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78)
778화
“소환 마법사들은 필수적으로 다차원에 대한 박식함과 유연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밀레이 교수의 설명이 시작되자 몇몇 학생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2학년으로 올라오고 소환 마법이 본격적인 영역으로 들어가자 설명 하나하나의 난이도가 크게 뛰었다.
그리고 밀레이 교수는 버두스 교수처럼 불친절한 교수는 아니었지만, 학생들을 배려해서 설명해야 할 내용을 미루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 결과…
‘누가 수면 마법 시전했나?’
이한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놀라워했다.
저 멀리 라파드엘이 깃펜으로 자신의 허벅지를 찔러가며 졸지 않으려 애쓰는 게 보였다.
‘혹시 교수님이 학생들을 배려해서 저러는 걸지도 모른다.’
밀레이 교수의 이론은 학생들에게서 두려움을 몰아내고 졸음을 불러왔다.
아까까지 도망치고 싶어하던 학생들도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꾸벅꾸벅거리고 있었으니까.
“방금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라파드엘 학생?”
“예? 예!?”
“집중! 다들 집중을 잊지 말도록. 강의실에서도 이렇게 집중을 못 하는데 다른 차원에서는 어떻게 집중을 한단 말입니까?”
노교수는 지팡이로 탁자를 두드리며 학생들을 단호한 태도로 혼냈다.
경지에 오른 마법사들은 누구나 다른 차원, 외계(外界)에 관심을 가지곤 했다.
현재 대륙의 자원을 넘어 무한에 가까운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소환 마법사들은 아예 그런 다른 차원의 힘을 불러오는 걸 장기로 하는 이들.
이한이 부리는 스켈레톤 부대처럼 다른 차원의 힘을 쓰지 않고 마법사 개인의 작품을 소환하는 마법도 있긴 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다른 차원을 다루는 일에 완전히 무관심할 수는 없었다.
문제는 이 외계가 그렇게 편리하고 안전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무한에 가까운 세계들이 언제 어떻게 마법사 앞에 나타날지 모르는 만큼 소환 마법사들은 이에 대비할 줄 알아야 했다.
특히 마법사들이 많이 방문하고 알려진 게 많은 확정 차원과 달리 불확정 차원은…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
뭐가 나올지 모르는 차원에서 집중한다고 목숨을 건질 수 있나?
촤르륵-
이한이 그렇게 궁금해하는 사이, 밀레이 교수는 거대한 지도를 칠판 위에 띄웠다. 지도는 어느 이름 없는 차원에 대해 그려져 있었다.
적열계-불과 철이 발견됨. ?, ??, ????, ???
빙허계-빙산과 바다 발견. 생명체가 먹을 식량 부족. ???, ??
우림계-거대 식물들. 식량 풍부하지만 몬스터 위험도 높음. ???
…
지도는 빈 구석이 많았지만 들어가 있는 정보도 많았다.
밀레이 교수는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이건 이번 학기에 여러분들이 방문해서 조사해야 할 차원입니다.”
학생들은 모두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박였다. 가이난도가 고소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한, 이한.”
“?”
“살코는 오늘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겠지만, 그건 실수였어! 바보 같으니!”
가이난도는 마치 학기가 끝났을 때처럼 기뻐했다.
친구의 비극에 기뻐하는 가이난도의 모습에 혀를 차며, 이한은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을 꺼내 살코한테 메시지를 남겼다.
-살코. 돌아오는 게 좋겠다. 오늘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학기 내내 들어간다는군.
-…거, 거짓말하지 마라.
하지만 살코는 곧 돌아왔다.
밀레이 교수는 눈썹을 살짝 위로 치켜세웠지만 뭐라고 지적하진 않았다.
강의실에서 탈주를 시도한 학생들이 살코가 처음도 아니었고 마지막도 아닐 테니까.
“이 차원은 생각보다 제법 넓고, 각 구역의 성질 또한 제각각입니다. 이 구역 중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니, 학생들은 모든 구역에 대한 대비를 하고 들어가야 할 겁니다.”
2학년 학생들은 단안경을 매만지는 밀레이 교수의 모습이 마치 사형집행인처럼 느껴졌다.
학생 중 한 명이 절박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 1학년 때처럼 안전한 차원에 방문하면 안 되나요?”
밀레이 교수는 엄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차원은 몇 번 방문해도 소득이 없습니다. 모르는 차원에 방문해서 지도를 완성해야지 실력이 늘죠.”
“…우림계가 낫겠지? 우림계가 뽑히길 빌어야 하나?”
“식량이 풍부하고 몬스터 위험도 높은 게 훨씬 위험해 보이는데. 난 차라리 빙허계에 들어가길 빌겠어.”
학생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이한은 의아함을 느껴 손을 들고 질문했다.
“교수님. 질문이 있습니다.”
“해보세요. 이한 학생.”
“이 정도로 정보가 있는 차원이면 완전한 불확정 차원이 아니지 않습니까?”
“…혹시 이한 학생, 완전한 불확정 차원에 가고 싶은 겁니까?”
밀레이 교수가 희미한 경악을 담아서 물었다.
수군거리던 친구들도 경악에 찬 눈빛으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워, 워다나즈. 왜 이러는 거야.”
“제발. 이번 강의는 그냥 들어도 되잖아. 우리가 뭘 잘못했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다…”
학술적인 정의로 저 정도 파악한 차원도 불확정 차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본 건데 이런 반응이라니.
이한은 마음에 살짝 상처를 받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래도 엄밀히 말하면 불확정 차원은 아니다.’
저 정도 정보가 확보된 건 불확정 차원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 * *
“각자 신호용 마법 준비해.”
“방한 아이템 챙기고.”
2학년 학생들은 우르르 뭉쳐서 계획을 짰다.
밀레이 교수는 엄격한 태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내심 흐뭇해했다.
다른 학년들과 달리 이번 학생들은 이런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칠 줄 알았다.
마법적 성취나 재능을 떠나 이런 단결력이 이들의 가장 뛰어난 점일지도 몰랐다.
“야, 이 담요는 양보해!”
“이건 우리 탑이 만들었는데 왜 양보하란 거냐!”
“너희 탑이 만들긴 뭘 너희 탑이 만들어! 재료 누가 갖고 왔는지 잊었냐?! 이 가죽 얻으려고 무슨 짓을 했는데!”
“……”
물론 사소한 다툼도 있었지만 학생들은 금세 화해했다.
이한이 학생들의 등짝을 후려갈기기 시작하자 다투던 학생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서로 양보에 들어갔다.
“식량 확인.”
“다들 확보했지?”
“!”
밀레이 교수는 학생들의 식량이 예상 외로 넉넉한 걸 보고 놀랐다.
저건 2학년 학생들은 결코 확보할 수 없는 물량이었다.
‘설마 그 때…’
이번 학기 시작 때 학생 몇몇이 지하 창고에서 일꾼으로 변장한 채 어슬렁거리길래 못 본 척 넘어가줬는데…
‘…아니. 그걸로는 다들 저렇게 넉넉하기 힘들 터.’
마차 몇 대를 뒤에서 끌고 온 게 아니라면 저 양은 설명되지 않았다.
고민하던 밀레이 교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학생들이 배불리 먹으면 좋은 일 아니겠는가.
물론 해골 교장은 투덜대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내 식량 가방이 좀 더 가벼운 것 같은데?”
“헛소리하지 말고 손 치워라.”
“방열 아이템을 만들어뒀어야 하는데.”
“그것까진 무리였지.”
작년에 서리거인의 폭설 때문에 만들어놓은 방한 아이템들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방열 아이템은 없었다.
학생들은 즉석에서 시전 가능한 마법들로 최대한 해결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급 화염 저항>, >하급 냉기 저항> 시전 가능한 사람 모여봐.”
“가죽이나 담요, 천이나 망토도 좋아. 면적 넓은 아이템에 최대한 많이 걸어서 갖고 가자.”
“워다나즈가 걸어주는 게 시간 오래 가서 좋은데…”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받기나 해!”
어느 구역에 떨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게 준비를 단단히 갖춘 뒤, 학생들은 계획을 마무리했다.
-일단 떨어지면 주변을 확인해 어느 구역인지 알아낸다.
-그 다음에는 지도를 완성해나가며 중앙 구역으로 접근해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한다.
-도중에 신호 마법을 사용하거나 표식을 사용해 최대한 합류한다.
“다들, 빨리 합류할수록 지도를 완성하기 수월해진다는 거 잊지 마.”
“다들, 준비가 다 된 것 같군요.”
기다리던 밀레이 교수가 손짓했다.
학생들은 체념한 얼굴로 걸어 나왔다.
중앙에 설치된 차원 마법진은 아까보다 더 난폭하고 불규칙적인 마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럼… 출발하도록!”
교수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은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밀레이 교수는 하나씩 번쩍이며 다른 차원에 방문하는 학생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라면 다른 학년들보다 훨씬 빨리 완성할지도 모르겠군.’
학생들 수준은 물론이고 같이 준비하는 모습이 교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밀레이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강의실 뒤편에 소환시켜놓았던 소환수를 역소환시켰다.
학생들을 졸리게 만드는, 무색무취의 연기를 뿜어내는 소환수였다.
2학년 강의 때부터는 학생들의 집중력을 단련시키기 위해 이런 소소한 장애물들을 강의실에 배치시켜놓는 것이다.
‘흠. 이한 학생을 생각하면 더 강한 걸 준비해야 할지도…’
* * *
빙판 위에 떨어진 가이난도는 저 앞에 푸른 용의 탑 학생을 발견하고 뛸듯이 기뻐했다.
“이한!”
“……”
“…이 아니라 아덴아르트잖아!”
가이난도와 아덴아르트는 서로 경멸하는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불규칙하게 어디에 떨어질지 모르는 차원의 특성상 이렇게 같은 탑 학생을 바로 만나게 된 건 엄청난 행운이었지만…
…왜 하필 둘이란 말인가?
‘흥. 그래도 내가 먼저 친절을 베풀어야지.’
가이난도는 속으로 좀 투덜대고 나서 마음을 곱게 먹었다.
훨씬 뛰어난 황족인 자신이 더 어른스럽게 굴어야 하지 않겠는가.
“같이 움직이자. 아덴아르트.”
“…그러도록 하죠.”
“이거 받아.”
가이난도는 샌드위치를 꺼내서 뚝 반으로 자르더니 내밀었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뜻이었다.
햄과 치즈, 양상추와 달걀 으깬 것,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간 샌드위치는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워보였다.
아덴아르트는 의외라는 듯이 가이난도를 한 번 쳐다보더니 받았다.
“고맙습니다.”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
아덴아르트는 고맙다는 말을 취소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가이난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꾹 참았다.
“어떻게 만든 겁니까?”
“이한이 아까 줬어. 참. 맞아. 그거 알아?”
“?”
가이난도는 친구 이야기가 나오자 신이 나서 재잘댔다.
“원래 간식 달라고 했었거든? 그런데 따로 간식을 줄 수 없다고 이한이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내용물은 따로 구해올 테니까 빵 두 개만 해서 달라고 했지.”
다른 친구들의 오해와 달리 이한은 가이난도가 먹을 걸 달라고 징징댄다고 무조건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는다면 별도의 포상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푸른 용의 탑은 물론이고 네 개의 탑 식량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하는 엄격함이었다.
“빵 두 개를 그냥 달라고 했단 말입니까?”
“대, 대신 잡일 맡았거든??”
가이난도는 이복누이가 보내는 차가운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정당한 거래였다고.”
“알겠습니다.”
아덴아르트는 ‘에인로가드에서 잡일로 흰 빵 두 개를 사려면 반 년 내내 일해야 할 겁니다’라고 말하려다가, 우둔한 동생이 화를 낼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참았다.
“아까 그래서 출발하기 전에 빵 두 개 받을 수 있냐고 했더니 이한이 이걸 주더라. 근데 종이를 뜯어보니까 이게 나온 거야! 알겠어? 아덴아르트. 이게 우정이라고! 에인로가드 샌드위치 사이에 몰래 먹을 걸 넣어주는…”
“!”
얌전히 듣던 아덴아르트는 분노가 담긴 뾰족한 외침을 터뜨리고는 가이난도에게 공격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가이난도는 도망치면서도 영문을 몰라 비명을 질렀다.
“뭔데?!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