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4
074화 다시는 외당을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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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마자 모두를 데리고 성문 경비를 나갔다.
“조장님! 여기 좀 봐 주십시오!”
“무슨 일이야?!”
“여기 상어 가죽이 있습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상어 가죽 같은 위험 물품을 밀반입하려 하시는 거요!”
백룡당을 엿 먹이기 위함이었다.
트집을 잡아 수레를 멈춰 세우자 가죽을 가져온 상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항의했다.
“밀반입이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리고 상어 가죽이 어찌 위험한 물건이란 말입니까?!”
“어허! 냄새가 나지 않소? 냄새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보니 강력한 독이 서려 있음이 틀림없군.”
“상어 가죽에 독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상인의 반박에 당진형이 끼어들었다.
“허어! 지금 구룡성의 절정고수이신 투룡 진무전 대협의 말에 반박하려는 거요?”
내 이름을 들어 봤는지, 상인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돌아보더니 말을 더듬었다.
“그, 그것이 아니라······.”
“여하튼, 이 상어 가죽은 통과시킬 수 없으니 다른 납품처를 알아보시오.”
“가죽을 팔기 위해 천릿길을 걸어왔습니다. 제발 한 번만 봐 주십시오.”
“감히 외당의 지침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오?!”
서슬 퍼런 당진형의 기색에 상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런 그의 어깨를 부여잡고 은근슬쩍 위로를 건넸다.
이른바 배드캅 굿캅 작전이다.
“흠흠, 듣고 보니 상황이 안되었구려.”
“그 그렇습니다. 백룡당만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일이 이렇게 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그렇구려. 그나저나 가죽을 얼마씩에 팔 예정이셨소?”
“장당 반 냥입니다.”
“······눈탱이였군.”
반 냥짜리 가죽을 매입해서 가공한 것 만으로 스무 냥을 받는다니.
역시, 백룡당 놈들이 괜히 명품 사업을 벌이는 게 아니었다.
“예?”
“혼잣말이오. 그건 그렇고 납품이 힘들게 되었다면 저쪽으로 가 보는 건 어떻겠소?”
외성 밖 좌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선 이선방도들이 이선상단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상인들과 흥정을 벌이고 있었다.
“오전에도 백룡당에 상어 가죽을 납품하러 온 상인들이 저곳에 판매하더군. 듣자 하니 조금 더 쳐 준다던데?”
“······!”
말을 들은 상인이 수레를 이끌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한 건 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웅장해졌다.
“푸흐흐.”
반입 금지 품목은 상어 가죽뿐이 아니었다.
“백룡당에 쌀을 납품한다고? 허어! 독이 있나 확인을 해야 하니 두 달만 대기하시오. 너무 길다고? 지금 외당의 방침을 무시하는 것이오?! 정 기다리기 싫다면 저쪽 이선상단에 가져가 파시던가.”
“허어! 식칼도 엄연한 무기거늘. 이런 흉악한 쇠붙이를 성에 들이겠다는 거요?”
“약재는 무슨, 딱 봐도 독이 틀림없구먼. 구룡성의 방침상 독은 녹룡당만 취급할 수 있소.”
“무어라! 무명천?! 지금 무명천이라고 했나? 그런 위험 물품을 반입하겠다고?”
동서남북 모든 성문에서 백룡당에 들어가는 모든 물건에 대해 반입을 금지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분간 외성의 상인들은 백룡당과의 거래를 피할 것이오.”
“너무 뻗대면 안 된다고도 해 놨지?”
“물론이오. 거래는 거절하되 그쪽에서 너무 강하게 나오면 눈치 봐서 따르라고 했소.”
용마산에게 부탁하여 상인들까지 움직였다.
앞으로 놈들은 객잔에서 밥도 사 먹지 못할 거고, 옷도 사지 못할 거다.
물론, 제삼자를 통하거나 강압적으로 넘어가는 물건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백룡당이 굶어 죽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니, 그 정도쯤은 상관없다.
“고생했다. 여기 약속한 대가다.”
용마산에게 묘향 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나 옷, 장신구 같은 것들을 적은 종이를 건넸다.
반쯤은 구라였지만.
내가 애인도 아니고 누이의 취향을 어떻게 전부 안단 말인가.
“······고맙구려.”
머리를 붉힌 용마산이 종이를 소중히 품에 넣었다.
누가 하오문주 아니랄까 봐 정보를 소중히 하는 모습이었다.
“마산아. 내가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내 이름은 마산이 아니라 산이오. 용마는 성이고. 하여튼 말해 보시오. 경청하겠소.”
세상에, 용마가 성이었다니.
갑자기 선조가 누군지 알고 싶어졌다.
“······사랑은 정보로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로 쟁취하는 거다.”
“그러는 진 조장이야말로 우물쭈물하다가 홍화루의 육 총관을 놓치지 않았소?”
“이 시불롬이?”
“이만 가 보겠소이다.”
용마산이 두광(頭光)을 번쩍이며 신법을 전개했다. 그러자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그의 신형이 순식간에 멀어졌다.
한 대 때려 주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용마산의 협조 덕분에 계획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지금 뭣들 하는 것이냐?!”
그 콧대 높은 백룡당의 무사들이 내성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살벌한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그들 앞에 유소평이 나섰다.
“백룡당의 영웅들께서 여기까지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 몰라서 묻나?”
“몰라서 묻지, 알면 묻겠습니까?”
“지금 네놈들이 백룡당으로 들어오는 물건들을 막고 있지 않으냐?!”
“저희는 그저 공무를 집행 중일 뿐입니다만······.”
“감히 내 앞에서 장난을 치는 것이냐?!”
촤릉.
선두의 무사가 시퍼런 검을 뽑아 들어 유소평의 목을 겨눴다.
“어이쿠! 무서워라.”
“당장 이 개 같은 짓거리를 멈춰라! 그렇지 않으면 제 명에······.”
빠악!
그 순간, 상황을 지켜보던 내가 달려들어 검을 뽑은 놈의 목덜미에 하이킥을 박아 넣었다.
그러고는 눈을 까뒤집으며 쓰러진 놈의 등판을 밟으며 말했다.
“공무를 집행하는 외당의 무사들을 겁박하다니, 겁대가리를 상실했냐? 아니면 용왕님이 빼 먹을까 봐 간땡이를 어디 두고 온 거냐?”
“······.”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적막이 흘렀다.
그리고 이내 주변의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똥이 튈까 멀찍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 동시에.
촤릉. 촤릉.
백룡당 놈들이 검을 뽑으며 기세를 올렸다.
“감히 백룡당의 무사를 상하게 하다니! 네놈이 자그마한 명성을 얻더니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구나!”
“감히 공무를 집행하는 외당 무사에게 무력을 쓸 생각을 하다니. 살아 돌아갈 생각들이 없나 보군.”
파지직. 파직.
전왕기가 날뛰기 시작하며 경력의 기파가 터졌다.
쿠웅.
* * *
모두를 제압하자마자 곧장 서문으로 향했다.
백룡당 놈들이 북문으로만 올 리는 없었으니까.
물론 시간을 끌 만한 충분한 대비는 해 놨다.
외당 무사 백 이십을 모두 동원, 각 문에 서른 명씩 배치해 놓은 것이다.
심지어 그것도 모자라 예비령을 발동하여 본부에 수많은 은퇴 무사들을 모아 놨다.
내 아이디어가 아니다.
이번에 일어난 사건으로 분노가 폭발한 가립이 계획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외당에는 고수들이 존재했다.
셋이 뭉치면 절정고수 둘을 감당할 수 있는 당가삼괴를 남문에 배치했고, 하나의 무공으로 절정의 경지를 뚫은 가립이 동문을 맡았다.
즉, 나는 북문과 서문만 맡으면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문에 도착하니 외당 무사들과 백룡당의 무사들이 서로 기 싸움을 하는 것이 보였다.
“동작 그만, 계속해서 공무집행을 방해한다면 체포하겠다.”
내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자.
“정녕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나이 지긋한 중년의 무인이 답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까는 볼 수 없었던 절정고수.
일전 점창분타에서 어깨를 맞대고 싸운 백룡당의 간부였다.
“누군가 했더니 이 대협이시군요. 오랜만입니다.”
“나도 반갑긴 하지만, 지금은 인사 나눌 때가 아닌 듯하이.”
“저도 참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이쯤 할 수는 없겠나?”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리 정중하게 물어보고 있지 않은가? 자네가 오기 전까지 무사들도 자제시켰고.”
“그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이었다.
눈앞의 이사향은 닳고 닳은 절정고수다.
그가 제대로 마음을 먹었다면 서른의 외당 무사 정도는 순식간에 박살이 났을 거다.
“······자네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군.”
“각오하던 바입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보폭을 넓혔다. 언제든지 출수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 이런 준비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돌아간다!”
그가 부하들을 물린 것이다.
“······.”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속삭였다.
“자네와는 싸우는 게 영 내키지 않아서 말이야. 함께 온 이들도 점창분타에서 자네에게 목숨을 빚진 친구들이기도 하고.”
그제야 백룡당의 무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반가움이 서린 표정으로 눈인사를 건넸다.
“그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적당히 했으면 한다네. 사이가 좋든 나쁘든 구룡성의 식구가 아닌가.”
돌려 말했지만, 끝장을 보지는 말자는 소리였다.
“······고려해 보겠습니다.”
툭.
“또 보세.”
떠나가는 이사향의 뒷모습을 보니 괜히 씁쓸했다.
이게 다 백무하 때문이다.
* * *
천조국이 북조선을 상대로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처럼, 나는 백룡당을 상대로 한 제재를 지속시켰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자 참을 수 없었는지 백무하가 나타났다.
“아무리 봐도 구룡쟁패에서 장님으로 만들어 줬어야 했어.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 맹인검객 백무하. 산천초목이 벌벌 떨 거 같은데요.”
전혀 동요하지 않았는지 백무하는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 바보 같은 짓을 언제까지 계속할 셈이냐?”
“쉿! 신성한 공무에 바보 같은 짓이라니요. 외당주님 들으시면 큰일 납니다. 어디 한 군데 부러질 수도 있다고요.”
“그래, 그럼 이 빌어먹을 공무는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
“구룡성의 녹을 먹고 사는 인물이 어찌 공무에 기한을 두겠습니까? 뒤질 때까지 계속하렵니다.”
“허세를 부리는구나.”
“이런! 허세라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진무전, 항시 공무에 최선을 다하는 감찰단주님을 만나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들어먹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군. 알았다. 어디 마음대로 해 봐라.”
“응원 감사합니다.”
“다만, 그 책임은 직접 져야 할 것이다.”
“얼마든지요.”
말을 마친 백무하가 이선상단의 깃발이 꽂혀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데려온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가 상인을 불렀다.
“여기 있는 물건, 전부 해서 얼마냐?”
“백룡당에서 오셨군요. 그럼 싸게 드려야지. 구백 냥만 주십시오.”
“구백 냥?! 감히 누구 앞에서 농간을 부리는 거냐!”
목소리가 커지자 백무하가 끼어들었다.
“시간이 없다. 셈을 치르고 돌아오거라.”
그러더니 나를 돌아보고 말했다.
“설마 이것까지 막을 생각은 아니겠지?”
“본래 성안으로 들어가는 물건은 확인해야 맞는 것인데, 선배와 제가 어디 보통 인연도 아니고, 이번만큼은 그냥 보내드리겠습니다.”
“······.”
잠시 후.
싸늘한 눈초리로 나를 노려보던 백무하가 부하들을 데리고 성안으로 돌아갔고.
물건을 모두 팔아치운 이선방도가 다가와 작은 보자기를 내밀었다.
이익금의 절반이었다.
그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소인, 몸은 이선방에 속해 있어도 마음만큼은 진 조장님을 향해 있습니다요.”
“허허, 용 방주 들으면 서운하겠네.”
“아니, 사실인데 어찌합니까요. 헤헤.”
“이 사람,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구먼, 자네 이름이 뭐라 했나?”
“헤헤, 소인 마천이라고 합니다요. 이선방의 살림을 맡고 있습죠.”
“이런! 이제 보니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었구먼. 내 자네의 이름을 꼭 기억하겠네.”
“아이고, 영광입니다요!”
오가는 금전 속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푸흐흐.
돈도 벌고 백룡당도 괴롭히고.
이런 게 바로 크리에이티브 이코노미가 아니겠는가.
두둑한 보자기를 안고 생각했다.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겠군.’
백룡당이 이대로 가만히 있을 리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