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46)
정령 농사꾼 – 46
모든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사실에 기반하지 않습니다.
한동안 1%를 위한 코스 요리만 제공하던 초인 셰프 정수찬의 레스토랑.
그곳에 새로운 메뉴가 올라왔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 악마의 유혹.] [달콤한 봄날의 유혹, 천사의 유혹.]다만 그것은 메인 코스 요리로 올라온 것이 아닌 별도 추가구성요리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1%를 위한 코스 요리에 추가할 수 있는 구성으로 나온 디저트였다.
파이어독 길드의 불꽃남자 박중혁이 메뉴판을 보면서 웨이터에게 물었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이라는 메뉴설명 좀 부탁하겠습니다.”
웨이터가 짙게 미소를 그리면서 메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달콤한 바위벌꿀이 첨가된 디저트 요리입니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은 악마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취향에 맞춰서 코스에 추가해 드실 수 있습니다. 악마의 유혹은 차가운 디저트로 달콤한 아이스크림 종류이며, 천사의 유혹은 따뜻한 디저트로 달콤한 차 종류입니다.”
그의 자세한 설명에, 박중혁이 아니라 옆에 있던 젊은 여성이 눈을 반짝였다. 이제 막 20살이 될까 말까한 그녀는 박중혁처럼 붉은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악마의 유혹!”
“그래. 알았다. 그럼 너는 어쩔 거냐?”
박중혁은 이번엔 은빛 머리카락의 젊은 남자에게 물었다.
그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난 천사의 유혹.”
박중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웨이터에게 메뉴판을 넘기면서 주문했다.
“1%를 위한 코스 요리 3인분 주문하겠습니다. 저하고 이 아이는 악마의 유혹, 이 아이는 천사의 유혹을 추가해 주세요.”
그가 그리 말하는 순간이었다. 맞은편에서 서릿발 같은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자기, 농담이 심하네? 나는 어쩌고 3인분만 시킬까?”
그 기운의 정체는 아이스라인의 얼음여왕 정수진이 내뿜는 기운이었다.
박중혁은 그녀를 보면서 슬쩍 혀를 차고는, 뻔뻔하게 웃으면서 웨이터에게 추가 주문을 넣었다.
“하하. 내가 안사람을 깜빡했네. 저 사람은 천사의 유혹으로 추가해서 1인분 더 해주십시오.”
웨이터는 그대로 주문을 받고 물러났다.
그러자 정수진이 눈을 흘기면서 박중혁에게 물었다.
“자기. 왜 내 걸, 자기가 마음대로 정하는 거야?”
“그래서 천사의 유혹으로 안 할 거였어?”
“······그건 아니지만. 기분 나빠.”
정수진은 그렇게 말하면서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모습에 붉은 머리의 젊은 여성이 그녀를 달랬다.
“예쁜 엄마가 참아. 아빠가 저러는 거 한두번이 아니잖아.”
젊은 여성은 놀랍게도 정수진을 엄마라고 칭하고, 박중혁을 아빠라고 칭하고 있었다.
그때, 은빛 머리의 청년이 툭 던지듯 말했다.
“눈치 없는 불꽃돼지.”
“누나한테 뭐? 뒈질래, 얼음생쥐? 갑자기 왜 시비 터냐?”
“1분 먼저 나왔다고 누나냐? 그리고 내가 언제 시비 걸었어?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둘은 그러면서 으르렁 거리면서 다투기 시작했다.
붉은 머리를 가진 누나 쪽의 이름은 ‘박예란’, 은빛 머리를 하고 있는 남동생의 이름은 ‘박예준’이었다.
참고로 둘은 여러모로 부모님을 쏙 빼닮아서, 최근에 상당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신인 헌터들이기도 했다.
“자, 둘 다 그만. 아무리 우리밖에 없다지만 레스토랑 예절은 지켜야지. 자꾸 떠들면 그냥 나갈 거다.”
박중혁이 그렇게 말하자, 박예란과 박예준이 입을 꾹 다물었다. 평소와 같이 싸우다가 오랜만에 가족 외식을 망칠 필요는 없었다.
그 이후, 요리가 하나씩 나오면서 분위기가 점점 더 좋아졌다.
그것은 박중혁의 음식 칭찬으로 시작되었다.
“음, 정수찬 셰프의 요리 솜씨가 나날이 늘어가는 것 같아.”
정수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호호호. 그러게? 시즌 메뉴에 비하면 모자라긴 하지만······이 정도 음식도 어디 가서 못 먹지.”
“그렇지? 그런데 시즌 메뉴는 언제쯤 나오려나?”
“글쎄? 계절 식재료가 들어와야 한다는 것 같던데?”
“그때 되면 한 번 더 찾아오자고.”
“그럴까? 오늘처럼 가족끼리 오면 좋겠다.”
그렇게 대화를 나눠가는 박중혁과 정수진의 모습에 박예란과 박예준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엄마, 아빠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아.’
‘음, 나쁘지 않네. 음식도 맛있고, 결과도 좋고.’
사실, 오늘의 자리를 준비한 것은 박예란과 박예준 두 사람이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는 부모님에게 오붓한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덕분에 줄을 대신 서주는 사람을 고용하는 등의 값비싼 지출이 나갔지만,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얼음생쥐가 웬일로 좋은 아이디어를 냈어.’
‘불꽃돼지가 확실히 행동력이 좋아.’
덩달아 좋아진(?) 남매사이까지 생각해보면 완벽한 하루였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이 나오기 전까지는······.
웨이트가 각자의 앞에 추가 주문한 디저트를 가져다 놓았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 차가운 디저트인 악마의 유혹과 따뜻한 디저트인 천사의 유혹입니다. 부디 봄날을 만끽하시길······.”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물러났다.
그 순간이었다.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천사의 유혹이라는 이름을 얻은 꿀차가 내뿜는 향이었다. 그것이 레스토랑에 봄을 불러오고 있었다.
박중혁이 그것을 느끼고는 코를 벌름거렸다.
“음, 향이 아주 좋군. 나도 차로 시킬 걸 그랬나?”
“그러게. 나도 저걸로 할걸. 향이 너무 좋다.”
박중혁과 박예란은 아쉬워하면서 자신들의 앞에 놓인 악마의 유혹을 내려다보았다.
하얀 아이스크림의 위에 초코시럽이 뿌려져 있었고, 그 위로 황금빛의 바위벌꿀이 벌집모양으로 엇갈려서 뿌려져 있었다.
“딸. 그래도 실망하지 말자. 이것도 맛있어 보이니까.”
박중혁은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스크림을 가볍게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박예란은 여전히 아쉬운지 슬쩍 박예준을 바라봤다.
“야. 나랑 반반씩 나눠 먹자.”
“싫은데?”
박예준은 쌀쌀 맞게 대답하면서 천사의 유혹을 홀짝였다. 아무래도 단단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맛 좋다.”
“호호호. 그러게. 너무 마음에 든다. 얘.”
정수진과 박예준은 호흡이 척척 맞아서 천사의 유혹을 만끽했다. 그 모습에 박예란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칫. 좀 나눠먹지.”
박예란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악마의 유혹을 내려다봤다. 분명 척 봐도 맛있게 생긴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맛이 없을 것만 같았다.
바로 그때, 박중혁이 그런 그녀를 슬쩍 건드렸다.
“딸.”
“응?”
“그거 안 먹을 거면 아빠 줘. 남기면 아깝잖아.”
그 말에 박예란의 시선이 박중혁의 디저트 접시로 향했다. 어떻게 먹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악마의 유혹은 아이스크림이었다는 조금의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이미 설거지를 마친 것만 같았다.
“벌써 다 먹었어?”
“응. 양이 적어서 감질나네. 그러니까 안 먹을 거면 나 줘.”
박중혁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을 박예란의 앞에 있는 악마의 유혹에 고정시키고 있었다.
박예란은 뭔가 이상함을 본능적으로 느끼고는 디저트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나, 나도 먹어야지.”
“그러지 말고······아! 전번에 화염의 인장을 가지고 싶다고 했던가? 그거 구해줄 테니까, 그거 아빠 줘.”
“정말!?”
그 말에 박예란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염의 인장은 시세가 8억이나 하는 아티팩트였기 때문이었다.
박중혁은 통했다고 생각했는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물론이지. 구해줄 테니까······.”
바로 그때였다. 정수진이 그의 말을 막았다.
“자기! 무슨 소리야? 자기가 그런 돈이 어디에 있어서 그걸 사줘? 한 달 용돈이 1억 밖에 안 되잖아.”
움찔거리는 박중혁.
“당, 당연히 모았지.”
“그러세요? 자기. 기억 안 나? 작년에 21억짜리 불타오르는 심장을 3년 동안 모은 용돈으로 구입했다고 하지 않으셨어? 그런데 벌써 8억을 모았다고?”
누가 봐도 맞지 않는 계산에 박중혁이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정수진의 눈이 점점 더 가늘어졌다.
“또 비자금이구나? 자기, 진짜······.”
“아, 아니야. 진짜로! 부길드장. 그래! 정 부길드장한테 빌릴 거야!”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정 부길드장님이 무슨 돈이 있어서 당신한테 8억이나 되는 돈을 빌려줘?”
“빌려줄 수도 있지! 내 인품 몰라?”
“인품? 인품은 개뿔······.”
둘은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좋았던 분위기가 깨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때, 박예란이 안 되겠는지 둘을 사이를 막아섰다.
“그만! 오늘같이 좋은날에 왜 싸워?”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박중혁과 정수진이 싸움을 중단했다.
박예란이 도끼눈을 뜨면서 말을 이었다.
“아빠. 나, 화염의 인장 필요 없어. 엄마. 이러면 됐지? 그러니까 더 이상 싸우지 마.”
박중혁은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럼 악마의 유혹은?”
“당연히 내가 먹어야지.”
냠!
단번에 악마의 유혹을 입안에 털어 넣는 박예란.
그 모습을 본 박중혁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박예란의 얼굴은 충격으로 물들었다.
“존······.”
“응?”
“존맛탱!”
박예란은 그렇게 외치더니 아빠를 홱 돌아봤다.
“아빠.”
“응?”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거 엄청 맛있잖아! 이런 걸 혼자 다 먹으려고 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박중혁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애들처럼 뭐하는 건지.’
박예준은 그런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상하게 천사의 유혹을 홀짝였다. 그러면서 웨이터를 슬쩍 불러서 물었다.
“천사의 유혹, 더 주실 수 있나요?”
“리필은 안 됩니다. 고객님.”
“그럼 추가 구매는요?”
“코스에 추가만 가능합니다.”
“지금 코스를 추가해도 되나요?”
“아시겠지만, 안 됩니다.”
박예준은 단호한 웨이터의 말에 입맛을 쩝쩝 다시면서 중얼거렸다.
“천사의 유혹도 더 마시고 싶지만, 악마의 유혹도 먹어보고 싶은데······알바라도 뛰어서 나중에 또 찾아와야겠다.”
그렇게 그는 난생 처음으로 부모의 품을 벗어나서 헌터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악마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을 먹고자하는 열망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달콤한 봄날의 유혹······절대로 만만치 않은 유혹이었다.
***
-감사합니다. 건우 씨. 덕분에 이번에도 손님들이 아주 좋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하하. 다행이네요. 번창하세요. 나중에 시간 나면 봬요.”
-네. 조만간 또 찾아뵙겠습니다.
건우는 그렇게 정수찬과의 통화를 마쳤다.
‘다행이네. 바위벌꿀이 마음에 들었나 봐.’
그는 조윤아에게 넘긴 바위벌꿀 2병 외에도 가지고 있던 나머지 2병을 정수찬에게 넘긴 상태였다.
정수찬 역시 건우에게 소중한 계약 상대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오늘도 파이팅하자. 하와.”
“하왓!”
건우는 그렇게 하와와 하루의 시작을 힘차게 하기로 다짐하고 던전 농지로 들어섰다.
그리고 둘이 처음 보게 된 광경은 꽤나 의외의 것이었다.
수많은 뿔토끼들과 바위벌, 정령들이 한데 모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하와?”
건우가 의아해 할 때, 그보다 한 발자국 먼저 들어온 하와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그쪽으로 다가가서 파고들었다.
바로 그때, 하와와는 반대로 녀석들의 사이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존재가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엘은 그 상태로 반갑게 인사를 하더니, 힘겹게 밖으로 빠져나와서 건우의 앞으로 날아왔다.
“어? 하와는 어디에 있나요?”
“방금 네가 나온 곳으로 들어갔어. 그건 그렇고 왜 다들 모여 있는 거야? 무슨 일 있었어?”
그 물음에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무슨 일이 있었답니다.”
건우는 무슨 일이 있었다는 엘의 대답에 깜짝 놀랐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뭐? 무슨 일인데?”
“나쁜 도둑 고블린이 또 나타났답니다!”
도둑 고블린, 즉 황금 고블린을 뜻하는 말이었다.
건우는 눈이 절로 크게 뜨였다.
“뭐? 또 뭐 훔쳐간 거야? 혹시 다친 건 아니지?”
엘은 다소 놀란 건우의 모습에, 괜찮다는 듯이 대답했다.
“아무것도 훔쳐가지 않았고, 다친 애들도 없답니다. 대신에 커다란 보따리를 놓고 갔답니다.”
“커다란 보따리?”
건우가 그렇게 되물을 때였다.
뿔토끼와 바위벌, 정령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가라지더니, 하와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와!”
마치 산타클로스처럼 어깨에 커다란 보따리를 둘러메고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