 사 측 지원금을 잔뜩 끌어왔거든요.”
“맙소사.”
이내 멜리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덧붙였다.
“오늘의 승리를 마음껏 즐기세요.”
“고마워요.”
“별말씀을.”
퉁명스레 답해 보인 멜리가 당당한 걸음으로 연회장 출입구를 향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날카로운 하이힐 굽 소리가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내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필상 역시 마찬가지. 그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무수히 많은 손이 악수를 청해왔고, 무수히 많은 말을 건네왔으나 필상은 잠시도 멈춰 서지 않고 나아갔다. 그저 “죄송합니다.” 하는 짤막한 말 한마디로 그들의 손과 입을 무안하게끔 만들어가며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
한편, 그 시각. 로버트는 어김없이 객실 ‘707호’로 향했다. 대회가 치러지는 내내 경연이 끝난 뒤면, 항상 호텔 객실 707호에서 에이미와 만나곤 했던 것이다. 이것은 그들 두 사람만의 암묵적인 룰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윽고, 어둠이 드리워있는 스위트 룸에 안에 들어선 로버트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끔한 오피스 룩 차림을 한 채,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있는 에이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탓이었다. 이내 로버트가 자연스레 침대 위에 털썩 주저앉으며 되물었다.
“이런, 오늘은 ‘애프터 파티’까지 온전히 끝낸 뒤에야 사랑을 속삭일 수 있겠군요?”
“아마도 그래야겠죠?”
아쉬운 듯 한차례 아랫입술을 핥아내 보인 로버트가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찰나였다. 에이미가 돌연 엷게 떨리는 어투로 말문을 열었다.
“정말 감동적인 말이었어요. 맞아요, 달콤한 디저트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사랑’이죠.”
“당신이라면 공감해주실 줄 알았어요.”
“그리고 ‘생존’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고요. 생존은 단순히 혈액의 순환이나, 심장 박동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 말이에요.”
“당신 덕분에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기 때문에 떠올릴 수 있던 말이었을 뿐입니다.”
그때 에이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는, 로버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녀의 앞모습이 면밀히 드러났다. 얇은 재킷 아래로 자리한 것은 셔츠가 아닌, 희고 고운 맨살이었다. 이내 미간을 찡그린 채 “와우….” 하고 중얼거려 보인 로버트가 되물었다.
“복장이 눈에 띄는군요.”
“더워서요.”
“그러고 보니 덥네요.”
말을 마친 로버트가 곧장 제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풀어 내던지자, 에이미가 올려 묶었던 머리를 풀며 요염하기 그지없는 어투로 되물었다.
“괜찮겠어요? 애프터 파티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데….”
“세 시간,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말을 마친 로버트가 에이미를 번쩍 들어 올려서는, 침대 위로 가볍게 내던진 뒤 자신이 마치 로랜드 고릴라라도 되는 양 제 위협적인 가슴을 “쾅! 쾅!” 두드려댄 뒤 나직이 덧붙였다.
“달콤한 디저트를 몇 트레이나 구워낼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이내 에이미 역시 재킷을 벗어 던지며 답했다.
“맞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지구를 몇 바퀴나 돌 수 있는 시간이죠.”
쾅-.
창 너머에서 불어온 거센 바람 탓에, 스위트 룸 침실의 문이 거세게 닫혔다.
*
그런 지금, 다빈은 장 조니 셰프와 함께 호텔에서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브런치 카페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호텔 내에서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나, 차마 불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도망치듯 멀리 나오게 된 것이다.
장 조니 셰프가 건넨 짧은 축하의 말에 대한 답례로 짤막한 답이 돌아갔다. 그 뒤로는 평소에 신물이 나도록 나눈 대화가 반복되었다. 파인다이닝 장 조니의 인수인계 현황, 신메뉴 구상에 관한 대화, 직원들의 근무 태도에 관한 이야기 등….
테라스 자리를 꿰차고 앉은 채, 주문한 브런치와 커피를 함께 즐기며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기 시작한 것이다.
깊은 대화가 익숙하지 않은 *부자(父子)를 연상케 하는 광경이었다. 두 사람 모두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하는 방법을 몰랐다. 괴팍한 스승과 이죽대는 제자로 살아온 시간이 너무도 길었던 탓이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장 조니 셰프였다. 크로아상에 버터를 듬뿍 발라 한입 깨물어 보인 그가, 머금은 빵을 우적우적 씹어가며 무심한 투로 먼저 말문을 연 것이다.
“다빈, 영 셰프와 함께 일해보니 어떻던가?”
한차례 “그는….” 하고 나직이 답해 보인 다빈이 고개를 내저어가며 덧붙였다.
“여전히 저평가 받고 있는 셰프에요. 여태껏 만나 본 어떤 셰프보다도 도전적이며, 열정적이고 또 가장 눈에 띄는 재능을 지니고 있었죠.”
“그의 음식을 처음 맛보던 순간, 자네에게 큰 도움이. 아니, 훌륭한 자극이 되어 줄 거라 생각했네. 아무래도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같군.”
“도움이라, 글쎄요? 가끔은 자괴감에 휩싸인 채로 허우적댔어요. 그의 압도적인 재능에서 비롯된 자괴감이었죠.”
말을 마친 다빈이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재차 말했다.
“그래도 이번 대회 덕에 정말 많은 걸 배우고 얻은 것 같네요. 상금, 명예, 또 이번 협업 덕에 생에 최고의 작품을 몇 개나 만들어낸 것 같기도 하고요.”
“최고의 작품이라, 어쨌든 다시 한번 축하하지. 듣자 하니, 자네가 만든 기회라던데? 자네가 먼저 영 셰프를 찾아가 출전을 제안했다지?”
그 말에 다빈이 고개를 한 번 주억거려 보이고는 답했다.
“예, 맞습니다.”
“왜지?”
“네?”
“굳이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지?”
날카로운 눈으로 다빈을 들여다보고 있던 장 조니 셰프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왜 굳이 잃을 게 더 많은 싸움을 자초했느냐는 걸세. 영 셰프야 어떨지 모르더라도, 자네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더라도 무방했을 텐데 말이야. 오히려 잃을 게 많은 싸움이었겠지.”
“셰프, 저는 제가 장 조니를 이끌 수 있는 재목이라는 점을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셰프의 정수를 이어받은 한 명의 요리사로서, 파인다이닝 장 조니의. 아니, 셰프 장 조니의 별과 명예를 지켜낼 수 있는 요리사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힘든 결정이었겠군.”
“아닙니다.”
“힘든 일이었어.”
“아닙니다.”
“그런데 해냈어.”
말을 마친 장 조니 셰프가 다빈의 두 눈을 빤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드리우기를 잠시.
“이봐, 다빈.”
“예, 셰프.”
“내 생의 최고의 작품은.”
“예.”
“자네야.”
다빈이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모르고, 다음 말을 신중히 골라내고 있던 찰나였다. 장 조니 셰프가 제 커피 잔을 집어 들며 덧붙였다.
“자네가 자랑스럽군.”
선선한 바람이 나부꼈고 가로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풀대고 있는 가로수의 푸른 잎들이 햇빛 탓에 불그스름한 빛으로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 잎 하나하나가 한없이 보드라워 보일 따름이었다.
*
“여기에요.”
대회가 치러진 호텔 상층 객실 앞에 멈춰선 멜리가 조곤조곤한 투로 건넨 말에,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문고리를 움켜쥐었다. 숨을 고른 뒤, 곧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멀어지는 멜리의 구두 굽 소리가 들려오기를 잠시.
끼릭, 철컥-.
객실 문이 닫혔다. 열린 창틈 사이로 스며들어온 바람이 널찍한 객실 내부를 마음껏 쏘다니던 중인지라, 객실 안은 마냥 선선하기 그지없을 따름이었다.
이내 필상이 한차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버지께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막조차 나오지 않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켜두신 채 쇼파 위에 앉아 주무시고 계셨다. 필상이 흐뭇한 얼굴을 한 채로, 그런 아버지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던 찰나였다. 객실 안쪽 깊숙한 곳에서 익숙하기 그지없는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들, 왔어?”
“네.”
이내 어머니께서 모습을 드러내셨다. 잠깐 못 본 새에 조금 더 늙으신 채로, 한쪽 팔을 살살 쓸어내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서 계셨다.
“수고 많았어.”
“아녜요.”
“축하해.”
“고마워요.”
“그나저나 할 말이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그렇게 정적이 흐르기를 잠시, 어머니께서 꾹 다물고 있던 입을 떼셨고 이내 필상의 표정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졌다.
“곧, 식당 문 닫기로 했어.”
“식당이요…?”
“그래, 식구백반.”
이내 필상이 불안한 마음을 애써 억눌러가며, 곤히 잠들어계신 아버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런 아버지의 허리춤에 달린 키 링의 BMW 차 키가 객실 형광등 불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을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