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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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초생[初]
무명은 수에르와 헤어진 길에 곧바로 장원의 동쪽 문으로 향했다. 장원을 지키고 있던 자가 평소에는 무명이 드나드는 걸 크게 제재하지 않다 이번에는 막아섰다. 무명의 몸에서 피 냄새가 짙게 풍겨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무명은 자신을 막아선 초병 둘에게 노루의 다리를 내밀며 말했다. 수에르 형과 수련 중에 노루가 보여 노루를 잡았고, 방금 그걸 해체하는 것을 보고 와서 자신의 몸에서 피 냄새가 나는 것이라고.
그리고 가장 질 좋은 다리 살을 대족장님께 헌상하려 왔다 하자 보초는 노루 다리를 보고 침을 꼴깍 삼키며 군침을 흘리다 이내 무명을 통과시켰다. 무명은 간단히 둘에게 목례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무명이 장원 내부로 걸어 들어가면서 살짝 발을 틀어 장원 내 인간 여자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는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느라 한창 북적이고 있었다. 몇 명이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자들은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그녀들이 만드는 식사는 장원뿐만 아니라 공방과 근처 경작지 사람들의 몫이었다. 당연히 식사 때가 되면 마을에서 이곳이 제일 분주했다.
여자 몇이 무명을 발견하고선 쑥덕였다. 그러나 그들은 무명을 보고 갑자기 놀라거나 당황해하지 않았다. 익히 무명이 대족장에게 글과 범어를 배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수에르와 함께 자주는 아니지만 꽤나 이곳에 들락날락했기 때문이다. 본래 여기는 인간 남자가 올 수 없는 금지(禁地)였으나 장원을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무명만큼은 예외였다.
물론 여자아이들도 처음엔 무척이나 무명의 존재에 놀랐으나 이제는 이전처럼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무명이 이곳에 와서 두리번거리자 살짝 술렁일 뿐이었다.
그 분위기를 공진희가 눈치 못 챌 리 없었다. 그녀는 열심히 거대한 솥에서 밥을 푸고 있다 분위기가 술렁거리자 솥에서 고개를 꺼내 들고는 주변을 둘러보다 무명을 발견했다.
그녀는 무명을 보고 혹시 가랑의 편지가 도착했는지 싶어 허리를 펴고, 입고 있던 치마 주름을 정돈했다. 그러곤 밥 푸는 일을 주변 아이에게 대신 맡기고는 무명에게 다가왔다.
공진희는 이곳에 있는 여자아이들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그리고 그녀는 개중에서도 가장 아리따우면서 교육을 잘 받은 규수였기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신임을 얻고 있었고 모두 그녀를 언니라 칭하며 따르고 있었다.
이마진과의 사이를 유지하는 데 그녀의 위치는 참으로 다행이었다. 백여 명에 가까운 모든 여자아이들이 공진희를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무명아, 오늘은 홀로 어쩐 일이야. 수에르 님과 같이 오지 않고.”
공진희는 혼자 온 무명에게 조곤하게 말했다. 그녀가 밥을 짓는 가벼운 일을 하고 있을지라도 그녀 자신이 오랫동안 가다듬어온 품위와 예절의 고풍스러움은 어느 때든지 그녀의 행동에 묻어 나왔다.
“누나가 걱정되어 왔지요.”
무명은 눈을 반달 모양으로 만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싱그럽게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으로 걱정이 묻어나오는 어투였다.
공진희는 지난날과 달리 다시 활기를 찾은 듯했다. 뺨은 복숭아 빛으로 발갛게 물들어 생기 있게 보였다. 하지만 무명의 눈동자는 겉모습이 아닌 그녀의 눈동자를 주시했다.
공진희의 눈빛은 총명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지난날처럼 힘이 넘치지는 않았다. 그녀가 명백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그녀의 시선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힘드시죠?”
무명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진희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을 수 없게 소리를 낮추었다.
“응? 뭐라구?”
공진희는 무명이 갑자기 소리를 낮추자 재차 물어보았다.
“누나, 요즘 힘드시죠?”
무명이 다시 답했다. 무명의 말을 알아차린 공진희는 고개를 절래 흔들며 부정했다.
“아니야, 전혀 힘들지 않아. 오히려 이렇게 걱정해 주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야.”
무명은 두 눈을 감고 고개를 미약하게 좌우로 저었다. 그것은 공진희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무언의 행동이었다.
“저는 알 수 있어요, 누나가 지금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누나 표정에서, 누나 행동에서 전부 보여요. 누나 혼자 부감을 하려하지 마세요. 누나는 다른 이에게 쉽게 내색하지 않으시죠. 하지만 저에게는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무명은 입가에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미소를 걸치고는 슬며시 허리춤을 들춰내었다. 상의를 밖으로 빼내어 숨기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토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받으세요.”
무명은 허리춤에 혁대처럼 묶어놓은 덩굴을 풀어낸 후 일곱의 토끼 중 토실한 네 마리의 토끼를 따로 추려 공진희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야?”
“뭐긴 뭐예요, 토끼죠.”
공진희는 무명의 품에서 토끼가 나오자 적지 않게 놀라며 물었다. 무명은 물음에 바로 대꾸했다.
“아니, 토끼인 걸 누가 몰라? 어디서 난 거야? 그리고 이 뒷다리는 또 뭐니?”
그제야 공진희는 무명의 발등 위에 놓인 노루 뒷다리까지 시선을 확장시켜 물었다.
“수에르 형하고 사냥에 가서 잡아온 것이에요. 이것들은 제 몫이라 누나 주려고 가져왔어요. 누나는 홀몸이 아니니 영양가 있는 걸 많이 드셔야 하잖아요. 마음 같아서는 노루 뒷다리를 드리고 싶지만 이건 대족장님께 드려야 해서요. 나중에 또 사냥 가게 되면 그땐 더 크고 좋은 걸 잡아올게요.”
무명이 말을 마치자 공진희가 무명을 갑자기 와락 안았다. 그러고선 두 손을 들어 무명의 얼굴을 매만졌다.
“사냥이라니,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어?”
무명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저 그만 만지시고 어서 토끼 받으셔요. 팔이 아파요.”
공진희는 자신보다 약간 작은 앳된 무명을 바라보며 입술을 들썩였다. 이 사람 좋은 작은 동생은 필히 자신을 위해 사냥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공진희가 그런 생각에 다다라 눈가에 눈물을 흘리려 하자 무명이 난처해하며 토끼를 공진희의 품에 허겁지겁 안겼다.
“왜 울려고 하셔요. 예쁜 얼굴 망가지게요. 이마진 형님이 아시면 슬퍼하실 거라구요.”
“하지만 너… 나를 위해서…….”
무명은 고개를 저었다.
“누나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제 수련을 위해서예요.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사냥 수련 중에 운 좋게 사냥감을 잡아 누나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무명은 공진희의 눈가를 손가락으로 훑어 눈물을 훔쳐내었다.
“그럼 전 가볼게요. 토끼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사냥에 성공하면 자주 드리러 올게요.”
무명은 코 밑 인중을 검지로 긁어내고선 공진희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노루의 뒷다리를 집고선 빠른 걸음으로 등을 돌려 공진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공진희는 가슴 품에 있는 네 마리의 토끼를 보면서 놀라워하는 한편 자신을 생각해 준 무명에게 깊은 감사를 담아 고개를 숙였다. 입으로는 수련을 위해서라고 변명하겠지만 이 토끼들은 자신을 위해 잡아온 것이 분명했다.
무명은 공진희와 헤어진 후 바로 별채로 걸음을 옮겼다. 이소호칸에게 자신이 잡은 노루 뒷다리를 주기 위함이었다. 공진희에게 토끼를 주는 것도 가슴이 뛰는 일이었지만 이소호칸에게 노루의 뒷다리를 주는 것은 더욱 가슴 뛰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거두어준 은혜에 아주 조금이지만 보답을 한다는 것에 생각만 해도 기쁜 미소가 입가에 서렸다.
“어르신, 무명이 뵙길 청하옵니다.”
이소호칸은 마침 별채에 있었다. 별채에 없다면 서재나 안채까지 가야 했다. 솔직히 안채에는 이소호칸의 아내가 거하고 있어 거기까지 가는 것은 부담이 되는 터라 별채에 이소호칸이 있는 것에 안도했다.
“어허허. 무슨 일이냐, 무명아.”
이소호칸은 문을 열어 반갑게 무명을 맞았다. 그의 곁에는 두터운 서책 몇 가지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독서를 하고 있었던 듯했다.
“대족장 어르신, 제가 근간에 수련을 하던 터에 노루가 뛰놀고 있어 수에르 형과 함께 노루를 잡았습니다. 작은 수련의 성과이나마 어르신께 드리고 싶어 이렇게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무명이 고개를 숙이며 양손에 들고 있던 노루 다리 중 왼손의 다리를 발등에 내리고, 오른손의 다리를 두 손으로 올려 이소호칸에게 내밀었다.
“사냥이라고? 네가 노루를 잡을 정도로 훌륭히 잽싸진 것이냐?”
이소호칸은 무명에게 다가와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는 무명이 내민 뒷다리를 큼지막한 손으로 받아 잡았다.
“수에르 형이 많은 도움을 주긴 했으나 제 손으로 잡은 첫 사냥감입니다. 어르신께 감사의 마음으로 드립니다.”
무명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소호칸은 매우 기뻐하며 무명에게 큰 웃음을 지었다.
“네가 사냥하여 나에게 고기를 대접하다니. 올해로 네 나이가 열한 살이니 마진츠보다 어린 나이에 사냥에 성공해서 나에게 고기를 주는구나. 마진츠가 열세 살에 처음으로 사슴을 잡아 나에게 가져왔을 때가 생각나는구나. 내 오늘 그날만큼 기쁘구나.”
이소호칸이 노루 뒷다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말했다. 무명은 이소호칸이 기뻐하자 자신도 절로 흥이 났다.
“한데 네 발등의 나머지 노루 다리는 누구의 것이냐. 네 몫인 것이냐?”
이소호칸이 자신에게 준 노루 뒷다리를 보고 무명의 발 위의 고기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무명은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
“제 몫은 아닙니다. 저 나머지 다리는 선고우께 드리려 합니다.”
무명이 선고우의 이름을 꺼내어 이소호칸에게 말하자 이소호칸은 순간 입을 닫으며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약간의 적막이 흐른 후 이소호칸은 대답했다.
“선고우… 내 아우에게 주려 한단 말인가. 그러고 보니 일전에 선고우에게 공방 일을 배운다 말해 주었지.”
일전 무명이 선고우에게 공방 일을 배운다 말할 때도 이소호칸은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뜸을 들였다 짧게 대답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네가 배움을 얻고 있다면 선고우에게도 가져다주어라.”
이소호칸은 짧게 대답했다. 무명은 그 둘에게 뭔가의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했다.
“어르신, 선고우께 안부를 전해드릴까요?”
무명은 살짝 이소호칸의 심정을 알아보기 위해 물었다. 이소호칸은 한참이나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명이 그의 대답을 계속 기다리자 무거운 입술을 간신히 들어 올린 듯 짧게 대답했다.
“괜찮다.”
이소호칸은 짧게 답했다. 차갑고 냉정한 기운이 듬뿍 담긴 어투였다. 무명은 분위기가 너무 차분히 가라앉게 된 거 같아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했다.
“무명아, 내 네가 가져다준 이 고기를 고맙게 받으마. 잘 먹겠다.”
이소호칸이 무명에게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온화함을 되찾고 있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 또 사냥감을 잡게 되면 어르신께 다시 올리겠습니다.”
“허허. 그래, 그래. 고맙구나.”
이소호칸이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어르신, 저는 공방에서의 오후 일과가 있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무명이 헤어짐을 언급하는 말을 하자 이소호칸이 무명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그래, 나중에는 네가 잡은 고기를 같이 먹으며 담소를 나누자꾸나.”
이소호칸은 그렇게 말을 하고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내주에 또 뵙겠습니다, 어르신.”
무명은 방 안으로 들어간 이소호칸에게 인사를 하고 걸음을 뒤로 옮겼다.
분명히 이소호칸과 선고우 사이에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무명은 그것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하며 오후 일과를 위해 공방으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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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6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