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9)
869화
못된 선배들의 구박에도 이한은 흔들리지 않았다.
고나달테스:마법사라면 비이성적인 공포를 가져서는 안 된다. 그 공포를 직접 응시해 극복해야지.
이악투스:너나 교장 선생님 많이 응시해라.
비버-펭귄-여우:너나 교장 선생님 많이 극복해라.
“……”
이한은 ‘그래가지고 졸업은 하겠냐’라고 공격하려다가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상대와 싸우고 싶다 하더라도 선이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도움이 안 되는군.’
다른 주제와 달리 해골 교장만 나오면 다들 워낙 예민해져서 정보 수집이 힘들었다.
포기해야 하나 이한이 고민하던 때 누군가 글을 올렸다.
클젠베르그:교장 선생님은 지금 수도로 올라가셨다네.
“!”
처음 보는 상대의 이름에 이한은 놀랐다. 이한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이악투스:클젠베르그! 난 네가 졸업한 줄 알았는데.
비버-펭귄-여우:난 징벌방에 영원히 갇힌 줄 알았어.
클젠베르그:하하. 요즘 일이 바빴다네.
고나달테스:…나만 클젠베르그가 고어체로 말하는 게 신경쓰이나?
이악투스:야. 넌 가명을 고나달테스로 했잖아.
비버-펭귄-여우:맞아. 네가 지금 다른 사람의 특징을 지적할 처지야?
짧은 대화였지만 이한은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클젠베르그는 좀 고풍스럽게 말하는 학생이었고, 모임의 다른 회원들 사이에서 제법 인기가 좋았다.
불가살이 같은 회원이 글만 쓰면 야유를 받는 것과 정반대의 반응이 느껴졌던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이 >에인로가드의 파수꾼> 모임에서 가장 인기 좋은 축에 속하겠군. 불가살이는 가장 인기 나쁜 축이고.’
이한은 순간 자신은 어디에 속할지 생각해보다가 ‘고나달테스’라는 가명을 보고서 재빨리 멈췄다.
클젠베르그:그보다 비버펭귄여우 자네는 저번에 말한 연구, 잘 하고 있는가?
비버-펭귄-여우:물론이야. 유독성 증기구름이 아주 제대로 만들어졌어. 접근하는 놈들이 있으면 3초 만에 죽여 버릴 수 있을 걸?
불가살이:…그건 좀 너무 과하지 않아? 다른 학생들이 다칠 수도 있어.
순간 속삭임 아티팩트에 글자가 올라오지 않고 조용해졌다. 이한은 보이지 않는데도 분위기가 싸늘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클젠베르그:불가살이의 걱정도 이해하네. 하지만 비버펭귄여우는 회원으로서 언제나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었지 않나. 유독성 증기구름을 만든다 하더라도 다른 학생들에게 쓰지는 않을 걸세.
비버-펭귄-여우:……
불가살이:안 쓰는 거 맞아?!
비버-펭귄-여우:아. 시끄러. 네가 뭔데 자꾸 참견이야.
불가살이:저, 저거 봐! 저거 보라고!
클젠베르그:다들 진정하게나. 비버펭귄여우도 분명…
‘흠. 왜 인기 있는지 알겠다.’
클젠베르그는 워다나즈 가문의 노기사, 알라르롱을 연상시켰다.
인자하고 배려심 많은 노기사.
대충 파악을 끝낸 이한은 다시 깃펜을 잡았다.
비버펭귄여우가 대체 3초만 마셔도 즉사하는 유독성 증기구름을 어디에 쓸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 그보다는 해골 교장이 더 신경 쓰였다.
고나달테스:클젠베르그. 교장 선생님이 수도로 올라갔다고 했는데.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이악투스:아오. 기껏 화제 전환됐는데.
다른 사람들이 투덜댔지만 이한은 무시했다. 클젠베르그는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클젠베르그:물론일세. …그런데 자네는 대체 왜 그런 독특한 가명을?
고나달테스:……
클젠베르그:여하튼 교장 선생님께서 수도로 올라가신 건 대마법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네. 이것저것 허가를 받아야한다나?
불가살이:어? 진짜? 그런 이유였어?
이악투스:무슨 대마법?? 뭔데? 혹시 학생 전원의 목에 추가로 저주를 거는 건 아니지?
클젠베르그:그것까지는 나도 모른다네. 그리고 그건 대마법도 아니지 않나.
이악투스:하긴 그건 그래. 그 정도는 쉽게 하시겠지.
‘대마법이라니?’
마법사들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시약과 정신력만으로 마법을 시전했지만, 모든 마법을 그렇게 펼칠 수는 없었다.
어떤 마법은 그 규모와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은 만큼 마법사 수백 명이 수십 년을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이런 마법을 보통 대마법이라고 불렀다.
마법사 개인이 펼치기에는 엄두도 안 날 만큼 어려운 마법.
문제는 해골 교장은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해골 교장이 수도로 올라가서 준비해야 할 정도의 대마법이라니. 대체 뭐지?’
어지간한 대마법이라면 그냥 자기 수준에서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준비해야 할 정도라니.
그것도 평범한 준비가 아니었다. 수도로 올라가서 황제부터 관료들까지 모두 설득해야 할 수준의 준비였다.
이쯤 되자 이한도 슬슬 진지하게 무서워졌다.
차라리 발드로가드 인수합병이 낫게 느껴질 정도로.
회원들도 비슷했는지 수군거리며 떠들었다.
이악투스:대체 뭐지? 뭘 하려는 거야?
비버-펭귄-여우:혹시 이번에 방문한 황족을 입학시키려는 거 아닐까?
이악투스:그게 대마법이냐?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고나달테스:이악투스에게 동감한다. 끔찍한 소리 좀 지껄이지 마라.
비버-펭귄-여우:농담도 못해?
고민하던 이한은 갑자기 의문이 생겨서 물었다.
고나달테스:그런데 클젠베르그. 넌 이걸 어떻게 아는 거지?
불가살이:맞아. 이걸 어떻게 아는 거야? 수상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클젠베르그는 너무 자세히 알았다.
‘혹시 나 말고 다른 제자가 있나?’
5학년이나 6학년, 혹은 그 이상에 숨겨진 제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아직 졸업을 하지 못하고 학교의 가장 어둡고 깊숙한 곳에 갇혀 있는…
이악투스:알 수도 있지. 뭘 캐묻는 거야?
비버-펭귄-여우:수상 같은 소리 하고 있어. 수상은 니가 수상하다!
>에인로가드의 파수꾼> 비공식 인기투표 최하위 회원 둘에게 맹공이 날아들었다.
이한은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큭. 이 자식. 인기가 너무 좋군.’
클젠베르그:다들 진정하게나. 난 그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을 뿐일세.
바콴탈라나: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클젠베르그는 혹시 교장 선생님의 제자인가?
클젠베르그:허허. 상상에 맡기겠네.
“……”
수상하다!
이한은 압도적으로 수상함을 느꼈다.
물론 에인로가드의 가장 어둡고 깊숙한 곳에 이한도 모르는 선배 제자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클젠베르그가 그런 제자 같지는 않았다.
해골 교장의 제자라면 마땅히 보여야 할 증오심이 없는 것이다.
진짜 해골 교장의 제자로서 이한은 반드시 저 사칭범의 정체를 밝혀내겠다고 다짐했다.
‘아참. >별 인도자> 사용법 물어보는 걸 잊을 뻔했군.’
이한은 파셀레트 교수의 중간고사 시험 아티팩트를 물어보려고 했다.
선배들 중 이걸 어떻게 쓰는지 아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불가살이:혹시 크라어 교수님이 아직도 화나 계실까? 오해가 있었던 걸 수도 있지 않아?
이악투스:오. 아냐. 방금 전에 교수님이 버두스 교수님 목에 걸린 현상금을 두 배로 올리셨어. 훔쳐간 아티팩트에도 현상금을 거셨고.
‘음. 물어보기 좋을 때는 아니군.’
이한은 얌전히 책을 덮었다.
지금 아티팩트 사용법을 물어봤다가는 익명의 밀고자들이 여럿 생겨날지도 몰랐다.
-다 썼어요?
새끼 바실리스크가 빼꼼 소매 속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그보다 요즘 왜 이렇게 잠이 많아졌지?”
-잠든 척 하고 있었는데요!
“왜?”
-용이 있잖아요.
새끼 바실리스크는 평소 언제나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움직이던 모습과는 달리, 경계심 가득한 태도로 주변부터 확인했다.
마치 조우린이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 같았다.
“저기서 주무시는데.”
-!
이한이 휴게실 벽난로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조우린을 가리키자 새끼 바실리스크는 쏜살같이 소매 속으로 들어갔다.
-잉잉… 속였어요…
“…아, 아니. 안 속였어.”
-속였어…
“내가 미안하다.”
이한은 새끼 바실리스크를 달래기 위해 간식을 소매 속으로 집어넣었다.
엉엉 울면서도 새끼 바실리스크는 낼름낼름 간식을 받아먹었다.
“그보다 조우린 전하는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용은 무서워요.
“물론 종족적으로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긴 한데, 너도 봤잖아.”
-뭘요?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많은 행동들을?”
-?
새끼 바실리스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딱히 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행동들을 하진 않았던 것이다.
이한을 앞발로 붙잡고, 자기 둥지에 납치하려고 하고, 꼬리로 휘감으려고 하고…
-위험한 것 같은데요?
“아니. 그런 논리면 너도 위험하지.”
-네?!
이한이 지적하자 새끼 바실리스크는 다시 울먹였다.
하지만 이한이 보기에 둘이 하는 짓은 전체적으로 비슷했다. 조우린이 훨씬 더 힘이 강하고 대마력이 살벌해서 그렇지.
“…알겠지?”
-흥.
새끼 바실리스크는 이한의 긴 설득에도 결국 투덜대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 조우린 전하라는 용은 비교적 덜 위험한 용일지도 몰랐…
으응.
하루 종일 즐겁게 논 덕분에 단잠에 빠져 있던 조우린은 잠결에 이한의 목소리를 듣더니 바로 앞발을 뻗었다.
“컥.”
조우린은 이한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붙잡은 뒤, 자기 품 안에 넣고서 꼭 웅크렸다. 마치 인형을 소중하게 안고 자는 어린아이 같았다.
물론 이한 입장에서는 얼떨결에 용의 둥지에 납치당한 꼴이 됐다. 새끼 바실리스크가 경악한 듯 속삭였다.
-무, 무서운 거 맞잖아요!
“…이건 놀아주는 거야.”
-방금 주인님이 ‘컥’ 하셨는데요!
“네가 잘못 들은 거겠지. 난 원래 오늘 여기서 자려고 했었어.”
염동력으로 몸을 단단히 보호하며 이한은 억지를 부렸다.
새끼 바실리스크는 그 모습에 의심의 눈빛을 보냈다.
거짓말 같은데…
* * *
“…헉!”
하늘과 지평선이 모두 텅 비어있는 황무지.
검은 책의 환상이라는 걸 깨달은 이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용의 둥지에 납치당해서 악몽을 꾼 줄 알았던 것이다.
“이번에는 뭐냐? 혹시 조우린 전하를 깨우지 않고 몰래 빠져나갈 수 있는 마법인가?”
그런 거라면 확실히 쓸만하겠다 싶었다.
용의 포박을 은밀히 풀 수 있는 마법이라면…
그러나 검은 책은 평소처럼 마법을 알려주는 대신 허공에서 느릿하게 움직이며 시간을 끌었다.
이한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뭐하는 거지? 마법 안 가르쳐줄 거면 내보내라.”
만약 이한이 마법을 배우고 싶어서 애걸복걸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었다.
안 그래도 이미 너무 많은 마법을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곧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가르쳐주지 않겠다면 그걸로 좋았다.
하지만 검은 책은 또다시 대답을 피하고 허공에서 느릿하게 움직이기만 했다.
‘뭐지. 이 자식?’
이한은 평소와 다른 검은 책의 태도에 떨떠름함을 느꼈다.
원래라면 1초가 아깝다는 듯이 억지로 마법을 쑤셔 넣었을 놈이 왜 저렇게 여유를 부린단 말인가.
‘대체…’
고민하던 이한은 별 생각 없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저번에 나타났던, 해골 교장이 젊었을 적 방문했던 금륜(金輪)의 문양이 새겨진 차원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책이 ‘교장 선생님도 젊은 시절에 들어가서 마법을 배워왔으니 너도 가서 배워와라’하고 권했던 차원의 문이었다.
…바로 이한의 코앞에!
자신이 안 가고 버티면 차원문이 어쩌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이한으로서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문이… 몰래 접근을 한다고?!’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해골 교장의 하수인들은 이한을 창의적으로 엿먹이는 재주가 있었다.
꿈에서 빠져나가면 반드시 검은 책에게 물리적으로 보복하겠다고 다짐하며, 이한은 금륜 문양의 차원문에 강제로 빨려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