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27)
328화 주변국 (2)
수호는 빠르게 치솟는 숭배 스탯 덕에 잠금해제된 스킬을 보고 반색했다.
신계의 신수를 길들일 수 있다.
단, 해당 신수보다 숭배 스탯이 높아야 한다.
힘을 나누어 사제를 임명한다.
기쁨은 잠시.
“아오, 당장 신수가 어딨어.”
둘 다 쓸모없는 스킬이다.
[곤란한 일이 있나 보지?]“아오, 몰라도 돼.”
지금도 숭배 스탯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신도 좀 늘리라고 했더니만, 알아서 영향력이 잘 확대되고 있는 모양이다.
엘프들이 고생하고 있나?
아무튼 수호는 다음 해금될 스킬을 노렸다.
‘뭐 도움 되는 거 있겠지.’
지금 추세로 가면 다음 해금될 스킬까지도 스탯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제는 그 시간 동안 저 무지막지한 놈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좀 들러붙지 마!”
[발버둥쳐 봐야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놈의 확정적인 말에 짜증이 났으나 어찌할 도리가 없다.
지금은 수호보다 블랙맨이 더 강했으니까.
‘내 무덤이라고 너무 섣불리 건드렸어.’
너무 자만했다.
감히 과거의 삶 중에 현생보다 강력하던 때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나보다 더 강한 저 녀석은 왜 문명의 구조에 실패했을까?
저놈을 이겨 기억을 흡수하면 다 알 수 있겠지만, 궁금증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너도 침식 때문에 실패했냐?”
[침식?]“모르냐?”
[혀가 길구나.]슈아아악, 파악!
“아, 새끼. 말 좀 하자. 자꾸 패지 말고.”
수호는 블랙맨의 공격을 겨우 피해냈다.
반격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모든 집중력을 회피에만 쏟고 있기에 겨우 피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심지어 두치와 변신까지 한 상태인데도 이렇다.
‘변신2 정도만 나와 줬어도 좋았을 텐데.’
고대야수 하나와 힘을 합쳐서는 겨우 패배를 면할 정도다.
암울한 것은 저놈이 아직 진심으로 싸우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
[침식이 무엇인지 모른다. 허나, 신계의 미래가 없다는 것 정도는 알지.]저 봐.
대화를 받아주는 이유가 무엇이겠나? 그냥 노는 거다, 저놈은.
날 상대로.
뭐, 분하거나 그렇진 않다.
내가 저놈보다 약하니까.
센 놈이 놀아 주니까 감지덕지지.
숨차 죽겠네.
“너, 신계인 건 어찌 알았냐?”
수호는 눈뜬 행성이 그저 달이 두 개인 타차원의 행성 정도로 생각했다.
[미래의 나는 약하고, 무지하기까지 하구나.]아니, 새끼 모를 수도 있지.
“너 그럼, 침식 일어나기 전에 지구 완전 망했냐?”
[지구?]블랙맨은 장난삼아 뻗어오던 주먹도 멈추고 우두커니 섰다.
[지구. 그래…….]블랙맨의 붉은 안광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운 이름이군.]“…….”
수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놈, 진짜 지구 못 가 본 건가?
“붉은 포탈 안 열렸냐?”
[열렸지.]“그거 안 탔어?”
[탔지.]“지구로 안 가?”
[미드얼 행성과 이어지는 포탈을 말함이 아닌가?]“…….”
수호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놈 이거, 지구로 간 게 아니라 미드얼 행성으로 갔구나.
오크들과 드래곤들이 점령한 그 행성을 말하는 건가.
“하긴…….”
신계에서의 죽음은 삶의 반복이 아니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죽는 그 순간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계속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그저 새 삶을 영위하는 것뿐이다.
저놈이 살았던 과거는 한참 전의 일이니…….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앞에 지구로 향하는 붉은 포탈이 생겨난 것도 천운이 아니었나 싶다.
‘포탈은 왜 생기는 거지?’
신계에 생겨난 포탈.
그것의 발생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기에는 상대가 영 좋지 못했다.
[놀아줄 만큼 놀아줬다.]“어차피 관짝에 있는 거, 더 놀아줘도 되잖아?”
[희망 없는 신계에 아등바등할 필요 없다. 네놈도 편히 쉬게 해 주리라.]“야, 잠깐만.”
쇄애애액, 퍽!
두치와 변신한 수호는 겨우 몸을 틀어 주먹을 피해냈다.
“끄읍.”
하지만 공격 궤도를 바꾼 주먹에 옆구리를 맞고 뒤로 튕겨져 나갔다.
콰직!
본능적으로 머리를 틀어 발길질을 피해냈다.
“와, 놔! 뚝배기 깨질 뻔했네.”
터텁!
수호가 주먹질을 막아내며 뒤로 연신 물러났다.
“너 이 새끼, 몇 살이나 먹었냐?”
대체 어떤 삶을 살면 이렇게 무지막지해지는 걸까?
“와, 장수했네.”
오래 살기만 한 게 아니다.
수호는 오백 살 정도까지만 나이세다가, 뒤로는 그냥 세지도 않았다.
막연히 천 살 정도 살았을 거라 생각할 뿐.
그런데 이놈은 오천까지 셌구나.
끈질긴 놈.
퍼억!
수호는 스치는 주먹에 머리를 홱 돌렸다. 그래야 최대한 충격이라도 흘리니까.
“야, 좀 살살 해주라!”
[미래의 나는 방정맞은 놈이군.]“와, 너나 나나.”
어차피 누워서 침 뱉기다.
‘이러다 진짜 뒈지겠다.’
야수 변신으로 최대의 전력을 끌어올려도 피하기 급급하다.
반격이라도 가할라 치면 카운터를 맞기 일쑤다.
온통 검은색 일색인 이 공간에서 조화마법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제발 빨리 좀 차라.’
이러다가 새로운 스킬 해금되는 것보다 먼저 죽을 판이다.
이번에 해금된 스킬은 전투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으나, 차오르는 숭배 스탯을 가속화할 수단 정도는 되었다.
신수 길들이기는 아예 무소용이고, 사제 임명은 충분히 신도 모집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수호는 업적상점에서 두 개의 스킬 모두를 배웠다.
그리고 바로 실행했다.
‘사제 임명.’
대사제 1인 – 조화력과 야성 일부를 깨우친다. 잠깐의 의사소통도 가능해진다.
사제 2인 – 아주 일부의 조화력을 쓸 수 있다.
기사 2인 – 아주 일부의 야성을 깨우칠 수 있다.
‘와, 바쁜데 복잡하구나.’
수호는 블랙맨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연신 곁눈질로 스킬창을 살폈다.
숭배 스탯의 상승에 따라 임명할 수 있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같았다.
안구가 뻑뻑해질 때쯤 임명 항목을 찾았다.
1. 장순필
2. 김미소
3. 홍세희
4. 최수영
5. 서민수
……
11. 한동수
……
17. 명진
……
31. 박준호
……
77. 당진철
……
수호는 빠르게 목록을 훑었다.
아마도 이건 믿음 수치대로 나열한 건가?
추종자 순위니 아마도 신앙심과도 연관 있겠지.
‘준호 이 새끼.’
친동생이란 놈이 형을 이렇게 못 믿어?
자신을 가장 열렬히 추종하는 장순필이야 그렇다 치고, 김미소도 사심 없이 자신을 따르는 듯했다.
확실히 능력 있는 여자다.
야망이 있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모두 자신을 위해서 발휘한 듯한 순위.
수호는 고민 없이 사제를 임명했다.
대사제 – 김미소
사제 – 장순필, 최수영
기사 – 홍세희, 서민수
의사소통을 생각하면 김미소가 대사제가 되는 게 맞겠지.
수호는 대사제를 임명함과 동시에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 긴 소통은 어렵다.
‘이렇게 하는 거구나.’
겨우 한 구절 정도 뜻을 정하는 게 전부.
수호는 함축적인 지시를 내렸다.
아니, 신탁을 내렸다.
‘신도 모집 존나 빨리.’
나 죽기 전에 스탯 좀 올려주라.
5000년도 더 살았을 과거의 내가 버겁기만 하다.
*“후, 됐어.”
애초에 계획했던 세계정부의 출범까지는 아니지만 분열되었던 한반도 도시들의 결속은 이끌어냈다.
아직은 결속 단계보다는 그저 의사소통 단계라고 봐야겠지만.
언제든 위기 앞에 깨어질 수도 있는 연방의 출현이지만, 신급 군주 출몰이라는 위기요소가 존재하는 한 수호 길드의 그늘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이다.
현재로서 신급 군주를 사냥한 유일한 단체가 수호 길드니까.
그것도 수호가 남기고 간 유산이랄 수 있는 야수들의 힘.
‘어디서 무얼 하시는지.’
감사하면서도 섭섭했다.
왜 그리 말없이 떠나갔는지.
분명 인류를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김미소는 잠깐 창밖을 보았다.
서쪽으로 쭉 뻗은 숲.
그리고 거대한 세계수.
오늘도 가서 세계수에 대고 한번 불러볼까?
멍하니 보고 있던 김미소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아…….”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친다.
‘이, 이건…….’
분명 그의 힘이다.
아니, 그분의 능력이다.
김미소가 본능에 이끌리듯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이 향한 화분에 있던 난이 빠르게 솟구치듯 자라났다.
콰직!
금방 키를 키워 천장을 뚫어낸 난을 보며 김미소가 화들짝 놀라 손을 거뒀다.
“무, 무슨 일이세요?”
밖에 대기 중이던 비서실 직원들이 달려들어왔다가, 갑자기 자란 화분의 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사장님 오셨어요?”
“아, 아니.”
반사적으로 대답한 김미소가 머릿속을 울리는 메아리에 고개를 흔들었다.
“맞아. 오셨어.”
그분의 목소리가 메아리친다.
“소진아. 클랜 모집한 거 서두르자.”
생각 같아서는 당장 수호시티의 시민들까지 늘리고 싶었지만 순서란 게 있었다.
그분의 힘과 위엄을 보이고 그분에 대한 믿음을 키우리라.
조금 다급해 보이는 그 목소리가 걱정되어 김미소가 서둘렀다.
신도 모집엔 신의 기적을 보이는 게 우선이지.
“클랜 이주도 서두르고, 추가 용병도 모집하자.”
한껏 상기된 얼굴의 김미소가 지시하는데, 비서실장이 새로운 소식을 전해왔다.
“이거, 보고 안 하려고 했는데 워낙 끈질기게 연락이 와서요.”
“뭔데?”
“일본에서 연방 가입을 원하고 있어요.”
“거긴 안 돼.”
“역시 그렇죠?”
“걔들은 함께해도 믿음이 없지.”
연방이란 이름아래 모인다고 그들이 수호를 숭배하며 감사해할까?
절대 믿음이 없을 놈들이다.
“역시, 얘들은 신뢰관계가 좀 그렇죠?”
“보고도 하지 마.”
“네.”
이소진은 일본 쪽 요청은 무시하기로 하면서도, 새로운 소식은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방 가입은 아니지만 상호동맹체결에 대해 문의하는 국가가 많아요.”
“아직 여력이 안 되는데.”
수호가 부재중이 아니었다면 거리낌 없이 세계정부 출범을 준비했을 것이다.
세계정부에 가입하는 모든 도시들이 수호 길드가 비호한다.
적어도 신급 군주와 그 아래 군주급 몬스터들의 공격으로부터 말이다.
하지만 수호가 부재중인 이때에 그 많은 도시들을 케어하기엔 힘든 점이 많았다.
“역시, 그렇죠?”
이소진의 말에 김미소가 다급히 손을 들었다.
“잠깐, 잠깐만.”
여력이 되지 않긴 하지만, 수호 길드의 용병들과 야수들이 출동해 그 도시를 위기에서 구해낸다면?
‘사장님께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거야.’
이게 그분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신도 모집에 꽤 다급해 보이니 말이다.
“연방 가입도 동맹 체결도 어려워. 하지만 요청은 받아.”
“어떤 요청이요?”
“신급 군주나 군주 출현에 애먹는 도시들 있으면 요청하라 그래. 여력이 되면 최대한 지원 간다.”
신의 힘을 내보인다.
그로 하여금 신도를 모집한다.
김미소의 계획에 날개를 달아줄 이들이 찾아왔다.
타타타탁!
급한 마음에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계단으로 뛰어온 홍세희가 한껏 상기된 얼굴로 김미소를 찾았다.
“저, 저, 제가!”
홍세희의 얼굴은 감격 그 자체.
우는 듯 웃는 듯 보이는 그 얼굴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김미소는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너도?”
“헉, 그럼 부사장님도요?”
홍세희의 얼굴에 언뜻 실망감이 스쳤으나 금세 사라졌다.
‘나만을 믿으신 게 아니구나.’
믿음에 대한 화답이 이어졌다.
새로운 힘을 깨쳤고, 그것이 수호의 것임을 알기에 감동했다.
와장창!
그때 계단을 오르기에도 다급해 창을 깨고 들어온 서민수가 유리 파편을 털어내며 말했다.
“제가!”
상기된 얼굴로 외치던 그가 홍세희와 김미소를 보곤 입을 꾹 다물었다.
“아, 저만 그런 건 아닌가 보네요.”
묘한 유대감이 느껴진다.
이건 피를 나눈 형제, 혹은 전장을 구른 전우애 이상의 감정.
신의 뜻과 의지와 힘을 나누어 받은 이들끼리 느끼는 유대감이 말하지 않아도 공유되었다.
“…….”
비서실 직원들만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수호 길드의 용병 팀은 1군 2군으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