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16)
716화
버두스 교수의 ‘파수꾼’은 에인로가드 학생들에게 악명이 높았다.
대충 나무나 청동 덩어리를 얼기설기 묶어서 세운 것 같은 목각인형이나 금속인형처럼 생긴 주제에, 소형 골렘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전투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상식을 벗어나는 초월적인 힘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 파수꾼들은 버두스 교수가 남은 재료나 잡동사니를 대충 모아서 부여 마법을 건 인공 소환수였으니까.
이런 소환수는 자재와 시약의 품질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버두스 교수의 마법은 그 안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한계를 뽑아냈다.
-화염 원소! 화염 원소 면역 파수꾼이다! 화염 마법 준비해왔는데!!
-후퇴! 후퇴!
-후방에 파수꾼 하나 더 등장했습니다! 타입은… 광역 저주! 저주 파수꾼!!
-미친 교수 놈이 진짜 작작해라!
버두스 교수는 자재와 시약의 한계를 아는 만큼 만능형 소환수를 만들지 않았다.
대신 한 가지만 특화시켰다. 부족한 기능은 다른 파수꾼이 맡으면 되니까.
화염 원소에 면역인 파수꾼도 만들고, 마법 반사 방패를 든 파수꾼도 만들고, 만들다보니 재밌어서 독 안개를 내뿜는 파수꾼도 만들고, 건드리면 자폭해서 징벌방 갈 때까지 기절시키는 파수꾼도 만들고…
이렇게 소환된 파수꾼들은 서로 지독한 연계 효과를 만들어내며 학생들을 괴롭혔다.
원래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는 마법사의 무기였는데 그 무기를 역으로 가져가는 게 버두스 교수의 파수꾼이었던 것이다.
방금 세비우스가 본 파수꾼은 가장 악질 파수꾼을 뽑는다면 꼭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마력 흡수 파수꾼이었다.
어지간한 투사형 마법들은 덥석 삼켜버리는 아가리를 가진 사악한 적.
잘못 붙잡히면 마법이고 뭐고 마력을 그냥 흡수당했다.
저 놈을 상대하려면 일단 후퇴한 뒤 지형에 마법을 새기고 유도해야 하는데…?
“검술을?!”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니지!”
세비우스는 이한이 흑자색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푸른 용의 탑 학생이라고 해서 검을 못 휘두르는 건 아니었다. 충분히 휘두를 수 있었다.
…검으로 파수꾼을 일도양단할줄은 몰랐지만!
“혹시 너 검술 강의도 들었냐?”
세비우스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농담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선배로서 분위기를 풀 때였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가자!”
안 하던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다짐하며 세비우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버두스 교수의 파수꾼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하나가 파괴되면 다른 놈들이 접근한다. 싸움이 벌어지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이동해야 해.”
“저기 오는 놈입니까?”
“그래. 벌써 오는군.”
저 멀리 잡동사니 더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삐걱거리는 양철 인형을 발견하자 세비우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저 놈은… 하. 오늘 까다로운 놈만 걸리는군. 절단 방어 코팅에, 투사체 굴절 장치까지.”
베는 공격의 절반 이상을 무력화시키고 날아오는 투사체 마법은 굴절시켜서 궤도를 빗겨나가게 만드는,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에서 까다로운 놈이었다.
세비우스는 방금 지나온 길과, 지도로 파악해놓은 길, 그리고 지금 확인한 길들을 머릿속에서 조합했다.
‘왼쪽으로 빠져나간 뒤 동서쪽으로 가면…’
“모여라, 회전하라!”
어떻게 빠져나갈지 고민하는 사이 후배가 주문을 외우자 세비우스는 크게 놀랐다.
“놈은 투사체를 굴절시킨다! 마력 낭비하지 마ㄹ…!”
마법사는 무에서 유를 마음대로 창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력이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하는 검약가에 가까웠다.
그런 관점으로 봤을 때 지금 후배의 행동은 폭주에 가까웠다.
마력을 벌써부터 저렇게 낭비하면….
물 구슬이 묵직하게 회전하며 살벌하게 날아들었다. 파수꾼이 만들어낸 투사체 굴절 역장이 물 구슬의 궤도를 비틀어서 옆으로 흘려보냈다.
그러나 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물 구슬을 만들어냈다.
만들어내고 쏘고.
만들어내고 쏘고.
‘난사!’
후배의 전략을 깨달은 세비우스는 경악했다.
상대는 지금 날아오는 투사체의 궤도를 틀어서 방어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전방향에서 쉴 새 없이 투사체를 날려댄다면?
투사체끼리 충돌하고 튕겨나가며 불규칙한 난반사를 만들어낼 것이다.
지금 바로 생각해냈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영리한 방법이었다.
…무식한 방법이기도 했고!
콰직!
결국 튕겨나간 물 구슬 하나가 파수꾼을 박살내자 세비우스는 감탄하는 대신 후배에게 물었다.
“마력 괜찮냐?!”
“걱정하지 마십시오. 괜찮습니다.”
“…너, 설마 록 드레이크도 이렇게 정면에서 잡은 건 아니겠지?”
이제까지는 당연히 계략과 함정으로 잡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문득 의심이 들었다.
이 자식 설마 정면에서 마법 전투로 잡은 거 아니겠지?
후배는 주저하며 물었다.
“혹시 정면에서 잡으면 클럽 가입 자격 없습니까?”
“……”
* * *
들어오면서 파수꾼을 만난 게 액막이 역할을 했는지, 그 다음은 조금 쉬워졌다.
“>마법사여, 투자받은 금화는 갚지 마라>. 여기 있군.”
세비우스는 세 번째 창고에서 책 한 권을 발견하고 챙겼다.
끈적끈적한 슬라임 형태의 시약을 보관해놓는 창고라 그런지 주변이 습하고 냄새가 고약했다.
“대체 버두스 교수님은 왜 여기에 책을?”
“교수의 머릿속은 평생 우리가 알지 못할 거다. 가자.”
“이전 창고가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이한은 믿기 힘들다는 듯이 말했다.
파수꾼들이 습격하는 잡동사니 창고와 반쯤 호수여서 헤엄쳐야 했던 물난리 창고가 벌써 그리워질 줄이야.
“다음 창고는 아마 괜찮을 거다. 내가 알기로 파수꾼도 없고 별다른 함정도 없는, 비교적 평범한 창고니까.”
버두스 교수의 창고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학생들은 그 연결을 이용해 방비가 허술한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 다른 창고로 이동하곤 했고, 지금 이한과 세비우스가 선택한 전략도 그런 전략에 해당됐다.
물론 이 전략도 완벽하진 않았다. A 창고에 가고 싶으면 B, C, D 창고를 거쳐야 하는데 이 창고들이 멀쩡하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방금 건너 온 창고들이 대표적으로 이상한 창고들에 해당됐다.
‘정말 멀쩡한 창고가 있단 말인가?’
이한은 세비우스의 말이 살짝 의심스러워서 쳐다보았다.
버두스 교수의 창고들 중에 멀쩡한 창고가 있다니.
그게 정말…
끼익-
문이 열리고 새 창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은 대도시에 위치한 카페나 커피하우스를 연상시켰다.
의자들과 테이블이 여럿 있고, 잘 정리된 물건들에, 별다른 적은 없고…
“함정 아닙니까 이거?”
“…나도 처음 왔을 때는 그런 반응을 보였었지. 여긴 버두스 교수님이 까먹었지만 학생들이 자주 온 창고야. 그래서 그나마 멀쩡한 거지. 잠깐 쉬자.”
세비우스는 의자를 끌고 와서 후배한테 준 다음 자리에 앉아 마력 회복 물약을 마시고 지도를 펼쳤다.
책을 마저 회수하려면 아직 돌아야 하는 창고가 많았던 것이다.
“회복 물약 필요 없냐?”
“전 괜찮습니다. 선배님 드십시오.”
이한은 거절하면서 속으로 흐뭇해했다.
선배 입장에서는 이한이 자신을 챙기는 기특한 후배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괴물인가 이 자식?’
세비우스는 질린 눈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마력을 썼는데 회복 물약도 필요 없다니.
과연 전 학파 수강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독버섯 창고로 들어가서 지옥늪 창고의 길만 빌린 다음 성각관 지하 2층으로. 금속 창고는 너무 위험해서 안 들어갈 거다.”
“여기 X 표시 되어 있는 곳들은 뭡니까?”
“입장 방법을 못 찾은 곳들. 버두스 교수가 잊어버린 창고도 많지만 안 잊은 창고들도 여럿 있지.”
씁쓸한 이야기였지만 학생들은 버두스 교수의 재산을 제대로 털고 있지 못했다.
버두스 교수가 잊어버리고 관리가 소홀한 물건들이나 털 수 있는 거지, 버두스 교수가 작정하고 막아놓은 곳들은 뚫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이다.
그런 만큼 학생들은 언제나 의욕에 불타오르곤 했다.
-내 맹세컨데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버두스 교수가 막아놓은 창고를 털고야 말겠다! 그 안에 대체 뭐가 있을지 알아내고 말겠어!
-잠깐, 만약에 못 털면 한 학년 더 하는 건가?
-…죽고 싶냐?
“이런 곳들은 통로로서 의미가 없어. 사실, 여기 지도에 있는 창고들이 많아보여도 전체 창고에 비해서는 일각에 불과하지.”
“……”
아쉬워하는 세비우스를 보며 이한은 황당해했다.
이만큼이나 찾아놓고 아쉬워하는 선배도 어이가 없었지만, 버두스 교수가 대체 창고를 얼마나 많이 세운 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 사람… 대체 창고를 얼마나 많이 세우고 까먹었길래?’
“나중에 여기 진입 방법을 알아내게 된다면 클럽 회원들하고 같이 공략해봐라.”
“선배님도 같이 하시죠!”
“…난 졸업할 거야. 이 자식아.”
‘올해 이야기였는데.’
이한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세비우스도 4학년이라 그런지 살짝 예민한 부분이 있었다.
* * *
“>마법사여, 투자받은 금화는 갚지 마라>, >제국 투자법 개론>, >백 번의 투자를 받아낸 천재 부여 마법사>, >제국 아티팩트 유행 개론서>, >제국 재료 백과>…”
세비우스는 고민에 찬 얼굴로 중얼거렸다.
강행군 덕분에 다른 책들은 다 확보했는데 >보석학총론> 하나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은으로 된 책갈피 아티팩트를 꺼내자 빙글거리며 방향을 가리켰다. 세비우스가 들어간 적 없는 창고의 방향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창고에 있는 모양이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포기하고 물러나자. 오늘 충분히 많이 챙겼으니.”
위치 이동에 있어서 과욕만큼 위험한 적도 없었다.
마저 하나 챙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세비우스는 괜히 도전하다가 후배까지 징벌방에 보내느니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한 번 방법을 찾아보면 안 되는 겁니까?”
“지금 우리 둘이 머리를 굴린다고 해결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니까.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해봐라.”
지금 책의 방향을 가리켜주는 책갈피 아티팩트가 알려 준 방향은 세비우스가 몇 번 들어가려다가 실패한 창고였다.
그만큼 문의 방어가 견고하고 복잡해서 쉽게 뚫을 수가 없었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마법이 꿈틀거리며 변화하는 건 물론이고 외부에서 어떤 충격이 들어오더라도 부서진 뒤 바로 회복할 수 있도록 방비가 되어 있으리라.
분했지만 세비우스는 이런 걸 뚫을 자신이 없었다.
탕탕탕-
후배는 창고 앞에 서서 몇 번이고 지팡이를 휘두르고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세비우스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슬쩍 미소 지었다.
원래 저런 난관이 도둑을 분하게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저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는 세비우스 본인보다 몇 배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었다.
2학년 때 벌써 저 정도인 만큼, 저 후배가 3학년이나 4학년이 된다면 정말 버두스 교수의 보고(寶庫)도 뚫을 수 있을지 몰랐다.
‘나는 졸업해서 보지 못하겠지. 조금 아쉽군.’
“선배님!”
“왜 그러지?”
“열었습니다!”
“…뭐?! 어떻게?! 설마 힘으로…?!”
세비우스가 믿기 힘들다는 듯이 충격 받은 목소리로 외치자, 후배는 조금 민망한 얼굴로 대답했다.
“생각해보니 제가 여기 창고 열쇠가 있었습니다.”
“……”
‘이 자식 진짜 정체가 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