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95
대한민국 절대 재벌! 95화
울컥!
“커억······.”
죽어가는 순간에도 야마모토는 자신을 비웃는 강철의 환상을 보았다.
푹!
“역시 사람은 쉽게 안 죽어. 이래야 죽지.”
일본은 현재 거의 무정부 상태였다.
살인과 방화가 끝도 없이 일어났고.
식량난 때문에 인간으로서 차마 해서는 안 되는 짓도 스스럼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어이, 여기서 금을 뽑아내면 얼마나 될 것 같나?”
“1킬로그램은 될······.”
“스고이! 그 정도나 된단 말이야? 으하하하!”
“······.”
다오카 아즈오는 미친 듯이 웃었고.
그의 기백에 놀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 해? 어서 뽑아!”
금 1킬로그램만 해도 적은 돈은 아니었다.
“이, 이제 어쩔 거야?”
“어쩌긴 어째? 아까 저 빠가야로가 그랬잖아?”
“뭐, 뭐라고?”
“판잣집을 짓고, 여자를 집어넣어 장사한다고. 코쟁이들한테 파는 거지. 크흐흐! 정말 최고군! 그리고 나, 다오카 아즈오가 너희의 오야붕이 되고 싶은데 어때?”
“예, 오야붕.”
이곳에 있는 야쿠자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이래서 야쿠자든 조폭이든 의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조폭의 의리라는 것은 영화나 책에서나 등장하는 환상이다.
다오카 아즈오?
다오카 아즈오, 그의 역사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차후 일본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탈바꿈할 것이다.
‘그럼 이제 금괴를 받으러 가볼까?’
다오카 아즈오가 미소를 머금었다.
* * *
1945년 9월 7일, 나가사키의 어느 집단 병실.
병실 침상에는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며.
생의 마지막 끝자락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는 그를 아무런 조치도 없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아무런 감정 없이 붕대를 칭칭 감은 환자의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가망 없군.”
의사는 무미건조한 어투로 간호사에게 말했다.
“예, 선생님.”
“연고는 있는 환자인가?”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히로시마 투하 사흘 후.
또다시 투하된 나가사키 원폭은 3만 5,000명의 사람을 죽이고.
그보다 몇 배가 많은 부상자들을 만들고 1.8평방마일의 구역을 초토화시켰다.
“으으으, 강, 강······!”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은 남자가 헛것이라도 본 듯 느릿하게 팔을 휘저었고.
그의 눈앞에는 자신을 조롱하듯 웃는 강철의 모습이 보였다.
“뭐라고 하는데요?”
간호사가 의사에게 말했다.
“신경 꺼, 헛소리하는 거야.”
“예, 선생님.”
간호사도 더는 의사에게 그의 말을 들어 보라고 말하지 않았다.
“으으으윽······!”
붕대를 감은 남자는 강철에게 속아 대마도에서 나와 일본 중앙 정치에 뛰어든.
젊은 백작이자, 덕은 옹주의 남편이었다.
“나, 나는······!”
죽음 앞에 놓은 젊은 백작은 죽을힘을 다해 손짓으로 의사를 불렀지만.
의사는 워낙 많은 죽음을 봐 왔고.
그 죽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기에.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그저 젊은 백작을 바라볼 뿐이었다.
“다시 뭐라고 말하는데요?”
“유언이라도 남기고 싶은 모양이지. 사망하면 침대를 바로 치워, 아직 환자는 많다.”
젊은 백작의 간곡한 부름에도 의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돌아섰다.
‘왜, 왜 내가 이렇게······.’
툭!
의사가 돌아서는 순간 젊은 백작의 손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고.
그렇게 야망을 꿈꾸던 젊은 백작은.
무연고자가 되어, 나가사키 외곽의 병실에서 초라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것은 강철의 죄악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것은 강철에 의해 개인의 역사가 변한 것을 의미하고.
또 이런 작은 변화 속에서 역사는 아주 미세하게 변할 것이다.
* * *
대마도 앞바다.
박세출 선장은 강철에게 받은 성조기를 선원들에게 나눠 줬고.
깃대에는 태극기가 아닌 성조기를 걸어둔 상태다.
“왜 태극기가 아니라 성조기야?”
광복군 하나가 퉁명스럽게 박세출 선장에게 말했다.
“젊은 선주님이 그러라고 했소.”
“광복도 됐는데 태극기를 걸어야지! 어서 코쟁이의 깃발을 내리고 태극기를 걸어!”
“나도 그러고 싶지만 이 배는 젊은 선주님의 배요. 그의 배이니 그가 걸라는 깃발을 걸어야 합니다.”
“뭐라고?”
광복군이 매섭게 박세출을 내려다봤다.
“왜 그렇게 째려봅니까?”
“너, 죽고 싶어?”
“허, 광복군이 아니라 살인마였소? 미쳤구먼!”
광복군의 위협에도 박세출 선장은 끄떡도 않았다.
사실 선원들도 박세출 선장도 무척 거친 뱃사람이었다.
“야! 너는 아비어미도 없어? 어디서 반말이야? 너, 나 알아?”
이 시대도 나이가 우선이었다.
“그리고 아까 내가 말했지? 이 배는 젊은 선주의 배라고! 그러니 젊은 선주 마음대로 하는 거야!”
“그렇다면 그가 일장기를 걸라고 하면 걸겠다는 거야?”
“못 걸 것도 없고, 안 걸 것도 없지.”
“뭐야?”
흥분한 광복군이 총으로 박세출 선장을 겨누었고.
그것을 본 박세출 선장의 뒤에 있던 포수들이 광복군을 총으로 겨눴다.
그리고 이 순간 광복군이었다가 신참 선원이 된 사람은.
어느 편에 서야 할지 몰라 당황해했다.
“같은 동포끼리 왜 총을 겨누고 지랄이야? 모두 총 내려! 이딴 짓을 하려고 지금까지 힘들게 독립 운동한 거야? 나이 많은 아비뻘 사람한테 총 겨누려고 독립 운동한 거냐고!”
박세출 선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그게······.”
“어이, 광복군 양반들!”
“······.”
“젊은 선주가 나한테 말했는데, 미국 함정이 우리 배를 발견하면 함포 거시기 사격으로 바로 격침이라네. 그래서 뒈지지 않으려면 저 깃발을 걸라고 했어. 그 말을 먼저 해줄 것을 그랬네, 하하하. 할 일 없으니까, 회에 소주나 마시자고.”
“끄응, 진작 그 말씀을 하셨어야죠.”
이제야 존댓말을 하는 광복군이었다.
“내가 늙어서 그러지. 자네도 늙어 보게, 나처럼 될 테니까.”
“어르신, 아까는 반말해서 죄송했습니다.”
“괜찮아, 여름 방어는 잘 안 먹지만 여기서는 방어가 잘 잡히네. 이것도 싱싱해서 괜찮아. 이봐, 신참!”
광복군 신참을 불렀다.
“예, 선장님.”
“회 뜨는 솜씨가 좀 늘었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뭐 해? 어서 떠!”
“하하하, 예!”
* * *
대마도 주둔 광복군 통제실.
강철은 덕은공주를 만나러 갔고.
광복군들은 마치 대마도를 점령지라도 되는 듯.
철저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항구에 진입하는 배들을 감시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했고.
박세출 선장이 모는 배에는 무장 병력을 태워 대마도 앞바다에 띄워 놓았다.
물론 성조기를 단 미국 해군이 나타나면.
성조기를 높이 올리고 선원 모두 성조기를 흔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광복군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강철이 후지모라에게 한 말 때문에 갑론을박을 이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덕수는 아무 말도 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다.
“강철이 딴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점령지에 투표는 무슨 투표입니까?”
“내 강철은 친일파라고 들었소.”
강철이 친일파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었다.
“혹시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무슨 생각 말이오?”
“일본 놈 후지모라가 이곳을 왕국 비슷한 곳으로 만들자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소.”
이것은 기태가 한 말이다.
“왕국? 조선 왕조가 망한지가 언제인데 왕조를 부활하자는 거야?”
“강철이라는 그 사람, 안 될 사람이군.”
“일본이 패망하기 전에 강철이 대마도 땅의 3/4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조선식산은행의 돈으로 구입했소.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상하다?”
“강철은 일본인들과 친하게 지냈소이다. 그러니 일본의 사주를 받고 이러고 있는 것 아닐까요?”
“으하하하!”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덕수가 호탕하게 웃었다.
“조장 동지, 왜 그렇게 웃으십니까? 이건 심각한 문제입니다. 강철이 분리주의자일 수도 있습니다.”
임시정부는 분열로 골머리를 앓은 때가 많았다.
그래서 분열주의자를 제일 경계한다.
수많은 계파들과 좌익과 우익.
그리고 그들에 속하지 않는 민족계까지 그들은 모두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념을 가진 자들의 의견을 배척했다.
“강철 동지가 친일파다?”
“사실 그런 면도 없지 않습니다.”
기태가 오덕수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사실 이것은 강철이 끝까지 지고 가야 할 멍에일 것이다.
“이보게, 그는 사업가네. 그는 대마도를 사업가의 시선으로 접근하고 있어.”
“그렇다면 자기 잇속을 채우려고 광복군인 우리를 이용하는 것 아닙니까?”
“옳소! 우리를 이용하려고 이러는 겁니다!”
“강철의 명령만 듣는 포수들도 50명이 넘습니다. 그리고 싸움패도 강철의 말을 따를 겁니다.”
이 사태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는 광복군도 꽤 있었다.
어느 순간에 광복군이 주축이 된 점령군들은.
두 패로 나뉘려는 조짐을 보였다.
* * *
덕은 옹주의 방.
광복군과 함께 대마도를 완벽하게 점령한 후.
후지모라에게 선거하라고 지시를 내린 나는 다시 덕은 옹주를 찾았다.
그녀는 내가 대마도를 완벽하게 장악하는데 방해될 수도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후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에.
이 대마도에 있어야 하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했다.
“산꼭대기에 걸린 태극기를 봤습니다.”
저번에 봤을 때보다 표정이 한결 밝아져 있었다.
그녀는 아직 자신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지 못한 것 같다.
망해 버린 나라의 옹주라는 건.
이제 새롭게 만들어질 대한민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내가 덕은을 만나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뒤틀림일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성조기도 걸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죠?”
덕은이 내게 조심히 물었다.
그녀의 눈빛은 또렷했다.
“대마도를 일본이 아닌 조선에 편입시키고자 합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덕은을 이용할 것이다.
‘미국령에 속하는 작은 왕국······.’
어떻게든 일본에 포함되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거기다가 나는 덕은에게 딸이 있다는 것을 주목했다.
‘딸이 있다.’
그리고 내게는 아들이 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건.
후지모라가 우리만의 나라는 어떠냐고 물었을 때 떠올렸다.
그러니 덕은은 내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꺼내야 하는 히든카드인 셈.
그러니 덕은은 대마도에 남아야 한다.
‘내가 이승한과 같구나.’
이승한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조선 왕족의 입국을 거부했다.
그리고 외면했다.
물론 그가 외면한 것이 망해 버린 조선의 왕족 뿐은 아닐 것이다.
사할린에 버려진 조선 인민들의 귀국도 외면했고.
그보다 더 많은 인민의 고통도 못 본 척했다.
아니, 못 본 척이 아니라 그가 직접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하수인들이 수많은 악행을 저질렀고.
그것을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끝까지 외면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