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68)
169화 스카웃 (2)
김미소는 상대의 제안에 미소를 유지했다.
“제 권한 밖이네요.”
“김 부사장이 인사권을 쥐고 계신 걸 압니다.”
“와전된 거예요. 홍세희 씨 정도면 제게 인사권이 없죠.”
인턴 용병 모집하는 것도 아니고, 무려 SS급이 되어버린 용병이다. 그런 그녀를 부사장 권한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딱히 까다로울 것 같지는 않지만.’
박수호의 성격을 생각하면 거부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덥석 입사를 허락하기에는 일말의 불안감도 있다.
‘거부하실 수도 있어.’
다른 무리의 일원을 빼오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정확히 말해 이미 소속이 있는 자들을 스카웃하는 데 인색하다.
장순필도, 일본의 여럿 각성자들도 끈 떨어진 연이 된 것을 주워왔을 뿐이다.
상대가 거부하면 쉽게 외면하는 게 박수호다.
‘이건 확실히 내 권한을 넘지.’
당사자는 수호 길드로 오고자 하고, 그녀의 길드는 보내주지 않으려 한다. 서로 의견이 상충하니 수호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자신이 그것을 무시하고 먼저 승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온다!’
‘보스 잡았다.’
밖에서 술렁이는 소리에 김미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고결정권자께서 나오시나 보네요.”
“김 부사장이 잘 설득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말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김미소의 능청에 KH 길드 사장은 한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애써 웃었다.
“수호 길드의 용병 전력은 이미 화려하지 않습니까? 이번엔 장기말 대신 다른 걸 받으시지요.”
김미소는 그저 미소지었다.
홍세희를 받든 안 받든 이득이다.
그녀를 받아들이면 용병 전력이 강화되고, 거절하면 KH 길드에서 내놓기로 한 보상 또한 확실히 군침 돌 만한 것들이다.
“나가 보실까요?”
“그러시죠.”
컨테이너 사무실을 나서 보니 사람들의 이목이 모조리 던전으로 쏠려 있다.
포탈은 확실히 색이 변해 있었다.
보스를 처치해 지구로 나오는 출구 포탈이 생성되었다는 징후.
곧 나오신다.
그녀의 군주가.
김미소의 시선이 포탈에 머무르다가 최수영으로 향했다. 그러다 그녀의 옆에 있는 홍세희를 보고 슬쩍 미소 지었다.
‘성격 급한 아가씨네.’
철벽녀 홍세희.
예쁜 외모와 대한민국 몇 안 되는 S급 각성자.
뭔가 불편한 표정의 그녀는 이쪽으로 다가오다 말고, 포탈에서 사람이 나오자 못이라도 박힌 듯 그 자리에 멈췄다.
“후, 맑은 공기.”
서민수를 시작으로 사람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이숙자와 장순필, 당진철과 박건우, 장취아.
그리고 박수호.
“음? 뭐 이리 많아?”
파파파파팟!
이때만을 기다렸던 카메라 셔터가 미친 듯이 일을 시작했고, 그 눈부심이 수호의 미간을 찌푸려지게 했다.
눈치 빠른 김미소와 대기 중이던 지원부 스텝들이 그들을 경호하듯 감쌌다.
“물러서십시오.”
“방금 공략 마치고 나온 참입니다. 물러서세요.”
“질문 안 받습니다.”
아귀처럼 달려드는 기자들을 보며 김미소가 상황을 정리했다.
“궁금하신 게 많으실 걸로 압니다. 서울시를 위협하는 던전에 맞서, 용감하게 선발 공략을 마치고 돌아온 영웅들입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김미소의 크지 않은 말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저들이 자신의 말에 공감해서 저러는 게 아니다.
“1시간 뒤 공식 기자회견을 진행하겠습니다. 지금은 그저 전장에서 돌아온 영웅들을 박수로 환호해 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 짝짝!
“수고했어요!”
“고맙수다!”
“박수호 머시따!”
저마다 소리치고 환호하는 사람들을 일별하고 사무실로 안내되던 박수호는 홍세희를 발견했다.
“응? 네가 왜 여기 있어?”
“오, 오빠.”
홍세희는 그 한마디를 하곤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에 KH 길드 사장이 대경실색하고 부리나케 접근했다.
‘시발, 진짜…….’
스카웃 몸값을 높이기 위한 수작?
젠장, 완전히 잘못 짚었다.
철벽녀 홍세희가 박수호에게 단단히 홀렸구나.
“저기, 박 사장. 이야기 좀 합시다.”
수호는 자신의 어깨를 짚는 중년 남자를 빤히 보았다.
“넌 누군데 날 만져?”
아무런 살기도 느껴지지 않아 두었지, 아니었으면 손모가지가 꺾였을 거다.
“아차차, 미안합니다. 전 KH 길드 사장입니다. 여기 홍세희 씨가 속해 있는 용병 길드죠.”
“그래서요?”
“보는 눈도 많으니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하시죠.”
주변 기자들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여길 쳐다보고 있었다. 귀를 쫑긋거리는 모습들이 하나같이 똑같아 실소가 나오는 모습이다.
“가긴 어딜 가요? 저 KH 길드 나왔어요. 오빠, 저 받아주세요.”
홍세희의 말에 기자들이 웅성거렸다.
“특종이다.”
“화면 따!”
“조용 좀 합시다.”
혹시 수호가 자리라도 옮길까 봐 기자들이 숨 죽이며 눈과 귀만 열었다.
“뭐야? 갑자기.”
“갑자기라뇨. 계약 종료하면 간다고 했잖아요.”
“어허, 홍세희 씨. 저희 계약 아직 끝난 거 아닙니다.”
“구질구질하게 왜 이래요? 저는 할 만큼 했어요.”
“구질구질하다니. 아직 홍세희 씨 소속은 KH 길드입니다.”
“책상에 사표 뒀어요.”
이 과장 이 새끼, 보고 누락이군.
사장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아직 사직서 결제 전입니다.”
“유치하게 왜 이러세요?”
“잠깐.”
수호는 아웅다웅하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화를 참지 못한 홍세희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화나고, 짜증나서 눈물이 난다.
‘이런 못난 모습을 보이다니.’
계약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나타나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미안해요. 수호 길드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는데.”
설마 대기업인 KH에서 이리 나올 줄이야.
누구보다 세상 이목을 신경 쓰는 그들이기에, 그 정도 했으면 잡지 않을 줄 알았다. 체면 깎이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을 잡으려 할 줄은 몰랐다.
“나오고 싶은데 쟤가 막아?”
체면 따위 신경 쓰지 않기로는 세계 챔피언이라도 할 수준의 박수호가 물었다.
“네.”
“가자.”
“네.”
너무 싱거운 승낙에 홍세희는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다.
뭔가 멋지게 등장해서 고백하고 싶었는데, 전 남친이 나타나 다 망쳐버린 것 같은 분위기.
“이봐요. 박 사장! 이거 용병이적법 위반입니다.”
“그게 뭐예요?”
“아니, 그 기본적인…….”
“아, 됐고.”
박수호는 손을 들었다.
무리에서 나가고 싶다는 개인을 억지로 붙잡아두는 건 또 무슨 심보인가 싶었다.
“미소.”
“네, 사장님.”
“홍세희, 우리 길드 오는 데 문제 있어?”
“없습니다.”
있어도 없게 만들 거다.
“이봐요. 김 부사장!”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왜 알아먹질 못하나?
KH 길드 사장이 노발대발하든 말든 수호는 홍세희를 붙잡고 자리를 옮겼다.
“그럼 간다.”
“네, 사장님.”
지원부 스텝의 안내에 따라 간이 컨테이너로 들어갔다.
“워매, 뭔 기자양반들이 글케 모였다냐?”
“할머니, 우리가 간 던전이 중요한 던전이라서 그래요.”
“어이구, 우리 건우 똑디다 똑띠야. 맹 소새끼들만 나오더만, 글케 험한 데였냐?”
“네.”
직접 사냥에 가담하지 않은 이숙자다.
그럼에도 그녀의 레벨은…….
레벨 51 – A
요리사
독극물제조, 연단술, 보양식
동분서주하며 침술을 날린 단진철의 활약으로 폭렙을 했다.
레벨 48 – B
천검야장
레벨 42 – B
살객
레벨 44 – B
검객
부지런히 소 모가지를 따고 다닌 세 사람도 어마하게 레벨업을 했다.
거기에 건우를 ‘무인’으로 정의하던 시스템이 이번 던전을 거치며 ‘살객’으로 정정했다.
기존에 있던 ‘침묵’ 스킬은 ‘은신’으로 변했고, 자잘하게 몇 가지가 더 변했다.
장취아의 정의 또한 ‘수행자’에서 ‘검객’으로 변했다.
‘명명법이 변한다.’
직업이라고 해야 할까?
‘유튜버’로 명명된 한동수의 경우처럼 그 사람을 가장 잘 나타내는 정의법이 상황에 따라, 성장에 따라 변하는 걸 확인했다.
이번 던전행에서 얻은 게 결코 적지 않았다.
수호 또한 60레벨을 돌파해, 두 가지 드루이드 스킬을 해금했으니까.
레벨 62 – S
스페셜리스트
스킬 – 지형탐색, 영상기억, 이도류
가장 많은 성장을 한 것은 다름 아닌 서민수.
척후 임무에, 전력분석, 호위, 돌격, 백병전 등에 두루두루 능하게 된 서민수는 스페셜리스트로 변했다.
군인이었다가 포탈관리과, 지원부서를 지나 다시 용병이 된 그에게 딱 걸맞은 직업적 정의다.
수호에게는 그저 두루두루 잡무에 능한 부하 하나지만.
지금도 서민수는 사무실 한편에서 그리 길지 않은 공략영상을 디지털 기기로 볼 수 있도록 추출하고 있었다.
“사장님. 이거 그대로 전해줍니까?”
“그냥 줘.”
“넵.”
서민수는 이 영상이 던전 공략을 준비 중인 다른 용병들에게 딱히 도움이 될까 싶었지만, 그라고 달리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알아서 분석하겠지.’
그때 문이 열리며 겨우 기자들 사이를 돌파한 수호 길드 용병들이 들어왔다.
“건우야!”
“아빠!”
오늘 내내 얼굴이 어두웠던 박준호의 표정이 드디어 풀렸다. 형을 한번 노려본 뒤 건우를 붙잡고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살폈다.
“거기가 어디라고 따라가고 그랬어!”
“삼촌하고 같이 가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래도! 얼마나 위험한데. 괜히 방해만 되지 말고, 절대 따라나서지 마.”
“그래서 간 거예요.”
“응?”
“저도 짐은 안 돼야죠.”
지금도 수호는 늘 박건우를 지키기 위해 SSS급 이상의 야수들을 보디가드로 붙여주곤 한다.
건우에겐 그것이 은근히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모양.
수호가 건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주 기특해.”
“형.”
“왜 임마. 너보다 백배는 낫구만.”
“아직 애잖아.”
“그래. 애로 죽게 둘 순 없지.”
생존하고 크려면 강해져야 하고 말이다.
“미쳤어?”
“세상이 미쳤는데 넌 제정신이냐?”
“…….”
대꾸하지 못하는 동생을 보며 씩 웃었다.
“네 걱정부터 해.”
“…….”
박준호에게서 시작된 수호의 시선이 우르르 몰려 들어온 길드원들을 훑었다.
한동수, 명진, 장재식, 최수영 등등…….
“10분 뒤에 들어갈 준비해, 다들.”
끝에 시선이 홍세희에게 닿았다.
“넌 길드 나오고 싶어서 부탁한 거야? 아니면 내 밑으로 진짜 들어오고 싶었던 거야?”
“당연히 수호 길드에 들어오고 싶은 거죠!”
“좋아. 너도 들어간다.”
“네!”
홍세희는 단번에 승낙했다.
박수호와 함께하는데 그곳이 7성 던전이면 어떻고, 지옥이면 어떠하리.
“어? 형님, 기자회견은요?”
“미소가 하면 돼.”
“어, 으음.”
동수는 재빨리 밖으로 나가 김미소에게 사실을 알렸고, KH 길드 사장과 한창 이야기하던 김미소가 부리나케 달려 들어왔다.
“곧 다시 가세요?”
“기다려서 뭐해.”
“공략영상은요?”
“백업 끝났습니다.”
대답은 구석에 있던 서민수에게서 나왔다.
“나 없어도 되지?”
김미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은 하고 싶은 것 하세요. 이런 일처리를 위해 저희가 있는 것 아니겠어요?”
“좋아. 수고해.”
“어이쿠, 나는 쉴란다.”
이숙자가 빠지려 하자 당진철이 당장 따라나섰다.
“나 엄마 따라간다.”
“누가 엄마야, 이눔아!”
“할매 따라간다.”
이숙자는 너무 많은 등급 업으로 머릿속을 헤매는 수많은 지식에 두통을 겪고 있었다. 소화시키기에 너무 방대한 지식이라 부작용을 겪는 거다.
“좋아. 둘 다 가.”
수호는 이숙자와 당진철이 빠진 일행을 모조리 이끌고 다시 컨테이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곧장 던전으로 들어가 버렸다.
수호 길드 비서실장 이소진이 걱정스런 눈으로 김미소를 보았다.
“대, 대통령님 곧 도착하시는데 어쩌죠?”
“어쩌겠어. 우리가 맞아야지.”
군주께서 손수 저리 전장을 전전하는데, 내정 정도야 이 손으로 맡아야 하지 않겠는가?
김미소가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른세수를 하고는 그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