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20)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20화(120/280)
알바를 하다 보면 2
― 꺄아아악! 매액스!
한참 삽질을 하고 있는데, 멀리 아리아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맥스라는 말이 전속력으로 우리 쪽으로 돌진하는 중이었다.
저대로 두면 우리도 다치고, 말도 다친다.
그리고 사실 나는 말을 아주 잘 탄다.
노는 것엔 빠지는 게 없다고 했잖아.
들고 있던 삽을 냅다 버린 후 자세를 잡았다.
“제이든, 위험해!”
“제이드은!”
놀란 말은 달래 주어야지.
뒤에서 난리가 났지만 달려오는 맥스의 고삐를 잡아챈 후 그대로 튀어 올랐다.
몸을 최대한 말에게 밀착한 채 달리며 말의 목과 어깨를 쓰다듬었다.
― 맥스. 맥스, 진정해, 진정. 괜찮아.
고삐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사람이 없는 쪽으로 달렸다.
정신없이 뛰던 말이 서서히 안정을 되찾는다.
몇 분 후 완전히 멈춰선 맥스.
잠시 동안 숨을 고르도록 가만히 기다렸다.
“굿 보이, 맥스. 굿 보이, 잘 했어.”
― 토닥토닥.
말에서 내린 후 갈기를 쓰다듬었다.
그제야 주변을 돌아보니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풀밭이다.
평소 말이 자주 드나들던 곳인 듯하다.
“이제 집에 가자.”
― 히이이잉. 따각따각, 따각.
맥스를 달래 가며 집으로 되돌아왔다.
아침에 아리아와 해럴드가 왔던 길로 그대로 돌아온 듯하다.
밥스가든에서 작업하고 있는 곳이 바로 나타났으니까.
말에서 뛰어 내린 후 곧바로 맥스의 엉덩이를 툭 쳐서 보냈다.
― 따각따각, 따각.
이제 완전히 진정된 말이 눈을 끔벅이더니 곧 되돌아간다.
“제이든! 괜찮아?”
“너, 너, 뭐야? 완전 깜짝 놀랐잖아!”
“놀란 말을 타면 어떡해! 어우, 진짜. 괜찮냐?”
밥스가든 직원들과 친구 놈들이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바로 튀어와 내 몸을 잡고 이리저리 살핀다.
“괜찮아요, 괜찮아. 아까는 그냥 두면 위험할 거 같아서 돌발 행동 한 거뿐이에요. 진짜 괜찮아요.”
“근데 너 말은 언제 타 본 거야?”
“그러게. 너무 잘 타던데? 무슨 선수인 줄?”
“이 동네에 1년에 한 번씩 승마 경주가 있거든? 내가 빠지지 않고 거기 꼭 참석하는데 오늘 너는 승마 선수들보다 더 말을 잘 다루는 모습이었어. 뭐냐?”
“그러게, 제이든. 이건 좀 설명이 필요할 거 같지 않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널 봐 왔는데 말 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아!”
“아아?”
“글쎄요, 저도 그냥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해 본 건데. 그게 되네?”
“…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뭐야? 뼈에 새겨진 본능, 뭐 그런 거라는 거야?”
“나도 몰라. 일하자 일. 다친 사람 없죠? 그럼 됐지 뭐.”
“이게 그렇게 넘어갈 일이냐? 너 또 뭐 할 줄 알아? 말 타는 거 말고 또 뭐 할 줄 아냐고.”
마크와 라이언이 쫄쫄거리며 따라다녔지만 뭐라고 설명을 하겠냐고.
말 등에 올라타 본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도 좋은 상태고.
― 또각또각, 또각.
맥스 보낸 지 얼마나 됐다고.
아리아가 다른 말을 타고는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제이든, 엄마가 잠깐 보재.”
“바쁘다고 전해 줘. 알바 하러 온 거라 개인적으로 시간 낼 수 없어.”
“그러지 뭐. 솔직히 나도 엄마에게 너 소개해 주고 싶은 맘은 없어.”
“뭐래.”
“오해는 마. 우리 엄마한텐 20살 연하도 상관없을 거 같아서 안 뺏기려고 그러는 거니까. 괜히 소개해 줬다가 우리 엄마가 너한테 홀랑 넘어가면 어떡하냐? 새아빠가 내 짝남인 건 좀 그렇잖아.”
“…….”
“…….”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다는 건 이럴 때 쓰는 거지.
― 흐읍.
옆에 있던 놈들도 아무 소리 못 하고 숨을 들이켤 뿐이다.
“사고 날 뻔했던 거 막아 줘서 고맙다는 인사 하려고 온 거면 얼른 하고 가고, 인사할 생각 없으면 그냥 가고.”
잠시 눈알을 굴리는 아리아.
“아! 너네 밤새도록 녹화된 CCTV 본 적 있냐?”
“아니.”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게 사람인 거 같지? 밤에 틀어 놓은 CCTV를 보면 말야. 이 세상은 동물의 왕국이야. 정말 장난 아니라니까. 곧 동물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야.”
“…도른자인가?”
나지막하게 뱉은 내 말에 나머지 놈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쯤 되니 아리아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진다.
너무 부족함 없이 살아서 미쳐 버린 건가?
전생의 난 그래도 이 정도로 또라이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대답할 가치가 없어서 다시 삽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이제는 말에서 내려 참견을 시작한다.
“에헤이. 그 꽃들 다 사슴 캔디인 거 몰라? 그리고 거기는 좀 더 파야지.”
“아리아, 모르면 그냥 가.”
“다 알거든? 저건 스냅드래곤, 그리고 이건 수채화! 그리고 저건… 패, 팬지!”
“꽃 이름은 잘 아네. 저것들 다 사슴이 안 먹는 꽃들이야. 그러니까 안심하고 그만 가 줄래?”
“저 꽃은 이름이 뭔데?”
“우후. 라이언, 설명 좀 해 줘.”
“어우. 제이든, 그냥 내가 삽질할게. 이리 줘, 삽.”
“맞아, 맞아. 제이든, 나머지 우리가 다 할게. 넌 그, 수고해.”
라이언이 다가와 내 손에 들린 삽을 뺏어 간다.
마크가 장갑을 벗겨 가고, 마커슨은 묵묵히 삽질에 열중이다.
순식간에 무장비 상태가 되었다.
저것들이!
“흐응~ 이제 안 바쁘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아.
다른 일이라도 하려고 밥 아저씨를 돌아보니 이미 저쪽으로 가고 없다.
“근데 너, 크리스틴이랑 진짜 사귀는 거야?”
“어.”
“그래? 흠, 실망이네. 뽀뽀는 해 봤고?”
“무슨 상관이야?”
“왜에. 진도가 빡세지 않으면 끼어들어 볼까 하는 거지.”
“…야, 아리아.”
“응?”
“너 지난 디베이트에서 우리 학교 룸메이트랑 같은 방 안 쓰고 아까 그 해럴든가 뭔가 하는 애 방으로 들어갔지? 너 그때 분명 나 봤는데?”
― 허업!
― 허얼.
― 흡!
놈들의 삽질이 동시에 멈췄다.
너무 크게 말했나?
아닌데….
저것들이 귀를 이쪽으로 열어 놓고 있었던 거네.
“아아, 그것 때문에 오해했구나? 나 원래 디베이트 가면 해럴드랑 같은 방 써. 해럴드 방이 스위트룸이거든.”
“그때 거긴 스위트룸 아니었는데?”
“그 호텔에선 제일 큰 룸이었어, 방 2개짜리. 사실 떠나기 전에 미스터 크롭스키한테 난 다른 애들이랑 같은 방 못 쓰니까 따로 돈 내고 방을 사겠다고 했는데 거절당했거든. 위화감 조성이라나 뭐라나. 암튼 그래서 해럴드 방으로 간 거지. 음. 우리 제이든, 그게 계속 걸렸던 거야? 왜 이래? 쿨하지 못하게.”
“쿨…. 그게 아니라 그냥 학생으로서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고 느낀 것뿐이야.”
“어머, 어머. 나 지금 뭘 들은 거야? 푸, 품행이 단정치? 와. 나 정신 착란 올 거 같…. 잠깐, 아니지. 크리스틴은 그런 스타일 아닌데? 뭐지? 나 떼어 내려고 그러는 거야? 뭘 그렇게까지 애를 쓰냐? 정신 확 들게.”
“…….”
“오케이. 더 말하기 싫다, 이거지? 진짜 이런 취급도 오랜만이네. 암튼 아까 해럴드 통해서 우리 집 사정은 다 들었겠지? 우리 아버지가 영국 자작인데 영국에 본처가 있어. 우리 엄마는 미국 현지처? 혹은 정부? 뭐 그쯤 된다 생각하면 돼. 아, 그렇다고 불쌍하게 보지는 말고. 시작은 아빠 돈으로 했지만, 엄마가 벌인 사업이 완전 성공해서 지금은 엄마가 더 부자거든. 거기다 우리 아빠하고 본처 사이에 자식이 없어서 우리 오빠가 본처 양자로 입적됐고, 나쁘지 않아.”
“그러게. 나보단 나은 상황이네.”
“뭐?”
혼잣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아니. 너는 무슨 그런 말을 그렇게 쉽게 하냐고.”
“뭐 어때? 이게 무슨 비밀이라고. 암튼 고등학교 졸업하면 나도 대학은 영국 쪽으로 갈 거야. 지금은 엄마가 내 핑계 대고 여기 박혀 있는 거거든. 가기 전에 연애나 찐하게 하자.”
“내가 방금 여친 있다고….”
“알아. 그게 뭐? 귀족들도 다 정부 두고 그러는데. 대박으로 성공한 남자들 중 정부 없는 남자 거의 없잖아?”
“넌… 정신 개조를 좀 받아야겠다. 성공해도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들도 많거든?”
“진짜? 예를 들면?”
“…….”
“거봐, 없잖아. 아, 우리 프린스 ‘윌리엄 아서 필립 루이’ 씨가 있긴 하구나. 뭐, 근데 그 사람도 시간이 더 지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아주 악담을 해라. 찾아보면 생각보다 많을 거야. 지금 딱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뉘에, 뉘에. 암튼 생각 잘 해 봐. 난 너 마음에 드니까.”
뻔뻔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마친 아리아가 뒤돌아선다.
뒷짐을 진 채 일하는 모습들을 관찰하면서 서서히, 아쉽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면서.
라이언과 마커슨, 마크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린다.
나도 절레절레 흔들린다.
어떻게 저렇게 전생의 내 모습과 똑같은지.
나도 그때는 그랬지.
이 여자, 저 여자 만나는 거에 전혀 거리낌도, 죄의식도 느끼지 못했었다.
안타깝네.
저건 마음속 깊이 진짜 그런 거라고 믿고 사는 거라서 바꾸기 쉽지 않다.
죽었다 태어나 봐야 깨닫는 거라 딱히 구제할 방법도 없다.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엘리 사진과 동영상을 들여다봤다.
눈과 귀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우리 엘리는 언제 크나?
곧 탄생 100일이 다 되어 가는데.
무슨 선물을 줘야 할지 모르겠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얘도 정상은 아냐. 누가 보면 지가 아빤 줄.”
라이언이 다가와 휴대폰 속 동영상과 내 모습을 한 번 훑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데없는 말 소동과 아리아의 방해가 있었지만 어쨌든 우리는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새로 단장된 화단이 정말 마음에 쏙 든다며 아리아의 엄마는 팁을 두둑이 얹어 주었다.
기분이 좋은 밥 아저씨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에게도 떡고물을 던져 줬다.
자그마치 각자 300불이라는 거금이 떨어진 것이다.
역시 치료 중 최고는 금융치료….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암튼 하루의 고단함이 그대로 날아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라이언의 차 안에서 우리는 모두 웃었다.
그중에서도 마크의 입이 가장 벌어졌다.
나와 라이언은 주 2일 알바를 하고 있고, 마커슨은 평소 할머니가 조금씩 찔러 주는 용돈이 있다.
하지만 마크는… 정말 쥐꼬리만 한 용돈을 받으며 생활 중이다.
알바는 하기 싫단다.
고등학교 졸업하면 평생 해야 하는 게 일인데, 미리부터 몸을 고단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나 뭐라나.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우리 중 가장 가난하다.
“으하하, 이걸로 뭐하지? 어? 와, 나 이렇게 큰돈 처음 만져 보잖아.”
“마크, 저축해.”
“으으, 이 어린 꼰대 녀석.”
“우리가 다 저소득층이라 대학 학비는 면제받을 수 있겠지만 생활비는 달라. 조금씩 모아 둬야 대학 가서 좀 편하게….”
“으아악. 라이언, 집 언제 도착해?”
“들으면 살이 되고, 피가 된다. 마크, 잘 새겨들어.”
“라, 라이언, 너마저?”
“돈에 있어선 난 무조건 제이든 편이야. 돈은 많이 모아 둬야 해.”
“마, 마커슨? 니 생각은 어때?”
“글쎄. 지금 내 상황을 보면 Top 20에 속하는 대학엔 진학할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럼 기숙사비랑 식비, 책값에 생활비까지 다 나오겠지? 근데 마크 너는 우리보단 잘 살지만, 공부는 더 못하잖아. 만약 니가 Top 60위권의 주립이나 공립을 가게 되면… 1년에 못해도 2만 불은 내야 할 텐데. 그럼 돈을 모아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와. 마커슨, 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누가 널 이렇게 변하게 만든 거냐고!”
“난 요즘 매일매일 각성 중이라고. 너도 빨리 각성해, 더 늦기 전에.”
“허얼. 여긴 내 편이 없어. 제이콥, 매튜, 어디 간 거니이!!!”
“어우, 시끄러. 운전 방해되니까 입 좀 다물어 줘. 마크.”
현재 10학년인 마크.
결국 허공에 소리 없는 아우성을 뱉어 내다 입을 다문다.
삐친 건 아니겠지?
다 본인 잘되라고 하는 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