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Mechanic Player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피닉스를 비활성 상태로 돌린 태정은 태극 2호로 갈아탔다.
[왜 돌아간 거지?]“테스트 좀 해 보려고.”
[테스트? 무슨 테스트?]“넌 그냥 구경이나 해.”
태정은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손가락까지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사방을 둘러보는 그.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렸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4일이면 충분해.”
[대체 혼자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냐.]“기다려 봐. 곧 있음 답이 나올 테니까.”
[무엇을 계획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걸로는 시련을 극복할 수 없다.]“되는지 안 되는지는 보면 알겠지.”
대답과 동시에 그가 mk4를 꺼내 들었다.
그리곤 방어선을 넘어 시체들이 쌓인 곳으로 향했다.
거의 가루가 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만큼 훼손이 된 사체.
아니, 조각들이었다.
“하나 정돈 멀쩡한 게 있을 것 같은데… 옳지. 저기 있다.”
몸통의 절반만 날아간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사체였다.
바로 사격이 개시됐다.
타타탕! 타탕!
총기에서 뻗어나간 빛의 탄환이 사체를 강타하자 그나마 남아 있던 몸통이 순식간에 걸레가 되어 찢겨 나갔다.
“역시, 이놈들은 방어력이 제로야. 속도만 빠르고 물량만 많을 뿐이지. 몇 대 때리지도 않았는데 바로 분해돼 버리잖아.”
“네가 장비나 스킬은 상관이 없다며.”
태연한 그의 대답에 카이저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 말은 네가 가진 전투력에 비례해 중요하지 않다고 한 것이지, 이렇게 터무니없는 짓을 하라고 조언을 해 준 것이 아니다. 그 무기로는 1단계도 통과 못 해.]“당연하지. 이걸로 어떻게 시련을 통과하겠냐.”
[그럼?]“보면 안다니까. 왜 이렇게 안달이야?”
카이저에게 핀잔을 준 태정은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섰다.
그리곤 이내 하나의 스킬을 활성화시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제작이었다.
[마르시? 지금 로봇을 소환하겠단 건가?]“왜? 안 돼?”
[이런 바보 같은. 그 따위 방법으로…….]답답하다는 듯 말을 뱉던 카이저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계산을 해 본 결과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말을 하다 마냐. 잘 봐라. 이곳의 폭은 1km다. 시련이 몇 단계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마지막 단계가 이 폭을 전부 사용한다고 하면, 네 말대로 지금 가진 장비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클리어가 불가능해. 근데 만약 이곳에다 마르시를 횡대로 세운다면? 연사 속도를 계산했을 때, 마르시 하나당 커버 가능한 범위는 대략 10m. 하지만 놈들의 속도나 물량을 보면 1기당 10m는 구멍이 생기겠지. 그래서 최악을 가정해 5배로 줄여 2미터당 한 기를 배치해 봤다. 이렇게 하면 그 어떤 놈도 이곳을 통과할 수가 없단 결론이 나오지.”
[그 많은 놈을 소환할 시간은 있고?]“500기면 4일, 4일이면 충분해. 물론 이건 최악을 가정했을 때의 얘기야. 예상보다 훨씬 일찍 끝날 수도 있지.”
[무식한 놈. 생각이 어떻게 그런 쪽으로만 굴러가지?]카이저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중얼거리자 이번엔 제라드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선 지금까지 한 번도 정상적으로 퀘스트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늘 좋았습니다. 이번에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그거 별로 칭찬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하지. 보통 인간은 이런 경우 생각이란 걸 한다. 이 공간 안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을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어떤 규칙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것 따위 말이다.]“나도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야.”
[고작 1분?]“30초. 근데 나 같은 평범한 인간이 이곳에 비밀을 푸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 같냐. 풀더라도 아마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 알아내지 못할 수도 있는 거고.”
[원래 쉬운 퀘스트는 없다.]“쉬운 퀘스트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저것만 생각하고 있을 게 아니란 얘기다. 이건 일종의 보험이야. 2안을 만들어 놓고 생각은 따로 하는 거지.
그럼 그 시간 안에 비밀을 풀면 다행인 거고, 풀지 못해도 2안이 있으니 결국은 손해가 아니란 소리야. 미련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 시간 날리고 기회만 버리면? 그것이야말로 제일 멍청한 짓이지.”
태정은 단순히 로봇을 제작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놈의 말대로 머리를 써서 시간 내에 해결이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이곳을 나와야 하는 일이 발생 될 수도 있었다.
몇 번이고 도전이 가능한 퀘스트라면 모를까.
이번 퀘스트를 실패하게 되면 앞으로 90일간 재도전이 불가능했다.
그 말은 곧 무려 세 달간 성장을 할 수가 없단 뜻이었다.
그러니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면서 머리를 써도 써야 하는 것이다.
[마르시의 사거리는 파악 했나.]“옛날에 끝났지. 너와 프리지아가 그 쓸데없는 자존심 내세우며 투닥거리고 있을 때. 충분히 닿아. 공격력 또한 mk4엔 미치지 못하지만 전투 준비 태세를 이용하면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지.”
[공장에서 무지성으로 제작만 하던 게 아니었군.]“당연하지. 근데 좀 아쉽긴 해.”
[뭐가 말이냐.]“이럴 줄 알았으면 20기 정도는 만들어서 오는 건데 말이야. 그것만 해도 200분은 단축이잖아. 그러고 보니 창고는 언제쯤 늘릴 수 있는 거지?”
-창고의 업그레이드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네가 말하는 얼마는 얼마가 아니니까 문제야.”
[이번엔 인간들이 생각하는 얼마의 시간이 맞다. 코앞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 하지만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라서 네가 어떻게 할지 심히 궁금하군.]“그게 무슨 말이야?”
[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것 이다.]“그럼 그때 보지, 뭐.”
태정은 계획대로 제작을 돌리기 시작했다.
마르시-1의 제작 시간은 10분당 1기.
앞서 테스트를 하며 20분을 소비했기에, 시련까지는 40기 정도가 소환이 가능했다.
원 샷이 나오는 파티원이 40.
실로 엄청난 전력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마르시-1의 연사력은 슈퍼 발칸포엔 미치지 못하지만, mk4는 상회한다.
즉. 적어도 초당 30발 이상의 연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촘촘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뜻.
태정은 가장 처음 제작된 마르시-1에게 소대장 권한을 부여했다.
“네가 통솔을 해. 멀어지면 명령하기 힘드니까, 옆에 붙어 있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생각도 하면서 400분이란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드디어.
[1단계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 [페바무트들이 빨간 선을 넘지 못하게 막으십시오.] [실패 시 30분 후 재도전이 가능합니다.] [강제 퇴장까지 일곱 번 남으셨습니다.]시련이 시작됐다.
“일렬횡대로.”
“전원 일렬횡대.”
척. 처척. 척. 척.
태정의 명령에 소대장 로봇이 복창하자, 40기에 달하는 마르시가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위치로 가 섰다.
그 줄이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했고, 행동에는 각이 살아 있었다.
“좋아. 그럼 모두… 사격 개시다.”
“사격 개시.”
소대장 로봇의 명령에 40기에 달하는 마르시-1이 허공을 향해 에너지 탄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타! 타타타타! 타타타! 타타타탕!
고막을 두드리는 소음과 함께 수천 발에 달하는 탄환이 허공에 뿌려졌다.
그 엄청난 공세에 막 모습을 드러낸 페바무트들이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졌다.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한 화력이 아닐 수 없었다.
들어오는 족족 공중분해 되어 흩어지는 놈들의 동체.
혼자 사냥할 때완 다르게 남는 부산물도 거의 없었다.
그만큼 화력의 규모가 커졌단 뜻이었다.
[1단계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2단계 시련이 시작됩니다.]순식간에 1단계가 클리어되고 2단계가 시작됐다.
전투가 예상대로 흘러가자 여유가 생긴 태정은 격발 버튼에 팔꿈치를 가져다 댄 채, 생각에 잠겼다.
‘보자. 여기에 무슨 비밀이 있을까. 일단 당장 보기에 특이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저 앞에 반사벽이 단서인가?’
태정이 볼 때 이곳에 이상한 것이 있다면 저 파란선 앞에 있는 반사벽뿐이었다.
제작을 돌리며 이곳저곳을 돌아본 결과, 딱히 단서가 될 그림이나 문자 혹은 소재는 찾지를 못했다.
‘내가 놓친 게 아니라면. 이곳엔 아무것도 없어, 마법진도 어떤 장치도……. 그럼 남은 건 뭔가 이 전투에 규칙 같은 게 있다는 건데. 근데 웨이브형 전투에 그런 게 있어 봐야 무슨 소용이야? 이게 트랩형 던전도 아니고.’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해지기만 하는 태정이었다.
그사이 시련은 실패를 했던 지점인 14단계까지 도달해 있었다.
슈우우욱!
등 뒤에 붙은 아이언 스피어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자, 태정이 제라드를 향해 물었다.
“분당 미사일 발사 수가 얼마나 돼?”
-한 발 내지는 두 발 정도입니다.
“아깐 24발이었지? 그러고도 모자랐고?”
-그렇습니다.
“좋아. 할 만해. 이대로 쭉 가 보자고.”
여유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20단계도 충분히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슉!
[21단계 시련에 실패하셨습니다.] [시련이 리셋됩니다.] [1단계 시련까지 630분 남으셨습니다.] [강제 퇴장까지 여섯 번 남으셨습니다.]“아깝다. 좀만 버티면 되는 거였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는 전혀 아쉬운 얼굴이 아니었다.
최소 2-3번은 실패를 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다시 제작에 들어간 태정은 63기의 로봇을 추가 제작했다.
이제는 소대급에서 중대급이 되어 버린 병력.
소대장 로봇을 중대장으로 진급시킨 그가 다섯 번째 시련에 나섰다.
병력이 배 이상으로 늘자 더욱더 화력이 촘촘해졌다.
당연히 이전 단계는 우습게 넘겼고, 그리해서 나온 결과는.
[34단계 시련에 실패하셨습니다.]“점점 많아진다, 많아져. 근데 그게 뭐? 나도 늘리면 되지.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단계가 오르면 오를수록 몬스터의 숫자도, 규모도 늘어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속도는 600에서 더이상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실패와 시도를 반복하던 그의 뒤엔 어느덧 대대급 병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걸 모으는 데 걸린 시간만 무려 3일.
이제 기회도 단 두 번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이봐, 대대장.”
“예, 주인님.”
“현재 병력이 얼마냐.”
“저를 포함해 446기 입니다.”
“살짝 부족하긴 한데. 나를 기준으로 좌우측 1열로 쭉 서 봐.”
“알겠습니다.”
태정의 지시에 대대장이 중대장에게 중대장이 분대장들에게 상황 전파를 마쳤다.
그렇게 하나의 줄을 만든 태정은 생각보다 간격이 빡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덩치가 있으니까, 자리 차지를 많이 하네. 어쨌든 1기당 사격 범위는 2미터로 맞춰. 놈들의 덩치도 그 정도는 하니까. 그냥 앞만 보고 계속 쏘면 될 거야, 혹시 구멍이 생길 것 같으면 알아서 조절하고. 무슨 말인지 알겠냐.”
“예.”
대대장 로봇의 대답과 동시에 시련의 알림 음이 들려왔다.
[1단계 시련이 시작되었습니다.]“좋아. 전체 사격 준비.”
처억.
“개시.”
명령과 함께 초당 1만4천 발에 달하는 탄환이 허공을 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