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55
354화 구출(2)
구룡성의 사절단은 사자맹의 추격을 피해 동남쪽으로 달렸다.
칠 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추격과 도주.
진즉 잡혀 죽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지독한 추격이었으나, 청룡당주를 위시한 사절단은 안휘성 동쪽에 있는 황산까지 도주하는 데 성공했다.
‘오백 리만 더 가면 더는 쫓아 오지 못할 것이다.’
쏴아아아!
때마침 쏟아지는 장대비에 산이 울음을 터뜨렸다.
나뭇잎이 흔들리고 풀잎이 스치는 소리가 발걸음 소리를 가려 줬고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가 냄새를 씻어 줬다.
등에 커다란 짐을 멘 청룡당주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속도를 올린다.”
툭툭툭.
수십의 사람이 그런 그를 따라 산을 올랐다.
그렇게 산을 일각쯤 올랐을까.
“여기다!”
갑작스러운 적의 출현에 청룡당주의 검이 벼락같이 움직였다.
푸확!
대번에 허공으로 떠오르는 목.
그 뒤로 청룡당의 제자들이 돌진했다.
푸확! 푸확!
청룡당에서 손꼽히는 고수들답게 그들은 극성에 이른 청풍검법으로 적의 신체를 잘라 냈다.
“절대 올려 보내지 않는다!”
뒤를 받치고 있던 묵룡당의 다섯 고수가 자파의 분광십팔수검을 펼쳤다.
“어?”
푹. 푹.
시리도록 차가운 검광이 어둠을 밝혔고, 적들은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절명했다.
그리고 잠시 후.
후우웅!
묵룡당주의 검에서 시작된 후예사일이 세 명의 몸을 꿰뚫는 것으로 전투는 대미를 장식했다.
“허억······ 허억······.”
“크허······.”
“후하······.”
구룡성의 무사들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기색으로 검을 집어넣었다.
칠 일 동안 이어진 도주로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당장 물 한 모금과 숨 한 번이 간절했지만.
“이동한다.”
청룡당주는 곧바로 이동을 명했다.
그 역시 무사들이 한계에 다다른 건 진즉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거리를 벌리지 못하면 목숨을 장담하지 못했기에 이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쿠르릉! 쿠릉!
그가 쏟아지는 폭우 사이로 황산의 산봉우리를 올려다봤다.
* * *
“가랏! 단운몬!”
푸확! 푸확! 푸확!
단운이 일 검에 세 명의 목을 날려 버렸다.
일 타 쓰리 피. 소름 끼치도록 강맹한 검격에 닭살이 돋을 정도였다.
후화황! 퍼억!
고개를 끄덕이던 중 뒤에서 날아간 직선의 검기가 도망치는 적의 등을 찔렀다.
위지풍의 후예사일이었다.
나는 뭐 했냐고?
뭐 하긴.
전주시를 조종하여 원딜의 역할에 충실했지.
푹. 푹. 푹.
이게 가장 효과적인 포메이션이었거든.
그렇게 서른이 조금 넘는 사파 놈들을 죽이는 데 걸린 시간은 십여 초.
거의 일 초당 셋씩 저승으로 보냈으니 단운과 위지풍이 얼마나 다급한지 알 만하다.
단운이 정보를 얻기 위해 살려 놓은 놈의 머리통을 붙잡았다.
콰직. 우드득.
“사, 살려 주십쇼!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단운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자 놈이 벌벌 떨며 외쳤지만.
서걱.
“끄아아악!”
단운은 단호하게 놈의 손등을 잘라 버렸다.
“끄흡. 흐흡······.”
“너희들이 추적 중인 사람을 찾고 있다.”
“모, 모릅······.”
“대답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서걱!
“끄으읍!”
“다시 묻겠다. 이번에도 밝히지 않으면 죽는다.”
“마, 말단이라 아는 것이 없습니다. 크흑흑, 정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거지? 너희들을 지휘하는 누군가가 있을 거 아니냐?”
“저, 저기······.”
놈이 동쪽 하늘을 가리켰다.
“신호탄이 올라옵니다. 붉은색이면 북쪽, 청색이면 남쪽, 황색이면 동쪽으로 움직이라는 신호입니다. 회색이면 서쪽이고요.”
“그렇군.”
푸확!
단운이 거침없이 검을 휘둘러 놈의 목을 잘랐다.
“······.”
이쯤 되니 단운이 정말 정파 무림의 일원이 맞는지가 의심될 지경이다.
뭐, 과정이 어떻든 그의 단호함으로 알아낸 정보는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피융. 퍼펑.
교차해 터지는 신호탄의 색깔로 적의 진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고.
“역시.”
황산을 중심으로 천라지망을 짜고 있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가?’
포위당한 모양.
좋은 소식은 아니다.
‘이미 열흘을 쫓겨 다녔다. 체력이 바닥나서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거야.’
콰르릉. 쏴아아아!
때마침 쏟아지는 장대비가 바닥에 고인 핏물을 지워 냈다.
* * *
무전과 그 일행이 황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성주 북궁백의 친서를 발에 매단 전서가 서천의 요충지를 향해 날아갔다.
최남단의 남만 분타와 운남성을 총괄하는 점창 분타, 그리고 서천 북단을 통솔하는 전룡당이 목적지였다.
친서를 받은 세 분타는 바로 무사들을 시켜 근처 도시와 마을에 친서를 전달하고, 단 사흘 만에 서천 땅 전체에 북궁백의 뜻을 알렸다.
친서에 적힌 내용은 간단했다.
사자맹과 전쟁을 벌이려 하니 ‘자율’적으로 ‘협조’해 달라는 것.
말로는 자율과 협조라고 하지만, 친서를 전달받은 각 분파의 장들은 알았다.
결코 자율이 아니고 협조도 아니라는 것을.
싸움이 두려워 도망친 무문이 분파의 지위를 유지하게 내버려 둘 리가 없으니까.
만약 협조를 거부한다면 전쟁이 끝나자마자 구룡성의 깃발을 회수하러 올 것이 분명하다.
피할 수 없음을 깨달은 분파의 장들은 결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즐기기로.
“제자들을 모아라. 내가 직접 나가겠다.”
“크크큭, 산골에 처박혀 생을 마감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이름을 떨칠 기회가 오는구나.”
“한 명도 빠지지 말고 짐을 싸거라. 이번 기회에 형상문의 이름을 만천하에 떨치겠다.”
“천하를 어지럽히는 삿된 무리를 징치할 수 있는 기회다. 준비하거라.”
“그간 모아 온 재물을 풀어 낭인들을 고용해라. 성주께 우리 유형검파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거다.”
오히려 몇몇은 북궁백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가진 재물을 풀어 낭인을 긁어모으기까지 했다.
그리고.
“형제들이여! 지난날의 빚을 갚을 때가 왔다!”
“우오! 우오! 우오!”
남만 밀림의 부족들이 일만의 전사를 파견하는 것으로 방점을 찍었다.
단, 칠 일.
서천의 군세가 일 차 집결지인 귀주성 귀양을 향해 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확인한 문상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사천성의 모든 분파가 길을 나섰습니다.”
“운남성 분파들 역시 귀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남만 부족장, 홍장방이 부족민들을 이끌고 북상하고 있습니다.”
“감숙을 비롯한 청해의 무인들이 전룡당의 깃발 아래 집결, 남하를 시작했습니다.”
‘칠 일 만에 서천 전역의 힘을 모을 수 있다니······. 이전 같으면 소식을 전하는 데만 달포는 걸렸을 것을.’
무전의 개혁이 가져온 변화였다.
‘이십 년을 몸담은 나보다 낫구나.’
자조 섞인 웃음을 짓던 그가 앞에 있는 서생들에게 물었다.
“보급은 어찌 되었나?”
“예, 귀양에 식량과 무기를 비롯한 보급품들을 가져다 놨습니다. 집결이 끝나는 대로 진격하면 됩니다.”
“추후 보급은?”
“서천상단에서 맡아 주기로 했습니다. 무사들을 상당히 많이 고용하고 있으니 안정적일 거라 생각합니다.”
“용군의 준비는 어찌 되어 가고 있나?”
“이 군주인 가립이 용군의 지휘를 맡는 것으로······.”
잠시 후.
“모두 수고했네.”
최종 점검을 마친 문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북궁백에게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왔나?”
“······.”
자신을 맞는 북궁백을 보고 문상이 살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먼지 하나 없는 진한 흑색 장포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싸움터에 나가는데 허름하게 갈 순 없지.”
“진작 이렇게 입고 다니시지 그러셨습니까?”
“비싼 옷은 영 불편해서 말이지.”
“구룡성은 가난하지 않습니다.”
“덮어놓고 쓰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말도 모르나?”
씨익.
작은 농담으로 풀어진 분위기 속에서 북궁백이 일어섰다.
“이렇게 온 걸 보면 준비가 끝났나 보군.”
“완벽합니다.”
“그럼 가지.”
모옥을 나서는 북궁백의 등에서 용암과도 같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 * *
황산으로 들어간 청룡당주와 묵룡당주를 비롯한 구룡성의 무사들은 끊임없이 싸웠다.
매복하고 있던 적을 처리하고, 앞을 가로막는 적을 죽였으며, 기습해 오는 적에게 검을 휘둘렀다.
황산의 거친 지형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탁 트인 벌판에서보다는 적을 상대하기가 훨씬 수월했던 탓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인간인 이상 한계는 있는 법.
체력은 떨어져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졌고 내공은 바닥나 근력으로만 검을 휘둘렀으며 집중이 끊겨 검 끝이 무뎌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상당히 뼈아프게 다가왔다.
“크르륵.”
“소천아! 안된다. 이놈아! 제발 눈을 떠라!”
죽음.
청룡당이 일곱, 묵룡당이 넷.
당주를 제외한 총원 열하나의 무사들 중 다섯이 죽어 나간 것이다.
결국 목숨을 잃은 제자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묵룡당주가 한숨 섞인 침음을 흘렸다.
“허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힘도 못 써 보고 몰살당할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을 떠올린 그가 청룡당주의 어깨를 붙잡았다.
“이대로는 안 되오. 체력과 내공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외다.”
“······시간을 어찌 끈단 말이오?”
“꼭대기로 가면 커다란 동굴이 하나 있소이다. 입구를 막고 적과 맞서 싸우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오. 반나절만 버티면 다시 움직일 힘이 돌아올 것이고.”
“으음.”
“우리는 살 만큼 살았으나 제자들은 그게 아니지 않소이까?”
좋은 생각은 아니다.
최대한 많이 움직여야 천라지망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어쩌면 동굴을 중심으로 포위당해 빠져나가지 못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하지만 청룡당주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합시다.”
제자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 역시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 * *
황산에 접근할수록 사파 놈들의 진영은 촘촘해져 갔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거리를 두고 포진해 있었으나, 이제는 백 미터 안팎의 거리에 불과했다.
즉, 앞을 가로막는 적들이 수두룩 빽빽이라는 뜻이다.
“흡!”
뻐억! 우드득. 콰직!
날아간 주먹에 가슴뼈가 부서지고, 정강이에 맞은 적의 목뼈가 부러졌다.
푸확!
푸욱!
좌 단운 우 지풍이 검을 움직여 적의 목과 심장을 갈라 버렸다.
“저놈들이다!”
“잡아!”
“죽여!”
우리를 알아본 사파 놈들이 사방에서 들이쳤다.
대충 보기에도 오백이 넘는 숫자.
물론, 걱정할 건 없다.
천하무적 진무전이 있는 한 이런 상황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후우우웅!
전주시에서 발동된 후예사일이 적진 한복판을 관통했다.
“후예사일? 네가 어떻게······?”
위지풍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으나 지금은 설명할 시간 따윈 없었다.
“나중에 말해 줄게! 일단 뛰어!”
초속의 경신공을 펼쳐 적진 한가운데 난 혈로를 달려 나갔다.
퍽퍽! 푸확!
전멸이 목표가 아니기에 우리는 최소한의 초식을 펼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 식경.
온몸이 피로 절었을 즈음, 우리는 마침내 황산에 입구에 도착했다.
“우아아아!”
스거어어억!
섬월을 날려 입구를 막고 있는 사파 놈들을 반으로 갈라 버렸다.
단운과 위지풍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가 쓸 수 있는 최고의 절기를 펼쳐 추격을 차단했다.
콰아아앙! 후우웅!
청운적하검이 적들을 다진 고기로 만들어 버렸고.
내 것보다 배는 위력적인 후예사일이 긴 혈로를 그었다.
산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파 놈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숫자가 많아져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의 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다들 조심하라고!”
“흥! 그래 봤자 사파의······.”
챙.
단운의 검이 대번에 튕겨 나갔다.
“뭣?”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눈으로 적을 확인했다.
구룡성 최고의 검객 중 하나인 그의 검이 막히다니.
그 말인즉슨.
“누구냐?”
“나?”
보스 몹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궁영진. 여기 이 친구들은 검왕대라고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