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state Developer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외전 : 8년 후 (2)
“……우웅?”
왕녀 샤를로트 프론테라 마젠타노.
여섯 살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샤를로트의 잠이 덜 깬 눈길이 허공을 기웃거렸다.
그 시선이 향하는 곳.
그곳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라 있었다.
“환상종 랜덤 뽑기?”
처음 접하는 말이었다.
의아했다.
어릴 때부터.
아기 때부터.
눈앞에 종종 괴상한 글자나 소리가 떠오른 적은 많았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얻었다거나.
그래서 RP를 얻었다거나.
주로 그런 언급들이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았더랬다.
세상엔 신기하고 놀 것이 훨씬 많았으니까.
눈앞에 떠오르는 저런 거, 남들도 다 겪을 거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환상종?”
샤를로트의 눈에서 졸음이 달아났다.
쉬야 마려워서 깬 것이 언제였냐는 듯.
금세 초롱초롱한 눈이 되어 메시지를 살폈다.
[랜덤 뽑기를 실행하시겠습니까?] [YES / NO]아이는 홀린 듯이 ‘YES’를 선택했다.
그 선택지 외에는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이 쌓아 둔 RP가 얼마인지.
랜덤 뽑기에 얼마의 RP가 필요한지.
그런 건 아이에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았다.
곧, 선택의 결과가 돌아왔다.
딩동!
[환상종 랜덤 뽑기를 실행합니다.]안내문과 함께 50 RP가 소모되었다.
동시에 다섯 발짝 앞쪽, 침실 바닥에서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파아앗……!
양탄자 위로 창백한 빛이 새겨졌다.
새겨진 빛이 복잡한 도형을 그렸다.
마법진이 신기한 기운을 뿌려 댔다.
‘우, 우와.’
샤를로트는 작은 입을 쩍 벌렸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보고 있자니 가슴이 쉴 새 없이 콩닥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마법진에서 뭔가가 나왔다.
파치직!
가벼운 스파크와 함께 마법진 속에서 뭔가가 솟구쳤다.
이쪽으로 날아와 품에 포롱 안겼다.
“루룽!”
“……와?”
작고 동글동글한 궁디.
상대적으로 커다란 뒷발.
아담해서 딱 좋은 팔과 손.
통통한 꼬리와 까만 눈망울 댕글댕글한 얼굴.
배에는 앙증맞은 주머니까지.
그러니까 이건…….
“아가 캥거루?”
“루룽!”
“정말로 맞아?”
“루루룽! 루룽!”
“……세상에 처음 나와서 기분 좋다구?”
“루룽!”
“웅, 나도 반가워!”
품속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는 작고 귀여운 아기 캥거루.
그 모습에 샤를로트는 금방 친밀감을 느꼈다.
동시에 벅찬 행복감 또한 느꼈다.
자신이 해냈다고.
아빠처럼 환상종을 불러냈다고.
드디어 자신만의 환상종, 첫 친구가 생긴 거라고.
“히힛. 꺄아아.”
너무나 좋아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품속의 아기 캥거루, 루룽이도 더욱 해맑게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샤를로트는 루룽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에, 너 있쟈나아.”
“루룽?”
“엄마는? 너 혼자 왔져?”
“루룽! 루루룽!”
“원래 없져?”
“루루룽!”
“엄마 안 보고 싶어?”
“루룽!”
“내가 친구이고 엄마이고 가족이라고?”
“룽!”
루룽이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루룽!”
“……웅?”
루룽이가 이쪽을 향해 내미는 물건.
그건 꼬깃꼬깃 접힌 작은 쪽지였다.
“이거 나 주는 거야?”
“루룽!”
“펼쳐 보라고?”
“룽!”
“……우움.”
쪽지를 받아 펼쳐 보았다.
깨알같이 새겨진 글귀가 보였다.
다행히 샤를로트는 왕녀답게 이미 글자 읽기를 할 줄 알았다.
“우우움, 그러니까 이거, 루룽이 사용설명서?”
“루룽!”
어서 읽어보라는 듯이.
루룽이가 눈망울을 반짝거렸다.
샤를로트의 야물딱진 눈길이 쪽지로 향했다.
[루룽이 사용설명서] [루룽이는 귀여운 캥거루입니다. 사랑으로 보살펴 주세요.] [루룽이는 소환자인 당신에게 절대적인 충성을 바칩니다. 환상종은 평생의 반려동물이자 또 하나의 가족입니다. 함부로 유기하지 말아 주세요.] [루룽이는 함께 동봉된 두 가지 종류의 해바라기씨를 먹음으로써 덩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빨간 해바라기씨 : 루룽이를 거대하게 만들어줍니다. 거대화 최대 유지 시간 = 12시간] [파란 해바라기씨 : 루룽이를 아담하게 만들어줍니다. 거대화 최대 유지 시간을 초과하기 전에 먹여 주세요. 거대화 상대에서 파란 해바라기씨를 먹지 않고 12시간을 넘기면 루룽이가 저절로 아담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대신 탈진 상태에 빠져 24시간 내에는 다시 거대화가 불가능해집니다.] [2색 해바라기씨 세트 구매 비용은 1 RP입니다.] [루룽이는 거대화 상태에서 다양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대도약 (Lv. 1)] [파워 허그 (Lv. 1)] [양발 차기 (Lv. 1)] [회복의 육아주머니 제공 (Lv. 1)]‘우와아…….’
샤를로트는 감탄했다.
스킬이니 뭐니,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굉장히 있어 보인다는 건 확실히 느껴졌다.
‘그럼 이건?’
아이는 쪽지와 함께 동봉된 봉투를 열어 보았다.
봉투 안에는 빨갛고 파란 해바라기씨가 각각 10개씩 들어 있었다.
그 색깔과 무늬도 참 신기했다.
절로 손이 갔다.
“우움, 옴뇸뇸. 이입, 풰풰.”
……맛은 별로 없었다.
샤를로트는 입가를 닦아내며 루룽이를 바라보았다.
“루룽아?”
“루룽?”
“그러엄 너어, 이거 먹으면 커지는 거야?”
“루룽!”
“진짜로? 얼마나?”
“루루룽!”
“완전 크게?”
“루룽!”
루룽이가 앙증맞은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엄청나게 자랑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와아.”
정말로 많이 커지나 보다.
‘뽀동이 삼촌만큼 커질까?’
그 정도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를로트는 빨간 해바라기씨를 집었다.
“그럼 루룽아, 루룽아. 이거 한번 먹어 볼래?”
“루룽! 루루룽!”
“나 물러서라고?”
“루룽!”
“몇 발짝?”
“루루룽!”
“죠기까지?”
“룽!”
해바라기씨를 건넨 샤를로트는 루룽이가 가리키는 곳까지 뽀르르 달려갔다.
두근두근 조마조마 콩닥콩닥한 기분으로 루룽이를 보았다.
그 사이, 루룽이가 빨간 해바라기씨를 먹었다.
“룽! 옴뇸뇸.”
그리고…….
뚜앙-!
커졌다.
무려 12미터 크기로.
‘우, 우와아!’
루룽이가 확 커지는 통에 박살 나서 내려앉는 바닥.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궁둥짝에 밀려나서 부서지는 침대.
불쑥 치솟은 머리와 어깨에 뽀각 으스러지는 천장까지.
그 와중에 실내 가구들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었다.
콰당탕! 콰득! 푸칵!
왕실의 역대 왕녀들이 대물림하며 사용했던 유서 깊은 어린이용 테이블이 한 큐에 박살 났다. 흔들의자도, 방방 뛰기 좋은 폭신한 소파도, 끙차끙차 그림 그리는 화구를 넣어 둔 진열장도, 은촛대와 샹들리에도, 전부 예외가 없었다.
말 그대로 왕녀의 침실이 순식간에 파괴와 재난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샤를로트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각종 집기와 나뭇조각 파편이 날아들기 전에.
이미 루룽이의 커다래진 두 손이 아이를 감싸 준 덕분이었다.
“우와! 우와아!”
샤를로트의 눈망울이 더없이 반짝거렸다.
어느새 고사리 같은 손에는 파란 해바라기씨가 들려 있었다.
“그럼 이거도! 이거도!”
“루룽!”
12미터 근육질 사이즈로 변신한 루룽이가 커다란 입을 벌렸다.
앙증맞은 파란 해바라기씨가 입안으로 쏙 던져졌다.
“루루룽! 옴뇸뇸!”
그 효과도 금방 드러났다.
퐁!
거대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이번에는 다시 10센티 남짓한 아담한 아기 캥거루로 돌아왔다.
샤를로트의 얼굴이 잔뜩 상기되었다.
이미 박살 날 대로 박살 난 침실의 모습은 여섯 살 아이의 눈엔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럼 또 이거!”
이번에는 다시 빨간 해바라기씨였다.
“루루룽! 옴뇸뇸.”
뚜와앙-!
다시금 12미터로 커지며 온갖 집기가 푸캉.
유서 깊은 수많은 물건들이 수난을 겪었다.
물론 왕녀의 침실문을 지키던 근위병들도 난리가 났다.
아니, 사실 그들은 아까 루룽이가 처음 거대화되었던 때부터 난리가 나 있었다.
“왕녀님! 왕녀니임! 무사하십니까아!”
“부디 대답해 주소서, 왕녀님!”
“그으윽! 문이 안 열려!”
“밀어! 더!”
하필이면 박살 난 초대형 침대와 각종 집기가 출입문을 막아 버렸다.
그 너머에서 다급해진 근위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부숴!”
콱! 콰직! 콰작!
문과 쌓인 집기를 검으로 치고 부수는 소리.
전원 중급 소드 익스퍼트 이상인 고급 병력들이었다.
그들의 분전(?) 앞에 문짝과 집기가 순식간에 해체되고 으스러졌다.
그만큼 샤를로트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나 큰일 났져.”
문을 부수며 들어오는 근위병 아저씨들.
그제야 재난 현장을 방불케 하는 침실의 모습이 아이의 눈에 들어왔다.
“루룽아, 나 어떡해? 혼날 거 같아.”
“루루룽?”
“혹시 나 데리고 도망칠 수 있져?”
“루룽!”
거대해진 루룽이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도망칠 수 있느냐면, 물론이다.
아니, 그쯤은 식은 죽 먹기다.
“루루룽! 루룽!”
루룽이의 큼직한 손이 아이를 조심스레 감싸들었다.
아이를 자신의 배에 있는 육아주머니로 넣었다.
폭신.
샤를로트의 전신이 육아주머니 안으로 쏙.
보드라운 감촉과 메시지가 오감을 간질였다.
딩동.
[당신은 거대화한 루룽이의 육아주머니로 들어왔습니다.] [루룽이 보유 스킬, ‘회복의 육아주머니 제공’의 조건이 갖추어졌습니다.] [스킬이 자동으로 발동됩니다.] [회복의 육아주머니 제공] [당신은 루룽이의 육아주머니 안에 있는 동안 대부분의 부상과 피로를 평상시보다 20배 빠르게 효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육아주머니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으로 안락한 수면을 보장합니다. 이 육아주머니는 소드마스터 증후군을 지닌 중증 불면증 환자에게도 매우 유용한 잠자리가 되어줄 것입니다.]투확-!
샤를로트가 새로운 메시지를 읽는 사이.
루룽이가 바닥을 박찼다.
박살 나서 흩어지는 파편 사이로.
거대 수각류 육식공룡의 덩치에 육박하는 12미터 근육질 캥거루가 침실 외벽을 뚫었다. 5층 벽을 뚫고 나와 허공을 가로질렀다.
덕분에 왕실 정원을 순찰하던 근위대원들은 평생 안줏거리가 될 만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쿠와앙-!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파워풀한 착지!
곧바로 더욱 커다란 땅울림과 함께 재도약!
투콰아앙-!
“뭐, 뭐야, 저건!”
“왕녀님이! 납치당하셨다아!”
“막아! 잡아!”
“그, 어딜! 잡으라는 말씀! 이신! 끄힣!”
고즈넉하고 우아한, 아니, 그래야 할 왕실 정원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정원 곳곳을 뜀박질하는 12미터 사이즈의 캥거루와.
그때마다 뽑히는 나무뿌리 및 바위의 굉음과.
그 뒤를 추격하는 근위대의 다급한 외침과.
그들이 넘어지고 구르는 소리가.
사방에서 요란하게 울려 펴졌다.
침실에서 꼬옥 끌어안고서 단잠을 즐기던 로이드와 국왕 알리시아 부부도 깜짝 놀라서 깨어났다.
“이게 무슨 소란이지?”
국왕 알리시아가 어처구니가 없는 기색으로 창밖을 보았다.
어처구니가 없는 건 로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어, 음, 그러니까 저거…… 환상종 같습니다?”
“환상종? 뽀동 경이나 방울 경 같은?”
“예.”
“그걸 어떻게 알지?”
“방금 저 거대 캥거루가 루룽, 하고 외쳤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그 외침을 알아들을 수 있었으니까요.”
“저 캥거루가? 뭐라고 했기에?”
“……어, 그러니까.”
“말해. 어서.”
“새 주인이랑 노니까 신난다…… 우리 주인 샤를로트 완전 좋아…… 라고…….”
“…….”
“그러니까, 으음, 결론을 내리자면…….”
“저 캥거루, 우리 애가 소환한 거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혹시, 열 있어?”
“아닙니다?”
“아니면 나 몰래 술 마셨어?”
“그것도 아닙니다?”
“어쨌건, 우리 애가 위험한 건 아닌 셈이네?”
“대신 근위대가 위험해진 것 같습니다?”
“…….”
로이드와 알리시아.
부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정원을 내려다보았다.
곳곳에 뽑힌 나무와 바위.
그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니는 거대 캥거루.
캥거루의 육아주머니에서 빼꼼 고개를 내민 딸의 얼굴.
난리 통에 개미떼처럼 우왕좌왕하는 근위대 병사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쯤에서 말려야겠다.
눈빛을 교환한 부부는 빛의 속도로 잠옷을 홀라당 내던지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급하니까 안겨.”
“옙.”
알리시아의 명령에 로이드가 찰싸닥 몸을 맡겼다.
국왕 알리시아가 남편을 공주님 안듯 두 팔로 안고서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파아앗……! 타탓!
고양잇과 동물과도 같은 날렵한 비상과 착지.
알리시아는 주저함 없이 캥거루를 향해 달려갔다.
그녀의 팔에 들린 채 로이드가 힘껏 외쳤다.
“야! 거기 캥거루우! 스톱!”
“……루룽?”
처음으로, 루룽이가 멈칫했다.
인간의 외침인데 뭔가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
자신의 어린 주인인 샤를로트 외엔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주는 목소리였다.
“루루룽?”
루룽이의 고개가 돌아갔다.
육아주머니 안에 꽁꽁 숨어 있으려던 샤를로트도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아빠?”
“그래! 아빠랑 엄마다!”
“으으읏.”
샤를로트의 머리가 육아주머니 안으로 쏙.
로이드의 외침이 더 절실해졌다.
“우리 딸! 이제 그만 놀고 코오 낸내 자야지!”
“…….”
“안 혼낼게! 진짜로! 약속!”
“……약속?”
다시 고개를 쏙 내밀었다.
똥그란 눈망울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엄마와 아빠가 보였다.
한데 둘 모두 자기를 혼낼 때의 표정이 아니었다.
로이드가 외쳤다.
“당연하지! 약속!”
“진짜?”
“진짜!”
“그치만 아빤 나중에 그런 약속 아니었다고 할 거면서.”
“그럼 엄마도 약속할게.”
국왕 알리시아가 나섰다.
“정말요?”
엄마까지 약속하자 비로소 의심이 걷히는 샤를로트의 표정.
아이가 루룽이를 올려다보았다.
“루룽아!”
“루룽?”
“여기 울 엄마 아빠!”
“루루룽!”
“그럼 이거 먹자아!”
파란 해바라기씨가 루룽이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퐁, 아담한 소리와 함께 루룽이가 작아졌다.
허공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아이를 로이드가 받아냈다.
“읏차. 받았다.”
“꺄륵!”
“꺄륵? 지금 그런 웃음이 나와?”
“……혼 안 낸다고 그랬으면서.”
“어, 음, 그랬긴 한데.”
로이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내를 돌아보았다.
알리시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쩝.”
결국, 로이드는 입맛만 쩝쩝 다셨다.
그러고는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어보았다.
“우리 아가, 괜찮아? 어디 까진 데는 없어?”
“웅! 없져.”
“그럼 아야한 데도 없어?”
“우웅! 없져.”
“그러엄, 루룽이는 어떻게 소환했어?”
“랜덤 뽑기!”
“……뭐?”
로이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랜덤 뽑기라니.
그거, 자신만 가능할 텐데.
그런데 설마 이 아이도?
“랜덤 뽑기를? 네가 했다고?”
“웅!”
“혹시, 눈앞에 막 글자 같은 게 떠오르고 그래?”
“웅웅!”
“…….”
진짜다, 이건.
이어지는 아이의 대답이 그 확신을 더해주었다.
“나도 RP 있져!”
“RP도…… 있어?”
“웅! 아가 때부터 계속 있었져.”
“얼마나?”
“53!”
“허허, 허허허.”
로이드는 웃고 말았다.
놀라웠다.
귀여웠다.
한데 그건 섣부른 판단이었다.
“우움, 53이랑…… 뒤에 빵도 있져.”
“빵? 숫자 0?”
“웅!”
“많이? 몇 개나 있어?”
로이드는 황당함을 삼키며 물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강 알 것 같았다.
이 아이, 태어날 때부터 시스템 메시지를 보면서 자라왔던 거다.
그동안 나름 RP를 모으며 지내왔던 거다.
‘한데 그런 티를 전혀 안 냈지. 아니, 티를 안 냈다기보다는…… 애 입장에선 시스템 메시지가 보이거나 RP가 모이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던 거야. 태어나던 때부터 그걸 누렸을 테니까. 물이나 공기처럼. 전혀 특별하게 인식하지 못한 거겠지.’
어쩌면 이 아이는 자기 말고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은 현상이 다 있을 거라고 믿으며 자라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로이드는 추측했다.
‘그나저나, RP가 53하고도 숫자 0이 더 있다고?’
하면 딸은 얼마나 많은 RP를 모은 걸까.
‘530 정도 되려나. 어쩌면 5,300 정도……?’
그만큼만 해도 엄청난, 실로 어마어마한 분량이었다.
자신이 지옥왕과 결전을 벌이던 때에 지니고 있던 RP가 7천을 조금 넘겼었으니까.
그 후로 지난 8년 동안 모은 RP가 2만을 조금 넘으니까.
‘후훗, 귀엽네.’
이 작은 아이가.
너무나 소중한 딸이.
자신과 같은 능력과 가능성을 보유했다는 사실이 흐뭇했다.
한편으로는 얼마 안 되는 RP를 보물처럼 모아왔을 생각을 하니 귀엽기도 했다.
한데 그때, 샤를로트가 진지한 얼굴로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하나, 둘, 셋, 넷, 접었다가 폈다.
“우움…… 빵이 몇 개냐면…… 하나, 둘, 셋, 네 개!”
“네…… 개?”
“웅!”
“잠깐만. 그럼 RP가…… 53만?”
“응!”
“…….”
뭘까. 우주가 느껴지는 이 아득한 기분은.
혹은, 로또 5천 원 걸렸다고 좋아하다가 1등 당첨자와 마주쳐 버린 듯한 이 기분은.
“그, 그래. 으음, 일단…….”
“우웅?”
“RP 사용법은 아빠가 잘 알려줄게.”
“우웅!”
“그럼 오늘은 이만 자러 들어가자?”
“근데 나 침대 없져. 침실 뿌왕 했져.”
“괜찮아.”
로이드는 빙긋 웃었다.
안아 든 딸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내의 따스한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엄마 아빠랑 같이 코오 낸내하면 되지.”
그러니까, 이젠 편히 쉴 시간이다.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 같다.
그런 예감에 로이드는 문득, 주위의 모두를 돌아보며 맑게 웃었다.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