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55)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하수) : 그리고 고맙네. 그대의 이야기는 항상 나를 전율케 만드니. 더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내게 할당된 지면이 많지 않아 길게 답할 수 없음에 미리 사과하겠네.】
답변을 길게 할 수는 듯싶었다.
하기야 다른 성좌의 답변을 보아도 죄다 다섯 줄을 넘지 않았다.
등급에 따라서 답변할 수 있는 길이도 다른 건지.
나는 계속 그가 전한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물론, 남은 건 기껏해야 할 줄이었지만.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하수) : 외신의 깃털을 집게.】
······ 외신의 깃털이라.
제일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다.
목록 중에서 한 번도 신경쓴 적 없는 그것을 집으라고 말한다.
나는 당연히 우로보로스나 마력의 근원일 줄 알았거늘.
허나, 더 고민하고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100개의 목록 중 ‘외신의 깃털’을 선택했습니다.》
《모든 별빛이 ‘외신의 깃털’로 완성됩니다!》
결정을 하는 데에는, 저 말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외신의 깃털.
이변이 일어났다.
아니, 대격변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 수준의 거대한 변화가 들이닥쳤다.
“세계수 커뮤니티?”
“성좌가 직접 답을 달아준다고?”
“공략 글을 올려서 황금률의 조각을 얻을 수도 있나 본데?”
판게니아에 존재하는 수많은 희귀한 정보들.
혹은 기본적인 공략조차도 연합의 기밀로 분류되는 시대.
더 많은 정보를, 더 많은 공략을 지닌 연합들이 계속해서 커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정보의 담합에 있었다.
공유하지 않고,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것!
그런데 ‘세계수 커뮤니티’의 등장은 그러한 연합들의 방식을 정면에서 파괴해버린 것이다.
“‘아일의 물방울’이 타칸 사막에 있어? 그러니까 못 찾았지!”
“‘마른 불’이 진짜로 마른 불이 아니라 산길 이름이었다니······.”
“진짜 성좌들이 답해주네. 와, 대박.”
기본적인 정보들은 굳이 어렵게 찾아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이제 질문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성좌로부터 답변을 받을 수 있으니까.
질문의 중요도에 따라서 들어가는 황금률의 조각이 증가하는 건 당연지사.
물론 성좌가 항상 올바른 정답만을 말해주는 것도 아니고, 성좌마다 가진 지식이 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연합의 온갖 갑질로부터 해방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세계수 커뮤니티’는 싱글 플레이를 지향하는 각성자들에겐 금싸라기 땅이었다.
뿐만인가.
-다크호든 : ‘대상인’ 클래스 획득을 위한 재능 테크트리(5h)
-에바세바 : 히든 특성 ‘허무’를 얻는 방법!(100h)
-호우 : 메인 퀘스트 10까지 가장 빠르게 도달할 수 있는 루트는?(20h)
정체를 숨긴 채 공략을 판매할 수 있다.
여태껏 거대 연합과 길드들이 독점했던 정보들이 순식간에 게시판에 도배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정보도 많았고, 한 명만 낚이라는 심보로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책정해놓는 이도 많았으나.
“완전 새로운 공략은 없군.”
“이미 ‘팬텀’이 작성해놓은 정보들뿐이잖아.”
고인물의 입장에서는 크게 장점이 있는 정보는 없다시피 했다.
팬텀이 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
판게니아의 공식 홈페이지가 존재했을 때, 숱하게 그가 올려둔 공략이 대부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공략’을 제외한다면 제법 쓸만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공략 게시판이지만, 진짜 공략글만 올라오진 않았기 때문이다.
-압도 : 핵폭탄급! 7영웅회의 비리목록(500h) [구매수 0]
-압도 : 비밀주의, 사신교에 대하여(100h) [구매수 0]
-압도 : 세상에 이럴 수가?! 팬텀의 실체(1,000h) [구매수 0]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가십거리들을 주로 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건 ‘압도’라는 닉네임을 지닌 각성자.
하지만 그 가격과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 당연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말 그대로 온갖 추측성 글이 난무했다.
영양가 있는 내용을 늘어놓는 공략자는 거의 없었다.
“죄다 사기꾼들뿐이로군.”
“제대로 된 작성자가 없어.”
막 ‘세계수 커뮤니티’가 개방된 만큼, 신뢰도 있는 작성자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였다.
애초에 익명으로 진행하니 누구인지 알 수조차 없지 않나.
그때였다.
“응?”
“뭐야, 닉네임이······.”
“팬텀?”
갑자기 올라온 게시글 하나.
게시글의 제목은 별것이 없었다.
문제는 게시글을 올린 사람의 닉네임이 ‘팬텀’이라는 것.
“에이, 보나 마나 사칭이겠지.”
“누가 먼저 선점했나 보군.”
세계수 커뮤니티에서 사용되는 익명의 닉네임.
중복은 불가능하다.
아이디를 선점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성자 대부분이 닉네임을 ‘팬텀’으로 짓는데 도전해봤을 정도다.
실제로 게시판 곳곳에 팬텀1, 팬텀2 따위의 닉네임이 즐비했으니.
“사기야, 사기.”
“가격이 싼데, 무슨 글인지 확인만 해볼까?”
“으음. 궁금하긴 하네······.”
진짜 원조의 이름을 누가 선점했는가에 대한 궁금증.
사람들은 다시 한번 팬텀이 올린 게시판 제목을 확인했다.
-팬텀 : 크람델의 입장 방법(1h) [구매수 0]
“크람델. 북부 괴물의 도시?”
“인간이 들어가면 바로 척살 당하는 곳이잖아.”
“거기 들어갈 수가 있는 거였어?”
크람델의 입장법에 대해선 현재까지 공략된 바가 없다.
인간들에겐 미지의 땅이며,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장소.
흥미로웠다.
기껏해야 1시간 분량의 조각으로 밝혀진 적 없는 입장 방법과 팬텀의 정체에 대해 확인할 수만 있다니!
이건 클릭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북쪽의 요새, 사시사철 눈보라가 불어오는 혹한의 대지 크람델. 가장 유명한 괴물들의 도시이며 아직은 개척되지 않은 미지의 땅. 백왕과 주력들에 의해 지배되는 이곳 크람델은 ‘백호의 대지’라는 뜻을 갖고 있으며 철과 구리를 비롯한 수많은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이곳을 방문해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신비의 탑’에 있다······.】
방대한 텍스트.
이어지는 글귀들.
“서론이 뭐 이렇게 길어?”
“잠깐. 이 익숙한 느낌은······!”
“누구보다 판게니아에 진심인 새끼!”
“패, 팬텀 맞는 거 같은데?”
사람들은 기겁했다.
특히 ‘팬텀’이 공식 홈페이지에 올렸던 공략글을 모두 일독했던 사람들은 더할나위 없이 경악하고 말았다.
······ 똑같았으니까.
그가 공략글을 올릴 때의 방식과.
말투도, 유독 서론이 긴 점도, 별로 알고싶지 않은 어원에 대한 설명조차도!
방대한 지식을 마치 자랑하듯 늘어놓는 팬텀 특유의 자세가 진짜 본인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집중하여 공략글을 보기 시작한 사람들은 이내 ‘유레카’를 외쳤다.
【천룡인 세트를 착용한 뒤 실시간으로 위치가 바뀌는 ‘워프’를 찾아야만 한다. 히든 특성 ‘돌연변이’를 지녔다면 한결 쉬울 것이나, 지니지 않았다고 해도 30일에 한번씩 고정으로 발생하는 워프로 향한다면 언제든지 크람델로 향할 수 있다. 참고로 고정워프는 죽은 자들의 도시 ‘네크로벨리’의 ‘까마귀묘지’ 끝에 있지만, 가는 길목에서 아이들의 무덤 두 개를 발견한다면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자. 그럼 시체 까마귀들이 그대들을 인도할 것이다.】
“뭐야, 이거 진짜야?”
“상상이상으로 상세한데?”
방대한 내용과 상세함.
이 정도로 퀄리티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건 팬텀뿐이었으므로.
결국, 사람들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크로벨리에서 까마귀묘지를 찾아낸 것이다.
그렇게 ‘까마귀묘지 던전’ 내부를 한참 방황하자.
“저, 정말 묘지가 있잖아?”
“무덤도 발견했어!”
“진하, 진우?”
정말로 무덤이 있었다.
진하와 진우라는 이름을 지닌 아이들의 무덤.
아이들의 무덤임을 알아본 건 무덤 위에 놓인 티셔츠 덕분이다.
작은 사이즈의, 코끼리가 수놓아진 파란색 반팔티와 안경 하나.
“명복을 빕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
“성공하게 해주세요.”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합장을 한 채 명복을 빌었다.
티셔츠의 주인을 지구에서 찾으려는 움직임도 생겼다.
만약 지구에서 소환된 플레이어라면, 두 아이들의 부모 역시 찾고 있을 테니.
그렇게 일주일 뒤.
“아아······ 진우의 옷과 안경이 맞아요. 진하야, 진우야······!”
한국에서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낼 수 있었다.
생사도 모른 채 오랜시간을 지나온 탓에 몰골은 말이 아니었지만.
각성자들이 옷과 안경을 전달해주어, 늦게나마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팬텀이다!”
“팬텀이 확실해!”
“팬텀신께서 강림하셨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팬텀교가 따르는 신적인 존재라서가 아니다.
그가 홈페이지에 남겨놓은 공략글은 각성자들의 바이블이었다.
공략글 하나하나가 주옥같지 않은 게 없었다.
하지만 팬텀의 공략은 어느순간을 기점으로 뚝 끊기고 말았다.
애초에 전부 플레이어가 되어버린 탓에, 홈페이지를 확인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 가장 마지막까지 홈페이지에서 팬텀의 공략을 확인한 자가 더 빠르게 정보를 독점하여 강해질 수 있었다.
정보의 독점과 담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모두가 저 글의 작성자가 진짜 팬텀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팬텀이 다시 등장했다면, 그가 공략글의 작성을 마음먹었다면!
더 이상 강자의 전유물로 여겨진 정보의 독점은 없으리라.
그렇게 최초 게시글 작성으로부터 10일이 지났을 때.
【Best. 1】
-팬텀 : 크람델의 입장 방법(1h) [구매수 38,784]
팬텀의 공략글은 다시금 그들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했다.
*
세계수 던전의 공략으로부터 10일이 지났다.
그 시간동안, 나는 정비를 했다.
이곳, 명예의 세계수가 있는 곳을 ‘신성화’하기 위해서.
《‘명예의 성소’가 꿈의 신 ‘히프노스’의 대지로 선포됩니다.》
《땅이 신성해집니다.》
《황금률의 조각(2,000h)을 사용해 ‘꿈의 신전’을 건설합니다.》
-‘꿈의 신전’을 찾아온 사람들은 달콤한 꿈(활력+10)을 꾸게 됩니다.
-또한, 대륙 곳곳에서 ‘히프노스’의 힘을 잉태한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신전에서 그들을 교육하며 양성할 수 있습니다.
《황금률의 조각(1,000h)을 사용해 ‘꿈의 탑’을 건설합니다.》
-‘꿈의 탑’에 올라 악몽과 대결하십시오.
-시련을 이겨내는 자에겐 특별한 능력이 부여됩니다.
《황금률의 조각(1,000h)을 사용해 ‘꿈의 동산’을 건설합니다.》
-‘꿈의 동산’에선 유니콘을 비롯한 꿈의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신의 건축물’ 건축술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신의 건축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
《땅이 더욱 신성해졌습니다!》
끊임없이 올라가는 건물들.
신을 부활시키자 새로이 추가된 능력이다.
황금률의 조각을 사용하여 신의 건축물을 만드는 것!
신의 건축물답게 어마어마한 분량을 필요로 하지만, 괜찮았다.
‘황금률의 조각이 썩어 넘치는군.’
공략글 하나 올렸을 뿐인데 여태껏 경험해본 적 없는 분량의 조각을 확보했다.
수수료 30%를 제외하고 들어오긴 했으나, 그걸 감안해도 2만 7천시간에 달하는 양.
써도 써도 끝이 없었다.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이야.’
크람델에 입장하는 방법.
이와 관련된 공략글은 적은 적이 없었다.
지금이야 구하기 꽤 쉬워졌지만, 예전만 하더라도 ‘천룡인’ 세트 자체가 희귀했으니.
게다가 내가 오주력으로서 30일마다 등장하는 고정워프를 ‘까마귀 묘지 던전’에 설치해둬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향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만하면 충분하다.’
대략적인 정비는 끝냈다.
명예의 성소를 완전히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이곳은 히프노스를 축으로하는 ‘신의 대지’로 자리매김할 터.
내가 이곳에 총력을 다한 이유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윽.
나는 품에서 ‘외신의 깃털’을 꺼냈다.
그러자.
《필요조건을 충족합니다.》
《‘외신의 깃털’이 활성화됩니다.》
《‘디맨션 워프’가 개방됩니다!》
쩌어어어억!
붉은 기를 띄며 허공에 생성된 거대한 웜홀.
디맨션 워프!
이 워프는 몇 가지 능력이 있었다.
우선.
《‘디맨션 워프’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워프’와 연결됩니다.》
워프가 있는 곳이라면, 연결되지 않은 땅에도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리고 판게니아에 워프가 없는 땅은 없었다.
고로, 내가 원한다면 어디든 향할 수 있다는 의미.
폐쇄적이고 도달하기 불가한 땅조차도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닐 터인데.
《‘디맨션 워프’는 소유자의 조건부 입장불가의 성향을 띤 영지와도 연결됩니다.》
《현재 ‘신의 섬’과 연결됐습니다.》
《신의 섬에서 성장을 완료한 ‘페어리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디맨션 워프’를 통해 ‘외신의 왼팔’을 불러낼 수 있습니다.》
《불러낸 ‘외신의 왼팔’은 계약에 따라 신성한 땅을 보호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대목이다.
외신의 왼팔.
저게 무엇인지 실로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즉시 ‘외신의 왼팔’을 불러냈다.
《‘외신의 왼팔’이 ‘디맨션 워프’를 통해 드러납니다.》
그 찰나.
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굉음과 함께 대지 전체가 흔들렸고.
“······.”
이어 나타난 팔의 형태를 보며, 나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여신교의 성도, 아드리움.
그 중심부에 있는 워프가 난데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뭐야, 이 워프가 왜?”
“폐, 폐쇄한 워프인데?”
성도의 중심부에 있는 워프는 폐쇄하여 작동하지 않는 워프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만 가동시키는 게 허락된 것이었다.
그것도 교황만이 허락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니면 허락받지 않은 자들이 워프를 타고 성도 중심부로 올 수 있으니까.
본래라면 ‘여신의 결계’를 너머에 있는 워프로만 들어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