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9화
경기 양상은 빠르게 흘러갔다.
양 팀 모두 인원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태에서 A반의 주포인 메이린이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그녀의 목표는 코트 구석에 숨어서 사람 약 올리듯 웃고 있는 세르네.
하지만 메이린은 지금까지 한 번도 세르네에게 공격다운 공격을 성공시키지 못했다.
“악!”
“커헉!”
세르네에게 공이 가려는 순간, 다른 C반 학생들이 달려들어 몸으로 그녀를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공을 맞고 쓰러져 허탈해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본의는 아니었던 모양. 세르네가 깃털로 조종한 게 틀림없었다.
‘아, 진짜 마음에 안 들어!’
메이린이 이를 갈았다. 동등한 키젠 학생들을 마치 장기 말 다루듯 하는 모습이 짜증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짜증 나는 건.
살랑살랑.
시몬이 직접 허리에 둘러준 겉옷을, 마치 전리품 자랑하듯 흔들거리는 세르네의 모습이었다.
‘……진심으로 찢어발기고 싶다.’
가끔 눈이 뒤집혀서 공이 아니라 불꽃을 처먹이고 싶었지만, 그게 바로 세르네가 원하는 바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세, 세르네.”
세르네 때문에 골치를 썩이는 건 C반 쪽도 마찬가지였다.
C반의 공격을 주도하고 있던 남학생이 보다못해 말했다.
“히데오를 방패로 쓰는 건 참아달라고 했잖아. 꼭 필요한 서포터인데.”
그 말에 세르네는 바닥에 떨어진 공을 남학생 쪽으로 툭 차며 말했다.
“공격이나 해요.”
“…….”
큰일이다. 세르네가 전혀 이 경기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웬일로 마투학 수업에서 A반 애랑 열심히 수업 듣는 모습을 보고 내심 안심했는데, 바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 씁. 세르네가 있는 우리 팀에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데. A반 새끼들 나대는 거 어떻게 보냐.’
남학생이 고개를 돌렸다.
유일하게 그녀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A반 학생, 시몬 폴렌티아는 아쉽게도 이번 라운드에 나오지 않았다.
사실 그 사실에 아쉬워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정상은 아니었지만.
‘제멋대로인 공주님 하나 반에 모셔놓고 리더 노릇 하려니, 더럽게 힘드네.’
C반은 이미 세르네가 완전히 장악한 상태였다. 반 전체가 모두 그녀의 파벌이나 다름없는 상황.
그래서 세르네의 저런 무관심한 태도에 누구도 입 한번 뻥긋하지 못했다. 눈치만 보며 그녀의 기분이 좋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렇다고 세르네와 친하게 지내자니, 그것 또한 난제였다.
같이 밥을 먹는 여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세르네와 밥 먹었던 기억이 깔끔히 사라져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혹은 그녀와 이야기한 뒤를 떠올려 봤을 때 내가 왜 그런 소릴 했는지 모르겠다는 애들도 있었다.
감정 조종.
그녀는 C반 파벌의 핵심이지만, C반에서 그녀를 진짜 친구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본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굳이 다른 누군가와 절친한 관계를 맺는 걸 원하지 않았다. 기분 나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면 그냥 깃털을 보내서 조종하기 일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의 근본부터 베베 꼬인 타입이야.’
남학생의 시선이 돌아갔다.
A반의 특례 1번 시몬 폴렌티아의 얼굴이 보였다.
조금은 질투심도 났다.
세르네가 동등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그동안 계속 함께한 C반 학생이 아니라는 사실 자체가 분하기도 했다.
“아, 뭐 합니까? 빨리 안 하고.”
브레드의 투덜거리는 목소리에, 남학생은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예! 죄송합니다.”
마투 지망인 그가 재차 힘껏 공을 날려 보냈다.
딕이 공을 받아내려고 자세를 낮추었지만, 아쉽게도 배에 부딪혀 튕겨 나오며 아웃이었다.
“아우! 이 멍충아!”
꽥꽥 소리 지르는 여학생을 향해 남학생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러고 보니 A반에도 상아탑이 한 명 있었다. 메이린 빌렌느, 라고 했던가.
그녀 또한 상아탑답게 개인주의 성향에 거만했지만 이쪽 세르네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똥폼이란 똥폼은 다 잡더니 어떻게 그런 것도 못 잡냐?”
“니가 공격 성공할 때마다 ‘그 포즈’를 안 해서 그럼.”
“죽어!!”
아하하하!
A반의 분위기는 좋았다.
메이린도 남에게 명령하고, 거만하고, 자신이 빛나는 걸 좋아했지만 이상하게 A반 학생들은 그녀를 고깝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친근하게 대했다.
‘같은 상아탑인데, 부럽네.’
남학생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그때, 메이린이 공을 붙잡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아무래 그래도, 같은 조원의 복수는 해야겠지?”
메이린이 공을 붙잡은 손을 세워 들어 세르네를 가리켰다.
“언제까지 고기 방패만 내세울 건데? 앞으로 나와.”
그 말에 세르네가 약 올리듯 미소 지었다.
“싫어~ 세리는 맞는 거 무섭단 말이야.”
“으으! 진짜 X나 싫어!”
메이린이 자세를 낮추며 공을 쥔 팔을 옆으로 쭉 뻗었다. C반 모두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서브를 넣어주던 서포터가 쓰러졌다.’
‘혼자서 어쩔 셈이지?’
쩍.
메이린의 공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한 뒤로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던 세르네의 낯빛이 변했다.
쩌적. 쩍. 쩌저적.
메이린의 손에 들린 공이 얼어붙고 있었다. 주위에 냉기가 감돌며 코트 안의 몇몇 학생들이 팔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흐응.”
세르네가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왔다.
“메이린, 드디어 그 쓸데없는 자존심을 버린 거야?”
“입 닥쳐.”
그녀의 손에 들린 공은 점점 얼음덩이가 되어갔다. 지탱하고 있는 팔이 얼음의 무게가 버거운지 부들부들 떨렸다. 공의 아래에는 서리가 끼듯 빙판이 형성되었다.
‘재밌네.’
세르네가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고유능력의 효과를 제외하고, 칠흑원소계만 놓고 봤을 때 세르네의 특기는 화염계다. 그냥 간단히 말해 다크 플레어 스무 발을 한 번에 퍼부을 수 있는 수준.
반면에 메이린은 화염계보다는 빙결계에 조금 더 능했지만, 방어 외의 용도로는 잘 쓰지 않았다.
단순히 세르네에게 상성 상 불리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메이린은 한때 대놓고 세르네에게 화염계로 널 꺾겠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하아.”
메이린의 입에서 입김이 흘러나왔다. 이내 그녀가 팔을 굽혀 양손으로 공을 붙잡았다.
주위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물들었다.
“내 생각은 변함없어. 나는 누구보다 강해질 거고, 키젠을 졸업하기 전까지 널 꺾고 말 거야.”
“응, 응! 힘내~”
“하지만 강해지는 데, 굳이 너 하나에 얽매일 필욘 없지.”
그녀의 시선이 힐긋 움직여 시몬에게로 향했다.
“어머나, 기특해라~ 그럼 특별히 상을 내려야겠는데.”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눈짓하자 C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하아아아아!”
메이린은 기합성까지 토해내며 온 힘을 다해 얼어붙은 공을 날렸다.
세르네는 여유롭게 검지 끝에서 깃털을 꺼냈다. 그러곤 날아오는 공을 향해 팔을 휘둘러 던지려는 순간.
“……?”
갑자기 다리가 미끄러지며 깃털을 던지려던 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헛돌았다.
메이린의 빙결 마법 때문에 바닥에 빙판이 형성된 것이다.
‘아차?’
세르네가 넘어지는 동시에, 메이린의 공이 세르네의 팔뚝에 부딪히며 날아갔다.
“와아아아아!”
A반 전체가 거대한 함성을 토해냈다. 메이린도 두 주먹을 꽉 쥐고는 왁왁거리며 기쁨의 환호를 질러댔다. 빙판에 미끌어진 세르네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C반 학생들이 받은 충격은 더했다.
“세, 세르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세르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옆머리를 긁적이다가, 반 친구들과 시선을 마주치자 장난스럽게 혀를 빼물며 웃었다.
‘아…….’
‘그냥 쟤 때리고 지옥 갈란다.’
세르네는 스커트를 툭툭 털고는 뒤끝 없이 코트 밖으로 나갔다. A반 코트에 있는 모두가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A반 메이린 빌렌느 실격.”
브레드의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렸다.
갑작스러운 지시에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 왜요!”
“룰 똑바로 숙지 안 합니까? 상대팀에게 영향을 미치면 실격처립니다. 방금 빙판 때문에 상대가 미끄러졌잖아.”
“아아악!”
결국 메이린도 아웃 처리됐다. 그녀가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를 외치며 왁왁 소리 질렀지만 시몬과 카미바레즈에게 진압당해 코트 밖으로 끌려갔다.
그렇게 에이스들이 빠진 남은 7:5 상황은 정직하게 한 명 한 명씩 쓰러지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삐익!
브레드가 호루라기를 불었다.
“승자, A반.”
두 명 차이로 A반의 승리였다. 사기가 극도로 높아진 A반 학생들이 펄쩍펄쩍 뛰며 자축했다.
반면 C반은 믿었던 세르네의 패배에 싸늘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최약체가 이길 줄 몰랐네.”
“이제 두 라운드 중 한 라운드만 이기면 되는 거지?”
“자, 가보자!”
다음 라운드는 A반 C반 모두 중간 정도의 강함을 가진 팀이 나왔다.
A반은 신디, 제이미, 카미바레즈 등이 속해 있는 가장 뎁스가 튼튼한 팀이었다.
그런데.
퍼억!
퍽!
“와아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출현했다.
“저 새끼 뭔데!”
C반의 이반 바르샤니.
권투사 출신의 마투 지망생.
자칭 키젠 최고의 쾌속.
첫 결투평가 데뷔전에서 메이린에게 패배한 상대이기도 했다. 그가 이 경기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후웁!”
체내 칠흑 분화를 켜고, 다른 학생들에게 날아오는 공까지 모두 본인이 받아내고 있었다.
‘방어’가 핵심인 이번 경기에서, A반의 공격은 모두 막혔고 그만큼 C반의 공격 횟수가 늘어나 성공으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인원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이번 경기는 그야말로 이반의 무대였다.
‘보고 있냐? 메이린 빌렌느!’
이반의 시선이, 코트 밖에서 팔짱을 낀 채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린에게로 향했다.
‘네가 안겨준 패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반이 막아낸 공격은 무려 5개.
결국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 시간이 다 된 이반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는 바로 A반의 반격으로 쓰러졌다. 그래도 1인의 성과 그 이상을 냈기 때문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하아, 뿌듯해. 진짜 최선을 다했다.’
이반의 시선이 돌아갔다.
코트 밖으로 나가는데 마침 딱 메이린과 시몬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잘 봤냐! 메이린!!”
이반이 메이린을 향해 손을 척 뻗으며 소리쳤다.
“나도 저번 결평으로 상위 스쿼드에 올라왔어! 복수전을 기대해!”
그녀가 뭔 소리냐는 듯 미간을 구겼다.
“너 뭔데 나한테 말 거냐? 나 알아?”
“……!!”
이반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네 결평 첫 상대다!”
“아, 그래? 미안, 약한 애들은 잘 기억이 안 나네. 수고.”
메이린이 휙휙 손짓했다.
이반은 너무 당황해서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어버버하다가 결국 터덜터덜 C반 애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영웅이 귀환한 듯한 찬사가 쏟아졌지만 이반은 그렇게 기쁘진 않았다.
승부는 기울어졌다.
혼령화를 쓰지 못하는 신디 비바체도 허무하게 쓰러졌고,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무리하게 공을 잡으려다 코트 밖으로 나갔다.
“다들 집중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자!”
명예 반장인 제이미가 소리치며 모두를 독려했다.
그때 C반 학생의 공격이 측면으로 날아가자 그녀의 시선이 움직였다.
“조심해 카미!”
언제 공이 날아올까 두 다리를 달달 떨며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그녀가 어정쩡한 자세로 방어를 준비했다.
퍽!
그때 난데없이 남학생이 하나가 튀어나오더니 그녀 대신 공을 맞고 쓰러졌다.
“크윽!”
“괘, 괜찮으세요?”
화들짝 놀란 카미바레즈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달려왔다.
“저 때문에…….”
공에 맞은 곳은 아팠지만, 남학생은 마음이 샤르르 녹아내리며 행복지수가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가 씩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응, 괜찮아!”
C반에서 계속해서 카미바레즈에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그때마다 어디선가 남학생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그녀의 공격을 대신 맞거나 방어해 주었다.
또 한 명이 얼굴을 맞아 쓰러지자 카미바레즈가 울먹거렸다.
“으앙! 죄송해요!”
그 괴기한 모습을 보던 C반 학생들이 놀란 표정으로 웅성거렸다.
“……쟤 뭔데? A반의 세르네냐?”
“정신계 흑마법을 쓸 수 있나 봐!”
“정신계? 아까 들어보니까 ‘우르슬라’라는데.”
“근데 좀 귀엽지 않냐.”
카미바레즈가 총총 걸어와 바닥에 떨어진 공을 집었다.
“보, 복수할 거예요!”
그녀가 결의를 다지며 빼앵 소리 질렀다. 그러자 코트 밖의 A반 학생들에게서 폭발적인 함성과 응원이 쏟아졌다.
카미바레즈는 키젠에선 정말로 보기 힘든 종류의 캐릭터였다.
파벌이니 경쟁자니 하는 걸 넘어서, 어느새 16살의 카미바레즈는 A반 모두의 여동생 같은 취급을 받고 있었다.
“핫!”
카미바레즈가 공을 하늘 높이 띄워 올렸다. 그러곤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총처럼 말아쥐었다.
“죄송해요!”
거친 반동과 함께 그녀의 손끝에서 새빨간 탄환이 쏘아져 나갔다. 그것은 내려오던 공을 정확히 맞혔고, 공이 엄청난 속도로 쭉 밀려났다.
방향은 코트 밖으로 틀어졌지만, 카미바레즈가 쏜 힘 그대로 방향을 꺾으며 다른 학생을 맞춰 쓰러뜨렸다.
“아!”
“됐다!”
“카미이이이이!”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쏟아졌다.
그녀는 상대편 아웃된 학생에게 꾸벅 고개 숙이고는 코트 밖의 응원 학생들에게 헤헤 멋쩍게 웃어 보였다.
“잘했어 카미!”
시몬도 한마디 외쳤다. 그러자 그녀의 표정이 봄눈 녹듯 녹아내리며, 꽃이 만개한 것 같은 환한 미소가 펼쳐졌다.
“시몬~ 제가 한 명 잡았어요!”
그녀가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어주었다.
‘응?’
뒤통수가 갑자기 무척이나 따가워지는 건 착각일까.
사실 수많은 남학생들의 살벌한 시선이 시몬의 뒤통수로 꽂히고 있었다.
“자, 빨리빨리. 다음 공격해!”
만사 귀찮은 표정의 브레드가 버럭 소리 지르며 경기를 속행시켰다.
퍼억!
퍽!
카미바레즈와 제이미가 분투했지만 이미 경기는 너무 크게 뒤집혀 있었다. 큰 반전 없이 C반이 승기를 굳히며 스코어를 따냈다.
이것으로 전체 스코어는 1:1.
결국 마지막 라운드까지 갔다.
“마지막 라운드. 경기 안 뛴 사람 다 튀어나와요.”
브레드의 말에 몸을 풀며 기다리고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코트로 들어왔다.
승부가 걸린 마지막 경기에 전의를 다져야 했지만 C반 학생들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코트 가장 앞에 서서 스트레칭을 하는 두 명의 남학생의 존재감이 무척이나 압도적이었던 것이다.
‘와 씨……’
‘쟤들을 어떻게 이기냐.’
상당히 낯선 투샷.
특례 1번의 시몬과 무어 가문의 헥토르가 한 코트에서 같은 팀으로 서 있었다. 승리를 바라는 A반의 입장에선 설레지 않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스트레칭을 하던 두 사람이 눈이 마주쳤다.
“…….”
헥토르가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것만 같은 시선을 시몬에게 보냈다.
“인상 좀 펴, 헥토르.”
시몬이 나긋한 목소리로 한마디 하자, 헥토르의 목에 즉시 핏줄이 섰다.
그가 성큼성큼 시몬에게 다가왔다. 시몬도 피하지 않고 턱을 세웠다. 코트에 있던 다른 학생들이 기겁하며 뜯어말렸다.
“야! 야! 또 그런다!”
“오늘은 같은 팀이라니까!”
극도의 상극.
A반 학생들은 뒤늦게 걱정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쟤들 진짜 팀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