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16
115화
“흐암.”
사마룡은 벌써 몇 번째 하품을 삼켰다. 지난밤, 아니, 오늘 아침까지 이어진 연회의 여파도 여파지만, 저는 당최 어디 대표로 이런 자릴 앉는 게 어색하고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어제 연회는 제갈명의 상태가 위중해 정파 측 인사는 대부분 참석하지 않았지만, 사마진은 제 발로, 사마룡은 주휼 손에 이끌려 참석하게 됐다. 마교는 다행히 저들끼리 따로 다른 장소에다 자리를 꾸렸으므로, 자리는 사파 연회나 다름없었다. 와중에도 사마진은 위화감이 전혀 없었고, 전에도 말했지만 사마룡은 차라리 사파에서 더 인기가 좋았다. 사마룡을 보기 위해 사파 주요 인사들이 대거 연회를 참석했고, 사마룡을 칭찬했고, 사마룡은 결국 신났다.
“하암.”
“흐암.”
사마진과 사마룡이 동시에 하품을 했다.
“회의에 집중하게.”
공손혁이 일침했다. 뒤늦게 하품하던 주휼이 뜨끔해 입을 여물었다. 괴량이 눈을 흘겼다.
천사성 궁도각.
생보결약술로 확실한 평화를 구축했다만, 이런 경우가 첨이라 그랬을까. 다른 세부적인 사안은 정해진 바가 하나 없었다. 전각을 짓고 아무런 가구도 넣지 않은 꼴이니, 나머지를 부랴부랴 채워나가는 판국이었다.
아무리 상호불가침, 평화 협약을 맺었단들 지금도 중원 어딘가선 정사마가 뒤엉켜 싸우고 있을 테다. 이는 곧 어느 정도 여지가 있단 뜻인데, 이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지, 단순히 지역적인 경계로 할지, 그렇다면 인적 교류는 또 어떻게 할지 등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고할 게 많았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상계지신이 심술을 부려 협약을 종료할지 몰랐다. 사마룡은 여전히 잠든 금후를 어렵게 봤다. 천도도 녀석이 걱정돼 한껏 예민한 상태였다.
“그게 가당키나 한 소린가!”
별안간 법명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여동하는 침착한 투로 대꾸했다.
“당초 정사마가 장강의 이권을 나누려던 건 약속됐던 사안이었고, 본교는 당연히 적룡문을 통한 교역을 염두에 두고 있었나이다. 한데 이제 와 적룡문을 물리라니요? 이는 협약의 근간을 흔드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크흠.”
작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작금 주요 쟁점은 적룡문의 거취였다. 적룡문은 이번 정사마 회담 직전 마교의 산하로 들어갔다. 모르면 모르나, 안 이상 적룡문을 중원에 두는 건 용납할 수가 없는 사안이었다. 당연 마교는 부당하단 식으로 나왔다.
“정사가 언제 그런 말 같지도 않은 사안에 동의했더냐! 본승은 애당초 이 짓거리가 맘에 들지 않았다. 어차피 책임은 우매한 당사자가 물 터. 소림은 적룡문의 잔존을 용납할 수 없으며, 당장 징치할 병력을 이끌고 우환을 제거하러 갈 것이다!”
법명은 꺼릴 것 없었다. 이번 협약을 깨고 공손혁이 죽거든 또 그것대로 좋을 일이 없었다. 당장 큰 비난을 감수해야 할지나, 중원 한가운데 자리를 튼 마교 작당들을 몰아내는 일이었다. 옹호할 세력도 적지 않을 거였다. 공손혁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제갈명이 병상에 눕고, 그를 대신해 대표로 앉은 건 홍개, 염통이었다. 법명이 알아 싸워주니 그가 나설 일은 없었다지만, 덕분에 그를 제지할 인물도 없어졌다. 적룡문은 번공이 볼모로 잡히며 제갈과 당가, 귀강의 연합 세력에 무너질 뻔하다가 마교의 구원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실정이랬다. 그리 다들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은데, 평화 협약이 체결되며 더 이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본좌는 적룡문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 보오만.”
괴량이 법명을 반하고 말을 꺼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성주!”
법명이 다시 발끈했다. 같은 사파에게서도 일부 반발이 튀어나왔다.
“아무리 상호불가침 성격의 평화 협약을 맺었단들, 협약 이전에 있던 일을 소급적용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소. 이는 중원에 숨은 모든 배덕자들도 마찬가지 아니오. 기왕 협약을 맺고 장강의 이권을 나누기로 했다면, 마교에게도 장강에 머물 자리가 필요할진대, 달리 하나를 내어줄 바에 기존의 것을 알아 쓰도록 하는 편이 낫지 않겠소?”
일리가 있었다. 사마룡은 괴량을 다시 봤다. 법명은 불만 가득했지만, 딱히 반박할 여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적룡문을 그냥 두는 것이 목에 겨눈 칼을 방치하는 걸로 보여질 수도 있겠으나, 달리 우리가 잘 지키면 적을 가두고 지켜보는 형세나 다름없지 않겠소? 뭐가 두렵다고 할 것이오. 당장에 평화 협약을 제안한 것부터, 쫓기고 있는 이들은 저들 아니었소?”
괴량에겐 패기가 느껴졌다. 워낙 당당해 염통마저 수긍하고 고갤 끄덕이게 만들었다. 법명은 따지길 포기했다. 괴량의 발언이었고, 더 따져봤자 겁쟁이로밖에 안 보였다.
괴량이 사안을 정리하자 회담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리 정사마는 협약에 저촉되는 전투의 기준을 삼십인 이상의 교전부터 포함시키기로 했고, 지역적 기준은 전투가 벌어진 당해 지역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적룡문의 경우, 적룡문이 위치한 의창 땅을 마교의 영역으로 인정했다. 의창서 삼십인 이상의 교전이 펼쳐지면, 정사가 협약을 깬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었다.
“휴우.”
회담이 끝나자 사마룡은 피로가 조금 가시는 걸 느꼈다. 주휼과 사마진은 또 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삼황은 이런 종류의 세칙을 정해 다시 한번 생보결약술로 상계신께 알현을 요청했다. 그러나 금안의 존재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고, 그의 시중인 찬란한 성안이 하나 튀어나와 안건을 받아 갔다. 금후는 여전히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럼, 내년 중양(重陽) 때 봅시다.”
회담 때는 하나 중요한 안건이 더 나왔다. 협약이 이어지는 이 년마다, 정사마가 번갈아 비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싸움에 환장한 투귀(鬪鬼)들을 달래는 취지였다. 이에 본래 정사회담 때 열릴 예정이었던 양측 간의 비무 대회도 내년 음력 삼월 삼일, 중양절 때 한꺼번에 치르기로 했다. 첫 대회는 마교에서 열기로 했으며, 굳이 적룡문이 있는 의창에서 하기로 합의했다. 법명은 또 열을 냈지만, 누가 봐도 마교의 본산, 신강에 가는 것보단 훨씬 나아 보였다.
사마룡은 어쩐지, 제가 또 그곳에 있게 될 것 같단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일단은 회담이 끝난 데 만족했다.
“후우.”
방에 누워 간만에 휴식하는데, 이젠 혼자는 뭔가 허전하단 기분이 들었다. 며칠째 기해령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서 뭣 하고 있담. 사고는 치지 말아야 할 텐데.
똑똑-
그때 방에 누군가 찾아왔다. 사마룡은 기해령인가 싶어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혼령인 그녀가 이리 방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었다.
“누구요?”
남궁억인가 싶어 살폈는데, 그 특유의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헉!”
문을 연 사마룡은 깜짝 놀라 나자빠질 뻔했다.
위지 노인, 위지령. 고옥에 갇혀 있다시피 했던 그가 별안간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었다.
“무얼 그리 놀라더냐, 얼른 인사 올리지 않고.”
그에 한눈팔려 몰랐지만, 옆엔 괴량도 함께 있었다. 고옥 때완 조금 달라진 것 같다만, 괴량의 존재를 이 정도로 지울 수 있는 노인이라니. 위지 노인은 기해령의 말대로 차원이 다른 고수였다.
“됐다.”
위지 노인은 괴량을 만류했다.
“떠나기 전 고맙단 말을 하러 왔다.”
사마룡은 물음표를 떠올렸다.
“네 덕분이라더군. 계의 간극에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였거늘, 덕분에 빠져나올 수 있게 됐다.”
상계지신의 진혈 덕분이었다. 상계지신의 진혈은 위지령처럼 승계에 실패하고 계의 간극을 떠도는 존재에게 다시금 기회를 부여하는 묘용을 가졌다. 사마룡은 의도치 않았지만, 위지령에 다신 없을 귀한 기회를 선물했고, 위지령은 평생에 마지막이 될 승계를 도전하러 가는 길에 도리상 사마룡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러 온 참이었다. 위지령은 고옥서 존재로서의 한계를 밟았으니, 이번에야말로 여한 없이 떠날 수 있을 터였다.
“고맙다.”
꾸밈없었지만, 그래서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아무튼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사마룡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고옥에서 나름 도움을 준 그의 무운을 빌어줬다.
“허나 이리 떠나면 세상 무정타 저주할 것 아니더냐.”
위지령은 일그러진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그냥 가셔도 되는데. 괴량의 얄궂은 표정이 어디서 나왔나 했더니, 위지령을 꼭 빼다 닮았다. 사마룡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따라오라.”
위지령이 길을 앞장섰다. 따라오라니 가긴 가는데, 방향이 조금 익숙한 것이었다.
“큭큭. 다녀오라.”
비두고옥. 괴량은 더 가지 않고 배웅했다.
“또 여길 들어가란 말씀이신지요?”
사마룡은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 물었다. 위지령은 대답 않고 옥의 문을 열었다. 사마룡은 결국 또 따랐다.
“간극을 경험하게 해주마.”
위지령은 인외경에 이르러 말했다.
“계의 간극으로 네 무공의 간극을 메울 것이다.”
위지령은 사마룡의 모자람을 바로 알아챘다.
“좋은 기회가 될 터.”
위지령이 다시 일그러진 표정을 했다. 사마룡은 식은땀이 났다. 이래 놓고 정말 좋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언제나 고난이 예견돼 있었으니, 일각이 여삼추. 삼 년 같은 찰나를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