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799)
799화
“어떡합니까?”
“뭘 어떡하냐. 저기 남은 놈들한테 가르침을 줘야지.”
해적 노파는 2학년 친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2학년 친구들은 눈앞에서 도토리를 뺏긴 다람쥐 같은 눈망울로 이한을 쳐다보았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때릴 거야?
‘이 자식들. 못 본 사이에 무영창으로 텔레파시 마법을 익혔나?’
이한은 차마 양심의 가책 때문에 같은 학년 친구들은 공격할 수 없었다.
“못하겠는데요.”
“뭐?! 너 해적 맞냐?!”
“저 해적 아닙니다만. 아까 해적 마법도 퇴선당했고요.”
이한의 뒤끝에 라게사는 킬킬대며 웃었다.
“해적 마법 때문에 그러는 거냐? 배그렉 말대로 배움에 참으로 탐욕스럽구나.”
“아니, 기껏 배운 걸 아예 못 쓰게 하시니까 그런 것…”
“알겠다. 알겠어. 이건 내가 양보하마. 그냥 가르쳐줘야겠군. 자. 다들 이리 와봐라! 해적식 싸움법을 가르쳐주마!”
“혹시 배우면 워다나즈한테도 한 방 먹일 수 있습니까?”
“물론이지!”
“……”
이한은 라파드엘을 노려보았다.
이런 배은망덕한 자식을 보았나!
“라파드엘.”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거다. 학술적인 호기심이었다.”
“반응을 보니 양심이 남아있긴 한가보군. 그리고 그거 말한 거 아니다. 4학년 선배들은 왜 안 보이지?”
생각해보니 3학년 선배들은 방금 도망쳤고, 2학년 친구들은 여기 남아 있는데, 4학년은 아예 보이지 않았다.
물론 졸업을 준비해야 하는 학년인 만큼 바쁜 건 알겠지만 한 명도 안 보이다니.
“4학년 선배들은 오늘 일 있다고 안 오셨는데?”
“…!”
이한은 깨닫고 감탄했다.
‘4학년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나!’
이 정도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수준이 아니었다.
키르민 교수가 바쁘다는 정보, 외부에서 손님이 왔다는 정보만 듣고서 재빨리 물러난 것이다.
혹시라도 모를 위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어차피 후배들을 먼저 만나게 하면 나중에 누가 왔는지 확인할 수 있으니…
‘지독하다 정말.’
저 정도는 해야 에인로가드 4학년을 할 수 있단 말인가?
* * *
불가살이:이봐! 다들 다음 주에 손님들 오는 거 알고 있지? 준비하고 있어?
“!”
결투 클럽 일을 마치고 나온 이한은 글씨를 써내려가는 >에인로가드의 속삭임>의 모습에 의아해했다.
‘처음 보는 선배잖아?’
불가살이란 별명을 사용하는, 처음 보는 선배는 다른 회원들한테 관심이 많은지 이것저것 말을 걸고 다녔다.
불가살이:이악투스. 넌 어때?
이악투스:나야 잘 준비하고 있지.
불가살이:바콴탈라나 너는? 와. 완전 신나지 않아?
“…?”
대화를 보던 이한은 기묘한 어색함을 느꼈다.
상대가 억지로 신나하는 것 같은 위화감.
‘내가 착각한 거겠지. 억지로 신나는 척 할 이유가 없는데.’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우울한 존재였다. 억지로 신나는 척을 할 필요가 없었다.
바콴탈라나:혹시 누가 6층 복도 부순지 아는 사람 있나?
이악투스:맞아. 누가 6층 복도 부쉈더라. 대체 어떤 미친놈이지? 그보다 어떻게 부순 거야?
‘허. 정말 미친놈이 많군.’
이한은 글씨를 보고 놀랐다.
어떤 미친 학생이 6층 복도를 부순 모양이었다.
에인로가드 본관은 강력한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만큼 안에서 부수려고 해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고나달테스:그게 정말인가? 정말 미친놈들이 많군.
이악투스:미친놈들은 원래 많았으니까 별로 안 놀라워. 어떻게 부순 건지가 더 궁금하지. 그걸 알면 나도 쓸 텐데.
불가살이:이악투스. 그건 좋지 않은 짓이야.
이악투스:남한테 참견 작작 하시지.
바콴탈라나:현장을 보니 보통 난폭하고 거친 게 아니더군. 일반적인 마법은 아니야. 지옥의 대마수나 고위 정령이 폭주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악투스:젠장. 또 ‘에인로가드에 괴물이’계절인가? 요즘 왜 이래? 영지 외곽에도 뭔 미친 놈 하나 나왔다면서?
고나달테스:동감한다. 미친 괴물이 본관 건물 안을 돌아다니면…
깃펜을 놀리던 이한은 멈칫했다.
‘어라?’
생각해보니 결투 클럽이 6층에 위치해있지 않았나?
라게사한테 해적 마법을 배운 곳도 6층이었던 것 같은데…
이악투스:사냥꾼 클럽에 의뢰해서 괴물을 추적해달라고 해야 하나. 그 자식들. 너무 비싸다고.
고나달테스:쓸데없는 짓 같군. 다들 괴물한테 자기 몸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는 것 아닌가? 괜한 낭비를 해봤자 자기만 손해다.
이악투스:그런가?
고나달테스:이악투스. 속지 마라. 네가 다른 놈들을 위해 희생하는 동안, 다른 놈들은 금화를 아껴서 자기한테 쓸 테니까.
이악투스:확실히 그렇게 들으니까 화가 나는군. 그래. 아쉬운 놈이 잡아야지.
불가살이:둘 다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나서준다면, 언젠가 다른 친구들도 자기 일이 아닌데 나서줄 거야.
이악투스:언제? 내가 졸업한 뒤에?
‘화제를 돌려야겠군.’
이한은 누가 복도를 부쉈고 어떤 괴물이 에인로가드 본관 안에 소환됐는지 길게 이야기해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느꼈다.
길게 이야기하면 할수록 죄없는 2학년 학생이 용의선상에 오를 것 아닌가.
이악투스:혹시 다음 주 손님에 대해 정보 있는 사람?
다행히 이악투스가 적절하게 화제를 바꿔줬다. 이한은 바로 동조했다.
고나달테스:한 명 알고 있다.
이악투스:오. 고나달테스! 끔찍한 가명을 가진 내 친구여! 누구지?
고나달테스:해적 라게사. 누군지 모를 수 있으니 설명하자면…
바콴탈라나:토르게르드의 딸 라게사 말인가?
이악투스:남부 사략함대의 제독!
불가살이:…대체 누가 라게사를 초대한 거지?
‘아니. 유명하잖아?’
이한은 살짝 당황했다.
물론 라게사가 제국에서 나름 이름 있는 사람이긴 했지만, 이렇게 클럽 회원들 중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즉시 답변이 나올 만큼 유명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고나달테스:다들 놀랍군.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알 줄이야.
이악투스:하하. 나야 교양 있는 사람이니 그렇다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고 있는 이유가 조금 다를 걸. 라게사의 업적 때문이겠지?
고나달테스:무슨 업적?
이악투스:이봐. 이봐. 진심으로 묻는 거야? 당연히 버두스 교수님한테 제국 금화 스무 상자를 투자한 일을 말하는 거지!
고나달테스:아. 그 업적…
“……”
이한은 깃펜을 멈추고 깊은 회의감에 빠졌다. 라게사가 살짝 불쌍했다.
그저 버두스 교수를 믿고 금화 상자를 투자했을 뿐인데 에인로가드 학생들 사이에서는 ‘버두스 교수를 믿고 투자한 바로 그 호구’로 이미지가 잡히다니.
실로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바콴탈라나:나는 라게사를 존중한다.
고나달테스:그런가?
바콴탈라나:라게사는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는 선장이고, 또 버두스 교수한테 투자할 만큼 너그러운 투자자기도 하지. 꼭 만나고 싶군.
고나달테스:……
클럽 주간은 단순히 클럽에 관심 있는 외부인들이 와서 즐기고 가는 기간이 아니었다.
물론 외부인들은 그런 마음으로 올 수 있지만, 적어도 뜻있는 에인로가드 학생들은 다른 것이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건 다음과 같았다.
-이번에 방문하는 손님 중 어떤 사람이 돈 많고 관대한 호구일까?
만약 금화 주머니가 묵직하고, 어느 연구에도 투자하는 관대함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데리고 와서 설득해야 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그 금화 주머니를 홀쭉하게 만들기 전에 말이다.
에인로가드의 학생들은 이런 선의의 경쟁에 있어서는 양보가 없었다. 누군가 먼저 호구를 채가려고 하면 전면전을 각오하고서라도 덤벼들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군…’
이악투스:고맙다. 고나달테스. 덕분에 아주 귀중한 정보를 얻었어. 럼주라도 만들어놔야겠군.
바콴탈라나:해적에 어울리는 업적을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이악투스:이런. 해적질을 좀 했어야 했는데 말이야.
불가살이:다들 손님을 속일 생각을 하지 말고 진심으로 설득해 볼 생각을 하는 건 어때?
놀랍게도 현재 참석해 있던 모든 회원들이 불가살이의 말을 못 본 척 무시했다.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불가살이는 여기서 별로 친구가 없는 것 같군…’
이악투스:고나달테스. 나도 한 가지 정보를 주지. 이번에 주방 클럽에서 거물들을 초대했나봐. 수도 제빵 길드와 정육 길드를 초대했다는데, 주방 클럽에 슬쩍 찾아가서 연구 구경시켜주겠다고 꼬드겨보라고.
고나달테스:그래도 되나?
이악투스:당연히 안 되지! 주방 클럽 회원들한테 들키면 거기 솥으로 들어가야 할 테니까, 무조건 몰래 하라고.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어. 요즘 금화가 많아서 어쩔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
바콴탈라나:그렇다면 나도 귀중한 정보를 받은 만큼 하나 조언해주지. 석공 클럽에는 르코비 가문의 데지에가 온다.
이악투스:뭐?! 그 건축 길드의 장인이 온다고?! 어떻게 초대했지?!
바콴탈라나:소문에 따르면 >메아리의 탑>을 보여줬다고 하더군.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악투스:데지에라면… 자기 몸무게만큼의 금화를 갖고 다닐 거야. 제기랄. 석공 클럽에서 빼내올 수만 있다면!
‘잠깐. 나는 다 접근할 수 있나?’
선배들에게 이야기를 듣던 이한은 처음으로 여러 클럽 가입의 장점을 깨달았다.
여러 클럽에 가입한 만큼, 방문한 손님들에게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돈을 받아낼 수 있다면…’
이한은 순간 오랜만에 행복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만약 묵직한 금화 주머니와 선량한 마음을 가진 투자자를 만난다면?
‘일단 흑마법 학파에 좀 투자를 받고, 디레트 선배 연구에도 투자해달라고 해야겠다. 내 연구는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음. 그래도 수옥탄 책 쓰고 있으니 이거 완성하게 조금만 달라고 해볼까? 그 정도는 해도 될 것 같은데. 바실이나 폰리그 사료도 좀 더 지원받을 수 있겠지. 생각해보니 번개 원소 마법 연습할 때 쓸 물약도 좀…’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이한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금화의 마력은 놀라워서 한 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빠져나오기 힘들게 만들었다.
‘아차. 내가 무슨 짓을. 정말 위험하군.’
바콴탈라나:고나달테스. 라게사는 어느 클럽이 초대했지?
고나달테스:결투 클럽.
불가살이:와! 키르민 쿠 교수님이 라게사를 초대했단 거야? 정말 믿기지 않는데?
고나달테스:아니. 내가 알기로는 키르민 쿠 교수님이 바쁘셔서 볼라디 배그렉 교수님에게 부탁했다는군.
불가살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이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 있나?’
아니면 이한처럼 볼라디 교수의 이름만 보고서도 움찔하는 선배일지도 몰랐다. 그런 거라면 충분히 설명이 됐다.
불가살이:과연. 다들 고마워. 난 일이 생겨서 이만 가봐야겠어.
이악투스:불가살이. 너만 좋은 정보를 안 내놓고 있어. 남한테 충고하는 것만 좋아하지 말고 정보 좀 주지 그래.
불가살이:앗. 미안해. 생각을 안 해봤어.
이악투스:그러시겠지. 불가살이는 훈계하는 것만 좋아하니까!
이한은 대화를 보며 생각했다.
‘너무 원한을 사는 거 아닌가? 저러다가 만나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이악투스는 본인의 실력에 꽤나 자신감이 있어 보였지만, 원래 세상 일은 모르는 법 아닌가.
원수를 만들어서 좋을 것 없었다.
불가살이:…이칼도렌 공작이 손님으로 참가할 거야. 됐지?
이악투스: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불가살이. 이칼도렌 공작이 왜 참가한단 건데?
고나달테스:아니. 불가살이의 말도 일리가 있다. 이칼도렌 공작은 지금 에인로가드 구석에 연금된 상태니까.
이악투스:…그걸 네가 어떻게 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