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75
075화 다시는 외당을 무시하지 마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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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당의 전신인 백가장은 본래 대대로 장군과 대신을 배출한 호족 가문이었다.
하지만 제국이 힘을 잃고 조정이 개판이 되자 진로를 틀어 무림 세가로 변신, 기존에 지니고 있던 관부에 대한 영향력으로 빠르게 세를 불려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왔다.
호족답게 대대로 물려받은 엄청난 크기의 토지와 구룡성이 발족하며 사들인 토지는 그들에게 커다란 부를 만들어 줬다.
또한, 황실에서 훔쳐 낸 특수한 비법으로 만드는 보의는 지금도 천하 곳곳에서 비싼 값에 팔리며 그들의 부를 지속시켜 줬다.
단순히 돈만 있는 것도 아니다.
당주를 포함한 셋의 초절정 고수와 일곱의 절정고수, 일백의 일류고수를 보유한 그들은 명실공히 구룡성 제이의 힘을 가진 집단이었다.
감히 외당 따위가 비빌 상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룡당을 들이받은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외당주와 묵룡당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시고 최근 구룡쟁패를 통하여 적룡검과 회룡도와도 친분을 쌓으셨습니다. 게다가, 이번 등천각 습격 사건에서 목숨을 걸고 기재들을 구해 그들의 가문에 빚까지 지워 뒀지요.’
유소평의 설명대로 그동안 쌓아 온 꽌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백룡당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눈을 무시하고 막 나가지는 못할 거다.
그리고.
“요즘 재밌는 일을 벌이고 있다던데?”
우리에겐 대마두 북궁백이 있지 않은가.
“같잖은 수로 먼저 건드려서 말입니다.”
피식.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 보도록.”
역시나 시원한 북궁 당주님이었다.
“외당에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피해라······.”
북궁백이 마시던 술병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술 한 모금을 털어 넣고 다시 건넸다.
“중원 서남부를 지배하던 아홉 개의 대방파가 뭉쳐 생겨난 구룡성이다. 이천이 넘는 무인이 모여 있는데 충돌이 없을 수 있을까.”
“그럼?”
“뒤는 생각지 말고 마음껏 날뛰어보라는 소리다.”
술병을 다시 받아 든 북궁백이 술을 한입에 털어 마시며 말을 이었다.
“정말 뒤를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까?”
“물론.”
“감사합니다.”
그렇게 보고를 마치고 본부를 나오던 찰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구룡성이 아홉 개 세력이 연합한 곳이라고? 여덟 개가 아니라?
‘헷갈렸나 보네.’
매일 같이 술을 마시더니 아무래도 약간 오락가락하는 거 같다.
당주님, 건강하셔야 해요.
제가 구룡성에서 튈 때까지 제 빽이 되어 주셔야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그가 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 * *
백룡당은 정치력부터 동원했다.
“외당 일조장 진무전은 나오시오!”
다시 한번 감찰단을 동원한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한 수.
하지만 강력한 한 수이기도 했다.
그만큼 감찰단이 가진 위세는 대단했으니까.
“이번엔 또 무슨 일입니까?”
“권한을 남용하여 백룡당의 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요.”
하나 이번에는 전과 같지 않았다.
“마침 잘 왔군. 감찰 일대의 종주평 대주가 맞소?”
“그렇소만, 어찌하여 묻는 것이오?”
“그렇구려. 안 그래도 찾아가려 했소이다. 뭣들 하느냐?! 당장 이놈들을 체포하라!”
가립이 나서서 원천 봉쇄를 한 것이다.
“이게 무슨 짓이오!”
종주평이 항의하자 가립이 작은 종이를 꺼냈다.
“어디 보자······ 그제 만리상단주와 함께 홍화루에 가셨구려. 그곳에서 황가상방주를 잡아들이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았고.”
“증거가 있소이까?!”
피식.
가립이 비웃음을 띠며 말했다.
“당신네는 증거가 있어 우리 애들을 잡아갔소?”
“······!”
똑같이 갚아 주겠다는 가립의 말에 종주평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뇌, 뇌물에 관한 조사는 감찰단 고유의 업무요. 감히 외당 따위가 조사할 수는 없소.”
“그야 그렇지요. 그래서 몇 가지 조사를 더 해 봤소이다. 동문 안 육반객잔에서 무전취식 두 번, 싫다는 예기를 술에 취해 강제로 끌어안기도 하셨고. 성내에서 말을 타고 가다 죄 없는 상인의 가판대까지 부숴 놓고는 보상도 하지 않았구려. 뇌물죄는 감찰단에서 조사하는 게 맞으나, 외성의 치안은 우리 외당의 업무. 이 정도면 종 대주를 체포할 근거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렇게까지 자세히 알아봤을 줄이야.
역시 짬밥은 어디 가는 것이 아니다.
우르르.
곧이어 백오십의 외당 무사가 다섯의 감찰단원을 둘러쌌다.
“나머지 놈들 역시도 충분한 혐의가 있으니 모두 체포하라! 반항하면 죽여도 좋다!”
가립의 외침에 감찰단원들이 시퍼렇게 질렸다.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각오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감찰단원들을 체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고기가 미끼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감찰단주가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답니다!”
잠시 후.
콰앙!
문이 쪼개지며 얼굴이 벌겋게 익은 백자천이 들어왔다.
그가 대노한 목소리로 외쳤다.
“감히 외당 따위가 감찰단의 단원들을 체포하다니, 전부 죽여도 할 말이 없으리렸다?!”
“협박을 하시다니, 명색이 감찰단주님께서 그래도 됩니까?”
“네놈이로군.”
“이런, 백 대협이 제 상사도 아닌데 반말이라니요. 조금 듣기 거북하군요.”
“흥! 네놈에겐 볼일 없다. 당장 북궁 당주를 데려오거라!”
“제 발로 저승에 가실 거면 남들 피해 주지 말고 구룡산맥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걸 추천 드립니다.”
“네 이놈!”
“아까부터 이놈 저놈 거리기는, 나름 명문가 출신으로 알고 있는데 예의를 참 밥 말아 드셨군요.”
“헛소리 말고 당장 북궁 당주를 데려오너라!”
“당주님 오시면 진짜 죽습니다.”
“무인이 되어 어찌 이런 치욕을 참을 수 있겠느냐?”
매우 흥분한 목소리.
당연했다.
백룡당주의 동생이자 이름 높은 초절정고수, 감찰단주의 자리까지.
이런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그가 이런 치욕을 겪어 봤을 리 만무했으니까.
하지만 그 치욕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감찰단주님 정도에 우리 북궁 당주님이 나설 것까지 있겠습니까? 제가 상대해 드리겠습니다.”
“네 이놈! 방자하기가 이를 데가 없구나!”
키보드 하나로 플래티넘을 찍은 내가 남았으니까.
덕분에 안 그래도 붉었던 그의 안색은 마그마처럼 불타올랐고.
챙.
곧장 검을 뽑아 내게 겨눴다.
우우웅.
초절정의 무인이 내뿜는 기파가 나를 덮쳐 왔다.
“크윽.”
주변의 외당 무사들이 침음성을 흘리며 물러났다.
“아무도 나서지 마라!”
백자천의 외침에 서른의 감찰단원들이 검을 뽑고 주위를 경계했다.
타인이 끼어드는 걸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삼 초, 양보해 줍니까?”
“흥! 십 초를 양보해 주마. 대신, 그 안에 나를 죽이지 못한다면 명년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 될 것이다.”
“후회하실 텐데······.”
파지직. 파직.
마음을 먹자마자 전왕기가 날뛰며 경력을 터뜨렸다.
쿠웅.
비천풍을 활성화하며 진각을 밟아 전왕보를 시전했다.
자신의 생각보다 빨랐는지 백자천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그리고.
“······!”
온 힘을 다한 폭사경을 그의 전면에 터뜨리는 것으로 결투가 시작되었다.
콰와왕!
벼락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주변 땅이 뒤집혔다.
휘오오.
하지만 백자천의 호신강기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공격을 멈출 이유는 없다.
지금은 정신없이 몰아붙일 때였으니까.
그리고 내 무공인 전왕류는 한번 기세를 타면 상대를 탈탈 털 만한 신공절학이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백자천이 방어 초식을 전개하려던 찰나.
빠앙!
전왕십삼투의 십삼 초를 모두 때려 넣었다.
단 한 번만이 울려 퍼진 타격음.
그러나 그 위력은 결코 한 번만큼이 아니다.
“큭.”
전왕십삼투에서 비롯된 경력이 충격을 줬는지 백자천이 침음성을 흘렸다.
“제법······.”
“아직 멀었어, 이 새끼야!”
“감히!”
시간을 줄수록 좋을 게 없다.
지금은 최대한 빠르게 밀어붙여야 한다.
스가악!
각법을 통해 터뜨린 극사경이 그의 허리춤을 베어 갔다.
쩌엉!
백룡당의 직계만이 익힐 수 있다는 일광검이 벼락같이 터져 나와 극사경을 쪼개 냈다.
쿵.
전왕보를 시전하여 그의 측면으로 돌진하던 찰나.
쩌엉!
백자천이 일광검을 펼쳐 내 목을 노렸다.
십 초를 양보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깬 것이다.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그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십 초 양보해 준다며?”
물론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상관하지 않고 바쁘게 공격을 쏟아 냈다.
파앙!
찌르고, 후려치고 내리찍는 등 인간의 몸으로 펼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가했다.
커다란 파공음과 함께 백자천이 발걸음을 물렸다.
그냥 물러선 것이 아니다.
쩌엉!
그의 일광검이 내 목을 노리고 날아 들어왔다.
“······!”
간신히 피해 낸 일격.
주르륵.
검 끝에 스쳤는지 작은 생채기가 나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나를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물론, 두려움 따위는 느끼지 않았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시간은 내 편이었으니까.
그렇게 몇 번의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후우웅.
여유를 찾은 백자천이 검강을 두른 검으로 일광검을 펼쳤다.
꽤 거리를 두고 피해 냈음에도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도망가는 거냐?!”
흥분한 백자천이 보법을 펼쳐 쫓아오더니 다시 한번 검강을 뽑아 냈다.
연무장이 넓지 않은 탓에 도망칠 구석 따위는 없었다.
‘여기서 막는다!’
나는 자리에 서서 남은 전왕기를 모두 끌어올렸다.
후우웅,
빛살과도 같은 강기가 나를 덮쳐 왔고.
“흡!”
모든 기를 담은 폭사경이 터져 나갔다.
콰릉. 쾅!
초절정의 상징, 강기.
무엇이든 부술 수 있다는 기의 응집체가 무시무시한 열기를 내뿜으며 폭사경의 경력을 뚫고 들어왔다.
“시발.”
어느 정도 각오했던 일이지만, 막상 목격하니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쾅!
강기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명치에 박혔고.
폭발음과 함께 거대한 거력이 내 몸을 날려 버렸다.
와르르.
연무장의 담장을 부수고 수십 미터를 날아간 뒤에야 겨우 멈췄다.
“우웩.”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핏덩이를 토해 냈다.
피가 검은 걸 보아 작지 않은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살았다.’
고마워요, 이적상 대공자님.
님 덕분에 몇 번이나 목숨을 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툭.
무황성이 있는 북서쪽으로 절을 할까 생각하던 찰나, 약간은 지쳐 보이는 백자천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앞에 섰다.
외당의 모든 이들과 감찰단원들이 숨을 죽이고 쳐다보고 있었다.
“유언은 있느냐?”
“크크크. 그건 내가 할 말 같은데?”
“허세 부리지······?!”
“이제야 약효가 돌았나 보군.”
“이, 이게 무슨?”
“당팔이라고, 우리 외당엔 산공독 전문가가 있지.”
“내가 겨우 산공독 따위를 못 느낄 리가 없다!”
틀린 말이 아니다.
백자천 정도의 고수라면 산공독의 기미만 느껴져도 얼마든지 차단할 수 있다.
다만.
“과도한 흥분은 감각을 죽이는 법이지.”
바로 이걸 위해서 그를 도발했고, 몰아붙였다.
당연히 나는 사전에 해독약을 먹었고.
“이 비겁한 놈!”
“당신도 십 초 양보해 준다면서 삼 초 만에 공격했잖아? 그걸로 퉁치자고.”
백자천이 살기를 가득 담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흥! 내공 따위가 없어도 네놈 하나 죽이는 건 문제 없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
내공이 없어도 초절정고수.
평생을 쌓은 검격이 가벼울 리가 없다.
게다가 나는 지금 커다란 내상을 입은 상태다.
내공을 쓰지 못하는 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말 들어 봤는지 모르겠네?”
“무슨······?”
“개싸움에서 승리하는 건 센 놈이 아니라 독한 놈이라는 말.”
그쪽이라면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