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122
121화
그날 사마서는 성대한 잔치가 열렸다.
사마는 간만에 외성문을 활짝 열고 고관대작 나리는 물론, 떠돌이 부랑자들한테까지 부족할 것 없이 술과 고기를 베풀었다. 사마 외성은 북적거리다 못해 원하는 곳에 머물지 못할 만큼 사람이 붐볐다. 그들은 나아가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을 직접 찾아 선의를 베풀었는데, 한번 호방한 행사로 호북 백성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모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마를 칭찬을 했다.
사마룡은 언제부터 사마삼화(司馬三花)로 유명해진 소소와 한유아, 방연에게 붙잡혀 술도 못 마시고 따분한 시간을 보냈다. 소소는 송죽에서, 방연은 왕태섭과 일하며 외부와 노출이 있었지만, 한유아는 간간이 저자를 나간 일로만도 사마제일미(司馬第一美)로 불리고 있었다.
사마제일미, 호북제일미도 아깝지 않은 한유아에겐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유아는 우선 인피면구를 쓰지 않게 됐는데, 타고난 신력과 더불어 금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어 웬만한 일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소소, 방연과 함께 사마의 수석 교두로부터 무공을 사사 받고 있었으며, 타고난 재능과 엄청난 집중력 덕분에 순식간 특정할 수 없는 수준까지 무위가 발전했다.
그리 유난히 밝은 소소와 방연 덕분일까, 한유아는 미미하나 감정이 싹트고 있었다. 방금도 소소와 방연의 얘기에 미소를 띠었고, 어색하나 대화에 맞장구도 쳤다. 그녀를 오랜만에 보는 사마룡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한 화초에 꽃까지 피니 더한 아름다움이 있을 수 없었다.
“뒷간에 좀 다녀오마.”
사마에 유등이 밝고 밤이 시작됐다. 사람도 가장 많은 시각, 사마룡은 슬쩍 자리서 일어났다. 그쯤 소소, 한유아, 방연은 사마룡은 거들떠도 안 보고 저들끼리 재잘재잘 얘기에 빠져 있었다. 사마룡은 별안간 다급한 걸음을 옮겼다.
“어디 가시렵니까?”
사마룡이 뒷간이 아닌 전각 뒤를 돌아가자 첨부터 멀찍이 저를 지켜보던 아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갈 데가 있소. 따르시겠소?”
“물론입니다.”
사마룡은 신기루처럼 모습을 감췄다. 아신은 감탄했다. 특별한 은신공을 익힌 것 같지도 않은데, 초절정에 이르더니 물아일체가 따로 없었다.
“일백 보마다 흔적을 남기겠소.”
사마룡이 사라졌다. 아신은 행여 놓칠까 그의 기척을 열심히 쫓았다. 사마룡이 향한 방향은 사마의 안산, 낙가산 쪽이었다. 낙가산 미기봉 연희대. 호기가 죽기 전 일러준, 그의 보고를 찾은 거였다.
낙가산 미기봉은 아름다운 기녀가 치맛자락을 펼친 듯 여러 개의 산줄기가 부채꼴처럼 펼쳐진 모양새였다. 미기봉은 낙가산 아홉 봉우리 중에서도 가장 바깥쪽에 있었고, 그 끝은 동호와도 맞닿아 있었다.
동호는 하루 중에 절반이 안개로 뒤덮였고, 아는 길도 헤맬 만큼 농도가 짙었다. 은밀하고 몰래 다니기가 참 좋았다. 게다가 호기의 보고는 육로로도 이동할 수도 있었지만, 여차하면 수로를 통해도 이동할 수 있었다.
호기는 보고가 있는, 연희대로 가는 계곡 초입부터 조심할 것을 당부했는데, 잘못했다간 진천의 절진, 복목진법(複木陣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마룡은 싸한 느낌에 걸음을 멈췄다. 진법 때문이 아니었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수 개의 은밀한 기운. 연희대는 언제부터 의문의 집단에게 공략되고 있었다. 좌방에 네 명, 중방에 두 명, 우방에 두 명이었다. 하나같이 전문적인 움직임이었다.
“감히.”
삼화 덕분에 술도 안 마시고 다행이었다. 저들은 벌써 진의 절반을 나아간 게, 일을 시작한 지 하루 이틀 된 게 아닌 것 같았다. 하마터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저들이 누굽니까?”
곧 아신이 쫓아왔다.
“모르지만, 반길 손님들은 아니외다.”
아신은 고갤 주억거렸다.
“시커먼 구린내가 납니다.”
그는 표현이 독특했다.
“보통 아닌 진법에 허우적거리고 있군요.”
사마룡은 아신의 안목에 감탄했다.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아신은 물었다.
“제 걸 훔치러 왔는데, 본 이상 가만둘 순 없지요.”
호기 것은 이제 제 것이다. 아신은 얄궂게 웃었다.
“고런 놈들을 처리하는 게 제 전문이지요.”
본디 비두고옥 간수 출신이었다. 오랜만에 몸 풀 생각으로 아신은 들떴다.
“한동안은 저들이 사라진 걸 모르게 하고 싶습니다.”
아신은 사마룡의 의도를 바로 이해했다.
“진법에다 처박으면 되겠군요.”
그는 생각보다 더 영민했다. 하기사 모자란 무공을 갖고도 경지를 이룬 인물이었다. 보통 머리론 불가능할지다.
사마룡은 저기 진법의 구조를 설명했다.
“복호진법(複護陣法) 아닙니까?”
“복호진법?”
사마룡은 되물었다.
“암림의 진법입니다.”
“음.”
물론 둘은 같은 진법이 아니었지만, 만든 이가 같은 만큼 아주 다른 진법은 아닐 거였다. 여튼 이건 나중 생각할 문제고.
“갑시다.”
감히 내 것을 탐하는 자들을 응징하러 갈 것이었다.
“찾았다!”
복면인 중 하나가 희열에 차 말했다.
“점(鮎) 숙, 고생하셨습니다.”
옆에 어리고 들뜬 목소리가 났다. 대개 이런 짓을 꾸미는 자들은 목소리가 음울하고 거칠기 마련이나, 이들 목소리는 진한 먹물 냄새가 났다.
“해당 진은 뻗어나가는 조목(蔦木)의 성질을 가졌고, 두 개의 가지를 지닌 만큼 변화가 무쌍하다. 다행히 신산께서 이르신 쌍해진(雙解陣)과 구조가 비슷하니,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답을 찾긴 불가능 않겠구나.”
놀랍게도 그는 칠 주야 만에 진법의 구조를 거의 다 파악해냈다.
“역시 점 숙이십니다!”
복면인은 당금 중원에 진법가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거였다. 반면, 아이로 추정되는 복면인은 대개 천재로 불리는 류로, 진법을 해체하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서둘러라, 생각보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었어. 삭망이 머지않았으니, 진이 변이를 일으키기 전에 끝마쳐야 할 게야.”
“네!”
아이는 당찼다.
“그나저나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간….”
순간 점 숙, 복면인의 행동이 뚝 그쳤다. 이럴 수가. 방금 가장 가까웠던 마지막 기척이 훅하고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진식에 집중했다고서니, 가솔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알아채지 못하다니.
“부(鮒)야, 이리 오너라. 아무래도 적이 나타난 것 같다.”
그의 말에 작은 복면인의 손이 뚝 멎었다. 가린 것에 보이지 않았지만, 적지 않은 땀을 흘리고 있을 터.
스릉-
복면인은 재로 광을 죽인 검을 꺼냈다. 그는 진법에도 조예가 깊었지만, 무공서도 어디가 빠지지 않았다.
“흐음.”
다만 그 상대가 어느 정도여야지. 적은 가늠도 안 잡히는 고수였다. 작은 복면인은 오들오들 떨었다.
“어디 고인이시오?”
점 숙이라 불린 복면인은 물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공포스런 붉은 눈이 깜빡거렸다.
“천살!”
복면인은 경악했다.
훅-
이윽고 아신의 목봉이 그들을 스쳤다. 본래는 이리 스칠 일격이 아니었다.
“어어?”
아신이 당황한 소리를 냈다. 점 숙이란 자가 맞서기보다 진으로 뛰어들길 선택한 탓이었다. 시커먼 진법 아가리가 탐욕스레 점과 부를 집어삼켰다.
“이게 아닌데.”
아신은 닭 쫓던 개 마냥 괴랄한 진을 바라봤다.
“흐음.”
사마룡이 모습을 드러내며 신음했다.
“저길 스스로 뛰어들 줄이야.”
사마룡과 아신은 나머지는 진으로 빠뜨리고 둘을 붙잡아 신원을 캐물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면인이 스스로 진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진법과 맞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둘 다 살기 극악한 확률이지만, 복면인은 나름 현명한 선택을 한 걸 테다.
“송구하옵니다. 한 방에 제압했어야 했거늘.”
아신이 죄인 마냥 무릎을 꿇었다. 역시 그는 좀 특이했다.
“일어나시오. 어쩔 수 없는 일 아니었소. 그리고 다음부턴 이런 일로 무릎 꿇지 않았으면 하오.”
사마룡은 아신을 만류하고 일으켜 세웠다. 수하를 거두고는 거인의 면모를 갖춰가는 그였다.
“잠깐 기다리시오.”
사마룡은 가진 지식을 활용해 진법을 개보수했다. 불안해진 진세는 하마터면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할 뻔했다. 물론 보고가 이만으로 보호되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여전히 상대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게 조금 불안하긴 했다. 꾸준히 경계할 일이었다.
연희대.
사마룡은 나머지 두 개의 생문을 지나 범상치 않은 동굴 앞, 보고의 지척에 왔다.
“제가 봐도 되겠습니까?”
아신은 동굴 앞에 머뭇거리며 물었다.
“물론이외다.”
사마룡은 쉬이 대답했다. 아신은 감동한 표정이었다. 사마룡은 살짝 미소 짓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조금 의아한 건 사마룡이 곧장 동굴 쪽으로 가지 않는단 거였다.
“아주 고약한 함정이야, 큭큭.”
죽기 직전 호기는 보물에 들떠 동굴 입구로 들어가는 순간, 고옥이 두렵다 할 미지의 공간으로 빠지게 될 거라고 말했다. 딱 봐도 보고의 입구인 저곳은 사실 지옥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함정이었던 것이다.
사마룡은 호기가 일러준 대로 동굴 옆에 수호신 같이 선 바위께로 갔다. 그리고 붓 대신 손가락을 들었다. 복숭향이 확 났고 진원이 꿈틀 움직였다. 풍신 가주야도, 그의 후예 호기도 범상치 않은 내력을 갖고 있었다. 진원은 그중에서도 으뜸되는 기운이었다.
일필휘지.
사마룡은 섬세한 필체로 바위에다 문 자를 새겼다.
휘오오-
그러자 신비한 일이 일어났다. 바위가 큰 대문으로 바뀌며 새로운 입구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