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10
111. 라바 웜 (3)
S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SS급 공략대.
그들은 공략의 실패 이후, 철수를 강행하던 중 A급 몬스터 드라이어드들과 직면했다.
이미 라바 웜과의 전투 이후, 크고 작은 부상과 지칠 대로 지친 헌터들이었다.
고작 A급의 몬스터들과 조우한 것만으로도, 파티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젠장··· 이런 곳에서!”
조선제일저격수라는 이명을 가진 진종오는, 마지막 마탄을 장전했다.
이번 마탄이 마지막 발사였지만, 아직 남아있는 드라이어드는 수십 마리.
이걸로 최대한 많은 놈들을 관통해서 죽여 없애야 했다.
그렇게 다짐한 그는 최대한 집중을 이어가며, 타겟을 살폈다.
그 순간.
《릴리리!!》
어느새 옆에 와있는 한 마리의 드라이어드.
이어, 진종오의 발아래에서부터 억센 나무 덩굴이 튀어나왔다.
촤좌좍─
나무 덩굴은 그의 팔과 소총을 붙잡고 움직일 수 없도록 꽁꽁 묶었다.
“크윽!”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무 덩굴을 풀어내려 했지만, 마나 부족을 겪고 있는 그의 신체는 매우 약화된 상태.
지금 상태로는 그저 드라이어드들의 한 입 양분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촤악─
급히 단검을 꺼내서 덩굴을 이리저리 베어냈지만, 쉽게 잘리지 않았다.
“이렇게 죽을 수는!!”
그때였다.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고, 동시에 섬광이 튀어 올랐다.
“플릭커 스트라이크(Flicker Strike)!”
파바밧! 서걱─
진종오를 휘감은 나무줄기와 근처에 있던 드라이어드까지 한 번에, 수백 조각으로 잘려서 땅에 떨어졌다.
마치 드라이어드를 야채 다지기에 돌려버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투두둑─
요리를 끝낸 주방장처럼 검을 회수한 검사.
그는 검은 섬광 길드의 다이스케 요시였다.
“괜찮으십니까?”
일어나라고 손을 내밀어 준 다이스케를 바라보며, 진종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이대로 꼼짝없이 드라이어드들에게 둘러싸여 죽을 뻔했습니다··· 그런데, 검은 섬광 길드의 길드장님 아니십니까? 어떻게 이런 곳에······.”
“검색 길드를 따라왔습니다.”
“검색 길드요?”
“예. 저도 그 SS 등급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 힘을 보태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군요. 제가 들은 바로, 모두들 고작 이런 A급 몬스터에게 당하실 분들이 아닐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이런···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보시다시피, 저희 파티는 타겟의 공략에 실패하고 철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또 다른 몬스터 무리를 만났고, 고전하고 있었지요.”
“그건… 라바 웜이 아직 살아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번 실패를 통해 놈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아마도 철수한 뒤 재정비를 끝내는 대로, 2차 토벌에 대한 준비가 곧바로 이어질 겁니다.”
“그렇습니까······.”
다이스케는 잠시 진종오와 사정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곧 다른 헌터를 돕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면, 몸이 조금 회복되실 때까지 잘 숨어 계십시오.”
“고맙습니다.”
같은 순간, 조금 떨어진 장소.
그곳에는 부상을 입고 쓰러져있는 십여 명의 헌터들을 지키고 서 있는 두 헌터가 서 있었다.
한 명은 수룡이라는 이명으로 불리우는 S급 물 마법사, 박석수.
그가 마지막 캐스팅을 이어갔다.
쌍코피가 흘러나왔고,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미 있는 마나 없는 마나 다 끌어다 쓰고 있기에, 그는 자신의 생명력까지 불태워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촤좌좌좌좌─
흡사 포세이돈이라도 강림한 것처럼, 그의 지팡이 끝에서는 막대한 양의 물 속성 마나가 모여들었다.
“상성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현재 대치 중인 수십 마리의 드라이어드들을 향해, 그는 들고 있던 푸른 지팡이를 내리그으며 외쳤다.
“하이드로 프레셔 캐논(Hydro Pressure Cannon)!”
6티어의 물 속성 스킬. 그로 인한, 압도적으로 거대한 물이 눈앞의 드라이어드들에게 폭력적으로 쏘아졌다.
이 정도면 사실상 상성이고 뭐고, 그냥 압사해서 터져버릴 것 같은 어마어마한 수량이었다.
일대의 모든 나뭇가지와 풀 따위는 모조리 찌그러져 버렸고, 물의 대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수룡’ 박석수는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기력이 다함과 동시에 의식이 끊어져 버린 것.
폭발이 일어난 장소에는 수십 마리의 드라이어드가 기이하게 뒤틀리고 찢어진 채 쓰러져있었다.
그러나, 나머지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드라이어드는 나무의 정령이라 불리우는 몬스터였다. 상성을 보았을 때, 단순한 물 스킬로 놈들을 잡는다는 건 기름으로 불을 끄려는 격이었다.
단순한 충격량에 의해 압사시킨 놈들을 제외한, 주변의 나머지 드라이어드들은 오히려 힘이 더욱 충만해진 듯 보이기까지 했다.
“젠장! 아직도 수가 너무 많아!”
수룡 박석수와 함께 서 있던 마지막 헌터, 광견.
라바 웜과의 전투에서 입은 피해가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그는, 타오르는 용암에 날이 녹아서 휘어진 도끼를 꽉 쥐었다.
“광전사의 분노(Berserker Rage)!”
그도, 박석수와 마찬가지로 이제 진짜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도끼를 휘둘렀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
콰직! 콰직!
그는 무아지경으로 드라이어드들을 파괴해나갔지만, 결국 사방에서 옭아매는 억센 줄기에 온몸이 묶여 버리고 말았다.
“이까짓 것들!”
그는 거칠게 포효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푹! 푸욱···! 푹푹푹푹······.
여러 개의 송곳 같은 나뭇가지가 그의 몸을 마구 꿰뚫었다.
그는 곧 입에서 피를 쏟으며 축 늘어졌다.
“컥! 커허억······.”
그 순간.
딩─
어디선가 활시위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애로우 봄바드먼트(Arrow Bombardment)!”
콰쾅! 콰앙! 쾅─!
갑자기 미사일처럼 날아든 수십 발의 화살.
광견을 묶어서 꿰뚫고 있던 드라이어드들이 순식간에 폭산해 나갔고, 근처에 있던 대부분의 놈들 또한 그 화살의 폭격에 휩쓸려 나갔다.
나무와 식물의 힘을 사용하는 이 드라이어드들은, 결손된 신체 부위가 있으면 재빨리 재생시키곤 했지만,
카드득─
방금의 화살에 휩쓸렸던 드라이어드들은 모두 새하얀 서리에 뒤덮였고, 더 이상 재생을 할 수가 없었다.
살아남은 몇 마리의 드라이어드가, 방금 활을 쏜 궁수를 향해 나뭇가지를 뻗어 나갔다.
그런데, 그의 옆으로 한 아이가 튀어나와 작은 손을 내뻗었다.
“팬 오브 나이프(Fan of Knife)!”
촤라락─
동시에 세 개의 단검이 날아들었고, 남아있던 드라이어드들의 급소를 하나하나 꿰뚫었다.
치지직─
하나의 단검에서는 ‘일랙트릭 쇼크웨이브’가 터져 나왔고.
콰드득─
또다른 단검에서는 ‘프리징 펄스’가.
화아악─!
마지막 단검에서는 ‘플래임 써지’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모든 효과가 다 나타난 단검들은 처음 날아갔던 그 모습 그대로, 작은 손안으로 되돌아왔다.
촤르륵─!
“잘했어, 준혁아.”
“···아저씨, 자꾸 친한 척 말 걸지 마세요. 시켜서 하는 것뿐이니까요.”
“꼬맹이가 참 쌀쌀맞기는.”
한편.
파티원들과 조금 떨어진 위치.
그곳에서는 두 격투 계열의 S급 헌터가 이곳에 남아있는 마지막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여보!”
“크윽, 이 징그러운 식물 놈들! 정말 끝도 없구만!”
방권과 김혜숙.
격투 계열의 두 S급 헌터는 A급 보스 몬스터, 드라이어드 퀸과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도 사실 라바 웜과의 전투로 이미 상당히 지쳐있는 상태였는데, 하필 드라이어드는 격투 계열과는 상성이 썩 좋지 않은 몬스터였다.
그도 그럴것이, 파괴하는 족족 재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식물들은 그들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방해했는데.
날렵하게 움직이며 묵직한 타격을 날리는 그들로써는 기꺼이 상대할만한 몬스터의 종류가 아니었다.
게다가 주변에서 몰려오는 일제히 다구리를 놓는 수십 구의 트렌트(Treant)까지.
드라이어드 퀸이 만들어낸, 소환물들이었다.
아무리 S급이라지만, 이러한 최악의 상성 속에서 격투 계열의 헌터가 할 수 있는 건 썩 많지 않았다.
《릴릴리─ 롤로─!》
이윽고 두 사람은 범람하는 식물과 나무에 완전히 휩쓸려버렸고.
“으으윽! 여보, 난 괜찮으니 당신이라도 빠져나가요!”
“그럴 수는 없어! 크아악!”
잠시 후, 둘의 모습은 식물들에 뒤덮여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
화르륵─!
“퍼져 나가는 불길(Rippling Flame)!”
한쪽에서부터 덮쳐온 거대한 불길이 일대의 트렌트들을 모조리 휩쓸었다.
화아악!!
광대한 영역을 일거에 덮쳐오는 거친 불길에 트렌트들은 급히 산개하며 이곳저곳으로 흩어졌고, 그에 따라 부부를 뒤덮던 식물도 걷혀나갔다.
《랄랄라···!》
드라이어드 퀸은 곧장 뛰어올라, 갑작스럽게 난입한 화염의 마법사를 향해 톱날 같은 나뭇가지를 흩뿌렸다.
촤아아악!
그러나, 마법사는 들고있던 할버드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모조리 베어냈다.
싹둑! 싹둑─!
《릴롤리···?》
이 세상 어느 마법사가 할버드로 마법을 쓴단 말인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당혹감을 내비친 드라이어드 퀸은, 곧이어 시커먼 화염이 옮겨붙은 자신의 팔을 보았다.
그것은 ‘검은 화염(Blackflame)’.
마법사가 들고있던 ‘타들어 가는 어둠’ 할버드에 의해 터져 나온 진득한 화염 스킬이었다.
동시에 날아든 화염의 마법사는 마치 장작을 패러 온 나무꾼처럼 온 힘을 다해 수직으로 내리쳤다.
산에 불을 지르기 위해 찾아온 방화범처럼 지옥의 불길을 일으켰다.
쩌저적─! 화륵!
A급 보스 몬스터, ‘드라이어드 퀸’은 두 쪽으로 쪼개져 시커먼 화염에 휩싸였다.
그 화염은 거대하게 폭발하며 드라이어드 퀸을 완전히 뒤덮었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화염의 마법사는 그 모습을 확인하고는, 곧장 부부에게 달려갔다.
“두 분 다 괜찮아요?”
쓰러져있던 방권과 김혜숙은 멍하니 자신의 딸을 바라봤다.
“화연아··· 그동안 정말 많이 성장했구나. 정말 많이 성장했어······.”
김혜숙의 말에, 방권도 이어서 말했다.
“그래. 나는 네가 훌륭한 근접 계열 헌터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단다.”
“···뭐라는 거에요. 아빠. 아직도 그 소리세요? 다시 말하지만 저는 마법사에요. 격투 길드에는 절대로 안 들어갈 거니까. ”
“그래. 마법사건 뭐건, 좋으니까,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해다오. 이 아비는 네가 이렇게 굳건한 한 명의 무예인으로 자라주어서 정말 기쁘단다.”
“하··· 여전히 말귀가 안 통해······.”
마지막 남은 드라이어드를 처리한 마법사는 그렇게 자신의 부모와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SS급 보스 몬스터, 라바 웜의 공략대로써 출발한 S급 헌터들의 파티.
그들의 분위기는 처참했다.
공략에 실패한 것도 모자라, 철수하던 중 A급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여 말 그대로 전멸할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늦게 합류한 검색 길드에 의해 모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한 여성이 다가섰다.
그녀는 처음부터 S급 파티와 함께 공략을 진행했던 성십자회 소속 힐러가 아니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검색 길드 소속의 힐러, 김마리.
위이이잉!
김마리가 치켜든 성십자회의 묵주는 모여든 새하얀 신성력으로 반짝였다.
비록 지금은 성십자회의 소속이 아니었지만, 그녀는 한때 억지로 달달 외웠던 메뉴얼을 떠올리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힐링 웨이브(Healing Wave)!”
피비빙─!
신성한 빛줄기가 모든 헌터들을 한 바퀴씩 휘저었고, 하나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고··· 고맙습니다!”
김마리는 지치고 다친 헌터들을 한명 한명 돌아다니며 상태를 살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채 쓰러져 있는 수룡과 광견부터 시작해, 그들이 보호하던 십여 명의 헌터들까지.
“몸은 좀 어떠세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한숨 돌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제님!”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 파티를 구원해준 궁수와 마법사 그리고 사제.
그들이 아니었다면 정말로 큰일을 당했을 것이다.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 사람들··· 수거팀 외주로 온 사람들 아니었나? 저 정도로 잘 싸우는 사람들일 줄은 미처 몰랐군.”
“연소율 대장님 말대로, 검색 길드와 함께 움직였으면 공략이 조금 더 수월했을지도······.”
그렇게 김마리는 활기가 돌아오기 시작한 헌터들을 바라보다, 문득 한쪽을 바라봤다.
그곳에서는 분화구 쪽으로 먼저 올라가 있겠다던 안인식이 내려오고 있었다.
평소에 얼굴을 잘 볼 일이 없었던, 경호팀장 사라와 함께.
그런데··· 어쩐지 둘 다 표정이 어두웠다.
그건 그렇고 왜 둘만 내려오는 거지? 한세훈은··· 어디에?
김마리는 쪼르르 그들에게 달려갔다.
“안인식 길드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우리 길드장님은 왜 같이 안 오신 거죠?”
안인식은 떨리는 입가를 움직이며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표정만으로도, 뭔가 나쁜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 얘기는··· 조금 나중에 다시 합시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말하자면 깁니다······.”
“설마··· 길드장님께 무슨 일이 생기신 건가요?”
김마리는 당황스러웠다.
검색 길드는 그녀에게 있어서 많은 의미가 있는 길드였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망할 뻔했던 그녀의 삶을 전환시켜준 길드였기 때문.
정확히는, 한세훈 덕분이었다.
그는 그녀의 목숨을 구해줬고, 새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힘없이 쓰러져있던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어준, 그저 한없이 고마운 존재······.
게다가 지금 이곳의 일은 그녀가 검색 길드의 헌터로서 첫 공식 임무였다.
그런 상황에 갑자기, 한세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즉각 답변을 요구하는 듯한 김마리의 기세에 안인식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한세훈 길드장님께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신지.”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길드장님이 어쩌다가···?.”
“SS급 보스 몬스터, 라바 웜에게 먹혔다고 합니다······.”
그녀가 잘못 들은 것일까?
김마리는 순간,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물어볼 용기가 선뜻 들지 않았다.
그녀 곁으로, 빠르게 다가온 방화연이 물었다.
“그게 무슨소리에요?? 먹히다니··· 설마, 세훈 씨 얘기하시는 거에요?”
“···그렇습니다.”
그녀는 곧장 할버드를 꺼내 들며 말을 이었다.
“어디 있어요···?”
“네? 무엇이······.”
“라바 웜이요. 세훈 씨를 먹었다는 라바 웜. 어디 있어요?”
안인식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켰다.
“제 탐지 스킬로 확인되는 바로는··· 이 산의 지하 깊숙한 곳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아······.”
뭐라 말을 잇지 못하던 방화연의 눈에서 주룩 하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이어가지 못했다.
그때 성큼성큼 달려온 황명수와 도도도 달려온 조준혁도 그 얘기를 들었다.
“그게 무슨··· 길드장님께서··· 그게 정말입니까?”
“길드장 아저씨가······.”
안인식은 그들을 향해서도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순 검색 길드의 헌터들은 모두 제각기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침묵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그 누구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들이 믿고 의지하던, 유능하고 때로는 신비롭기까지 하던 헌터인 한세훈.
지금과 같은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그들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가 이렇게나 컸었다는 사실을.
문득, 여러 가지 신성스킬을 받은 뒤, 간신히 기운을 차리고 일어난 쇄도 길드의 S급 탱커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그도 이쪽의 얘기를 엿들은 것인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연소율 대장님도 보셨습니까?”
“연소율 씨요?”
“예. 저희가 빠져나갈 수 있게, 마지막까지 라바 웜을 막아서고 계셨는데··· 계속 연락이 없으시군요.”
그는 무전 이어폰을 만지작거리며 걱정스레 분화구 쪽을 올려다보았다.
안인식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 금방 내려오시지 않을까 합니다. 조금만 더 그곳에 있다가 오신다고는 했는데······.”
그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궁─
산 전체가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흔들리고 있긴 했지만, 지금의 진동은 여태껏 있었던 흔들림과는 그 정도가 달랐다.
이건 마치··· 산 전체가 폭발하기라도 할 듯한 거친 에너지였다.
분화구쪽을 바라보던 안인식이 말했다.
“연소율 씨, 이제는 내려오셔야 할 텐데. 이건 조금 위험할 것 같습니다. 혹시 아직도 연락이 안 되십니까?”
귓가의 무전 이어폰을 계속 만지작거리던 탱커는 문득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연락이 됐습니다.”
“뭐랍니까?”
“지금··· 산을 탈출하셨다고 하는데요···? 서둘러 거점으로 귀환하라고 하십니다.”
“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탱커는 의문스러운 표정이었고······.
뭐지? 안인식 또한 의문이었다.
그는 곧바로 머리에 손을 올린 뒤, 고유 스킬 ‘감시자의 눈’이 곁들여진 광범위한 영역에 ‘마나 탐지’를 펼쳤다.
그리고는 금방 연소율의 마나 패턴을 잡아낼 수 있었다.
“연소율 씨가··· 날아서 오고 있네요?”
“날아서요?”
“뭔가··· 비행 몬스터를 타고 날아오고 계신 데······.”
거기까지 파악한 안인식은 순간 뭔가를 알아챘다.
알 수 없는 비행 몬스터 위에는 연소율과···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매우 많이 접해봐서, 거의 외우다시피 한 마나 패턴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살아… 있었다고?”
***
어떻게든 화산 밑바닥에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더는 움직일 체력도, 마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결국 의식을 잃고 말았다.
폭발과 함께 바깥으로 튀어 오르긴 했지만, 그대로 떨어졌다면 아마도··· 그곳이 어디든 용암으로 가득한 산기슭 어귀일 터.
이대로 죽는가.
나는 천천히 몽롱한 잠에 빠져, 편안한 죽음을 기다렸다.
‘나는.’
그러다가, 본능적으로 스스로의 이름을 되뇌었다.
‘한세훈.’
지나간 삶과 새로 바꾼 삶, 둘을 번갈아 회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