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iting Filmography RAW novel - Chapter 51
51화. 넘을 수 있겠는데?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KNC의 『거짓말』은, 17화에서 최우종이 연기한 주인공 지호명이 그룹의 후계 구도 참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드라마 막바지에 재벌가의 암투가 치열해질 것임을 암시함으로써 시청률을 49.1%까지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50%까지는 이제 1%도 남지 않게 됐다.
이에 KNC 드라마국은 18화 혹은 19화에서 시청률 50%를 돌파하고, 클라이맥스인 22화에서 방점을 찍으리라 예상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분위기가 워낙 좋아 최고 시청률 55%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다음은 STS의『사랑하고 싶어』.
최창국 PD가 시청률표를 확인하자마자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 원인이었다.
“뭐야. 얘들은 왜 떨어진 거야?”
1화에서 7.5%, 2화에서 8.9%의 시청률을 기록한 『사랑하고 싶어』는, 3화에서는 오히려 2화보다 0.8% 하락한 8.1%를 기록하는 데에 그쳤다.
2화까지만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던, 대박은 아니지만 기본은 할 거라 예상됐던 드라마가 고작 3화에서 시청률이 고꾸라지고 만 것이다.
고작 0.8%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률이 조금씩이라도 상승해야 하는 방영 초반이기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어째서 시청률이 하락한 걸까?
최창국 PD는 곧장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와 나의 시간』의 경쟁작은 『거짓말』이 아니라 1주일 먼저 방영을 시작한 『사랑하고 싶어』라 주장하며 본방을 챙겨 본 아내라면, 시청률이 하락한 이유를 알지 않을까 싶었다.
잠시 후.
최창국 PD는 아내로부터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그 드라마 좀 이상해. 2화까지는 봐줄 만했는데, 3화에서 영 아니더라. 기사 안 봤지? 혹평 장난 아니야.
“이상하다고? 어느 부분이?”
-3화 중간 부분에 여주인공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계속 누워 있어. 여주인공의 부재야 계속 그럴 것도 아니고 시련 주기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연출이 정신 사나워서 남자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을 못 하겠더라고. BGM 까는 타이밍도 영 이상하고. PD가 포인트를 못 짚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당신이 그렇게 말할 정도면 진짜 심각했나 보네.”
-여보. 아무래도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아. 『사랑하고 싶어』가 아니라, 『거짓말』의 후속작이랑 맞대결할 거 같은데?
“그 정도야?”
-어. 그 정도야. 내가 근래 본 연출 중 최악이었어. 슬슬 연기 구멍도 하나둘씩 보이고 있고.
최창국 PD의 아내는 『사랑하고 싶어』의 3화와 관련해서 혹평을 가했다.
최창국 PD는 그런 아내의 말을 믿었다.
작품과 관련된 안목은 자신보다 배우 출신인 아내 쪽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아내의 시청률 예상은 오차는 있을지언정 대부분 비슷하게 맞아떨어졌다.
실제로.
-『사랑하고 싶어』, 정말 사랑하고 싶은 게 맞나?
-어설픈 연출, 배우들의 연기를 망치다.
-『사랑하고 싶어』의 시청률 하락, 무엇이 문제인가?
『사랑하고 싶어』와 관련된 기사는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었다.
고작 3화만에 시청률이 하락한 것이, 『거짓말』의 상승세 때문이 아닌 드라마 자체가 문제라고 진단하는 기사들이 제법 많았다.
최창국 PD의 아내가 말한 연출이 가장 부각되는 문제점이긴 했지만, 대본과 일부 배우의 연기력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들 또한 더러 존재했다.
이에 최창국 PD는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4화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뒤집지 못하면, 『사랑하고 싶어』는 치고 오르지 못한다.’
1화와 2화에서 호평을 받은 드라마는 많다.
그러나 그중 극히 일부만이 대박을 기회를 누린다.
대부분은 대박이 아닌 평균 수준의 시청률이라도 기록하길 바라며, 일부 드라마는 1화와 2화에 기록한 시청률이 최고시청률인 경우도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다.
3화에서의 시청률 감소는 엄청난 위험 신호다.
『사랑하고 싶어』 제작진이 냉정하게 진단하고 문제점을 고치지 않는다면, 이대로 시청률이 치고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다분했다.
『너와 나의 시간』의 입장에선 좋은 소식이었다.
『거짓말』이 종영하기 전까지 0.1%의 시청률이라도 더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랑하고 싶어』가 부진하면 그만큼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좋을 테니까.
게다가…….
‘생각보다 1화 시청률이 높게 나왔어.’
최창국 PD의 예상보다 『너와 나의 시간』의 1화 시청률이 높게 나오기까지 했다.
6.2%.
5% 이하의 시청률로 시작할 수도 있다 예상했던 걸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었다.
기사들 또한 호평이 주를 이뤘다. 기사의 수가 동시간대의 두 드라마에 비해 적긴 해도, 호평의 비율이 높기에 긍정적이었다.
이 정도면 미래를 그릴 밑바탕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시현 씨에 대한 관심과 최우종 배우의 인터뷰로 인한 관심이 적절히 더해진 결과라고 봐야겠지. 이거, 최우종 배우한테 절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한쪽은 작정하고 거액의 제작비를 투자한 블록버스터 드라마고, 다른 한쪽은 평균치를 상회하는 제작비에 하이틴 스타들을 끌어모아 30% 이상의 시청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준비한 드라마다.
평균의 절반 수준인 제작비에, 출연진의 이름값마저 부족하며, 홍보 또한 마음껏 못한 『너와 나의 시간』의 1화에 좋은 시청률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지난주에 종영한 드라마 시청률의 3분의 1 수준인 5%만 넘더라도 성공이라고 생각했거늘, 예상치를 제법 웃도는 6.2%를 기록한 상황.
최창국 PD가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들겼다.
‘『사랑하고 싶어』의 시청률이 정체, 혹은 하락한다고 가정해 보자. 『거짓말』의 종영 전에 확보할 수 있는 최대치는 10%에서 15% 사이. 만약 그 정도의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한참 후.
최창국 PD가 계산을 끝냈다.
‘이거, 정말로 40% 넘을 수 있겠는데?’
* * *
7월 13일.
『너와 나의 시간』 2화는 1화에서 1.3% 상승한 7.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1화에서의 호평을 바탕으로 2화에서는 더 많은 시청자들을 확보했다.
1화와 마찬가지로 호평 일색인 기사는 덤이었다.
보는 사람이 적어서 그렇지, 일단 한 번 본 사람들은 정신 차려 보니 드라마가 끝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극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거짓말』의 종영 후 상승세를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반면 『사랑하고 싶어』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4화에서 기록한 시청률이 7.6%로, 한 주 늦게 방영을 시작한 『너와 나의 시간』과 고작 0.1% 차이밖에 나지 않게 된 것이다.
전체적인 평가 또한 영 별로였다.
연출이 산만하다,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너무 자극적인 소재들을 뒤섞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기대 이하라 집중이 잘 안 된다 등.
1, 2화에서의 기대감은 3, 4화를 거치며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마지막으로 『거짓말』의 시청률은 49.5%
50%를 넘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0.4% 상승하는 데에 그쳤지만, 그렇다 해도 클라이맥스인 22화 전후로 50%를 넘기는 건 기정사실로 보였다.
이제 고작 0.5% 남았으니까.
2화가 방영하고 이틀 후, 토요일 저녁.
안시현은 김진석 대표와 간만에 식사를 함께했다.
모처럼 그의 촬영이 해가 지기 전에 끝났고, 시간이 남은 김에 연습을 하려 JM액터스 사옥에 들렀다가 김진석 대표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하게 된 것이다.
안시현은 촬영 때문에, 김진석 대표는 업무 및 자체 제작 드라마의 관리 때문에 바빠 한 동안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나지 않았었다.
김진석 대표는 식사 내내 미소를 지었다.
『너와 나의 시간』의 시청률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초반 시청률과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였다.
“시작이 제법 괜찮더구나.”
“1화 연출 보고 마음 놨어요. 최 PD님 연출이면 발로 연기해도 사람 수준으로 만들어 주실 것 같더라고요.”
“크흐흐. 확실히 연출이 미치긴 했더라. 아직까지 메인 맡아 본 경험이 없는 게 신기할 정도였으니 말이야. 이번 드라마 잘돼서 선금 다 갚고 기분 좋게 일해야지?”
“금방 갚지 않을까요? 『형아, 동생』의 인기에 힘입어 광고랑 화보 좀 찍었고, 명품 정장 전속 모델 계약금도 꽤 되잖아요. 아, 출연료도 들어올 거고요. 드라마 잘되면 광고 또 찍을 테고 말이죠.”
“시청률, 얼마나 나올 거라 예상하냐?”
“솔직히 말씀드려도 돼요?”
김진석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기대치와 안시현의 기대치가 얼마나 비슷할지 궁금해졌다. 데뷔 후 3연속으로 좋은 작품을 고른 안시현의 안목이, 시청률 예상에도 적용될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40%는 확실하고, 운이 좀 따라 준다면 50%도 넘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운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거냐?”
“화제성이요. 아무래도 저희는 8화까지 『거짓말』로 인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어렵잖아요. 사실상 9화부터 치고 올라가야 하는 건데, 앞선 8화에서 확보하지 못한 시청률을 만회할 만한 화제성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아니라면 50%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시청률 50%를 돌파하는 드라마가 종종 나온다. 심지어 현재 KNC에서 방영 중인 주말 사극은 시청률 60%를 넘을 예정이기도 하다.
시청률 50%를 넘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거짓말』이 종영하기 전까지 시청률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건데…….
초반에 치고 올라가지 못한 작품 중, 최고 시청률 50%를 넘긴 작품은 지금까지 없었다.
‘『사랑하고 싶어』는 알아서 자폭하는 분위기고, 『거짓말』의 후속작도 내 기억으로는 평균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했었어. 화제성만 만들면, 50% 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안시현은 40%를 넘어 50%를 기록할 거라는 데에 좀 더 무게감을 두고 있었다. 아니, 1화를 본 이후로는 거의 확신을 하고 있었다.
현재.
『너와 나의 시간』은 9화 후반부를 촬영하고 있지만, 8화의 한 신은 촬영을 건너뛴 상태였다.
안시현과 차연우가 해당 신의 촬영을 위해서 감정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예정된 촬영일은 돌아오는 금요일.
4화의 방영 다음 날이다.
안시현은 촬영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해당 신을 제대로 표현해 내기만 한다면, 8화에서 화제성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김진석 대표는 안시현의 예상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8화까지의 시청률이 부진할 걸 감안하더라도 40%는 무조건 넘는다? 자신감이 엄청난데?”
“1화랑 2화 보셨을 거 아니에요. 연출이 미쳤잖아요. 거기에 연기 구멍도 없어요. 저희한테 없는 건, 출연진의 이름값과 제작비뿐이에요.”
김진석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교롭게도 안시현의 예상과 그의 예상은 같았다. 그 역시 50%가 넘을 거라 내다보고 있었다.
김진석 대표는 평소 소속 배우들의 출연 작품뿐만 아니라, 웬만한 드라마와 영화는 다 챙겨 본다. 꾸준히 작품을 감상해야 안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어서였다.
당연히 『너와 나의 시간』의 1화와 2화 또한 챙겨 보았고, 배우들의 연기와 별개로 담당 PD의 연출력이 수준급이라는 것 또한 대번에 파악했다.
대본을 볼 때부터 좋은 작품이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퀄리티가 좋게 나왔다.
때문에 눈높이를 시청률 50%로 잡았다.
부족한 건 배우들의 이름값과 제작비뿐이라는 안시현의 농담이, 김진석 대표에게는 결코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너와 나의 시간』에 부족한 건 정말 그 두 가지뿐이라고 생각됐다.
“『너를 부르다』도 『너와 나의 시간』처럼 잘 나와 준다면 바랄 게 없을 텐데 말이야.”
“편성 확정됐어요?”
“8월 말, 월화로 편성됐다. 촬영은 순조로운데, 연출이 조금 아쉬워서 고생 중이야. 덕분에 제작진만 죽어나고 있는 실정이지.”
JM액터스에서 자체 제작하는 드라마인 『너를 부르다』의 편성이 8월 말로 확정됐다. 김진모의 브라운관 데뷔가 마침내 가시권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최고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려나?’
회귀 전과 지금, 『너를 부르다』에는 큰 변화가 없다. 제작도 순조롭고, 편성 시점과 방영 요일 또한 안시현이 기억하는 바와 다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변한 게 있다면 바로 김진모의 연기력이다.
안시현은 김진모의, 김진모는 안시현의 장점을 흡수했다. 배우로서의 성장을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부분을 배웠다.
기존의 스타일에, 상황에 따라 메소드를 섞게 된 김진모의 연기는 과연 어떤 결과를 맞이할까?
안시현은 『너와 나의 시간』의 흥행만큼이나 김진모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