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99)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99화(99/280)
커리어(Career) 데이와 삽질 3
난 가난한 학생이다.
디베이트 클럽이든 목트라이얼(Mock―trial) 클럽이든 클럽을 하려면 적은 돈이라도 필요하다.
클럽 가입비만 해도 디베이트는 1년에 120불, 목트라이얼은 40불이다.
로컬 대회는 상관 없지만, 타 주로 가는 대회는 대회 참가 때마다 200불가량이 추가로 든다.
SS에서 1년에 한 번씩 주던 천 불짜리 스칼라쉽도 챔버로 넘어가면서 끊겼다.
엄마에게 1주일에 20불씩 용돈을 받고 있고, 삼촌도 간간이 주고, 숙모도 가끔 찔러 주는 걸 모아 생활하고 있다.
모아 둔 건 있지만 그건 비상용이다.
나중에 엘리 맛있는 거 사줘야 할 때가 되면 꺼내야 할지도.
아무튼 밥 아저씨의 말은 가난한 내게 꽤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덥석 물 순 없다.
제안이 왔으니 협상을 해야지.
“제가 일하는 시간 정해도 되면 생각해 보고요.”
“세상 어떤 미친 사장이 일꾼 시간에 맞춰 줘?”
“저 학생이에요. 공부해야 한다고요.”
“공부 잘 하냐?”
“네.”
“흠. 자신감은 좋네? 성적표 제출해 봐.”
“아직 고등학교 성적표는 안 나왔는데요? 중학교 성적은 지금까지 올 A였어요.”
“뭐? 3년 내내?”
“초등학교까지 치면 8년 내내요.”
“…그게 가능하냐?”
“하하. 밥. 걔가 그런 애야. 그 말 맞아. 내가 보장하지.”
옆에서 미스터 칼이 거든다.
홈베이스 선생님이니 내 성적은 이미 알고 있는 거다.
“큼. 좋아. 그럼 언제 일할 수 있는데?”
“평일 저녁이랑 디베이트 대회 없는 토요일이요. 일요일은 5시 이후요. 교회 갔다가 봉사활동 갔다 오면 그 때쯤 괜찮아요.”
“오케이. 어차피 운전도 못할 테니 남의 집 잔디를 깎으라 할 수도 없고….”
“아니에요. 이 동네면 어디든 자전거 타고 이동 가능해요. 그 집에 잔디 깎는 기계만 있으면요.”
“잔디 깎는 서비스는 우리가 직접 기계를 가져가서 깎아 주는 거야. 일단 주 2일, 물건 정리랑 청소부터 하자. 힘 써야 되는 일이 제법 많아. 수, 금.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어때?”
“네. 할 수 있어요.”
“흠. 원래 우리 회사는 월―금 10시부터 5시까지가 일과 시간이야. 네가 오는 건 일과 시간 후가 되는 거니까… 흠. 시급도 더 올려 줘야겠네. 이거 아무래도 괜히 말 꺼낸 거 같은데. 손해가 막심해.”
한번 튕겨 주시네.
이 난국에도 일손이 부족해 늘 사람을 찾는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열심히 할게요. 저 마음먹으면 진짜 잘해요.”
“풋. 그래. 기분이다. 시간당 20불.”
현재 이 동네 시간당 최저임금은 7.25불.
저쪽 캘리포니아는 15.5불이라던데, 우리는 아직도 7.25불이다.
대신 생활비나 집값도 다른 주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주민들도 다들 듣는 귀가 있기에 주법은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7.25불을 주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통은 12―13불로 시작한다.
아직 5.xx인 곳도 있다던데, 거기에 비하면 양반이지.
아무튼 아무리 힘쓰는 일이라고 해도 9학년에게 시간당 20불이면 진짜 센 거다.
일주일에 총 6시간 일하고 120불.
생활비를 충당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귀가 번쩍 뜨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저씨! 나는! 나도 일 시켜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왜 저 새끼한테만 말해에?”
한쪽에 퍼져있던 라이언이 발작한다.
“넌 안 돼. 그러다 또 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넌 몸 관리나 잘 해.”
“제이든도 아팠었대!”
“그래? 제이든 아팠었어? 어디가 아팠었는데? 언제?”
우리 상황을 지켜보던 알렉스가 튀어나왔다.
“뭐래? 내가 제이든을 킨더 때부터 봐 왔는데, 이 새끼 감기 한번 걸린 적이 없어. 완전 무쇠로 만든 몸이라고. 나도 그렇고. 밥 아저씨. 저도 일 잘해요. 제이든 만큼은 못하지만 짐 정도는 가뿐히 든다고요.”
“저. 저도요. 전 제이든만큼 할 수 있어요. 제 팔 근육 좀 보세요.”
“전 감독 잘할 수 있어요! 전 시간당 10불만 줘도 돼요.”
그렇지.
이런 기회를 날려 버릴 놈들이 아니지.
알렉스가 말을 꺼내자마자 마커슨이 튀어나오고, 오디가 거든다.
“으하하. 그래? 일단 니들은 제이든 하는 거 보고 생각해 보지.”
“야. 너 나한테 거짓말했냐? 아까 분명 심장 쪽이 아팠었다고 했잖아!”
“라이언. 넌 입이 새털이냐?”
“…….”
“맞아. 킨더 들어가기 전에 아팠었어. 한 3개월 병원에 있었고.”
“뭐? 진짜?”
“지금은 괜찮아? 아직도 아프고 그런데 괜찮은 척 하는 거야?”
“우리 캡틴이 아팠었어?”
.
.
.
난리가 났네.
공부방 놈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다들 튀어나와 나를 여기저기 더듬는다.
어깨를 흔들어 대고, 가슴팍을…
정확히 말하면 이 몸의 원래 주인이었던 제이든이 아팠던 건데.
킨더 들어가기 전이었으니 아는 놈이 없는 게 맞는 건데.
완전 까먹고 있다가 라이언이 아팠단 소리에 괜히 말 보탰다가 사달이 났다.
마크네 아빠는 이미 엄마와 통화 중이다.
“아우. 그만들 좀 해. 괜찮아. 킨더 들어가기 전에 한 3개월 심장 쪽 문제로 병원 신세를 졌었어. 지금은 완전 멀쩡하다고. 알렉스 말대로 킨더 이후로 감기 한 번 걸린 적 없는 튼튼한 몸 보유 중이시잖아.”
크리스틴이 나를 꼭 껴안으며 어깨를 다독여준다.
“그랬구나. 그랬어. 그래서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애늙은이였어.”
“우리 캡틴. 잔소리 대마왕인게 다 이유가 있었어. 죽다 살아나서 그런 거였어. 흑.”
“제이든. 니 말 더 잘 들을게. 흑흑.”
“난 그것도 모르고. 한 번도 안 아파서 재수 없다고만 생각했는데. 흑.”
.
.
.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어느 순간 내 몸은 공부방 놈들과 한 뭉텅이가 되었다.
“이만들 떨어지시지. 삽질하느라 온몸이 땀범벅인데?”
“아. 어디서 냄새가 난다 했다. 난 또 마커슨인 줄 알았네?”
“헐. 갑자기 남의 머리채는 왜 잡아?”
“웩. 내 옷에 흙 묻었어. 이거 어쩔 거야!”
“그게 내 잘못이냐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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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대화가 늘 그렇지 뭐.
그 와중에 마크의 아빠와 선생님들이 와서 어깨를 두드려 준다.
지난 일이라고. 지난 일.
“그래서 지금은 완치됐고?”
“네. 10년째 말짱해요.”
“나도오. 나도 말짱하다고오. 나 13불만 받을게. 어? 밥 삼초온. 나도 일 시켜 달라고오.”
“하. 고놈 참. 아직도 안 끝났냐? 너 풋볼 주전 자리는 어떡하고?”
“그거 없을 때 하겠다고. 매번 하겠다는 거 아냐. 진짜 시간 될 때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 줘요.”
“오케이. 대신 제이든이 있을 때만이다. 혼자서는 안 돼.”
“아싸아!”
“캡틴. 잘해서 새끼 쳐라. 꼬옥.”
“오냐.”
라이언은 좋다고 방방 뛰고, 공부방 놈들은 당부를 잊지 않는다.
지금 라이언이 간과하고 있는 건 내 시간에 본인 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건데.
그것도 나보다 7불이나 덜 받고.
생각보다 단순한 놈인 거 같다.
저거 사람 만들어보는 것도 나름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졸지에 직업이 생겼다.
신난다.
상으로 받은 머치는 마크네 아버지 차로 배달되었다.
우리 집 야드는 넓지 않아서 엄마가 2포대를 하고, 삼촌에게 2포대를 나눠주고, 배달료로 마크네에 1포대를 주었다.
그렇게 모두가 신난 날이었다.
* * *
다음 날도 우리는 커리어데이 행사장에 출몰했다.
점심시간 시작과 동시에 매튜에게 다녀온 후 제과제빵 쪽을 둘러보고, 이곳저곳 다니며 행사 경품들을 챙겼다.
제법 쏠쏠하다.
오늘은 알렉스와 오디, 마커슨까지 우르르 몰려다녔다.
일주일에 딱 하루, 목요일은 우리의 점심시간이 같다.
“저긴 뭔데 여자애들이 저렇게 많아?”
“그 뭐냐. 손톱에 색칠하는 거… 아. 네일아트. 암튼 그 쪽이래. 매니큐어인가 뭔가 나눠 준다고 다들 줄 서 있어.”
“우리 엘리….”
“시끄러. 엘리 크려면 멀었다고. 11학년 때 와서 받아 가면 돼.”
“아. 그러면 되겠네.”
“사 줘라. 사 줘. 그거 얼마 안 한다.”
“공짜로 받을 수 있는데 뭐 하러 사? 그때 다 같이 가서 받아오자. 커리어데이가 1년에 2번 있으니까 우리가 다 같이 받아오면 그것만 해도 8개다. 와. 넘친다 넘쳐.”
“난 가끔 오디가 무서워. 있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나 ‘Bob’s Yard’ 부스에 가 볼게. 그래도 인사는 해야지.”
“그래그래. 다 같이 가자. 어제 고기도 잘 얻어먹었는데.”
“그치. 계속 얼굴 도장 찍어야지.”
“그런 거 아니거든?”
“너 말고 나. 난 꼭 거기 취직할거야. 재밌을 거 같아.”
“마커슨. 너 프로그래머 한다고 안했어? 그냥 힘쓰는 일 하기로 한 거야?”
“대통령 되겠다는 캡틴도 하잖아!”
“어우. 쓰읍. 그 말은 좀 넣어 두지? 그냥 해 본 말이었어. 누가 들을까 겁난다야.”
“우헤헤. 그건 그래. 아무리 캡틴이라도. 그치?”
.
.
.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갈구며 밥 아저씨의 부스로 향했다.
라이언이 다리를 꼬고 앉아 나를 노려본다.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하. 참. 야! 제이든.”
“왜?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이미 대답했잖아. 엘리는 내가 사랑하는 여자라고. 더 이상 여자 문제로 시비 안 건다며?”
“그거 말고! 넌 어떻게 직원이 돼서 자기 회사 부스를 나 몰라라 하는 건데? 나처럼 점심시간 되자마자 튀어 와서 앉아 있었어야지. 그 잘난 낯짝으로 회사 홍보도 좀 하고. 뭐. 내 덕에 오늘 여자 애들도 좀 왔더만.”
“…….”
어째 중간이 없는 녀석이다.
무시하자.
“아저씨는?”
“사장님이지, 이제.”
“그래. 사장님은?”
“오늘 다운타운에 있는 회사랑 무슨 계약한다고 안 왔어.”
“그럼 너만 있어?”
“아니. 난 학생인데 어떻게 계속 있어? 공강 있는 12학년도 아니고. 디렉터 아저씨 화장실 갔어. 내가 대신 봐주는 거고.”
“그래. 그럼 수고.”
“야!”
“왜?”
“어딜 가? 너 여기 직원이잖아. 자리 좀 지키라고.”
“내 업무시간은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야. 넌 그 시간에 올 거면 오고, 말 거면 말면 되는 거고. 오케이?”
“…….”
라이언의 페이스에 말릴 순 없지.
풋볼 선수가 되겠다는 녀석이 왜 저렇게 저 회사에 목을 메는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시간 되면 물어봐야지.
커리어데이 행사에서 얻을 건 다 얻었다.
3월쯤에 한 번 더 있다던데.
그때는 발등에 불 떨어진 12학년들이 거의 다 나오기 때문에 9학년 따리들은 짜그라져 있어야 한다고 했다.
좀 일찍일찍 얼굴 비추고 하면 나처럼 일자리도 생기고 좀 좋아.
공부방 놈들 중 제일 나이가 많은 제이콥은 이 기간 동안 얼굴 한번을 안 비췄다.
괜히 와서 잘나가는 업체들 보다보면 대학에 가려는 마음이 없어질 것 같단다.
이해한다.
* * *
일요일 오후.
널싱홈에 전염병이 돌아서 지난 두 달 동안 봉사를 하지 못했다.
워낙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는 사람들만 있다 보니 작은 전염병이라도 돌기 시작하면 곧바로 외부인 방문이 폐쇄된다.
두 달 사이 벌써 6명이나 죽었다고.
그래서 오늘이 고등학생이 되고는 처음으로 봉사하러 가는 날이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모두 들떠 있었다.
9월이 시작되었지만 아직은 반팔을 입고 다니는 때다.
헤나는 춥다고 카디건을 꼭 챙기지만.
“미스터 커나스는 괜찮으시겠지? 캡틴. 뭐 연락받은 거 없어?”
“어. 원장님 말로는 오른쪽 병동은 괜찮다고 했었어. 왼쪽 날개 병동 쪽이 문제라고.”
“다행이다.”
“그러게. 미스터 커나스.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
“같은 마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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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악기들을 들고 널싱홈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