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14)
315화 재수생
“이 틈에 빨리 철수합시다.”
후왕의 독가스 공격에 적의 전열이 무너졌다곤 하지만 일부분일 뿐이다.
두꺼비 군주의 능력을 이어받았지만 그 효과는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위력이 줄었다.
후왕의 레벨이 낮기도 했고, 독가스 장전 시간이 짧기도 했다.
어쨌든 적의 돌격을 잠시 늦추는 정도에 그쳤고, 아직도 수만의 몬스터 군단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다.
더 위협적인 것은 저 몬스터 군단에 최소 일곱 이상의 군주 몬스터가 함께한다는 것.
지금 괜히 그들과 싸울 필요가 없다.
구심점이 되어 줄 두꺼비 군주가 사라졌다.
운이 좋으면 지금 한자리에 모인 군주 몬스터들은 각자의 세력을 가지고 상잔을 벌일 수도 있다.
괜히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없다.
위이이이잉.
다섯 개 공격대가 서둘러 물러나며 드론을 띄웠다.
하지만 그들이 대치중이던 군주 몬스터가 다섯.
쉽게 도망치도록 놓아줄 리 만무했고, 누군가는 남아서 저지해야 했다.
그 역할을 별동대가 맡았다.
“크허어엉!”
“쿠어!”
군주 몬스터에 버금가는 맹수들이 사방으로 날뛰었다.
슈우우우우, 콰아앙.
현대의 각성자 중에서도 마법사라 불릴 정도의 스킬을 가진 자들이 꽤 있었다.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하는 드론에서 저마다 불덩어리와 얼음창 같은 것들이 날아가 몬스터들을 공격했다.
“자, 우리도 빨리…….”
쓰러진 두꺼비 군주의 등 위에 착륙 시켜놓은 수송 드론만 가져오면 된다.
서둘러 달리던 동수가 두꺼비의 다리를 등산하듯 차고 올랐다.
날쌘 모습이 꼭 무림인의 경공을 보는 듯 경쾌하고 빨랐다.
하지만 거대한 빌딩 같은 다리를 밟고 몸통에 올랐을 때, 동수는 휘청하며 허공을 밟고 말았다.
“어엇?”
두꺼비 군주의 몸이 사라져 버리며 허공에 붕 뜬 동수가 떨어져 내렸다.
휘리릭. 탁.
거의 아파트 20층 높이지만 적절히 낙법하며 크게 다치지 않은 동수는, 뒤이어 들려온 소리에 표정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쿠우웅.
몸통 위에 착지해있던 수송 드론이 바닥에 뒹굴었다.
“와아……”
제발 무사해라.
저릿한 다리도 무시하고 달려가 수송 드론을 살핀 동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좆됐다.’
어지간한 충격은 버티는 몸체다.
제발 무사하길 바라며…… 아니, 작동하기만을 바라며 달려가 조종석에 앉았지만 곧 좌절하고 말았다.
키기기기깅!
프로펠러가 망가졌는지 기괴한 소리를 내며 불안정하게 돌았다.
“시발.”
이걸 고쳐서 날아가느냐, 아니면 당장에 도망치느냐.
선택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니까.
“좆 됐어요. 얼른 비룡에 다 타요!”
별동대의 인원들은 얼추 와이번의 등에 탈 만했다.
덩치 큰 야수들이야 올라타지 못하고 뛰어야겠지만, 별수 없다.
타타탓!
모두가 달려가 비룡의 등에 올라탔다.
후우우웅, 후우우우웅!
거대한 날갯짓과 함께 천천히 떠오르자 야수들도 달리기 시작했다.
“와, 저 큰 게 갑자기 사라질 줄이야.”
백사가 회귀한 이후 처음 있는 신급 군주의 사냥이다.
사냥 후 거대 군주는 사라진다는 걸 아는 존재는 오로지 백사가 유일하다.
심지어 이성우도 모른다.
그는 50번의 회귀 중에도 늘 두꺼비 군주 사냥에 실패했으니까.
‘저걸 말 안 했군.’
신급 군주의 시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검은 포탈이 생성되는지 지켜봐야 하는데…….
백사도, 다른 야수들도 많이 지쳤다. 괜히 어영부영하다가 포위되어 곤란한 상황에 처하기 싫었다.
남쪽으로 가 평양까지만 후퇴하면 된다.
장벽을 저지선으로 공성을 해도 되고, 진격해오는 몬스터 무리를 향해 화력무기를 쏟아부어도 된다.
그 이전에 군주 몬스터들끼리 난립해 싸워줘도 좋고 말이다.
군주 몬스터는 저마다의 영역을 구축하려 든다.
압록강 너머 좁은 한반도 땅에 최소 열둘 이상의 군주 몬스터들이 덩그러니 놓인 격이니, 필시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세력 싸움에 쫓겨 남하하는 군주 무리만 상대하면 된다.
이후에 각자 영역을 구축하고 적당한 거리로 벌어졌을 때 각개격파로 사냥하면 된다.
후우우웅, 후우우웅.
비룡이 가장 먼저 날아 평양에 도착해 상황을 알렸다.
*
한국발 뉴스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박수호의 두문불출 이후 수호 길드에 대한 악의적 비판과, 박수호 개인 안위에 대한 여러 가지 찌라시들이 난무하던 상황이었는데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수호 길드는 대외적으로 밝히길, 박수호 사장이 모종의 차원에 가서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간에서는 부상설, 사망설 등의 여러 추측이 난무하지만 이는 부질없는 망상에 불과하다.
테이머와 사역마의 관계에 대해서는 모두가 알고 있다.
테이머 사망시 그 사역마들은 어찌 되던가?
모두 야생의 몬스터로 돌아갈 뿐이다.
지금 수호 길드를 보라.
여전히 통제중인 수백의 야수들이 박수호 사장의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거기에 이번에 활약한 야수들의 강력함은 여느 군주 몬스터에 비견하여 전혀 밀리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에 다시없는 행운이고…….
어느 기자의 긴 칼럼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맞네. 박 사장 살아있으니까 사역마들이 저대로지.
-어, 근데 솔까 부상당했을 수도 있지 않냐?
-아닌 듯. 질병이 사라진 세상인데, 부상? 수호 길드에 유명한 치료사 있지 않음?
-그 대구 출신 성녀?
-수호 길드가 뭐가 아쉬워서 거짓 발표함? 내 생각에 아루카 행성에 가 있는 듯.
-거기서 뭐함
-모르지.
-여긴 성지가 됩니다.
박수호 사장은 차원던전 억제기 연구를 위해 아루카 행성에 가 있습니다. 수호시티는 이미 던전이 생성되지 않는 안정된 지역입니다.
-뇌피셜 오졌구요.
-수호시티 관광 간 삼촌한테 들은 것 같은데. 진짜 던전 못 봤다 함.
-내부에서 다 소멸하겠지. 수호 길드 전력이 얼만데.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칼럼의 의견으로도 박수호 사장의 현재 거취에 대한 의문을 해소시키지는 못했다.
다만 부상설, 잠적설, 사망설 등의 추측 난무에서 ‘어디서 무얼 한다더라.’ 하는 카더라로 바뀌었을 뿐.
그 누구도 박수호가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크헝!”
거대한 회색 늑대.
두치가 날아올랐다.
콰직!
검은 쿠로가 민첩하게 피해내며 발차기를 날렸다.
하나를 상대하면 자연스럽게 하나에게 기회가 간다.
뿌꾸가 다리를 노렸고, 날카로운 이빨이 박혀들어가 물고늘어졌다.
쾅, 쾅!
수호가 주먹을 연달아 먹였으나 검은 쿠로는 고통을 감내해내며 다시 반격해왔다.
주도권을 잡지 못한 의미없는 공방이 이어졌다.
“얘들은 뭐 하는 거야.”
숭배 : 1852
아주 조금 오른 수치.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대 야수들과 변신해 파워업하는 게 가장 이상적.
스킬을 배우기까지 숭배 스탯이 아직 모자란다.
수호는 싸우는 와중에 다시 스킬을 활성화했다.
“누구 있냐?”
시야 한쪽이 희끗해지며 세계수 근처의 한정된 지역이 보였다.
그 정도 시야에 다행히 사람 하나가 들어왔다.
“어, 미소야. 엘프들 어디 갔냐?”
“왜 이렇게 늦어?”
“빨리 빨리 신도 좀 늘려 봐.”
“길게 설명할 시간이…….”
콰쾅!
수호는 검은 쿠로와 몇 번 더 공방을 주고받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내 존재를 각인시켜. 그게 내게 힘이 된다.”
“사냥?”
지금 야수 전력은 대부분이 수호시티를 방호하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내려진 기본 명령.
“좋아. 몬스터면 뭐든 좋으니까 사냥해.”
“그래. 이따가…….”
파팟.
한쪽 시야를 흐릿하게 했던 세계수 주변의 모습들이 사라졌다.
신목의 소리 스킬은 사용시간이 짧다.
이래서 신들이 이야기할 때 함축적으로 하나?
아무튼 수호는 김미소를 믿고 숭배스탯이 오르기만 기다렸다.
*“크르르.”
야수들이 저마다 기세를 피워올렸다.
세계수 근처에 있던 늑대들, 몇 마리의 원숭이들이 이빨을 보이며 소리쳤다.
“가요! 북으로 가요!”
김미소는 짧은 순간 최고의 판단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신이 되어버린 수호의 야수들.
실제로 신성력을 지녀, 실체 없는 뱀파이어들에게도 물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신의 사자들이다.
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까?
‘구원.’
지금 당장 위기에 처한 곳이 어디일까?
수만 명의 사람들이 혹시 몰라 개성으로 피난중인 북쪽이다.
지금 당장 야수들이 서울로 가서 몬스터를 쫓아봐야 뉴스거리에나 나오지, 수호의 영향력에 무슨 이점이 있을까.
“크허어엉!”
김미소의 말을 알아들었을까?
야수들이 숲을 내달려 북문을 통과했다.
“무어어어어!”
외성의 들판에 놀던 삼각뿔소 무리도 갑자기 북쪽으로 향했다.
수호의 시야는 세계수가 가지를 뻗은 정도의 한정된 공간을 보이지만, 그의 의지는 세계수의 영향력만큼이나 넓다.
수호시티에 있는 모든 야수들이 수호의 의지를 전달받았다.
물에 사는 상어 떼와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 남은 몇몇의 야수를 제외하고 모조리 북쪽으로 내달렸다.
“가! 모조리 쓸어버려.”
김미소는 서둘러 부사장실로 복귀해 명령을 전했다.
“3, 4, 5공격대. 당장 길드 복귀하라 하세요.”
“네? 사냥이 아니라요?”
신급 군주인 두꺼비는 해치웠지만 여전히 한반도에 갑자기 들어온 많은 군주 몬스터가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니 우선 평양 방어부터 하고, 이후에 하나씩 사냥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사냥팀 보냈으니 당장 복귀부터 하라 그래.”
“네, 부사장님.”
시티에 남은 야수들은 고작 수십에 불과하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시티가 외부 공격에 노출되면 곤란했다.
이성우 같은 불한당이 다시 오면 막을 길이 없었다.
*“시발! 시바아아알!”
왔다.
드디어 왔다.
너무 감격스러워 욕이 나왔다.
구천 행성.
마몬족 구역에서 증명의 비석을 보는 이성우의 눈은 감격에 겨워 있었다.
제대로 된 회귀를 하려면 증명의 비석 중에서도 각 진영에 하나씩 있는 역사의 눈을 통해야 한다.
그것만이 역사에 접근할 수 있고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역사는 개뿔.”
백업 데이터지.
이성우에게는 세이브 포인트일 뿐이다.
언제든 되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여기까지 키운 게 아깝고, 다시 돌아가 또 그 노가다를 할 생각을 하면 슬프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늘 선택은 회귀다.
이대로 끝내기보단 다시 시작하는게 백번 낫다.
역사의 눈은 가장 보호받는 심처에 있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지금 마몬족 왕의 거처는 공사판이나 다름없었다.
‘무도한 새끼.’
박수호가 휘젓고 갔는지 성 자체가 무너졌고, 마몬족 왕도 죽었는지 이성우의 기억과 다른 놈이 마몬족 왕을 자처하고 있었다.
마몬비족의 외형으로 잠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제는 발각되지 않고 더 접근하기 어렵지만, 상관없다.
아주 짧은 순간의 접촉이면 된다.
이성우는 호기롭게 날아가 역사의 증명에 손을 댔고, 회귀했다.
나 혼자 회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