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신마인 하룬겔 (1)
신성 제국 성전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단순한 연기는 아닌 것 같았다.
꽤 오래됐는지 탄내가 상당할뿐더러 연기 너머에서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손을 쥐었다 펴면서 그림자의 힘을 운용했다.
바닥에서 올라온 그림자가 빠르게 커지며 그림자 드래곤을 만들어 냈다. 그 위에 올라타자 드래곤이 날개짓을 하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녀석을 타고 올라가자 신성 제국 전체가 눈에 들어왔다.
“침략인가?”
신성 제국의 성전을 시작으로 제국 전체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모양이었다.
감각을 끌어 올리며 사방으로 넓혀 보았지만, 살아 있는 자들의 움직임 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제국 곳곳에 보이는 시체들.
“성녀와 대주교들이 죽어 있는 이들을 두고 떠나진 않았을 텐데.”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서 신성 제국 주위로 퍼트렸다. 만약 성녀 일행이 어딘가로 도망치고 있다면 그림자 분신이 알려 줄 터.
신성 제국 밑으로 내려와 불타고 있는 거리에 섰다.
날카롭게 세운 감각 속에서 마기가 느껴졌다.
“마신교?”
마기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 익숙했다. 신마인 녀석들이 풍기던 것과 비슷하달까.
길거리를 걸으면서 정보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들로부터 상대가 검을 쓴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손놀림에 거침이 없고, 과감했다.
시체들을 갈기갈기 찢어 놓은 것들도 이따금 보였다. 뭔가 더 없나 자세히 둘러보려는 찰나.
그림자 분신 하나로부터 정보가 넘어왔다.
내가 서 있는 곳으로부터 동쪽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
슈아아악!
분신 이동을 사용해 단숨에 이동했다.
두 눈을 뜨자 어떤 상황인지 단번에 파악할 수 있었다.
성녀를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
일부 기사들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남은 기사들의 검 끝이 향한 곳에는 검은 후드를 둘러싼 이들이 있었다.
“막아라! 성녀님을 지켜야 한다!”
“끄아아아악!”
“크헉!”
“버텨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야 한다!”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검은 후드가 움직이자 신성 제국의 기사들은 저항 한번 제대로 못 한 채 팔다리가 날아갔다.
몸을 움직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동시에 그림자 분신들을 만들어 내서 기사들이 상대하고 있는 검은 후드에게 보냈다.
카강!
카가강!
“헉! 이건…….”
“당신은…….”
화들짝 놀란 기사들을 보며 뒤로 물러서서 성녀를 지키라고 한 뒤, 검은 후드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신교 본단에서 넘어온 건가?”
“…….”
“느껴지는 기운은 딱 신마인인데. 내가 알기론 내 손에 다 죽었어야 할 놈들이 왜 더 있는 거지?”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녀석들이 대답 없이 자신들의 검을 들어 올렸다.
가장 선두에 있는 자의 고갯짓에 검은 후드들이 동시에 움직였다.
그들을 보며 그림자 분신을 움직였다.
어차피 그림자 분신으로 저들을 죽이는 건 불가능했다. 하나씩 내가 직접 정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은 마나와 그림자.
“제가 도와드릴게요!”
뒤에서 성녀의 목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몸 안으로 신성력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검을 한 바퀴 돌리면서 신성력을 불어넣었다.
이 정도 신성력이면 욘이 사용했던 기술들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외웠던 기도와 운용법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우우웅!
“……하소서.”
기도를 마치자 신성력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수십 자루의 검을 만들어 냈다.
그걸 움직여 검은 후드를 향해 날렸다.
쐐애애액!
검이 빠르게 날아가 검은 후드를 노렸다. 그림자 분신의 공격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빛의 검.
검은 후드 일부는 빛의 검에 목숨을 잃었고, 또 다른 일부는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
그 버티는 이들이 사용하는 검술이 어딘가 익숙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하룬겔?”
질풍베기와 돌풍베기.
심지어 폭풍베기까지 사용했다.
미간을 찌푸리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지 머리를 굴리려는 찰나.
가장 선두에 있던 검은 후드가 빛의 검을 소멸시키며 내 쪽으로 달려왔다.
검에 담긴 마기.
그게 반월을 그리며 내게 쇄도했다.
“반월참까지?”
빠르게 검을 들어 올리며 적이 날린 반월참을 쳐 냈다. 그러자 검은 후드가 이번엔 검은 오러 블레이드를 유지한 채 달려들었다.
챙!
챙!
채쟁!
서로 검을 주고받았다.
검은 후드는 내 움직임을 읽는 것처럼 움직였다.
월광검까지 익힌 것 같은데.
진월광검을 사용하며 상대의 시야에서 사라진 뒤, 검을 휘둘러 검은 후드의 목을 노렸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 검은 후드가 내 검에 반응하며 몸을 피했다.
서걱!
검은 후드가 반으로 갈리며 얼굴이 드러났다. 인간의 형태이지만 인간이 아닌 괴물의 모습.
뭉개진 코와 꼬매져 있는 입.
이전에 마지막으로 죽였던 사도의 기억엔 저런 신마인이 없었다. 아마도 새롭게 만든 신마인 같았다.
메마른 침을 삼키며 마무리 짓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저 녀석을 죽이면 궁금증이 해결될 터.
진월광검을 이용해 신마인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그 뒤에 있는 나머지 녀석들도 빠르게 정리했다.
“…….”
보여야 할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신마인을 죽였을 때 보였던 저주받은 영혼에 대한 메시지가 보이지 않았다.
“영혼이 없다는 건가.”
일단 머릿속에 떠오르는 궁금증들은 한쪽으로 미뤄 두고, 성녀가 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앞에 있던 기사들이 고개를 숙였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성녀 또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레딘 님은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디 있다 오신 건가요?”
“실종?”
“예. 버닝헬의 치료과장이 제게 찾아와서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비고에 들어선 뒤에 갑자기 사라졌다고. 그리고 한 달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 달……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고?”
내 혼잣말에 성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다섯 개월 전이었어요.”
그렇다면 보석을 만진 뒤.
6개월이 지났다는 뜻이었다.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습니다.”
* * *
마신교의 본단.
신마인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로톤은 책상에 쌓여 있는 연구 자료들을 확인했다.
여섯 달 전.
연옥에서 가져온 하룬겔의 영혼을 신마인의 육체에 이식시킨 뒤에 프로젝트 연구를 이어 나갔다.
“마지막인가…….”
이제 필요한 정보들은 얼추 다 얻었다. 남은 건 정보들을 취합해서 진짜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진행하는 것뿐.
똑똑!
로톤이 있는 방문을 누군가 두들겼다.
“로톤 님, 실험실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일이지?”
“검성의 클론들이 전부 당했다고 합니다.”
로톤이 신기하다는 듯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검성의 클론.
그건 신마인의 육체에 이식한 검성의 지식을 뽑아서, 영혼이 없는 신마인에 그 지식을 전수한 실험체들을 말했다.
검성의 검술만 사용하는 인형이랄까.
검성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전부 발휘하지는 못하지만, 클론 무리를 이끄는 녀석은 확실히 강한 편이었다.
“그 녀석이 당했다고? 누구 짓이지?”
“마지막으로 기록된 영상을 확인한 결과, 클론들을 처리한 건 버닝헬의 레딘인 것 같습니다.”
“레딘?”
그는 여섯 달 전 실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죽은 건지 숨은 건지.
폐관 수련에 들어간 건지.
그 목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지만.
클론들을 이용해서 베른 대륙을 여러 번 찔러 보았을 때, 레딘은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 레딘이 다시 나타났다라.
“신성 제국은 어떻게 됐지?”
“아쉽지만 성녀는 죽이지 못했습니다.”
현재 베른 대륙은 결사대 주둔지에 전력이 전부 모여 있는 꼴이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노려 성녀를 제거하려고 했는데, 레딘의 출현으로 인해 물 건너가 버리고 말았다.
로톤은 턱수염을 만지면서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
“흐음. 하룬겔을 깨워라.”
“알겠습니다.”
“어차피 뽑아낼 건 다 뽑아냈으니. 성녀의 목숨과 교환하면 우리가 훨씬 이득이야. 지금 당장 신성 제국으로 보내.”
“알겠습니다.”
부하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으며 로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책상에 있는 자료들을 정리해서 한 손에 받쳐 들고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그대로 복도를 따라 쭉 걸었다.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마기와 함께 마신을 상징하는 다양한 조각상과 그림들을 보며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마신교 본단에서도 선택받은 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비밀의 장소.
스르릉!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두 명의 기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로톤은 그들을 보며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
선택받은 이라는 증표.
그걸 본 왼쪽 기사가 입을 열었다.
“어둠의”
“군주.”
암어를 주고받고 나서야 기사들이 검을 검집에 돌려놓았다. 로톤은 기사들 사이를 지나가 안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복도에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는 넓은 제단이 하나 있었고, 제단 앞에는 마신의 형상을 한 조각상이 있었다.
붉은 카펫이 길게 깔린 곳에 백발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마신교를 이끄는 총책임자.
마신교의 교주.
“누구지?”
가래가 끓는 듯한 목소리.
로톤이 무릎을 꿇곤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로톤입니다.”
“신마인 프로젝트 담당자인가?”
“예.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지?”
“연구가 막바지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연구를 마무리 짓고, 마신 프로젝트를 진행시킬까 합니다.”
“준비는 완벽한가?”
“예. 완벽합니다. 검성 하룬겔의 영혼과 신마인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들은 전부 모았습니다.”
교주가 가래 끓는 웃음을 내뱉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워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마신상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예.”
“그럼 바로 진행해.”
“알겠습니다.”
교주의 허락에 로톤이 머리를 땅에 박았다. 쿵쿵 울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흘렀지만 교주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프로젝트를 완수시키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뭐지?”
“행방불명됐던 레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레딘…….”
“레딘과 성녀를 죽이기 위해 검성 하룬겔을 보냈습니다. 새로운 육체를 가진 검성이라면 그 둘을 죽일 수 있을 겁니다.”
로톤이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에 교주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쉽게 죽을 놈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다.”
“예?”
“아쉽군.”
교주가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마계의 문.
케르덴 대륙과 베른 대륙을 이어 주는 문만 열렸어도, 레딘이나 성녀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텐데.
나눠져 있는 두 대륙 사이에 존재하는 규칙 때문에. 마계의 문이 열려야만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검성을 보내되, 성녀를 최우선 목표로 지정해라. 마계의 문에 필요한 것들을 채우는 게 가장 우선이다. 레딘은 그다음이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