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704)
“혹시… 재료라면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 여기 남은 재료들을 정리해둔 글이 있는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네. 한번 봐볼게요.”
이후 GM이 수첩을 건네자 손을 들었던 리리스 마로네가 이를 넘겨 받아 한참을 읽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이러면 재료는 걱정 안 해도 되겠는데요?”
“예? 그게 정말입니까?”
“네. 마법진이 파손된 걸 미리 알고 있어서 나올 때 가능한 많이 챙겨서 나왔거든요. 적힌 항목들 중에 유일하게 없는 게 폼푸라의 포자인데…….
마력안정화 성질 때문에 포자가 필요하신 거라면, 라피온의 바람 결정으로 대체할 수 있잖아요?”
“예, 예! 맞습니다! 바람 결정이면 됩니다!”
오호라, 이건 예상 못했는데.들어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마법진 복구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문제는…….‘어떻게 해야 하지?’선택지가 늘었을 뿐, 무엇을 택해야 할지 결정이 쉽지가 않다.
그야 도시라고 해서 안전하게 느껴지진 않거든.이백호가 한시라도 빨리 도시로 돌아가려고 왜 노력한 건지 나는 그 이유를 아니까.
[노아르크 쪽에서 하고 있는 준비만 끝나면, 황도 카르논으로 진격해 라프도니아 왕을 죽일 거예요.]이백호가 도시에 있든 없든, 무언가 ‘이벤트’는 발생할 것이다.‘아홉 달도 더 전에 1년 뒤라고 했으니…….’
지금부터는 한 3개월 정도 남았으려나?아무튼, 그러한 것들 때문에 막상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도시로 간다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그렇다고 여기 남아 있는 것도 꺼려진단 말이지.’어느 면에서 성벽 바깥은 도시보다도 더 위험하게 느껴진다.
노아르크 측에서 손도 쓰지 못하고 수천 명을 잃을 만큼 위험한 괴물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성벽 밖에 있을 것인가.
아니면 도시로 들어갈 것인가.결국 이 두 선택지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단 건데…….
“하벨리온, 마법진 복구 작업을 바로 시작하면 얼마나 걸리지?”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자연 복구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이기도 한지라.”
“정확한 시기를 말해라.”
“일주일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바로 시작해라. 베르실이나 마로네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움을 청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마법진 복구 작업은 바로 시작하도록 지시했다.도시로 향하든 성벽 바깥에 남든, 일단 마법진은 고쳐두는 게 옳다는 판단.
“그럼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 할 테니, 다들 자유롭게 쉬어라!”
예상보다 이르긴 했지만, 서둘러 회의를 끝냈다.그도 그럴 게, 이미 선택지가 두 개로 좁혀졌잖아?
어느 것을 고를지 선택하기 전에 최우선적으로 대화를 나눠봐야 할 사람이 있었다.
“스벤 파라브.”
레아틀라스교 출신 성기사이자, 고블린 가면.
“예……?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내가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자마자 습관처럼 자기 변호부터 하는 녀석.이 모습을 보면 대체 뭐 하는 놈인가도 싶지만…….
놀랍게도 이 녀석에게는 아주 유니크한 특기가 하나 있다.
“탓하려고 온 게 아니니 걱정 마라.”
“그러면… 혹시 ‘그것’ 때문입니까?”
“그래. 혹시 그 ‘감각’은 아직인가?”
스벤 파라브에겐 ‘예지력’에 가까운 ‘직감 능력’이 있다.물론 무조건적인 직감 능력은 아니다.
본인이 겪는 ‘미래의 위기’에 한해, 이 녀석은 신기에 가까울 만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하면, 이번에는 어떨까.
“그…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발동하지 않아서…….”
“…그런가.”
“혹시 뭔가 그런 기분이 들면 바로 달려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선택을 하는 데 있어 직감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단 것에 아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아직은…….’
그래, 적어도 아직은 아닌 거구나.그 기록에 적힌 일들이 벌어질 때가.***
하루, 이틀, 사흘, 나흘…….시간은 빠르게 흘러 그날로부터 딱 7일 차가 되는 날.
“전부 끝났습니다. 이제 마법진만 활성화하면 당장이라도 도시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GM으로부터 마법진 복구가 끝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참고로 그 소식을 전하는 GM의 표정은 몹시나 격앙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돌아갈 수 있게 됐단 사실에 감격하는 듯한데…….
“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방금 들은 대로다. 우리는 바로 도시로 돌아가지 않는다.”
“……예?”
은둔형 외톨이처럼 지내던 GM을 성벽 밖으로 끌어낸 장본인으로서 미안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지만.그래도 어쩔 수 없다.
“돌아가지 않으신다면… 어쩌시려는 겁니까?”
“이곳에서 계속 대기한다.”
“이유를 들을 수 있을는지요?”
“아직은 말할 수 없다. 좀 더 확실해지면 답해주지.”
나는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그대로 ‘대기’ 상태를 이어나갔다.하루, 이틀, 사흘…….일주일, 이 주일, 삼 주일……정말이지 그 무엇도 하지 않고 ‘대기’만 할 뿐인 지루한 시간.
하나 내게는 그 시간들이 폭풍전야처럼 느껴졌다.스벤 파라브 만큼 정확하진 않을지라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두근-당장 내일이라도.솨아아아아아아아-!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한 기분.그런 상태로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째에 이르렀을 때쯤.
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잔잔하게 불어오던 바람이 돌연 거칠어진다.또한 그와 동시에 하늘이 어두워지고.후우우우우웅-!
종말의 날이 다가온 것처럼 먹구름이 뭉쳐지며 거대한 구름을 형성한다.
“비, 비라도 내리려나 보구려?”
“…그런 게 아닌 것 같습니다마는…….”
“혹시 저 기후 변화에 대해 아는 분 있나요?”
그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주변. 나는 막사 밖으로 나온 단원들 사이로 한 명을 찾았다.스벤 파라브.
녀석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막사를 열고 들어가 보니, 감기라도 걸린 사람처럼 이불을 뒤집어 쓰고 발발 떨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나, 남작님…….”
마침내 스벤 파라브의 ‘직감’이 발동했다.다만, 문제는…….
“여, 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 아니… 여기서 벗어나면 어디로……? 도, 도망칠 곳이 없는데……?”
이 녀석이 이렇게 멘탈이 나간 모습을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인 거 같다.
“진정하고, 말해라.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게 무슨 뜻이냐?”
“주, 죽을 겁니다! 여기 있어도……! 여기서 떠나 도시로 향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