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18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187화
움찔!
경련과 함께 죽음이 찾아왔다.
금단의 과실에 두 번 이상 손을 댄 결과였다.
주륵.
내장이 꿀렁거리며 한 움큼의 피가 식도를 타고 올라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에 자리 잡은 태엽모양의 기관은 제세동기처럼 연신 심장이 멈추지 않게끔 죽음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리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여 있지만.
‘그렇게 아프지는 않네.’
의외로 건우는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탑의 진리를 뒤틀어 놓았을 때, 받은 저주보다 오히려 고통이 덜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M기질일지도…….’
꿈틀!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첫 번째 섭취한 황금사과의 효력이 온몸에 전파됐다.
[마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체내에 잠재된 특성들이 결합돼 마나를 받아들이기 적합한 체질로 변형됩니다.] [‘공령지체(空靈之體)’의 체질을 획득했습니다.] [공령지체(空靈之體) 획득으로 스킬 ‘마나드레인’을 터득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금단의 과실을 두 번 섭취했음에도 부작용을 극복하고 살아남으셨습니다. 칭호 ‘죽음의 문턱을 넘은 자’를 획득했습니다.]‘아직 멀었어!’
대기에 있는 마나가 마나드레인 스킬 효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갔다.
건우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손에 집고 있는 두 번째 과실을 손에 집었다.
파르르르.
몸이 저절로 떨려왔다.
두 번째만 해도 고역인데.
세 번째는 얼마나 더한 고통이 찾아올까?
아삭!
망설임 대신, 사과를 깨문 순간.
스륵.
건우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마력 폭주에 의해 엄청난 고통이 뇌리를 타고 흘러들어왔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 죽지는 않아.’
우우웅.
심장에 자리 잡은 태엽은 힘껏 가속하며 어떻게든 죽음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
꿈을 꾼다.
시기는 해와 달이 겹쳐져 가는 이클립스.
저 달이 해를 잡아먹는 순간, 인류는 멸망한다.
사람들은 그 속설을 믿으며 불안에 시달렸지만.
한편으로는 한 줌의 희망을 품고 그들은 살아가고 있다.
풍요로운 저택.
그곳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소년의 이름은 로한 이그너스.
멸망 직전 태어난 이그너스의 마지막 후계자로…….
훗날, 재생의 마도사로서 종말 전쟁 최후의 전선을 지키던 책임자다.
“정말 도련님도 참. 어쩌시려고 이렇게 종일 사고만 치고 다닙니까?”
훗날 그의 충직한 부관인 카심은 크게 한숨을 쉬며 로한을 꾸짖었다.
“그래도 좀만 하면 잡을 수 있었다고. 파이어 보우를!”
“…….”
말을 하면 입이 아프다.
카심은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레 깨달았다.
파이어 보우.
그것은 집채만큼 커다란 멧돼지형 몬스터로 콧김을 내뿜으면 불을 토해 내는 몬스터였다.
이클립스 시기에 느닷없이 출현한 돌연변이로 그 위험성은 민가에 엄청난 피해를 끼쳤다.
성인 남성도 잡을 수 없는 이 흉포한 몬스터를 어린 애가 잡는다?
실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잔소리는 정말 하고 싶지 않았다만 어쩔 수 없지.
카심은 근엄한 표정으로 로한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도련님은 장차 이 가문을 이끌 재목입니다. 크게 몸이 다쳤다면 어쩔 생각이었어요?”
“재목은 무슨? 또 어디 가서 험담이나 하고 다니겠지.”
로한은 볼을 쀼루퉁하게 부풀리며 고개를 홱 저었다.
“도련님!”
카심이 엄하게 꾸짖으려는 순간.
“크하하하하, 도련님. 파이어 보우 잡을 뻔했다면서”
땋은 머리를 한 채, 갑옷을 걸친 호프너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호프너!”
로한은 삐친 기색을 풀고 그를 반겼다.
“거의 다 잡을 뻔했는데. 놓칠 뻔했어.”
“저런. 다음에는 기회가 찾아올 때, 같이 때려잡죠.”
“응!”
카심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호프너를 노려보았다.
호프너는 익숙한 듯 한쪽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넌 왜 나한테 항상 그렇게 불만이 많냐?”
“도련님이 무슨 해를 입게 하려고 그런 말을 내뱉는 거지?”
“워워 샌님. 야박하게 굴지 마. 남자는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생물이라고. 너무 찌르면 터진다.”
“…….”
호프너의 말에 카심은 입을 꼭 다물었다.
반박하고 싶은 말은 많다만 로한 앞에서 싸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호프너 오늘은 뭘 가르쳐 줄 거야.”
“후후후, 오늘은 저의 비기, 뇌전섬을 보여드리죠.”
“뇌전섬?”
“속지 마십시오. 이 남자는 입만 열면 허세입니다.”
카심의 말에 로한의 동공이 커졌다.
“정말이야?”
“하하하하, 이거야 원 들켰네요.”
“…….”
로한의 표정이 시무룩해지려고 할 때, 호프너는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말했다.
“사실은 더 엄청난 거죠. 뇌인참사격이라는 기술로 파이어 보우 따위는 고기조각으로 썰어 버릴 수 있죠.”
“와!”
로한은 다시 눈빛을 빛냈다.
“하아. 못 말리겠군.”
카심은 이마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다 로한에게 물었다.
“도련님.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강해지기 위해 안달이 난 건가요?”
다소 무례한 질문이더라도 그는 만류하고 싶었다.
그저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감정으로 살아가기에는 이 시대가 너무 잔인했기 때문이다.
피식.
이에 로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답했다.
“강해지면, 나쁜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 있잖아. 그러면 언젠가 어머니 정원을 되살릴 수 있잖아. 햇빛을 되찾으면 정원의 식물도 무럭무럭 자라날 테고. 과실이 열리면 동물도 많아지고 먹을 게 많아지니까 사람들도 배부르게 먹고 살 수 있잖아. 그러니까 강해지고 싶어!”
“……?!”
예상치 못한 답에 카심과 호프너가 눈을 부릅떴다.
“히히히, 가자.”
정작 대답을 마친 로한은 장난꾸러기처럼 웃으며 연무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호프너는 카심의 팔을 툭 쳤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난 저분을 위해서 살아갈 거다. 어설픈 잣대로 희망을 꺼뜨리지 말라고.”
그러고는 로한의 뒤를 쫓아갔고.
카심은 언짢은 표정으로 눈썹을 꿈틀거리다 답했다.
“멍청한 놈. 그때까지 도련님이 다치지 않고 자라나는 것이 급선무다.”
지지 않겠다는 듯 그는 호프너를 추월해 로한을 뒤쫓았다.
***
콰앙!
강렬한 충격파가 도심 전체를 뒤덮었다.
서울 중심부에 생성된 게이트의 결계가 일제히 타파되며 놀과 짐승의 형상을 한 마수의 무리가 튀어나왔다.
“꺄아아아악!”
절망에 물든 사람들은 일제히 도망쳤다.
건장한 남성들은 어떻게든 몬스터에게 대항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당연했다.
곰 같은 맹수한테 쩔쩔 매는 게 사람인데…….
상대는 강철 같은 것은 종잇장처럼 찢어 버리는 몬스터 무리다.
시간 끌기조차 안 되는 것이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시간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었다.
쉘터의 문은 이미 닫히기 직전.
몬스터를 막지 않으면 아이들은 쉘터에 진입할 수 없었다.
푸욱!
절망은 결코 돌이킬 수 없다.
그것을 보여 주려는 듯 마수의 발톱이 사내의 흉근에 발톱을 박아 넣었다.
“아빠!”
건우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소리쳤다.
오들오들.
몸이 떨렸다.
저기까지 달려가고 싶은데, 몸이 차마 움직이지 않았다.
주륵.
“쿨럭, 쿨럭.”
사내는 피를 입 밖으로 게워 내며 신념이 담긴 눈빛으로 건우에게 소리쳤다.
“뛰어!”
“아, 아빠!”
“보지 말고 뛰어! 지혜 데리고 빨리 들어가!”
“……흐엥. 아빠.”
지혜는 어쩔 줄 모르고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빨리!”
다급한 아빠의 외침에 건우는 그대로 어린 동생을 끌어안고 쉘터 안으로 뛰어갔다.
고통스럽다.
이제 막 중학생인 건우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시련이었다.
왜, 왜 우리는 왜 항상 당할 수밖에 없는 거야.
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왜 이런 불행은 항상 나한테만 찾아오는 것이냐고 욕을 퍼붓고 싶었다.
“젠장!”
쉘터 안에 가까스로 진입한 건우는 울음을 터뜨렸다.
***
로한 이그너스와 최건우.
내재된 두 기억이 건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 기억 끝에 찾아온 건우의 감정은 하나였다.
‘강해지고 싶어.’
F급에서 S급 헌터까지 도약할 때는 이 정도면 분명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오만이었다.
앞으로 상대해야 할 적들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7성급의 몬스터는 물론.
그리고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한 신들까지.
건우는 제천대성과의 싸움을 상기하며 주먹을 부릅 쥐었다.
그때의 사투는 누가 봐도 제천대성의 압승이었다.
기지를 발휘해 엿을 먹일 수 있었던 거지.
힘은 발끝도 따라가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기껏 이룬 힘을 제약의 힘으로 대부분 상실했다.
범인이라면 절망했을 상황.
하지만 건우는 절망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 호재라고 생각했다.
대체적으로 탑은 등반하면서 시련을 거쳐 강해질 수 있게 되는 시스템이다.
물론 중도탈락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만약 신들까지 있는 영역에 다다르면, 탑의 진실과 과거의 원한, 그리고 이 부조리한 악행들을 숙청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강해져야 했다.
과거보다 더욱더…….
그 의지에 답해 주듯 시스템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황금 사과에 내재된 ‘행운’으로 인해 마력폭주를 이겨내어 이그너스 연공식 8성에 도달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촤륵. 촬칵.
메시지를 확인하기 무섭게 심장에 자리 잡은 태엽 두 개가 서로 엮이는 것을 건우는 느꼈다.
그 외 체내에 있던 노폐물이 모두 증발돼 사라졌는지 마나를 연공하는데 한층 더 수월했다.
“후우.”
폐부 깊숙이 공기를 집어넣어 뱉으니, 상쾌한 감각이 전신에 감돌았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직업전용스킬, ‘찰나의 복원’을 터득했습니다.] [직업전용스킬, ‘회귀의 링’ 숙련도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효력이 증대됐습니다.] [금단의 과실을 세 번 섭취했음에도 부작용을 극복하고 살아남으셨습니다.] [칭호 ‘죽음의 문턱을 넘은 자’에서 ‘생과 사의 경계를 누비는 자’로 업적이 상승됐습니다.]-마, 말도 안 돼?!
줄곧 건우의 변화를 지켜봐 왔던 세이비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당연했다.
자신이 이그너스 연공식 7성에서 8성까지 갱신하는데 시간은 무려 8년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한데, 자신의 후손이란 녀석은 단 며칠 만에 8성을 이루었다.
참고로 그가 8성을 이루었을 때는 드래곤 로드와 사투를 벌일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지니게 되었다.
‘……무시무시한 놈.’
하지만 경악과 동시에 걱정이 들기도 했다.
제약의 법칙으로 인해 건우는 이제 신참 플레이어와 비슷한 스탯을 가지고 있다.
간략하게 말하면, 경지와 몸 상태가 불일치한 관계로…… 어린아이의 몸에 운동선수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봐도 무방했다.
그것은 분명 극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게 불 보듯 뻔했다.
“걱정 마세요.”
그런 세이비어의 심정을 이해한 걸까?
차분하게 말을 내뱉으며 건우는 피식 웃어 보였다.
“단숨에 그만큼 강해질 테니까요.”
-못 말리겠군.
세이비어는 쓴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건우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가 된다는 표정으로 지켜봤다.
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