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53)
-캬캬캬캬캬컄!
헬이 양손에 잔뜩 뭔가를 들고 있었다.
망토에 숨겨져 잘 보이지 않았으나, 곧 헬이 그중 하나를 냅다 먹었다.
아삭!
-캬캬캬캬!
그리고 맛있다는 듯 더 크게 웃음소릴 내질렀다.
“사과?”
“그, 그거 먹으면 안 됩니다! 아직 만들어지기 전의 ‘선악과’인데······!”
아삭! 아삭!
쩝쩝쩝!
꺼어어억~
순식간에 사라지는 미완성의 선악과들.
“맙소사······.”
히프노스가 이마를 짚었다.
그리곤 말했다.
“‘문’의 수호자가 함께하고 있다는 건······ ‘문’이 천상에서 떨어졌나보군요, 판게니아에.”
“헬만 있는 게 아니다. 비슷하게 생긴 형제들이 열한명 더 있다.”
“문을 지키는 열 두 수호자입니다. 혹시 누군가와 함께 오지 않았습니까?”
“잠들어있는 제국의 황제 말이냐?”
“그게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가 ‘문’의 행방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정통의 알을 들고 판게니아에 불쑥 떨어진 자.
그가 바로 현 제국의 황제였다.
그런데 진짜로 천상에서 왔을 줄이야.
문을 열고 내려왔으니, 그가 문의 행방을 알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황제는 잠들어 있었다.
또한, ‘빌헬름’은 황제의 피를 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빌헬름이 천상의 존재에게서 태어났다는 말.
그를 증명하듯 빌헬름의 영혼은 방대하고, 아름다웠다.
무엇보다도 빌헬름의 육체는 끊임없이 성장했으니, 그가 천상의 존재에게서 태어난 핏줄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그 육체를 지금은 마왕이 지니고 있다.’
······ 생각보다 더 큰 일일 수도 있겠다.
마왕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어서 가늠도 가지 않지만.
부활하여 강력해진 지옥의 군주들을 보건대, 결코 만만치만은 않으리라.
‘결국, 이 모든 게 천상으로 향하려는 자들의 몸부림이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민트초코맛있어요도, 파랑새도, 마왕도.
그 외의 모든 관련자들은 천상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곳은 백해무익했으므로.
찰나의 순간.
나는 결론을 내렸다.
“황제를 죽여야겠군.”
··· 황제를 죽이기로.
문의 행방을 아는 자가 사라지면, 천상이 열릴 일도 없을테니까.
*
2세대 각성자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신의 섬에서 튜토리얼을 겪은 이후 거대 길드의 지원을 필두로, 누구보다 빠르게 메인퀘스트 돌파를 시작한 것이다.
‘최강남’은 그중에서도 가장 큰 수혜를 본 남자였다.
《‘북부 신전’을 클리어!》
《‘메인퀘스트 6 : 파티 던전 클리어하기’를 완료했습니다.》
《내용을 정산합니다.》
《백성전의 성좌들도 놀랄만한 압도적인 결과!》
《총점 370점!》
《‘명예의 전당’ 순위가 변동됩니다.》
“으아아아아아!”
던전에서 나온 즉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최강남이 포효를 내질렀다.
마침내 넘어섰으니까.
란돌프. 그의 점수를!
오직 란돌프를 넘기 위해 악착같이 준비했고, 던전에 입장한 뒤로는 세세한 것 하나 빠트리지 않으려고 오매불망 노력했다.
비록 란돌프는 가장 까다로운 파티 던전인 ‘데미갓 특성 던전’을 클리어했지만, 최강남이 클리어한 파티던전인 ‘북부 신전’은 압도적인 천재성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깰 수 없는 곳이다.
“내가 해냈다-!!!”
파티원들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최강남, 그의 천재성이 마침내 빛을 본 것이다.
2세대 각성자 중에서도 가히 최고임을 증명한 것이었다.
최강남은 떨리는 눈빛으로 전당을 다시 바라보았다.
《1위 – 최강남(370)》
《1위 – 아린(370)》
《3위 – 란돌프(350)》
《4위 – 빌헬름(345)》
“내가, 최강이다-!!!”
최강남은 환호했다.
몇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겼던가.
족히 20번은 넘은 것 같다.
‘너도 지금쯤이면 파티 던전에 도전하고 있겠지, 박현명.’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박현명은 절대로 자신을 넘어설 수 없다.
란돌프도, 빌헬름도 넘어선 자신을, 어찌하여 넘어서겠나.
“경거망동하지 말거라.”
“······ 스승님. 하지만.”
“하지말래도.”
“······.”
최강남은 입을 닫았다.
그가 스승님이라고 부른 여자.
영웅연합의 부연합장인 ‘아린’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아름답고, 강하며, 현명한.
사실, 이게 가능했던 것도 그의 스승 덕분이었다.
만약 아린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절대로 저 점수를 낼 수 없었으리라.
그래도 기뻤다.
‘내가 최강이다-!!!’
마음속으로 연신 외쳤다.
최강남은 이대로 계속해서 강해져, 아린의 총애를 받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연합장의 자리까지 오를 것이다.
최강남이 그토록 환호를 하거나 말거나.
‘한번 경쟁해보자꾸나.’
아린.
아니, 칠군주 바사라는 내심 미소를 지었다.
과연 박현명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점수를 넘어설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바사라는 각성자의 몸을 차지했으나, 정작 메인퀘스트를 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니 란돌프, 빌헬름의 업적을 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사라는 박현명과 경쟁하길 바랐다.
“어······?”
그때였다.
최강남이 비명을 내지른 건.
‘······.’
바사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명예의 전당’ 순위가 변동됩니다.》
다시, 그들의 전당 순위가 변동됐으니까.
이는 누군가가 1위를 탈환했다는 의미.
그 이름과, 점수를 본 바사라는.
“······ 미친놈.”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경쟁 자체가 안 됐으니까.
그리고 최강남은.
“뭐, 뭐야, 거짓말이지? 말도 안 돼에에에에엑-! 꺼어억!”
비명을 내지르곤, 뒷목을 부여잡으며 그대로 기절했다.
순수의 성좌.
바사라는 기절한 최강남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고작 이런 일로 기절하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는 눈길조차 주는 게 아까웠으니까.
그보단 떠오른 메시지에 주목했다.
전당의 순위가 뒤바뀌었다는 말.
메인 퀘스트 6을 진행한 모두에게 저러한 메시지가 도착했으리라.
그리고 순위를 확인한 이들 전원이 그녀와 같은 반응일 것이다.
《1위 – 박현명(1,000+?)》
점수가, 정말 이상했으니까.
370점으로 1위를 거머쥔 게 조금 전이다.
한데 그 세배에 달하는 숫자가 나타났고, 그로도 모자라 물음표까지 붙었다.
말인즉슨.
‘천 점 이상.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추산할 수 없다······.’
점수를 책정하는 시스템의 방식으로는 알 수 없을 만큼의 추정 불가한 업적을 행했다는 것.
하지만 바사라가 경험한 ‘점수의 책정 방식’은 꽤 합리적이었다.
항상 모든 이가 이해할만한 선에서의 점수를 도출해냈다.
절대로 물음표 따위를 내놓지는 않는다.
이는 곧 책정의 기준이 되는 정보가 산처럼 쌓여있다는 말이다.
‘오랜 세월 쌓여온 시련과 그 시련을 해결한 영웅들의 업적을 모두 담아 기록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일진대.’
바사라는 이 몸을 빼앗으며 ‘시스템’에 대해 파악했다.
그녀가 파악한 시스템은 아득히 오랜 세월부터 존재해온 정보들의 집약체다.
메인 퀘스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영웅들의 발자취에 따라 설정되었으며, 그들을 기준으로 하여금 점수가 책정되는 방식을 택했다.
당연히 각각의 메인 퀘스트마다 부여되는 점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미 억겁의 세월 누적되어온 정보.
해당하는 시련의 모든 종류와 해결방식이 담겨있을 터.
이 세상에 아예 없는 방식으로 시련을 해결한 게 아닌 이상에야,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혹은 여태껏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종류의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것.’
그런데 물음표가 나왔다는 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 도입됐다는 뜻이다.
시스템의 정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던전이 등장했거나, 도저히 불가능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던전을 해결했다는 의미일 것이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뭐가 됐든, 정상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건 자명한 일.
바사라는 진정으로 궁금했다.
“······ 대체 무슨 던전을 클리어한 게냐?”
박현명.
그가 클리어한 던전이 무엇일지.
그리고······.
‘무엇을, 갖게 되었느냐?’
받았을 보상이.
370점으로 한순간 1위를 탈환하며 받은 보상조차도 생각보다 엄청났다.
시스템과 백성전의 보상체계는 인류를 강화하는데 확실하게 일조하고 있었다.
또한, 점수에 따른 보상을 어떻게든 내놔야만 한다.
그런 시스템인 것이다.
하여,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 추산이 안 되는 업적을 해결한 자에게 과연 무엇이 주어질 것인지.
*
백성전.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어지러운 기분을 느꼈다.
여태껏 자신이 생각한 모든 관념이 박살난 느낌.
도저히 혼자서 감수할 순 없었기에, 그는 101번째 ‘순수의 성좌’에게 말했다.
“순수의 성좌여. ··· 백신전이 백성전의 전신인가?”
백성전이라 칭해지는 수많은 별의 보금자리.
그곳에는 성좌라 칭해지는 위대한 별빛들이 거주하며 인간들의 이야기를 엿본다.
하지만, 정작 백성전의 실체에 대해 아는 자는 없었다.
단 한 명.
절대 나타날 수 없는 101번째 성좌를 제외하면.
“오호라. ‘숨겨진 이야기’에 마침내 도달했나 보군.”
얼굴에 거대한 물음표가 새겨진 순수의 성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란돌프가 이룩해낸 시련, ‘수련자의 산의 주인’으로부터 발생한 히든 퀘스트를 완성하자 나타난 존재.
검 숙련도 레벨 32에 도달한 즉시 ‘모든 산의 주인’이 만들어낸 ‘순수’다.
그가 등장하며 이곳 백성전의 성좌들은 다른 ‘백성전’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도 의문이었다.
백성전의 존립 이유에 대해.
한데······ 란돌프와 박현명을 두루 살피던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그의 이야기를 보며 알게 됐다.
“그렇다. 백성전은 먼 옛날 신들이 기거했던 백신전을 모방한 모방품이다.”
순수의 성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백신전의 신들은 필멸자들에게 시련을 부여하고, 보상을 내렸다.
그들이 자체적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그리하여 인류는 황금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멸망의 출현 이후 모든 게 불바다가 되어 사라졌다.
순수의 성좌는 백성전이 다시 만들어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백성전은 백신전의 부활을 위해 만들어졌다.”
“백신전의 부활······ 우리가 신이 된다는 건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이미 그대는 신이다.”
“······!!!”
찬란한 영웅의 성좌가 두 눈을 부릅떴다.
성좌란 무엇인가.
별이 될 정도로 위대한 족적을 남긴 존재들이었다.
한데, ‘순수의 성좌’는 그조차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미 신이며, 단지.
“다만, 잊혔을 뿐.”
······ 잊혔을 뿐이라고.
“그대도 동의한 이야기다. 아니, 다른 백성전의 모든 성좌가 동의했다. 잊히기로. 오직 한 곳, 가장 많은 ‘이야기’를 담아낸 백성전의 성좌들만이 이름을 되찾기로. 그렇게 다시 온전한 신이 될 기회를 얻기로.”
“······ 그게······ 무슨 소리냐.”
“멸망을 마주한 신들은 후회한 것이다. 멸망의 직후까지 가서도 힘을 합치지 못했음에. 하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들 결국 같은 결말이라는 걸 그들 모두가 알았다. 다시 분열되고 엉망이 되겠지.”
이미 클대로 커버린 신들이다.
셀 수 없이 오랜 세월 쌓아온 편견과 고집은 버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신의 숫자도 너무 많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름과 기억을 버렸다?”
이름을 버리고, 잊히기로 결정한 건 ‘처음부터’ 만들기 위함이다.
아무런 편견 없이 힘을 합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정해진 숫자의 신들만을 부활시켜 더 강한 유대를 맺을 수 있게끔.
황금기의 시대에는 신이 너무 많았으니까.
순수의 성좌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다시 처음부터, 완전히 처음부터 쌓아야만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승산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야만.”
순수의 성좌가 어깨를 으쓱하며, 이어서 말했다.
“그래야만 ‘천상’을 박살 낼 수 있노라고- 생각한 게다.”
피의 복수를.
그들의 아름다운 세계를 파멸시킨 천상을 역으로 멸망시키기 위하여.
그들은 스스로 이름을 버렸다.
모든 기억을 잊기로 했다.
찬란한 영웅의 성좌도 동의했다는 말.
“너는 그러한 사실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말했지 않느냐. 나는 이미 한차례 ‘진리의 문’에 들어갔다가 나왔다고.”
“설마 내가 보았던······ 그 ‘입’이 진리인가?”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
그는 한 차례, 모든 ‘별빛’을 잃고 소멸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죽음의 어둠 속에서 ‘입’을 보았고, 그간 쌓아온 이야기들을 바쳐 그는 찬란한 영웅의 성좌에서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로 부활할 수 있었다.
이에 순수의 성좌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열쇠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진리의 문’을 열 수 있는 도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