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54)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히 순수의 성좌는 자신의 입으로 ‘진리의 문’의 안에 들어갔다가 나온 존재라고 말했다.
진실을 알게 된 지금, 자신조차 모르던 ‘비밀’을 알고 있던 그에게 절로 드는 궁금증이 있었으니.
“··· 누구냐, 네놈은.”
“음. 안타깝게도,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알고 있다.”
“무엇을?”
“박현명을 잡아야 100개에 달하는 백성전의 대결구도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란 사실을!”
이 세상에, 백성전은 무려 100개가 존재한다.
도합 일만의 성좌가 기거하며 수많은 필멸자에게 시련과 보상을 내리고 있었다.
이후 필멸자의 이야기를 보고 별빛을, 황금률을 획득하여 성좌는 힘을 기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박현명은 시스템으로도 추산 불가능한 업적을 달성했고.
그의 이야기를 보고자, 모든 백성전이 달려들 것이라는 건 자명했다.
자신들이 내리는 보상에 손을 내밀어주길 고대하고 또 고대하고 있을 터.
“우리 13번 백성전은 그에게 무슨 보상을 내밀어야할까? 수많은 보상의 선택지 중에서 박현명이 우리의 보상을 선택하게 하려면?”
“··· 이곳과 같은 백성전이 도합 100개나 존재한단 말이냐?”
“인간의 백성전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이야기가 다르지. 다른 종에 배정되었던 백성전의 성좌들도 모두 박현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란돌프와도 다르다.
시스템이 채점을 포기한 유일한 업적의 달성자다.
그동안은 어떻게든 점수를 내놓았건만.
당장 박현명이 란돌프라는 사실은 모르겠으나, 박현명이 선택하는 보상을 내놓은 백성전은 그에 대한 사실도 접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경쟁은 더 가열될 것이고, 박현명이 그들의 품을 떠나게 될 가능성조차 있었다.
순수의 성좌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 우리는 그에게 무슨 보상을 제시해야할까?”
*
숨겨진 비화를 듣고, 결론을 내린 나는 지체없이 던전을 나섰다.
그 순간.
《파티 던전 클리어!》
《267개의 ‘잊힌 기사의 영혼’을 획득했습니다.》
《1천점을 초과한 품격은 100점당 ‘온전한 황금률’ 1개로 전환됩니다.》
《또한, 단장은 던전에서 잊힌 명예로운 기사단 중 하나를 선택해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그들의 영혼과 의지가 ‘신성 기사’가 되어 깨어납니다.》
《‘신성 기사’는 ‘멸망의 기사’와 대비되는 존재이며, ‘신성의 대지’에서 더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신성의 대지’는 ‘잊힌 신’을 부활시킨 터에 자동으로 적용됩니다.》
《혹은 1의 성화를 부여해 신이 있는 땅을 신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
······
《최초의 던전을 클리어한 자여.》
《추산 불가한 시련을 달성한 지고의 존재여!》
《총점 1,000+?점》
《정확한 정산이 어렵습니다.》
《업적 ‘태고 등급 던전을 돌파한 자’를 달성했습니다.》
《3의 성화를 획득합니다.》
《업적 ‘잊힌 신의 이름을 되찾아준 자’를 달성했습니다.》
《1의 성화를 획득합니다.》
《‘온전한 황금률’ 3개와 ‘부서진 황금률의 조각(3,000h)’을 획득합니다.》
《이권점수 5,000점을 획득했습니다.》
《행운 주사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도합 101단계의 보상목록 등급이 올라갑니다.》
《모든 백성전의 성좌들이 별빛을 모아 보상의 등급을 확정했습니다.》
《아래 100개의 보상목록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아흐레의 밤》, 《마력의 근원》, 《외신의 깃털》, 《두 개의 달》, 《타나누쉬의 돌》, 《완성된 별의 지도》, 《쥬른의 보석》, 《우로보로스》, 《태초의 화살》, 《순결》, 《용기》······.
끝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들.
“······.”
그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른 것보다 마지막의 보상목록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쏟아지듯 나타난 100개의 보상목록.
이만한 숫자의 목록 자체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놀라운 건 ‘이름’이다.
목록의 숫자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보상으로 주어진 것들의 이름에.
“······ 어이가 없군.”
나는 순수하게 압도되었다.
세계수 커뮤니티.
여태껏 수많은 시련을 해결하고, 보상을 받았으나.
지금처럼 소위 ‘눈 돌아가는’ 상황은 경험은 처음이었다.
처음 보는 이름들도 대단히 많았으나.
‘마력의 근원, 우로보로스, 순결, 용기······.’
내가 아는,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이름들조차도 가히 신세계였으므로.
확실한 것은.
‘한 번도 판게니아에 등장한 적 없는 아이템들이다.’
관련된 이름이 등장한 적은 있어도, 직접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는 아이템이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직관적으로 등급을 파악할 수는 없다.
하지만 ‘태고 등급’의 던전을 돌파하여 나타난 보상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유일 등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귀하고 고명하다는 것쯤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최소한 무(無) 등급!’
판게니아에 존재하는 등급 시스템.
게임과 달리 현실에서 나타나는 등급 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예컨대 무 등급과 규격 외, 태고 등급은 게임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다.
하여, 현재 내가 파악한 실존 등급은 ‘일반, 전설, 신화, 유일, 지고의 유일, 무, 태고, 규격외’의 순서였다.
‘하지만 무 등급, 태고 등급, 규격외 등급은 그 성능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 쓰임새에 따라서 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
무 등급 이상부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옵션들을 담고 있다.
허나 그 이상의 등급으로 나아간다고 특출나게 좋아지진 않는다.
다만, ‘특화’되어 있다.
태고의 갑옷도, 흉과 재의 장갑도,
규격외의 신비를 파괴하는 신비 영원의 란돌프도, 무신도.
현재 내가 지닌 무 등급 반지 ‘찬란한 순혈자의 위상’ 역시 모두 각각의 영역에서 말도 안 되는 성능을 발휘하는, 쓰임새가 확고부동한 아이템이다.
그러니 지금 목록에 떠오른 100개의 아이템은 전부.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능력을 지닌 보구들이라는 말이다.’
감히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보물일 터!
던전을 깨며 이미 얻은 게 수두룩하건만, 해일처럼 쏟아지는 보상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타난 보상목록과는 분명히 다르다.
‘모든 백성전의 성좌들이 별빛을 모았다······.’
말이 조금 이상하지 않나?
백성전의 모든 성좌가 아니고, 모든 백성전의 성좌라니.
마치 여러 개의 백성전이 힘을 모았다는 듯한 어투다.
이상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던 성좌들의 반응도 없다. 초월적인 성적을 내었을 때 보상을 내놓길 거부한 적도 있었건만.’
성좌는 자신의 별빛을 이용해 보상을 준비한다.
별빛을 모두 소모하면, 소멸했고.
시련의 결과에 따라 반응하며 내게 거래를 제안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도, 무언가의 제안도 없다.
저만한 보상을 준비하려거든 어마어마한 양의 별빛이 필요할 텐데 말이다.
그렇다는 건.
‘백성전이 여럿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기는 하지.’
처음 보는 성좌들이 사도계약을 맺자며 달려든 적이 있었으니까.
백성전이 여럿이거나, 성좌가 생각보다 많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유일등급 이상의 보상을 만들 때도 거래를 제안했을 정도인데, 그 이상 가는 보상의 목록이 무려 100개다.
‘내게 보상을 제안하는데 모두가 혈안이 되어있다······.’
슬며시 턱을 쓸었다.
생각보다 보상의 선택이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침묵한 채 모두가 그저 ‘보상’만을 내놓고, 내 선택을 기다리자고 암묵적인 합의를 본 것이라면······.
아니, 어쩌면 테스트일지도 모른다.
나의 안목을 보는 시험 말이다.
그럴싸한 이름 속에 질이 나쁜 아이템을 섞어놨을지 누가 알겠나.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다 하기엔 너무나도 유일무이한 고유명사를 지닌 아이템들이었다.
‘우로보로스. 여태껏 출현한 적 없는 별의 이름.’
특히 우로보로스.
나 역시 그와 관련된 낙인을 지니고 있었다.
체력과 자연재생력을 증가시키고, ‘불굴’의 효과를 주어 한계치를 넘어간 고통에서 인내하게 해주는 특이한 옵션을 지니고 있는 우로보로스의 낙인!
하지만 그 이름의 진짜 정체는 ‘별’이다.
조각난 레아의 32개의 별 중 하나이며, 지금까지 등장한 적 없는 극소수의 별이었다.
이자벨라가 보유한 ‘요르문간드’보다 상위의 격을 지녔으리라 짐작되는 초 네임드의 존재.
고유명사 그대로를 표현했다는 건, 우로보로스의 별 자체를 내게 양도한다는 뜻일는지.
‘순결, 용기······ 죄악과 180도 반대되는 개념이다.’
뿐만인가.
다른 고유의 명사를 지닌 보상도 만만치않다.
그 하나하나가 허투루 대할 수 없을만큼.
내 고민은 더 깊어졌다.
‘어렵군.’
도저히 고를 수가 없었다.
단 한 번의 선택.
하나의 보상.
엄청나게 대단한 것일지라도, 막상 내게 필요가 없다면 쓰레기와 다름이 없으니까.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 그라면 내가 필요로하고, 원하는 보상이 무엇일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와 가장 많은 교감을 나눈 성좌라면 당연히 그였다.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
내 이야기를 보고, 란돌프를 구독하며 수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성좌였다.
그가 ‘겨울(최후의 황혼)’을 보상에서 선택하도록 유도했을 때처럼, 어쩌면 이번에도 깊숙하게 개입해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와 소통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 순간이었다.
【공지사항. ‘세계수 커뮤니티’가 개방되었습니다.】
【‘세계수 커뮤니티’에선 익명으로 성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습니다.】
【‘조각난 황금률의 조각’을 이용해 질문을 하면 성좌들이 답변을 달아줍니다.】
【더 많은 황금률 조각을 이용할수록 성좌들의 참여도가 올라갑니다.】
【원하는 답을 알았다면 답변을 채택하세요. 채택하지 않을시 신들의 참여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념하십시오. 성좌의 대답이 모두 정답은 아닙니다.】
【또한, ‘세계수 커뮤니티’에선 오랜 세월 쌓인 노하우, ‘공략’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자신만의 ‘공략’을 적정가에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공략은 비밀서약에 의해 오직 구매자만 이용 가능합니다.】
【서약을 위배할시 강력한 패널티와 함께 ‘세계수 커뮤니티’의 이용이 제한됩니다.】
느닷없이 떠오른 공지사항.
‘뭐냐 이건······.’
······ 생각해보니 그와 관련된 내용을 본 것 같긴 했다.
워낙 많은 메시지가 떠올라 묻히긴 했지만, 설마 이런 용도일 줄이야.
나는 즉시 이것을 이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세계수 커뮤니티’에 입장했습니다.】
【최초로 ‘세계수 커뮤니티’에 입장했습니다.】
【업적 ‘최초 입장자’를 획득합니다.】
【1의 성화가 추가됩니다.】
【‘세계수 커뮤니티’에서 사용할 닉네임을 정해야합니다.】
닉네임?
가명을 쓰고 참가하라는 말인가?
나는 턱을 쓸었다.
신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소.
모든 각성자가 이용할 수 있다면······.
【닉네임 ‘킹왕짱’으로 하시겠습니까?】
“아······.”
이건 아닌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닉네임을 짓는 거였다.
고민 끝에 다시 닉네임을 언급했다.
【닉네임 ‘팬텀’으로 하시겠습니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야말로, 내 진짜 정체성에 가까웠으니.
【‘팬텀’님, 환영합니다.】
【목록을 불러옵니다.】
【1. 성좌들에게 질문하기】
【2. 답변자 순위 보기】
【3. 공략글 보기(0)】
【4. 공략글 쓰기】
의외로 심플했다.
당장 보이는 건 네 개의 게시판밖에 없었다.
나는 즉시 ‘성좌들에게 질문하기’ 게시판을 바라봤다.
【최소 0부터 최대 제한이 없는 황금률의 조각을 조건으로 성좌들에게 질문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질문글은 비밀이 보장됩니다.】
몇 시간 분량의 조각을 걸어야할까?
어깨를 으쓱하곤 질문에 사용할 황금률의 조각을 배정했다.
【‘팬텀’님이 0시간 분량의 황금률의 조각을 사용하여 질문글을 작성합니다.】
······ 내 예상이 맞는다면, 걸 이유가 없다.
저들은 내가 자신의 보상을 선택하길 바라고 있으니까.
【질문글 제목 : 보상목록이 너무 많습니다. 보상으로 뭘 선택해야 좋을까요?】
【질문글 내용 : 《아흐레의 밤》, 《마력의 근원》, 《외신의 깃털》, 《두 개의 달》, 《타나누쉬의 돌》, 《완성된 별의 지도》, 《쥬른의 보석》, 《우로보로스》, 《태초의 화살》, 《순결》, 《용기》······ 이중에 뭘 선택해야하고, 왜 선택해야하는지 이유도 적어주세요.】
보상목록에 떠오른 100개의 이름을 전부 적었다.
과연, 성좌들의 반응은 어떨까.
한동안 반응은 없었다.
‘0시간은 너무 짰나?’
예의상 1시간이라도 걸걸 그랬나.
그 찰나였다.
【띠링! ‘불멸하는 아흐레의 성좌’로부터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아흐레의 밤.
그 보상의 이름과 같은 이름을 지닌 성좌가 등장했다.
나는 즉시 그가 보낸 답변을 살폈다.
【불멸하는 아흐레의 성좌(하수) : 무조건 아흐레의 밤을 집어라. 그것을 들고 아흐레의 밤을 지나면 너는 불멸의 권능을 지니게 될지니!】
친절하진 않지만, 나쁘지 않은 답변이다.
하지만 느낌이 싸하다.
‘사도가 되라는 뜻이로군.’
보나마나 나를 사도로 만들 셈이다.
불멸의 권능은 굉장히 탐이 나지만, 이미 ‘잊힌 신’들을 보며 깨닫지 않았는가.
불멸만이 능사가 아님을 말이다.
‘이름 뒤에 붙은 하수는 답변하는 신들의 등급인가?’
그럼 더 많이 채택될수록 더 높은 등급을 획득하는 걸까?
성좌들에게 등급을 부여하다니, 재밌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띠링! ‘가장 잔혹한 밤의 성좌’로부터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띠링! ‘깊이 성찰하는 기도의 성좌’로부터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띠링! ‘근원의 성좌’로부터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끊임없이 전해지는 답변들.
읽어볼 틈도 없이 숱하게 쏟아진다.
성좌의 이름들도 하나같이 심상치 않다.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은 존재들.
그러길 얼마나 지났을까.
【띠링!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로부터 답변이 도착했습니다!】
······ 마침내, 내가 원하는 존재로부터 답변이 도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대로된 소통은 처음인 듯싶은데.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하수) : 반갑군, 팬텀.】
나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