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59
157화 황주상단(3)
황주상단.
구룡성 삼대 상단이라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큰 상단이다.
사실, 이 때문에 하인으로 위장하여 잠입까지 했던 거다.
어지간한 규모의 상단 같았으면야 외당 무사들을 동원해 압수 수색을 하면 끝날 문제였으니까.
하지만, 황주상단 정도 되는 곳에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구룡성 고위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탓이다.
이번 일도 겉으로 보기에는 황주상단의 문제일지언정, 뒤로는 백룡당과 군사부가 얽혀 있지 않은가.
그런 황주상단 지하에 사람들이 수십 명이나 갇혀 있다는 건.
‘이 새끼들이 설마?’
십중팔구 사람 장사에 손을 댔다는 뜻이다.
콰직. 으드득.
그걸 확인해 보기 위해 바닥을 뜯어내자 전각보다도 훨씬 넓은 공간이 나왔다.
“…….”
빛이라곤 한 점도 없는 깜깜한 공간.
아마, 탈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인 듯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뭘 할 수조차 없을 테니까.
시력을 끌어올려 안쪽을 확인했다.
전면부가 창살로 막힌 열 개의 방. 방마다 네다섯씩 모여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혀를 차다가, 곧 이상함을 느꼈다.
‘……너무 작은데?’
갇혀 있는 이들의 덩치가 너무나도 작았다.
마치.
아이들처럼.
“설마?!”
곧장 창살을 뜯어 내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해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으득.
“이런 개새끼들이!”
턱에 힘이 들어가 저절로 이가 갈렸다.
그랬다.
이곳에 갇힌 이들은 겨우 열 살이 겨우 넘어 보이는 여아들이었다.
구룡성과 정도맹, 무황성이 지배하는 지역에선 기본적으로 인신매매가 금지된다.
그 말인즉슨, 십마련과 사자맹의 구역에서는 금지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인신매매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아무리 현대와 무림의 나이 관념이 다르다 해도, 겨우 열 살이나 될 법한 여아들을 팔아넘기다니.
“저희 차례가 된 건가요?”
생기도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창살을 뜯는 소리에 잠에서 깬 모양.
다만, 차례라는 말이 거슬렸다.
“……차례라니? 이전에 또 있었단 거야?”
여아가 황급히 되물었다.
“아, 아저씨는 황주상단의 사람이 아닌가요?”
“그래. 너희를 가족들에게 돌려보내 주려고 온 외당 무사다.”
“그, 그냥 돌아가 주시면 안 될까요?”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
“못 믿겠으면 구룡패를 보여 줄 수도 있어.”
혹시나 내 소속을 의심하나 싶어 물었다.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가 도망치면 가족들이 위험해져요. 그냥 저희가 팔려 가게 내버려 두세요.”
“아…….”
그제야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염왕채.
여아들의 아비들이 지옥에서 올라왔다는 고리의 사채를 빌려 쓴 것이다.
아이들은 그런 아비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팔린 것이고.
너무나도 뻔한 무협 세계의 클리셰였다.
‘하긴, 만약 납치한 거라면 신고가 들어왔어도 벌써 들어왔을 테지.’
“너희들은 팔려 가지 않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못 본 척 넘어가는 건 말도 안 된다.
“예? 하지만, 저희가 가지 않으면 가족들이…….”
“가족들 역시 걱정할 거 없어. 저기 밖에 있는 놈들은 앞으로 너희들 집 근처에 얼씬도 못 할 테니까.”
깨어 있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며 작게 웃어 줬다.
“이 오빠가 밖에 있는 놈들을 모조리 박살 낼 거거든.”
그 말을 끝으로 일 층으로 올라갔다.
이 짓거리를 저지른 놈들을 단죄하기 위함이다.
물론, 잠입 작전은 물 건너간다. 지난 칠 일간의 하인 생활도 수포가 될 테고.
하지만.
‘가만두지 않는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모르는 척한다면 어디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후우.”
나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는 개뿔.
덜컹.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놈을 보자마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곧장 전주시를 발동해 놈의 목을 휘감았다.
후웅.
“누, 누구?! 켁!”
주르륵. 주르륵.
“꿱…….”
줄을 당기나 놈이 짧은 비명을 내지르며 끌려왔다.
“하나만 묻자.”
그런 놈을 향해 물었다.
“크르륵.”
“여기 안에 갇혀 있는 게 어린 여아들인 거 알고 있었냐?”
“켁켁.”
놈은 목에 묶인 전주시 때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놈이 무슨 대답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역시, 알고 있었군. 그럼 천벌을 받아야지.”
알든 모르든, 이놈이 받을 벌은 정해져 있었거든.
콰직! 콰직!
주먹을 뻗어 놈의 양 무릎을 후려쳤다.
와드드득.
끔찍한 소리.
파고든 경력에 관절과 주위 뼈가 모래처럼 부서졌을 터.
“끄아아악!”
이 시대의 의학뿐만 아니라 현대 의학을 총동원한다 해도 놈은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할 거다.
“뭐야?! 무슨 일이야?!”
비명을 들었는지 다른 놈이 전각 안으로 몸을 디밀었다.
콰직! 와드득.
전룡십삼투의 각법으로 놈의 양 무릎을 강타하여 방금의 놈과 똑같은 상태로 만들어 줬다.
“끄아악!”
“시끄러워.”
빠악.
미간을 후려쳐 놈을 전각 밖으로 날려 버렸다.
털썩.
그러자 불을 끄고 있던 수십 명의 시선이 쓰러진 놈과 내게 향했다.
“…….”
나는 그 시선들을 느끼며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찌이익.
인피면구를 벗자 불길에서 불어오는 후끈함이 느껴졌다.
저벅저벅.
몇 발자국 걸어 나갔다.
“이 안엔 너희 황주상단이 저지른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이 갇혀 있다.”
놈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당황, 분노, 공포 같은 여러 감정이 느껴진다.
“몰랐던 놈들은 검을 버리고 무릎 꿇어라. 동참한 놈들을 그대로 서 있고.”
이런 내 경고에도 무릎 꿇는 놈들은 없었다.
황주상단의 위세를 믿거나, 혹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 터다.
“그럼 모두 알고 있었다는 걸로 간주하겠다. 근데 말이야.”
파지직.
“사실, 알았든 몰랐든 상관없어.”
전왕기를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모조리 병신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거든.”
쿵!
말을 마치자마자 발을 뻗었다.
전왕보였다.
“헉!”
가장 앞선 놈의 가슴께에 발을 꽂아 넣었다.
빠앙!
곧바로 대포알처럼 튀어 나가 뒤의 놈들과 부딪쳤다.
빠빠빡!
비록 중상은 피할 수 없을지언정 죽지는 않을 만큼 힘 조절을 했다.
무슨 이유에서든, 외성에서 사람을 죽이면 중죄로 처벌받으니까.
빠각! 우드득.
벼락처럼 뻗은 각법으로 다른 놈의 어깨뼈를 부서트렸다.
물론 이 정도로 끝나면 서운하지.
덥석.
“끅!”
우드득.
오랜만에 펼친 삼양수로 다른 쪽 어깨까지 부숴 냈다.
평생 양팔을 쓰지 못하며 살아야 하니, 아까 양 무릎을 부숴 놓은 놈과 조를 짜서 살면 그래도 살 만할 거다.
콱! 파직.
끄아악!
그렇게 내 손과 발에 부딪힐 때마다 상단 무사들의 몸이 부서져 나갔다.
아홉.
일 분도 안 되는 사이에 내가 몸뚱어리를 부숴 놓은 숫자였다.
으하악!
으헉!
놈들이 바닥에 꿈틀거리며 울부짖었다.
가슴께가 부서진 놈만이 유일하게 기절해 있었을 뿐이다.
어느 정도 의도한 일이었다.
“그마안!”
그래야 소란을 들은 윗대가리가 튀어나올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로 얼굴이 붉게 물든 중년인이 나타났다.
이곳 황주상단의 상단주인 주경륜이었다.
수십의 무사들을 주위에 두르고 나온 그가 나를 향해 대로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감히! 이곳이……!”
“황주상단인 거 알고 왔으니까 식상한 얘기 말고 본론만 하자.”
쾅!
다리에 힘을 주어 진각을 내리찍었다.
바닥이 울리며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쉽사리 덤비지 말라는 경고.
주경륜의 곁에 있는 무사들이 주춤거리며 발을 멈췄다.
그제야 나를 알아봤는지 주경륜이 손가락을 뻗었다.
“너, 너는 외당 일조의 조장이 아니냐?!”
“이제야 알아봤나? 맞아. 나 진무전이다.”
그가 목소리를 쥐어짜며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외당 무사가 상단을 공격하다니! 내 이 일을 성주께 직접 고할 것이다!”
“한번 해 봐. 근데 성주님께서 인신매매나 일삼는 놈의 이야기를 들어 주시려나 모르겠네?”
“뭣?!”
주경륜의 시선이 내 뒤에 있는 전각에 꽂혔다.
“이……. 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에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너는 성주님께 찾아가기 전에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문제 아닐까?”
후욱!
살기를 내뿜자 주위의 강풍이 불어왔다.
“뭣들 하느냐?! 지금 즉시 저놈을 죽이지 않고!”
잡지 말고 죽이라고 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는 모양.
하지만, 상단 무사들은 주춤거릴 뿐, 움직이지 않았다.
놈들도 눈이 달린 이상 아래 누워 있는 동료들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모를 리가 없을 테니까.
“…….”
“뭣들 하냐니깐! 지금 한낱 외당 무사 따위에 겁을 집어먹은 것이냐?!”
잔혹한 침묵에 주경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그래, 고용주의 명령을 따라야지. 돈 받는 처지에 그래도 돼?”
최대한 이죽거리며 말했다.
“반항을 하든 하지 않든 남은 인생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할 텐데 돈이라도 챙겨야지.”
쿠웅!
진각을 내리찍으며 전왕보를 펼쳤다.
* * *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콰직! 으드득.
“끄아아악!”
대성을 넘어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고 있는 전룡십삼투가 놈들의 무릎뼈를 작살냈고.
쿠아아아.
날아오는 검은 호신강기인 전룡기에 잡아먹히기 일쑤였으며.
쾅! 쾅!
전주시의 뇌력이 멀리 떨어져 있는 놈들의 무릎을 뻥뻥 터뜨렸다.
물론, 명색이 구룡성의 삼대 상단답게 허접한 놈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후욱! 스거억!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운 검기와 도기를 쏟아 내는 쌍둥이가 나타난 것이다.
상단에서 마지막까지 숨겨두었던 한 수였던 모양.
하지만 그래 봤자.
스거어어억!
놈들도 더욱 빨라진 극사경을 막지 못하고 무릎 아래가 잘려 나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후.”
그렇게 사십이 넘는 이들을 처리하고 곧장 비천풍을 펼쳤다.
도망간 주경륜을 잡기 위함이었다.
주경륜이 도망친 뒤로 일각 정도가 흘렀으나 놈을 따라잡기는 너무나도 쉬웠다.
“으힉!”
놈이 갈 곳은 하나뿐이었으니까.
내성으로 향하는 길을 쭉 따라가자 뒤뚱거리는 몸으로 뛰고 있는 주경륜의 뒷모습이 보였다.
땀 범벅이 된 놈이 뒤따라온 나를 보고는 기절할 듯이 놀랐다.
빡. 우당탕.
놈의 등 한복판을 발로 차 그대로 넘어뜨렸다.
“오, 오지 마!”
“안 갈 테니까 듣기나 해.”
두려움에 가득 찬 놈의 눈을 마주 노려보았다.
“네가 살아날 방법은 하나다. 이미 팔아 버린 아이들을 되찾아 오는 거야. 가능하냐?”
“가, 가능하다.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다!”
놈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대답했다.
살심이 치솟아 올랐지만, 지금 이놈이 없으면 영영 찾지 못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보낼 때까지는 위해를 가해선 안 됐다.
“대신 조건이 있다.”
“……뭐냐?”
“애들 팔아넘길 때 작성한 장부를 내놔. 마구잡이로 팔아넘기지는 않았을 거 아냐?”
상인에게 장부란 회계뿐만 아니라 고객 관리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이다.
수십 명에 이르는 아이들을 팔아넘기면서 장부를 적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 그런 건 없다.”
“선수끼리 왜 이래. 그 정도로 크게 장사를 했으면서 안 적었을 리가 없잖아?”
“정말이다! 불법을 저지르면서 증거를 남길 만큼 황주상단은 허술하지 않다.”
그럴 리가.
어디에 숨겨 놨든, 이중장부를 작성했든 거래 장부는 분명 있을 거다.
“그러면 여기서 죽는 거고.”
기세를 내뿜으며 걸어갔다.
주르륵.
공포에 휩싸인 놈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고문을 해서라도 장부를 얻어야 했다.
그렇게 놈을 향해 손을 뻗던 찰나.
“멈춰라!”
툭툭툭.
백색 무복을 입은 검사들이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황주상단의 변고를 들은 모양.
그리고.
“오랜만이군. 진무전.”
백룡당의 무사들을 이끌고 온 백무하가 검을 뽑았다.
‘안 되려니까.’
쯧.
“지금이라도 멈추면 황주상단을 공격한 것에 관한 죄는 묻지 않겠다.”
“백룡당이 무슨 권한으로?”
“……황주상단은 백룡당의 오랜 우방이다.”
사방에서 살기가 피어올라 나를 압박했다.
그런 살기를 모조리 받아내며 말했다.
“뭐 어쩌라고. 전처럼 처맞기 싫으면 저기 찌그러져 있어라.”
“더는 권유하지 않는다. 주 단주를 풀어 줘라.”
“아, 얼마 전에 백룡당주님을 뵈었는데 좋아 보이시더라. 그런 거 보면 아량은 함부로 베푸는 게 아니야. 그때 양팔을 다 날려 버렸으면 선배와 다시 볼 일이 없었을 텐데. 안 그래?”
후욱!
백무하에게서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발적인 기세가 터져 나왔지만, 검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내심 혀를 찼다. 격장지계를 통해 일격에 끝내려던 계획이 무산되던 탓이다.
백무하의 뒤에 있는 백룡당원들을 살펴봤다.
사이즈를 보니 혼자선 뚫을 수 없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경륜을 놔 줄 수는 없는 노릇.
콰직! 푸확!
“끄아아악!”
주경륜의 왼팔을 통으로 뜯어냈다.
“조금이라도 다가오면 이 새끼는 죽는다.”
인질극을 벌여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