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3)
34화 포탈 생성 (2)
차원균열의 위치는 불과 200미터 옆.
‘브릿지? 도어?’
최수영이 바짝 긴장했다.
에너지가 점점 더 크게 느껴지더니, 이제는 차원균열이 시각적으로 보이는 수준이 되었다.
빠지직.
공간이 일그러지며 곧 포털화 할 조짐이다.
‘이렇게 빨리?’
피하고 자시고 할 시간도 없다.
행성과 연결되는 브릿지 포탈이면 제약 없이 양방향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니, 만약 포탈 너머의 외계존재들이 호전적이라면.
이제 여기는 전쟁터로 변한다.
“일단 피하세요!”
다행이라면 시민들의 피해는 없을 거라는 점이다.
최악을 가정해 필드에 머무르고 있었던 데다, 근처 군부대 또한 미사일 타격점을 이곳으로 정하고 대기중이니까.
“그럴 필요 없어. 포탈이다.”
“뭐라구요?”
수호의 말에 최수영의 목소리가 뾰족해졌다.
자신보다 감지능력이 좋아?
“어떻게 확신하죠?”
“내가 타고 온 것하고 느낌이 다르니까.”
“…….”
지금 생겨나고 있는 포탈이 수호로 인해 생긴 게 아니라는 의미.
그저 우연으로 이곳에 생겨났다면 참 공교로운 일이었다.
“포, 포탈화 했습니다.”
감지 11팀은 재빠르게 휴대용 차원에너지 측정기를 설치했고, 관리국에 보고했으며, 추가 지원 요청도 마쳤다.
“가측정. 차원에너지 4280입니다.”
“4성 던전이네.”
포탈로 연결된 차원이 ‘행성’이었다면 차원에너지는 적어도 1억 이상이었을 거다.
4성 던전, 그중에서도 상중하로 나누면 ‘하’급이다.
수호가 씩 웃었다.
“너무 적절한데?”
마침 보금자리도 대충 만들었고, 슬슬 사냥을 나서볼까 하던 참이다. 그의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힘을 되찾으니까.
‘스킬도 효율이 더 좋고 말야.’
스킬은 스탯에 영향을 받아 위력이 달라진다.
만약 레벨이 올라 조화스탯이 지금보다 높았다면, 이만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한 달이나 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급할 건 없지만.’
천 년을 기다렸는데 고작 100일?
그냥 숨만 쉬고 계약 일수를 다 채워도 상관없지만, 이렇게 앞마당에 사냥터가 나타났는데 가만히 놀고 있을 순 없다.
“후, 괜히 쫄았네.”
최수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내심 아쉬워했다.
지금 열린 포탈이 브릿지 포탈이고, 그 너머의 존재들이 이성적이며 평화적이라면, 여긴 전쟁터가 아니라 교류도시로 발전했을 테니까.
숨을 고른 최수영이 상황을 정리했다.
“연락했으니 곧 있으면 포탈관리팀에서 올 거예요.”
그러다 들뜬 수호의 표정을 보곤 그녀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예요, 그 표정은?”
“내 표정이 어떤데?”
“당장이라도 던전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얼굴인데요?”
“오, 엉터린 줄 알았는데 감이 좋네.”
수영이 어깨를 으쓱였다.
“감지 쪽으로는 제가 에이스라니까요.”
방금 생긴 포탈이 수호가 귀환한 던전일 수도 있다.
본인이 아니라고 해도, 관리국 입장에서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
“뭐, 그러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수호 길드로 트럭 3대가 줄줄이 들어왔다.
준호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호리한 남자가 다가왔다.
“포탈관리팀 서민수 대리입니다.”
“박수호요.”
“던전 에너지 측정장비예요. 던전 등급과 공략해야 할 회차를 산출하죠. 어지간한 길드라면 다들 갖추고 있는 장비입니다.”
수호 클랜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길드의 지위를 득하지 않았다. 길드로서 갖춰야 할 공격대 인원은 고작 4명, 장비라곤 픽업트럭 한 대.
그런 주제에 길드 레벨은 5다.
인적, 물적 자원 모두 턱없이 기준에 못 미치지만 상관없다.
이제 사면 되니까.
“저건 얼마죠?”
“저렇게 3대 다 갖추려면 30억쯤 하죠. 최신이거든요. 구형모델을 중고로 구해도 12억은 줘야 합니다.”
서민수가 웃으며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서명하시면 됩니다.”
“음?”
“선물이죠.”
눈을 찡긋하는 서민수를 보며 수호가 마주 웃었다.
“왜 이렇게 막 줘?”
“하하, 요즘 외국에서 접촉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브릿지포탈이 생기지 않아도 대한민국은 절대 박수호 님을 홀대하지 않을 겁니다.”
“아무도 연락 없던데?”
연락은커녕 누굴 만난 적도 없었다.
감시 아닌 감시역으로 협회 직원들이 있으니 잘 알 텐데?
“아, 그게…….”
서민수 대리가 곤란한 얼굴로 힐끗 동수를 봤다.
동수가 수호에게 다가와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형님! 저한테 요즘 메일에 디엠에 난리도 아녜요.”
“네가?”
“예, 형님이 온라인 활동이 없으시니 다 저한테 오더라구요. 안 그래도 후원금 쏠쏠하게 받아놔서, 형님한테 전해줄 메시지가 있는데.”
“하하하.”
서민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계약으로 100일간 수호가 외국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지만, 이후엔 수호의 거취를 강제할 수 없다.
브릿지 포탈을 열 수도 있는 귀환자 박수호로서의 가치는 끝나겠지만, 이레귤러 박수호의 가치 또한 크다.
“한국도 살기 나쁘지 않습니다. 그것만 알아주십사 하는 겁니다.”
“뭐, 알죠.”
수호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고 양도양수계약서에 서명했다.
“역시 호쾌하시군요. 장비는 이제부터 수호 길드 소유지만 관리 인력은 따로 뽑으셔야 합니다. 계약이 70여 일 남았는데, 그때까진 협회에서 관리해드리겠습니다.”
“좋네요.”
사인을 마친 수호가 서민수와 악수하자 동수가 기겁하며 끼어들었다.
“형님, 잠시만 이리로.”
수호를 재빨리 끌어낸 동수가 사람들하고 멀찍이 떨어지자 작게 소곤거렸다.
“형님, 너무 쉽게 결정하시는 거 아녜요?”
“뭐가?”
“전 형님의 뜻이라면 어디든 함께 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응?”
“미국이든 일본이든 대우 좋은 데로 가야죠. 지금 형님 두고 한창 경쟁 치열하지 않습니까? 제게 맡겨만 주시면 최고의 조건을 뽑아내보겠습니다.”
수호가 피식 웃었다.
“부르면 가고, 내치면 쫓겨나야 되냐?”
“예?”
“조건 같은 건 상관없단 말이야. 가고 싶으면 가고, 가기 싫으면 지키면 돼.”
이러면 안 돼는데.
동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우를 못해줘서 한국을 떠나야 해? 아냐, 그냥 편한 데 사는 거야. 다 어울려 살자고 하는 짓 아니냐? 뭘 그리 세상 혼자 살 것처럼 구냐.”
돈.
중요하지만 목멜 필요도 없다.
세상 돈을 다 가진들 혼자 산다면 무슨 소용인가.
혼자는 이제 지겹다.
수호의 말에 동수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어……. 으음. 이미 후원금으로 어마하게 받아버렸는데요. 어쩌죠?”
“얼만데?”
“정확히 계산 안 해 봐서 모르겠어요. 한 5억 넘을걸요?”
“후원하라고 줬는데 그냥 감사합니다하지.”
“목적이 있는 돈인데……. 하하, 안 지킨다고 설마 죽겠어요? 하하.”
동수는 저도 모르게 등허리가 축축해졌다.
농담 삼아 뱉고 보니 영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농락했다고 진짜 킬러 보내는 거 아녀?’
“무슨 목적인데?”
“자기들 제안서 형님한테 보여주라고……. 제가 3개는 전달해드려야 하거든요.”
수호가 손을 내밀었다.
“줘봐.”
“예?”
“전해 주면 된다며?”
“그럼 답변은요?”
“무시하면 되지.”
“와아…….”
흔들리던 동수의 눈빛에 감탄이 깃들었다.
이 형 평소에는 아싸처럼 행동하는데, 이럴 때 보면 솔로몬이 따로 없다.
이분이야말로 재신이다.
옆에 딱 달라붙어 있으면 저절로 돈이 떨어지리라.
“후원금은 제가 조금만 먹고 길드 자금으로 넣겠습니다.”
“그러든지.”
제안서 전달 영상은 따로 찍기로 하고, 동수와 수호는 다시 포탈 쪽으로 다가왔다.
뚜껑이 열린 세대의 트럭에서 튀어나온 레이더들이 포탈을 향하고 있었고, 하나의 트럭 옆에 표시된 화면에 어지럽던 숫자들이 정돈되어 있었다.
“측정 끝났습니다.”
던전 규모 – 레벨 4 (4230)남은 횟수 – 272 (1150560)브레이크 – 50. 22 : 20 : 41
“50일 뒤 터지네요. 하루에 대여섯 번은 클리어해야 한다는 소린데……. 자체로는 무리겠는데요?”
매 클리어마다 던전의 에너지는 줄어들고, 272회를 모두 클리어하면 던전이 소멸된다.
수십의 공격대를 갖춘 대형 길드야 문제없겠지만, 제대로 된 공격대라곤 겨우 1팀을 갖춘 수호길드에겐 버거운 스케줄이다.
도심의 길드들이 일정 이용료를 받고 자유용병이나 클랜에게 던전을 개방하는 건 이런 이유다.
“안 해 보곤 모르지. 일단 가볼까?”
수호가 당장 던전에 입장하려고하자 서민수 대리가 만류했다.
“잠깐만요. 관리국에서 공격대 1개 팀이 오고 있습니다. 함께 가시죠.”
수호가 인상을 굳혔다.
“누구 허락으로?”
“예?”
“누구 허락으로 사냥을 한다는 거지? 여긴 온전한 내 영역이다.”
수호의 말투에서 예의가 싹 사라졌지만 서민수는 그걸 느낄 새도 없었다.
“……어, 그게.”
살벌한 기운이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괜히 오줌 마려워지는 기분.
그때 최수영이 나섰다.
“허락해주신다면 저랑 여기 서민수 대리가 함께 가도 될까요?”
“왜?”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검증은 필요하잖아요? 이 던전이 귀환지인지, 아닌지 말예요.”
이 던전이 맞다면 수호는 ‘던전귀환자’로 판명난다.
그러면 계약은 종료되고, 100일간 외국여행 금지 조항도 끝난다.
“아, 계약서에 있는 조항이에요. 검증에 함께한다.”
본래는 관리국의 공격대가 주를 이루고 수호가 검증인으로 따라나서는 거지만 어째 반대가 되었다.
“그럼 따라와.”
“아, 아니. 지금 당장요?”
서민수가 황당해하며 머뭇거렸다.
최수영이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스킬 아껴서 뭐해요? 녹화를 해야 위에 보고를 하죠.”
서민수의 각성스킬은 동수와 같은 영상기억이다.
자료수집용으로는 제격.
“저도 껴주세요!”
레벨 1던전 공략 영상도 조회수 1만이 넘는 세상에, 레벨 4던전 공략이다. 그것도 가장 핫한 인물인 박수호의 공략영상.
조회수가 낮을 수가 없다.
‘돈 냄새가 나는구나.’
“좋아.”
제 식구가 사냥에 따라나서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다.
“나도 가.”
“그래.”
준호까지 나서자 수호가 물었다.
“근데 명진이는 왜 안 왔어?”
“사형 만나러 갔지. 레이드 안 가면 항상 거기 가잖아.”
“다음에 데려와.”
명진이 합류하면 광역도발기로 인해 클리어 타임이 월등히 짧아진다.
아쉬운 대로 5인 파티가 꾸려졌다.
“주, 준비도 없이 바로 갑니까?”
“후, 10분 준다. 얼른 해.”
“헉, 넵.”
서민수가 재빨리 배틀슈트를 껴입고 무기를 챙기고 부산을 떨었다.
수호가 숲 한편을 보며 자신의 수하 1호를 찾았다.
“백구야!”
컹! 컹!
숲 메아리를 울리며 백구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와, 백구 한 달 새 엄청 커졌네요.”
새끼 태를 벗고 이제 제법 개처럼 보였다.
“컹!”
수호가 백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오크 던전 이후로 처음 가는 사냥이다.
자신이 길들인 맹수는 각성하지 않더라도 던전에 갈 수 있는걸 알았으니 굳이 두고 갈 이유가 없다.
“너도 가서 레벨업 좀 하자.”
신체의 성장만으로도 전투력이 대폭 오른 백구다.
차원에너지를 몸에 받아 더 강해지면 늑대만큼 세지는 것도 문제없을 거다.
“아우우우!”
어느새 다가온 늑대 두 마리가 울었으나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너흰 집 지키고 있어야지.”
관리국의 직원들이 있다지만 외부인이 아닌가?
보금자리를 지킬 누군가는 남아있어야 한다.
더욱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맹수를 길들이려면 야성스탯이 높아야 한다. 나중에 늑대 수십 마리라도 거느리려면 수호의 레벨이 늑대보다 더 높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늑대들의 레벨업은 당분간 보류다.
“준비 끝났습니다.”
정장차림의 서민수는 온데간데없고 커다란 방패를 든 방패수 하나가 서 있었다.
“들어가자.”
“네.”
파팟.
5인 1견 파티가 던전에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