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00
099화 결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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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무릎이 작살나는 소리와 함께 양호선이 휘청이며 쓰러졌다.
“세게 때리지도 않았어, 인마. 침 몇 방 맞으면 나을 상처 가지고 엄살은.”
거짓말이다.
아예 무릎뼈를 박살 내 놨으니 이곳의 열악한 의료 수준을 고려하면 남은 인생 내내 절름발이로 살아야 한다.
“으아아!”
하지만, 이런 내 거짓말이 통하지 않았는지 놈이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기기 시작했다.
‘귀찮네.’
푸욱!
“끄악!”
손을 튕겨 날린 현철 못이 놈의 왼쪽 손등을 뚫고 땅에 박혔다.
바닥에 고정된 놈이 비명을 질렀다.
호위들이 움찔거리며 무기를 뽑으려 했지만.
척.
“취조 중이니 자중하시오.”
백여 명의 외당 무사들에게 둘러싸인 탓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저게 어찌 취조라 할 수 있단 말이오!”
“군사부는 정당한 방식으로 외당의 인사에 개입했소?”
“그래도 우리는 사람을 상하게 하지는 않았소이다!”
“대신 무인의 생명과도 같은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
“큭.”
과거 삼조장이었던 시절, 양호잔을 잡아넣었다가 문책을 받은 이조장의 비판에 호위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짜아악!
놈의 뺨을 때리며 말했다.
“양호잔 놈의 집무실에서 십마련도를 상징하는 증표와 놈이 간자질을 했다는 증거가 나왔다.”
“그, 그럴 리가 없다! 형님이 대체 왜 간자 짓을 하겠느냐?!”
“그거야 나도 모르지. 그런데 이건 알겠더라.”
바닥에 배를 붙인 채 고개를 돌린 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펄럭펄럭.
내 손에 들린 종이 뭉치가 양호잔이 사람을 팔아넘긴 장부임을 알아챈 것이다.
“죽일 놈이 맞다는 거 말이야. 시간 남아서 슬쩍 보니 청해성과 감숙성으로 보낸 것들이 상당하던데? 이 정도면 증거가 충분한 거 아닌가?”
“무슨 개소리냐?! 단순히 노예 상인들과 거래한 게 아니더냐? 그들이 청해와 감숙 출신이라고 어찌 형님을 간자라고 볼 수 있단 말이냐?!”
“어라? 아직 무슨 거래인지 말도 안 했는데 노예상인 걸 아는 걸 보니 너도 관여했나 보지?”
“······.”
“와, 명색이 군사부 서기라는 놈이 성에서 금지한 노예 거래에 관여하다니, 이거 생각보다 더 개새끼였구만.”
“······조작된 증거다! 형님, 형님을 데려와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야겠다.”
“미안하지만, 그건 힘들 거 같은데?”
“······?”
“지금쯤 염라대왕 앞에 서 있을 거거든, 네 형님이.”
“이, 이런 천인공노할 놈! 아직 죄가 밝혀진 것도 아니거늘 사람부터 죽였단 말이냐!”
“그러는 너희는 돈 좀 못 갚았다고 사람을 팔아넘겼잖아. 따지고 보면 그게 그거 아닌가?”
“······.”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 곧 그 잘난 형님 곁으로 보내 줄 테니까.”
“이익!”
그렇게 정중한 취조를 이어 가던 중 가립이 돌아왔다.
그는 반병신이 된 양호선을 보고 잠깐 놀라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다가왔다.
“보고는 마치셨습니까?”
“당주님께서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성주전으로 가셨네.”
‘임무 완료군.’
이로써 점창 분타에 드리운 위험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그 와중에 나쁜 놈들도 염라대왕과 미팅까지 시켜 줬으니 원샷투킬이 따로 없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나저나, 괜찮은 건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놈이 십마련의 간자라는 증거는 넘쳐나니까요.”
지금쯤 이선방도가 이놈 집에 침입하여 각종 증거를 조작하고 있을 테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냐?! 내가 십마련의 간자라니!”
“어라? 마구니 새끼가 사람 말을 다 하네?”
빠악. 후드득.
“우욱! 욱!”
발을 뻗어 놈의 옥수수를 모조리 털어 내니 이제야 조금 조용해졌다.
움찔대는 놈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선행을 베풀며 살아야 하는군.’
이렇게나 보람차다니.
죽일 놈 리스트를 만들어 시간 남을 때마다 돌아야겠다.
‘어디 보자······.’
내가 할 일은 다 했다.
남은 건 저기 내성에 있는 높은 분들이 처리할 것이다.
‘휴, 이제 좀 마음이 편하네.’
역시 마음의 짐은 이고 살 게 못 된다.
* * *
북궁백이 성주전에 도착한 시각을 기점으로 구룡성은 큰 혼란에 빠졌다.
십마련 간자들이 성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에 놀란 것이 아니다.
구룡성 역시 천하오패에 간자들을 심어 놓았을 것인즉, 상대 역시 간자를 파견할 것은 얼마든지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간자의 정체가 구룡성에서 나고 자라 커다란 부를 일군 양호잔과 군사부의 일급 서기 양호선이라는 데 있었다.
부족함 없이 사는······. 아니, 돈과 권력을 모두 움켜쥔 최상위층이 부정을 저질렀다는 경악이 구룡성을 강타한 것이다.
이에 성주전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의 인사들을 감찰하는 감찰단은 혹여 배신자가 더 있을까 우려하여, 조금이라도 의심되는 이가 있다면 샅샅이 털어 댔다.
백자천을 대신해 새로이 감찰단주가 된 녹룡당의 당준은 신임임에도 노련하게 일을 진행했다.
정보를 담당하는 정보각은 적룡당과 연계하여 자그마한 정보까지 모조리 싹싹 긁어모아 감찰단과 군사부에 넘겼다.
하지만 역시 가장 바쁘게 움직인 곳은 오명을 뒤집어쓴 군사부였다.
그들은 문상의 지휘 아래 그동안의 정보를 종합하여 간자를 색출하는 데 집중했다.
특히, 군사부는 성 내의 간자들뿐만 아니라 성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간자들까지 모조리 털어 댔다.
그 결과, 구룡성에 잠입한 간자들의 대탈출이 이어졌다.
당연했다. 단일 무력 부대로는 천하에서 한 손에 꼽히는 암독단과 흑호단이 군사부의 명령에 따라 시도 때도 없이 습격을 자행하니 살아남을 길이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기를 칠 주야.
어느 정도 정리했다고 생각했는지 문상은 아홉 당주들을 불러 모았고.
북궁백을 보좌하는 역할인 나 역시도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회의장 분위기는 개판이었다.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간접적으로 정보각을 맡고 있는 적룡당과 군사부주인 문상, 새로이 감찰단주를 배출한 녹룡당에 책임이 있다고 불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나.
자그마한 잘못은 약점이지만, 뼈아픈 잘못은 역린이라고.
웬만큼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이런 자리에서 지적질을 하는 놈은······.
“아주 개판이던데 다들 얼굴은 괜찮아 보이는구려.”
······있긴 하구나.
북궁백의 한 마디에 몇몇의 얼굴이 대번에 구겨졌다.
‘정말 미친놈이구나.’
볼 때마다 궁금한 건데 이 양반 젊었을 때는 대체 어떻게 살아남았나 싶다.
태어났을 때부터 절정고수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저 입 때문에 몇 번 죽을 뻔했을 것이 분명하다.
여하튼, 순식간에 싸늘해진 회의장에서 홀로 여유로운 북궁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다들 긴장감이 떨어졌군. 정신줄 놓고들 사시는 거 아니오?”
뜨어억.
나도 모르게 벌어진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이래서야 오십 년을 더 미룬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겠군.”
북궁백의 뜻 모를 한마디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했지만, 물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나는 조용히 발등을 내려다보며 기다렸다.
할 거 없을 때는 멍 때리는 게 최고니까.
그렇게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기다리자.
덜컹.
성주가 회의장의 문을 열고 나타났다.
사천의 절대자, 암독성왕 당청.
성정은 날카롭지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그가 웬일인지 눈살을 찌푸리며 나타났다.
그의 등장에 당주들이 얼른 일어나 포권을 했다.
“성주를 뵙습니다!”
척.
그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자 회의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별거 없었다.
그저 여태까지 일어난 일들에 관한 브리핑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논의는 내가 흘린 해독본의 내용이 나오면서부터 시작했다.
“십마련이 점창산을 노리고 있는 만큼, 대비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쪽에 있는 그들이 점창산을 어찌 노린단 말이오?”
“서장은 뭐 바다로 이뤄져 있소이까? 우회하면 그만 아니오?”
“허어! 이리도 식견이 짧다니, 토번국은 무슨 반푼이들만 모여 있는 줄 아시오? 십마련이 어떤 놈들인지 알고 있을 텐데 놈들과 손을 잡는 게 말이 된다고 보오?”
“손자병법에도 유비무환이라고 했소이다. 미리 대비하면 될 것을 이리 갑론을박을 벌일 필요가 있냔 말이오.”
“족히 일천은 넘게 보내야 할 텐데, 그들의 파견 비용은 옥황상제께서 내 준답니까?”
와글와글.
한번 불이 붙자 회의장은 금세 시장통이 되어 버렸다.
투웅.
당청이 탁상을 살짝 치자 대기가 공명하며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그가 물었다.
“적룡당주께서는 어떻게 보고 있소?”
“토번에 파견 나가 있는 당의 무사들을 채근하여 확인했습니다만, 별다른 징후를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징후가 없다······. 문상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거짓된 정보로 성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계략이거나.”
문상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토번과 협상을 맺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점창산까지의 보급을 책임질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
회의장에 자리한 모두가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떴다.
당연했다. 문상의 말처럼 십마련이 토번과 손을 잡았다면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지금은 쇠퇴했다고 하지만, 토번은 예로부터 강대국이라 불리던 나라다.
부자는 망해도 삼대를 간다고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족히 오만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토벌 제일의 무림 세력이었던 서장혈교가 진즉 망해 없어지지 않았다면, 나는 모든 재산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즉시 구룡성을 뜰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위험한 건 마찬가지였기에 아홉 당주들의 얼굴에는 커다란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예상이 맞는다면 토번에서도 병력을 내주진 않고 단순히 길만 빌려줬을 테니 말입니다.”
“확신할 수 있소이까?”
“토번국은 대대로 십마련과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최근, 현 국왕의 동생을 죽인 것도 그들이니만큼 둘이 손을 잡는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한데, 왜 길은 비켜 준단 말이오?”
“간단합니다. 십마련이 우리 구룡성과 싸워 공멸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미래를 추측하는 일을 평생 해 왔던 사람답게, 문상은 이번에도 그럴듯한 가설을 내놓았다.
“계획이 있나?”
성주의 물음에 문상이 곧장 답했다.
“무사들을 보내되 소수만 보내는 것입니다.”
“왠가? 혹여 비용 때문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인가?”
“성동격서의 위험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남쪽의 점창으로 무사들을 대거 파견하게 되면 북쪽의 한중이 위험해집니다.”
“······그렇군.”
“다만, 파견되는 소수는 구룡성의 최정예들로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혹여 십마련이 남쪽에 전력을 쏟아붓는다면, 이쪽에서 본대를 보낼 때까지 그들만의 힘으로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요.”
문상의 대답을 모두 들은 성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결론이 난 거 같은데 어찌들 생각하시오?”
“성주의 명을 받듭니다!”
아홉 당주의 외침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 * *
성주의 지시대로, 또한 문상의 의견대로 각 당은 점창으로 파견 보낼 무사들을 뽑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만 빼고 말이지.’
전력 외로 치는 우리 외당은 제외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각 당에서도 최고수들만 뽑아 보내는 와중에 이류 무사가 대부분인 외당 무사들은 가 봤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뿌듯하군.’
성의 위기를 조기에 발견하여 대비시킴은 물론이고 간자들을 모조리 색출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외성 주민들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쓰레기들까지 일거에 청소했다.
이거야말로 일타쓰리피가 아니던가.
게다가.
‘자네 덕분에 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네. 이 공은 추후 크게 포상할 테니 기다리고 있게나.’
문상의 말처럼 두둑한 포상마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든든하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룰루랄라 하며 본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
“아니, 안 간다니까요?!”
“돌아가신 사백조께서 네놈을 얼마나 챙겼는데 점창의 위기를 외면한단 말이냐?!”
묵룡당주가 나를 찾아왔다.
“와 미치겠네. 그 점창의 위기를 밝혀낸 사람이 저라고요.”
“유종지미(有終之美)라고 했다. 시작을 네가 했으니 끝도 네가 내는 게 맞겠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까셨습니까?”
“산문이 두 번이나 불타는 꼴을 볼 바엔 철판이라도 깔아야지.”
“저 하나가 가 봤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네가 합류한다면 외당주가 수비대의 장(將)을 맡아 주기로 했다.”
“······당주님께서 맡지 않으시고요?”
묵룡당주가 씁쓸히 웃으며 대답했다.
“더 안전한 길을 택했을 뿐이다.”
“태청진인이 계시지 않습니까?”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 없지만, 스승님께서는 성에서 나가실 수 없다.”
“아니, 그게 무슨······.”
“부탁한다.”
고개를 숙이는 묵룡당주를 보며 생각했다.
인연이라는 게 이렇게나 무겁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