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61)
“······!!!”
순간 외신의 두 눈이 거칠게 떨렸다.
그 눈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 내 이름을 어떻게?!”
불가하다.
그릇에 숨은 외신의 이름을 알아내는 건, 설령 멸망이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한데, 어찌 그저 쳐다본 것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었단 말인가!
“너에게 배울 건 이제 더 없어.”
물론 그건 타라-쉬의 착각이었다.
쳐다봐서 아는 게 아니라 인형을 통해 알게 된 정보였으므로.
무엇보다 외신 타라-쉬가 바닥을 기어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단순히 그게 탑을 오를 방법이어서가 아니었다.
정말로 타라-쉬에게 더 이상 배울 게 없었던 까닭이었다.
이미 전부 학습했다.
이치에 통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들여다 보았으나,
······ 멸망의 권위에 도전하려거든 한참이나 부족하다.
자신의 주인이자 그 위대하며 존엄한 존재에게 닿기에는!
“이럴 리 없다. 나는 여신이니라!”
외신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전부 학습한 릴리스에겐 그 무엇도 무용하다.
릴리스의 권능 ‘이치의 책’엔 그녀가 파악한 상대의 모든 게 적혀있다.
더 나아가 파악한 힘은 릴리스에게 통하지 않는다.
닿을 수 없다.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건 오직 주인뿐.
히든 시나리오.
세계수 커뮤니티.
그곳에서 수많은 질문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성도 아드리움에 나타난 멸망의 탑이 진짜 멸망의 탑인가요?】
【성좌님들. 정말 멸망이 나타난 겁니까?】
【판게니아 멸망하나요?】
【멸망의 탑이 뭔가요?】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은 하나뿐이었다.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떠오른, 멸망의 탑이 출현했다는 메시지!
보자마자 어안이 벙벙했으니까.
멸망은 먼 옛날, 판게니아를 소멸 직전까지 내몰았던 존재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았다.
하지만 절대로 출현할 리 없는 이름이었기에 도저히 믿기지 않았던 것이다.
마왕이나, 하다못해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면 몰라도, 멸망이라니?
【무너진 새벽녘의 성좌(중수) : 가짜 멸망의 탑은 없다. 진짜다. 내 답변을 채택하도록.】
【황혼의 길잡이 성좌(하수) : 무언가가 잘못됐다.】
【절망하는 그림자의 성좌(하수) : 우리들도 혼란스럽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군.】
【잔인한 광명의 성좌(하수) : 도망쳐라. 절대 가까이 하지 마라.】
문제는 성좌들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들 역시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었다.
최대한 정보를 취합하고는 있으나 지금 아드리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한 성좌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분명한 건 결코 아드리움 근처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
그들 역시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성좌들은 한결같이 ‘멸망의 탑’을 기피하도록 안내하는 중이었다.
백성전의 성좌들.
그들은 이름을 잊은 신들이었고, 그로 인해 기억도 사라졌으나 ‘멸망’에 대한 두려움만큼은 모두가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뭉치지 못하면 단번에 멸망하리라는 사실 또한 말이다.
“······ 모두가 혼란해하고있군.”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
그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현재 성도는 봉쇄됐다.
성좌들도, 기타 그 무엇으로도 성도 아드리움을 파악할 수 없다.
성좌의 권한인 ‘이야기’를 읽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그저 까만 먹구름이 가득한 것처럼 보일뿐이다.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박현명.
그가 또 다른 멸망임을.
지금 란돌프의 권한으로 말미암아 멸망의 탑을 소환한 주체임을 말이다.
“영웅의 성좌여, 진실을 알린다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텐데?”
얼굴에 물음표 표시가 떠있는 순수의 성좌가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하지만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는 일개 독자일뿐. 그의 이야기를 퍼트리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그가 세계를 멸망으로 치닫게해도 가만히 있을 셈인가?”
“······.”
정말 그런 그런걸까?
확답할 수가 없었다.
박현명의 의도는 아무도 모르니까.
갑자기 그가 성도 아드리움에 멸망의 탑을 세울줄은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도 예상하지 못했다.
외신의 깃털과 함께 빛의 역량을 키울 줄 알았건만.
도리어 멸망의 탑을 세워 멸망의 힘을 키울 줄이야······.
솔직히 외통수다.
박현명이 갑자기 왜 저러는지 도저히 알 겨를이 없었다.
어쩌면, 멸망으로 완전히 전향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일 수도 있다.
‘세계를 적으로 돌릴 셈이냐?’
그도 그럴게 멸망의 출현을 알렸다는 건 세계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뜻이었다.
어떤 신도 멸망의 편에 서지 않을 것이고, 판게니아에 존재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멸망의 편에 줄을 댈 자는 없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제거하려고 들 터.
기껏해야 악마들이나 좋다고 같이 혼돈을 가중시키겠지.
‘균형을 이루기 전까진 멸망의 권능은 사용하지 않을 줄 알았거늘······.’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박현명을 믿었다.
멸망의 힘은 봉인해둔 채, 빛의 역량을 키워나가 균형을 맞추리라고.
그리하여 세상을 바로잡으리라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다.
가뜩이나 강력한 멸망의 힘을 여기서 더 키워버리면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여신교의 성도 아드리움에 그 힘을 발현했다.
만약 저곳이 멸망의 대지로 변하게 된다면······.
‘다시는 빛의 균형을 이룰 수 없게 될 터.’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여,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간 보인 박현명의 행보와는 너무나도 달랐으므로.
란돌프로 이룩한 업적들도 하나같이 명예롭지 않았던가.
그런데 대체 왜?
순간, 순수의 성좌가 돌연히 말했다.
“두렵지 않나?”
“무엇이 두렵다는 말이냐?”
“그가 멸망이 되는 게.”
“······.”
“그가 멸망이 되고자 마음먹는다면, 이 세상은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멸망할 테니.”
그러니 막으려면 지금뿐이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찬란한 영웅의 성좌는 여전히 어떠한 결론도 내릴 수 없었다.
그저 그러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그가 이 세계에 실망하지 않기를 기원할 수밖에······.
*
48시간이 지났다.
동시에.
《‘멸망의 탑’이 떠오르고 48시간이 지났습니다.》
《성도 아드리움이 ‘멸망의 대지’로 변합니다.》
《‘여신(외신)’이 권위를 상실하고 지배력을 잃습니다.》
“아, 안돼······!”
외신은 여신의 권위를 박탈당했다.
여신의 권능이 사라지자 아드리움 전역의 세뇌도 풀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게 너의 진짜 모습?”
릴리스가 입을 가린 채 비웃었다.
그녀의 앞에 떠오른 책 한 권.
상대에 대해 파악한 모든 게 담긴 ‘이치의 책’이 펼쳐지자, 외신 타라-쉬에 대한 기록들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고작해야 두 페이지.
그중 한 페이지에는 타라-쉬의 본모습도 그려져있었다.
그림을 본 릴리스가 혀를 찼다.
“볼품없어.”
······ 촉수가 가득하고, 악취를 풍겨대는, 추례하기 그지없는 몰골.
그 모습은, 도저히 여신이라 생각할 수 없을만큼 볼품없었으니까.
저딴게 여신이 되고자 했다니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그야말로 쓰레기였다.
아니, 사실 이 세상은 그녀의 주인을 제외한 모두가 쓰레기다.
역해서 도저히 가까이 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아아아아!”
외신은 비명을 내질렀다.
이 그릇을 차지하고 여신의 권위를 빼앗기까지 얼마나 무던히 애를 썼던가.
모든걸 손에 넣기 직전에 하필이면 멸망이 나타났다.
멸망의 권속들과 함께.
하지만 욋니은 곧이어 차갑게 낯빛을 바꾸었다.
“어차피 네놈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추는 기울기 시작했어!”
“뭐가 기울었다는 거지?”
“······!!!”
그 순간.
돌연 나타난 존재에 외신의 눈빛이 다시 당황을 띠었다.
릴리스는 외신과 완전히 상반되는 반응을 보였다.
“아! 위대하신 주인님!”
멋쩍을 정도로 열렬한 환대.
홍조를 살짝 띄우며 바라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지경이다.
······ 나는 애써 릴리스를 외면한 채, 외신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외신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오냐, 인정하마. 멸망이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몸을 죽여봤자 나는 죽지 않아. 다시 기회를 노리면 될뿐이다.”
이 몸은 그저 그릇일 따름이다.
그릇을 죽여봤자 타라-쉬는 소멸하지 않는다.
다시 그릇이 나타나 소환되길 기다리면 될뿐.
비록 그 기다림은 억겁의 세월이겠으나, 그래봤자 당장 멸망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한데, 네가 이 몸을 죽일 수 있겠느냐? 이 몸은 너의 동료와도 매우 절친한 몸일 터인데?”
무엇보다 소노라의 육체를 과연 멋대로 죽일 수 있을까?
육체를 차지마혀 외신은 소노라의 기억도 훔쳐보았다.
이자벨라와의 추억은 달콤하고 아름답다.
하물며 눈앞의 멸망은 이자벨라를 동료로 두고 있다.
자신만만한 목소리.
하지만 놈은 모르는 게 있었다.
“이제야 보이는군.”
외신이 여신의 권위를 잃자, 비로소 보이는 것.
내가 탑을 세웠던 결정적인 이유.
권위 속에 감춰진 그의 상징물!
스윽!
나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뭐, 뭣······?!”
외신은 당황했다.
설마 자신의 상징물을 보고, 쥐기까지 할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는 듯.
물론 나도 의외였다.
설마 이게 ‘외신의 상징물’일 줄이라곤 상상도 못했으므로.
세계수의 던전에서 보았던 잊힌 신들의 상징물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하여, 상징물을 보며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롱기누스의 창 조각’이 상징물이라······.”
“머, 멈춰라! 내가 너를 도와주마! 다른 놈들은 나처럼 쉽게 당해주지 않을 것이다! 멸망이 있음을 알았으니 더 철저하게 준비할 게야!”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죽음이 와닿는 모양이었다.
허나, 필요없었다.
그보다 ‘롱기누스’를 완성하는게 훨씬 중요했으니까.
‘차원을 넘나드는 힘.’
박현명으로서 내가 판게니아에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롱기누스의 창 조각’ 덕분이었다.
마찬가지로 이들 외신이 판게니아로 출입할 수 있는 것도 모두 같은 이유인 듯싶었다.
동시에, 이것은 그들의 상징물이다.
내가 해야할일이 비로소 명명백백해졌다.
바로 외신을 사냥하고, 롱기누스의 창 조각을 수집하여 완성시키는 것.
놈들은 내 사냥감일 따름이었다.
“아아악! 제발! 엄청난 존재들이 이곳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나 따윈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돕는다면 충분히······!”
“말이 많군.”
“안 돼에에에에에에-!”
쫘아아악!
나는 그대로 상징물을, 롱기누스의 창 조각을 놈의 가슴팍에서 떼어냈다.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