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705)
너무 정신없는 상태에서 하는 말이었으나, 그래도 요지는 간단했다.성벽 바깥이든.성벽 안이든.어디를 가든 위험하다 이거구나.
쉽게 말해, 온 사방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두근-!대체 뭐가 터지려는 걸까.아니,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대체 나보고 뭘 어떻게 하라는 걸까.답답한 마음에 속에서부터 울분이 치솟아오르는 한편으로.
“그래…….”
순순히 순응하는 나 자신이 있다.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애초에 이런 식으로 피하는 건 불가능했단 거다.성벽 바깥에서 대기할 만큼 대기하다가, 만약 그 전에 계층군주가 나오면 도시로 넘어가고, 나오지 않으면 그냥 밖에서 존버를 할 생각이었건만.
그런 식으로 피해갈 수 있는 폭풍이 아니었던 거다.
“아, 아……! 아……!”
바들바들 떠는 걸 넘어 경기를 일으키기 시작한 스벤 파라브를 보며 나는 조용히 각오를 다잡았다.
“얀델……!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다! 나와봐라!”
폭풍이든, 벼락이든, 물난리든.그 외에 내가 상상도 못할 온갖 개지랄이든.
“밖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 파라브 씨! 괘, 괜찮으세요?”
올 테면 오라고 해라.꽈악.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단장! 지시를……!”
이윽고 나를 찾아 막사까지 들어와 지시를 요구하는 카이슬란.
“스벤 파라브를 부탁하지. 아무래도 혼자 이동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듯하니.”
“알겠소이다.”
이내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떠날 채비를 전부 끝내고서 대기 중인 단원들이 보인다.
“에밀리, 현재 알아낸 것은?”
“거대한 마력 반응이 저 너머에서 관측되고 있다. 마력 파장 자체는 마물들과 동일하다고 하는데, 확신을 하진 못하겠더군.”
“어째서?”
“마물이라고 하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거대해서. 1등급 마물조차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군.”
“그렇군…….”
“이쪽을 향해 빠르게 접근 중이라 하니, 서둘러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
나는 내 결정을 기다리며 대기 중인 단원들을 쓱 둘러보았다.늘 느끼지만, 이 순간이 가장 부담스럽고 거북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이며 그릇된 선택인지.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두근-그럼에도 나는 결정을 해야만 하니까.
그리고 그 결정으로 인해 날 따르는 이들의 운명이 정해지니까.
“…우선 동굴 안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포탈을 활성화한 뒤, 언제든 도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결정을 끝마친 즉시, 클랜원 전원이 신속하게 이동 대열을 구축하며 동굴 안을 내달렸다.타다다닷-!빠른 이동속도 만큼이나 금세 좁혀지는 거리.
머지않아 복원이 끝난 귀환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냈고, 내 지시를 받은 GM이 신속하게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3분.’미리 준비를 다 해뒀기에 포탈이 열리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3분 안팎으로 짧았다.하지만…….솨아아아아아아-!
이 3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걸까.
“다가오는 속도가 빠, 빨라졌어요!”
군영지 주변에 마력 감지 레이더를 쫙 깔아둔 리리스 마로네가 다급하게 소리치고.
“…….”
“…….”
수많은 역경을 넘어서며 생존 본능이 극으로 발달한 최정예 탐험가들은 표정을 굳힌 채 언제라도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한다.
그리고 억겁과도 같은 1초가 몇 번이나 반복됐을까.
“다 됐습니다……!”
마침내 빛을 뿜어내던 마법진 앞으로 세찬 광채의 포탈이 열린 순간.
“왔다…….”
동굴에 있던 누군가가 한 마디를 중얼거렸고,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모두가 숨 죽인 채 정면을 바라보고서 귀기울이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무언가가 바닥을 긁는 소리.철퍽, 철퍽…….질척이는 걸음 소리.끼이이이이이이이—왠지 모르게 누군가의 비명처럼 들리는 바람 소리.
“시야.”
짧게 오더를 내린 즉시, 옆에 있던 베르실이 빛 구체 마법을 활성화하며 어두운 통로 저편을 쭉 비췄고, 그 덕분에 우리는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양발에 채워진 족쇄에서 나는 소리였다.철퍽, 철퍽…….질척한 발소리가 아니라, 수없이 꿈뻑이는 눈알에서 난 소리였으며.
끼이이이이이익-녀석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주위로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은 영혼들이 휘몰아치고 있었다.또한…….
“……얀델, 저놈과 싸워선 안 된다.”
마물의 위험 정도를 알 수 있는 [위기감지]를 지닌 아멜리아의 조언이 아니더라도.
“아, 아……! 아아……! 아아악……!!!”
얼굴이 새하얗게 변한 채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스벤 파르브가 아니어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이놈이 바로 ‘그 괴물’이라는 걸.그리고…….
두근두근두근두근-!저놈은 위험하다고.지금까지 싸웠던 그 어떠한 적들보다도 더.
“하…….”
그래도 덕분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주저함을 집어 던질 수 있었다.도시로 돌아가지 말고 이놈이랑 싸워볼까도 싶었건만.그건 깔끔하게 포기.
“전원 포탈을 타고 도시로 귀환한다!”
내 외침이 떨어짐과 동시에 포탈 가장 앞에 있던 GM이 먼저 포탈 안으로 들어섰고, 그후로도 한 명씩 빠르게 포탈로 들어갔다.
“따라오는 거 맞지……?”
불안한 눈빛의 미샤.
“아저씨, 전 아저씨랑 같이 갈래요.”
억지를 부리는 에르웬.
“비요른……! 그냥 싸워보면 안 되냐? 잡으면 뭔가 귀한 걸 줄지도 모르는데…….”
아직 사태 파악 못 한 아이나르까지.
“뭣들 하나! 얼른 포탈을 타지 않고!”
이윽고 화난 기색으로 소리치자 에르웬과 아이나르가 화들짝 놀라며 포탈로 향한다.다만 문제는…….
[캬아아아아아아아아악—!!!]내 외침 소리가 ‘저놈’을 자극했을까.멀리서부터 걸어오던 녀석이 급작스럽게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한다.한데 그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아아……! 시, 싫습니다! 싫어요! 싫다고……!”
포탈 앞에서 공황장애라도 온 듯이 난동을 부리기 시작한 스벤 파라브.
“저, 저기로 가면 죽는다고! 나, 난 안 갈 거야……!”
“뭐라는 겐가! 그럼 여기 혼자 남기라도 하겠다고?”
“아아……! 아아! 아아악!!”
“젠장! 무슨 힘이……!”
아무리 카이슬란이라도 성기사 출신인 스벤 파라브를 강제로 이끌고 나가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됐다, 카이슬란! 넌 먼저 떠나라!”
“하지만……!”
“저놈은 내가 챙겨서 갈 테니 걱정 말고.”
따라서 카이슬란을 먼저 내보내고 스벤 파라브를 인도받았다.그리고 쓱 뒤를 확인해보니…….
이윽고 남은 시간을 얼추 확인한 나는 녀석의 턱주가리를 잡아 고정해 강제로 내 눈을 보게끔 만들었다.그리고…….
“징징대는 건 그만해라. 가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에?”
“다 들었으면 얼른 들어가라.”
거, 한시가 급한 상황에 바바리안 귀찮게 하고 있어.
“아! 아아악!!”
이내 그 말을 끝으로 스벤 파라브를 휙 들어서 포탈 안으로 집어 던졌다.‘그럼 나만 남은 건가.’이로써 이제 나만 포탈을 타고 넘어가면 끝.
그래도 다행히 마지막에 와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단지…….타닷-!점프 하듯 포탈 안으로 몸을 내던지며 생각했다.
아니, 땅의 마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당신은 그곳에서 더 힘들고 슬픈 일을 겪게 될 거예요.][그래도 돌아가고 싶어요?]
그 질문에 대한 내 대답은 지금도 같다.‘그래.’이제 낯설 것도 없잖아?「캐릭터가 라프도니아로 이동합니다.」가보자.폭풍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