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17
215화 구마전쟁(8)
십마련(十魔聯).
현 마도를 지탱하는 열 개의 하늘이 모여 만든 마도 최대의 세력.
하지만.
오늘 그런 십마련의 총타에는 죽음이 난무했다.
푸욱!
명치를 뚫고 나온 시뻘건 손.
“끄허…….”
검종의 종주로서 천하를 오시하던 초절정 검사의 마지막이었다.
“련주는 어디 있나?”
“알……고 싶나?”
“…….”
“크크크……크.”
토해 낸 피로 새빨갛게 물든 이빨을 보이며 웃던 검종주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퍼억! 후드득.
북궁백이 그런 그의 머리를 후려쳐 터뜨리자 피와 뇌수가 튀어 사방으로 흩어졌다.
목불인견의 광경이었지만 북궁백은 무심한 눈빛을 흘리며 십마련의 더욱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북궁세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십마련의 씨를 말리기 위해서.
* * *
전생에서부터 나는 감이라는 걸 꽤나 신뢰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감 하나만큼은 특별하다고 자부했는데,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했을 때는 첫인상만 보고도 손님이 진상인지 아닌지 백발백중으로 맞췄을 정도였다.
진상 손님을 죄다 피해 다닌 덕에 불성실하다고 잘리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뭐, 괜찮았다.
그 고깃집은 원산지 표기 위반과 반찬 재활용, 유통기한 위반이 들통나서 내가 잘린 지 한 달도 안 돼 영업 정지를 당하고 벌금까지 물면서 결국 망했으니까.
나름 단골도 많던 소문난 맛집이 한순간에 망하는 걸 보면서 역시 자영업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 참고로 신고자는 나였다.
주휴 수당도 안 챙겨 주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비를 줘서 신고한 건 절대 아니었다. 면목동의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구국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여하튼, 전생의 그 예리했던 감이 지금 되살아난 것 같았다.
천마현신 만마앙복-!
천마현신 신교불패-!
천마현신 군림천하-!
오늘따라 십마련 놈들이 외치는 구호 속에 비장함이 감도는 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후퇴하셔야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정도맹주의 반문에 고개를 저었다.
본래라면 싸우려는 척도 하고 실제로 검도 맞대다가 천천히 뒤로 물러났겠지만, 오늘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감이 무섭게 들었다.
“마지막 발악입니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지리멸렬할 테고요. 그러니 조금만 참아 보죠. 제자들을 괜한 죽음으로 밀어 넣을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으음…… 그렇게 하자꾸나.”
정도맹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리자 정도맹의 진형이 후퇴를 시작했고.
반나절 만에 백 리에 가까운 거리를 내어줬다.
이들이 무인이 아니었다면 진군할 수도 없었을 만큼 먼 거리였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천마현신 만마앙복-!
천마현신 신교불패-!
천마현신 군림천하-!
해가 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이 됐음에도 십마련 놈들이 구호를 외치며 계속 다가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미친 건가?”
자신들의 지역도 아니고 적이 있던 자리로 진군하면서 저렇게 막무가내로 진군하다니.
마치 광신도 집단처럼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에, 전생에 사이비 종교가 흥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더 이상 밀릴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정도맹의 수뇌부가 맹주의 근처로 몰려들었다.
“제자들의 희생을 염려하는 맹주님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도망만 치다간 사기가 땅으로 처박힐 것입니다. 차라리 그 전에 결판을 봐야 희생이 덜할 거라 생각하외다.”
“나무아미타불. 빈승도 같은 생각이오. 살생을 하는 것도 보는 것도 내키지 않지만, 만에 하나 마구니들이 천하 곳곳으로 흩어지기라도 한다면 민초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칠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무당의 검은 저런 마구니들에게 꺾이지 않소이다!”
“소림은 오늘 살계를 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계속 도망만 치다간 이도 저도 되지 않을 테니까.
천 년 역사를 이어 온 화산과 무당, 소림의 무인들이 강한 건 말할 것도 없었고.
하지만.
‘분명 뭔가가 있는데…….’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십마련의 진형을 볼 때마다 꼭 디아블로가 이끄는 지옥의 군대를 보는 느낌이 드는데 어쩌란 말인가.
다른 수뇌부들과 같은 생각인지 맹주 역시도 은근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으음…….”
계속 내 주장만 펼 수는 없는 법.
더군다나 아무리 생각해도 변수가 나올 만한 건더기가 없었다.
끄덕.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자 맹주가 수뇌부를 돌아보며 말했다.
“알겠소이다. 반 시진 뒤 마도들의 예봉을 꺾도록 하되, 적들이 어떤 사술을 쓸지 모르니 언제든 후퇴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해 두어야 할 것이외다.”
그렇게 십마련의 최후가 될, 아니 되어야만 하는 결전이 시작되었다.
* * *
시작은 화산파였다.
그들은 깎아지른 화산을 닮은 표홀하고 날카로운 검으로 적들을 쓸어갔다.
“방위를 지켜라!”
합-!
특히, 매화검수 일곱이 하나의 분대를 이뤄 펼치는 단단한 진법은 보는 이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새까만 어둠이 내려앉았지만, 달빛에 반사되는 검광이 사방을 밝혔다.
거기에 무당의 부드러운 검법이 뒤를 받쳤다.
“무당의 제자들은 태극혜진을 펼쳐라!”
일백의 무당검수들이 한 몸처럼 움직여 커다란 검진을 펼친 것이다.
은은한 도기가 느껴지는 진법이 전장 한복판에 생겨나자 마도의 마기가 힘을 쓰지 못하고 주춤했다.
그런 그들의 사이로 실전 압축 근육을 뽐내는 소림의 무승들이 튀어 나가 마도들을 두들겼다.
퍼퍼퍽. 퍽. 빠악!
불가의 승려답게 웬만하면 살인을 피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석장과 무공은 마도의 뼈와 살을 분리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오천에 가까운 마도들 중에 고수가 없을까.
후우웅! 콰앙!
“끌끌, 산에만 처박혀 있던 도사 놈들이라 목숨 아까운지 모르는구나!”
“그러게 말이오. 어서 움직여 마신께서 지배하는 지옥으로 보내 줍시다.”
적 진영에서 초절정 고수들이 나서기 시작하자 아군의 진형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정도맹 측 고수들이 재빨리 튀어 나가 그들을 상대했다.
그러기도 잠시.
어느새 정도맹의 전력이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십마련의 오천 마도들이 죽음을 도외시하고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총 숫자가 차이 나는 만큼 고수들의 숫자 역시 크게 차이가 났고.
챙챙챙챙.
서로의 무기가 끝없이 부딪치며 목숨을 노려 가던 그때.
휘오오.
제자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정도맹주가 나섰다.
화아아악!
전장 한복판에 보랏빛 노을이 생겨났다.
화산파의 신공절학이자 최후의 비전인 자하강기였다.
“……이게 무슨?”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끄어…….”
보라색 노을빛에 노출된 마도 놈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죽어 갔다.
심지어 그냥 죽은 것도 아니었다.
치이익.
화골산에 당한 것처럼 녹아 버린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에 그동안 무공을 익히며 보았던 여러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게 화경이구나.’
사부나 태을진인의 무공을 봤을 때와는 다른 느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 경지가 깊어져 그런 것 같았다.
물론,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던바.
나는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전장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다 이긴 전투,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면 더 많은 아군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쿵!
내디딘 진각에서 커다란 경력이 느껴졌다.
일전 도종주와의 싸움에서 전왕기가 한층 발전했던 것이다.
“죽어라!”
가장 가까웠던 마도 무리에 다가가자 놈들이 대경하며 무기를 휘둘러져 왔지만.
파앙!
벼락같이 뻗은 전왕십삼투가 그들의 신체를 작살냈다.
한 놈에 한 방씩, 일 타 십삼 피.
그 뒤로도 거칠 것이 없었다.
우웅……. 콰아아앙!
새로운 폭사경이 떼죽음을 불러왔고.
스거어어억!
극사경이 적들의 복부를 갈랐다.
“어린놈이 방자하기 그지없구나!”
쿠아아아!
초고수의 위협적인 공격은 전룡기로 막으며 아군과 힘을 합쳐 해치웠다.
‘이게 바로 정파지.’
약한 상대는 순식간에 해치우고 강한 상대에게는 다구리를 놓는 정파의 필승 싸움법이었다.
그렇게 일각.
수없이 많은 적을 해치우고 나서야 전황을 살필 여유가 생겼다.
‘으음.’
정도맹이 십마련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무공이 강한 건 물론 수십 년간 손발을 맞춰 온 덕분에 팀워크도 훌륭했다.
무엇보다.
‘역시.’
가장 선두에서 적을 상대하고 있는 정도맹주의 역할이 컸다.
그를 향해 다가가자 그가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왔느냐?”
“예.”
푹. 푹.
화산검법의 상징인 매화꽃이 피어나지 않는 평범한 검법, 아니 자세히 보니 검법도 아니다.
그저 찌르면 찔리고, 당기면 베이는 단순한 동작의 연속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모습에 나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
그 단순한 동작 속에 신검합일의 진수가 담겨 있었으니까.
경악에 찬 시선을 느꼈는지 정도맹주가 담담한 목소리로 무리를 설명했다.
“극에 이르면 뭐든 평범해지는 법이지. 예를 들면 이런 것도 가능하다.”
화악!
검을 일직선으로 찌르자 커다란 매화꽃이 피어났다.
“헛!”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저 단순한 동작에서 환검의 극치라 불리는 매화검이 펼쳐졌는데.
가르침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방금 살펴보니 네가 익힌 무공의 초식은 단순해 보이더구나.”
“예.”
정확했다. 전왕류는 초식이라고 할 게 없었으니까. 굳이 따지자면 전왕십삼투의 때리고 후려치는 동작뿐이었다.
“단순할수록 강한 힘을 품는 법이지. 하나 복잡함을 깨닫지 못한 채 단순함만 추구한다면 진리에는 이르지 못할 게다.”
알 수 없는 말.
하나, 절대 고수의 가르침이다.
더군다나 실전에서 경지를 깨우친 북궁 사부와 다른 길을 걸어왔던 무인의 가르침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소중하기 그지없었다.
“천지간의 자연지기는 끊임없이 흐른다. 무인은 그런 자연지기를 몸에 가둬 사사로이 쓰는 것뿐이지. 하나, 무도란 무엇이냐.”
“…….”
“사람이 천지간의 자연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즉, 내 뜻이 검을 넘어 자연에 이른다는 말이지. 이렇게 말이다.”
그가 검을 가로로 그었다.
꿀렁.
공간이 잘려 나가며 수십 명의 마도가 참살되었다.
핏빛 가득한 광경이 펼쳐졌지만, 정도맹주는 가르침을 멈추지 않았다.
“무엇을 느꼈느냐?”
“……천지간의 기운이 잘려 나가는 걸 느꼈습니다.”
“제대로 봤다.”
그가 다시 한번 검을 움직였다.
이번에는 공간을 잘라 내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기운을 더했다.
콰아앙!
끄아악-!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원래 있던 자연지기와 그의 내기가 섞이지 못한 탓에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기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 것 같으냐?”
“쌀알이 약간 넘어 보였습니다.”
“이것도 제대로 봤구나. 그 친구가 손주 하나는 제대로 데려왔어. 맞았다. 자연지기를 이용한다면 작은 기운으로도 커다란 힘을 낼 수 있단다.”
그가 작게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그런 그의 시선을 마주하던 나는 커다란 의문을 느꼈다.
“……제게 이런 가르침을 베푸시는 이유가 뭡니까?”
“그거야 네가 내 친우의 의손자라서 그렇지.”
“하면 검에서 죽음을 각오한 결의가 느껴지는 건 왜입니까?”
내 물음에 정도맹주가 작게 웃으며 전방을 바라봤다.
“네가 오기 직전에야 알았다.”
그가 자신의 검을 곧추세웠다.
“우리의 앞에 천기가 일러 준 혈겁이 있다는 걸.”
“늦게도 눈치채셨구려.”
우리 앞에 평범한 체구의 장년인이 나타났다.
“……!”
상대는 아무 기운도 내뿜지 않았지만, 그를 본 순간 온몸에서 솜털이 곤두서고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덜덜덜.
죽음.
그랬다.
눈앞에 나타난 장년인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개념,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십……마련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