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77
376화 신이 되는 길(4)
묘향이 귀환 기념 잔치를 해야 한다며 적화란과 청소소를 부르러 간 사이, 나는 사조에게 다가가 큰절부터 올렸다.
“감사합니다.”
“처음부터 줄 생각으로 키워 온 것이다. 북궁가를 재건하라는 뜻에서 준 것이니 고마워할 필요 없다.”
사조는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무인.
아무리 목적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나 강한 사람이 내공을 통째로 잃었으니 그 허탈감은 엄청날 게 분명했다.
“그래도…….”
“끌끌, 괜찮대도 그러네. 정 뭐하면.”
사조가 신백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이놈이 힘들 때 도와줘라. 비록 내 뜻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혈육이니까 말이다.”
“아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뜻이 아니었다뇨! 즐길 거 다 즐겨 놓고서 너무 무책임하십니다!”
“떼잉, 즐기긴 뭘 즐겼다는 거냐. 술에 취해 기억도 나지 않는구먼.”
“어머니만 불쌍하시지. 어쩌다가 이런 무책임한 사람을 만나셔서…….”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 거라니까?!”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네 어미가 술에 산공독과 미혼약을 탔다고!”
“애초에 아버지 같은 고수가 당한 게 더 이상한 거죠. 아니지. 이거 알면서 당해 주신 거 아닙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그걸 당해 주냐?!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미인이 육탄 공세를 펼치니까 나도 모르게…… 험험. 그만하자.”
“크흠, 그러시죠.”
무전이가 가고 싶은 여행지 1위에 북해가 등극하는 순간, 얼굴이 붉어진 사조가 다시 물었다.
“그렇게 해 주겠느냐?”
“예……. 그러죠, 뭐.”
그러자 신백이 얼른 뛰어와 양손을 싹싹 비볐다.
“헤헷, 잘 부탁드립니다! 형님!”
“어…… 어. 형님?”
“배분 상으론 제가 사숙쯤 되지만, 원래 무공 세고 돈 많으면 다 형님 아닙니까? 게다가 곧 있으면 천하제일인이 되실 분인데 당연히 제가 형님으로 모셔야죠. 헤헷, 이 아우는 든든한 형님만 믿겠습니다.”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장면.
대체 왜일까 고민하며 보고 있으니 신백이 내 뒤를 가리켰다.
“어엇! 저기 형수님들이 오십니다.”
“그, 그래.”
“키야! 저런 미인들과 혼인하시다니. 거기다 재주까지 많으니 혼인 생활 할 맛 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형님!”
“…….”
“형수님들 기다리겠습니다. 어서 가보시죠.”
대체 뭘까……. 이 익숙함은…….
* * *
잠시 후.
묘향과 적화란, 청소소가 함께하는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이 년 만에 봐서 그런지, 첫 잔을 나눠 마시자마자 술자리는 금세 울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부인들을 토닥여 주느라 한 식경이나 진땀을 빼고 나서야 나는 세 부인과 즐거운 술자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실 중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자맹이 호남을 공격했는지 같은 걸 물으려 했지만, 그냥 관뒀다.
오늘만큼은 그저 모든 걸 잊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 집중했다.
웃고 떠들며 자정이 훌쩍 넘을 때까지 시간을 보낸 후.
“제가 제비를 뽑았어요.”
나는 청소소의 손에 이끌려 그녀의 방으로 들어갔다.
* * *
다음 날.
나는 성주전 가장 깊은 곳인 모옥으로 찾아갔다.
워낙 사부와의 추억이 많은 곳이라 입구에 도착하니 가슴이 뭉클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제는 성주가 된 장조부님과 장인어른, 문상이 나를 맞아 주었다.
“이게 대체 얼마 만이냐?!”
“어서 오시게. 사위! 어디 아픈 곳은 없고? 그나저나 얼굴이 좀 바뀐 것 같구먼.”
“설마, 이렇게 고생시켜 놓고 빈손으로 온 건 아니겠지?”
그런 세 어른을 향해 미안함을 담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던 걸로 압니다.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괜찮다. 너 대신 너희 군사가 잘 처리해 줬다.”
“괜찮네. 전부 뜻이 있어 폐관에 든 게 아닌가?”
“뭐 잘못 먹었나? 내가 알던 진무전은 이렇게 예의가 바른 인물이 아닌데?”
전쟁 수습도 내팽개치고 산속으로 도망갔음에도 다들 넉살 좋게 사과를 받아 줬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급해서 사담은 이만했으면 합니다.”
“그래, 뜻이 있어 산에서 내려왔겠지,”
사실, 이렇게 세 사람만 부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본론에 앞서 당주들 중 마음이 떠난 이가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급변한 정세에 따라 변절자가 나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상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있네.”
“둘입니까? 아니면 하나입니까?”
“하나일세.”
“금룡당주겠군요.”
“사자맹에서 요구한 금전을 내고 조약에서 벗어났네.”
세 어른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만도 합니다. 만금전장의 장주가 서천 땅에 갇히게 되면 지부장들이 딴마음을 먹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지.”
애초에 십마련의 손에서 가문과 문파를 지키기 위해 모인 곳이 구룡성이다.
성이 가문을 지켜 주지 못하니 금룡당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를 믿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천하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어디부터 설명해 줄까?”
“사자맹부터요.”
문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동천 땅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네. 거의 막바지라고 보면 되지.”
“생각보다 느리군요. 지금쯤이면 후방을 안정시키고 호남성에 발을 뻗었을 거라 생각했는데요.”
“백성들이 움직였다네.”
“네? 그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뜬금없는 소리에 눈을 크게 떴다.
사자맹 놈들이 어떤 놈들이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살인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 집단이 아니던가.
“아니, 애초에 놈들 같은 악당들에게 봉기가 의미가 있습니까?”
“들고 일어선 것이 아니야. 합심하여 다른 성으로 도망친 것이지.”
“전쟁이 끝나고 동천 땅에 희한한 사상이 퍼졌네. 다 같이 일해서 똑같이 나눠 가진다는 사상이지. 아무래도 경덕진에서 우리가 만들었던 공동체에서 나온 것 같은데…….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퍼뜨린 것 같네.”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선가. 그동안 두려운 마음에 고향을 떠나지 못했던 이들이 신세계를 찾아 떠난 거지. 차라리 힘을 합쳐 화전이라도 일구며 먹고살자. 알다시피 화전이 척박하긴 하지만…….”
“가혹한 세금을 뜯기지 않으니 오히려 더 괜찮을 수도 있죠.”
“바로 그걸세. 덕분에 사자맹 놈들은 양민들이 도망갈 수 없도록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만 했고. 그 덕에 우리는 일 년이란 시간을 번 셈이지.”
“호연회로선 천만다행이군요.”
“그렇지.”
힘없이 웃는 문상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곳은 어떻습니까?”
“겉보기에는 똑같네. 우리를 제외하곤 제약을 두진 않았으니까.”
“사자맹과 부딪치는 경우는 없습니까?”
장조부님이 끌끌거리며 대신 답했다.
“사자맹주의 위용을 보고도 감히 덤빌 자가 있을까.”
“하긴.”
고개를 끄덕이며 재차 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어떻습니까?”
“죽을 맛이다.”
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항복 조건은 기억하느냐?”
“구룡성과 조금이라도 관계된 이는 서천 땅 바깥으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는 것 아닙니까?”
“맞다. 그런 상황에서 사파의 잡놈들이 우리 영역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치면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방법이 없군요.”
“놈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도발하고 있다. 지난 이 년간 사파 놈들에게 몰살당한 마을이 열아홉 곳. 약탈당한 마을은 서른이 넘는다. 그것도 성의 분파들이 위치한 곳만 골라서 치는 덕에 분파들이 하루가 다르게 탈퇴하고 있다.”
“……성의 무사들을 곳곳에 풀어 놔야겠군요.”
“청룡당과 묵룡당을 보내 대응을 하곤 있지만, 열 사람이 도둑 하나를 못 잡는다고 쉽진 않다.”
장인어른이 문상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래도 이제 자네가 출관했으니 한숨 놓을 수 있겠군그래. 전룡당의 철혈삼로라면 빠르기가 천하제일이 아닌가.”
“그거보단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사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툭.
나는 대답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텃밭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후화확!
인력을 일으켜 공기의 순환을 가속, 기다란 회오리를 만들어 하늘 높이 뻗어 올렸다.
머리 위의 구름이 사라지며 환한 햇빛이 내 주위만을 밝혔다.
사자맹주가 검을 들어 구름을 뚫어 냈던 것과 같은 연출이다.
“저는 사자맹주를 죽일 겁니다.”
“……!”
경악이 가득 찬 세 사람의 시선을 마주했다.
“힘을 보태 주십시오.”
* * *
호남성 장사.
호연회의 본단이 있는 이곳에, 덩치 크고 사내답게 생긴 남자가 긴 머리를 휘날리며 발을 디뎠다.
특이한 생김새 때문인지 몇몇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지만, 그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안쪽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장사의 가장 중심부에 자리 잡은 다루, 다미원.
촤르륵.
문에 걸린 발을 헤치며 그가 들어섰으나 점원과 루주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내가 익숙한 듯 가장 구석 자리에 앉자 그 뒷자리에 앉아 있던 호리호리한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래, 장사는 어때 보이오?”
“호남의 주도라고 하기엔 상당히 썰렁해 보이더구려.”
“다들 도망쳐서 그렇소. 이전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했지. 여기 다미원만 하더라도 달에 금 한 냥씩을 벌어들였다오.”
“넉살 좋은 소리를 들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오.”
“거참, 명색이 하오문주라는 양반이 참으로 딱딱하구려.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보자고 했소?”
“내 친우가 보내서 왔소이다.”
“그대의 친우라면……!”
“지금 머릿속에 떠올린 사람이 맞을 것 같소만…….”
호리호리한 남자의 눈빛에 커다란 파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런 동요도 잠시.
그가 침착함을 되찾고 물었다.
“그분의 뜻을 들고 온 것이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서찰에 이렇게 적혀 있더군. 안휘성 한복판에 북(北) 자를 그려 넣을 때가 되었다고.”
“…….”
호리호리한 남자, 호연회의 정보 분야를 맡고 있는 반야보의 수장이자 북궁가 종친회주인 북궁리가 입을 다물었다.
안휘성 한복판에 북(北) 자를 그려 넣는다는 게 무슨 뜻이던가.
북궁가의 이름으로 남궁가를 패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닌가.
하지만, 상대는 무려 사자맹주다.
일 수에 혈뢰옹을 처죽인 구룡성주를 압도한 자.
그런 절대적인 강함을 목격한 그로서는 진무전의 뜻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분을 만나 뵌 적이 있소?”
용마산이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러고는 찰랑거리는 머리를 자랑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판단은 알아서 하시오. 다만, 하나 조언을 하자면 내가 아는 진무전은 결코 승산 없는 싸움에 목숨을 거는 이가 아니오. 최소한 삼 할 이상의 승률이 확보되었을 때 움직이지.”
“…….”
다루를 나가는 용마산의 뒷모습을 보던 북궁리가 고민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사자맹주를 이길 수가 없다. 한데 대체 왜 이런 결정을 하신 것이지?’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심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