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14
114
소드마스터 힐러님 114화
38장 북한으로(3)
성준의 북한행이 결정되었다. 민간 항공기는 북한 영공 진입을 꺼려 했기 때문에 성준은 군용 수송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원래는 대한민국 공군에서 수송기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북한 측은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먼저 수송기를 보내오기로 했다.
겨울 군주 사냥은 빠를수록 좋기에 성준은 흔쾌히 허락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북한 공군 사령부에서 출발한 군용 수송기가 서울에 도착했다.
-김현성입니다. 지금 수송기가 도착했습니다. 강성준 씨를 태우러 차량도 출발했고요. 그거 타고 비행장으로 오시면 됩니다.
현성의 전화를 받고 오피스텔 앞 도로로 내려가니까 검은 세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관리국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그 옆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는 성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급히 담배를 끄고 문을 열어 주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성준이 뒷좌석에 타자 그도 운전석에 탑승하며 말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차량은 바로 비행장으로 향했다.
“도착했습니다.”
1시간 만에 가까운 비행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차량이 멈췄다. 그들은 정장이나 군복을 입고 있었다.
성준은 혹시나 아는 사람이 있나 싶어서 재빠르게 그들을 훑었다. 김현성 팀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도 성준을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강성준 씨! 시간이 없으니까 간단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설명이요?”
“북한에 가서 주의해야 할 점 말입니다.”
현성의 말에 그제야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김장운만 자극하지 않으면 됩니다.”
현성이 말했다. 장운은 세계적으로 유명할 정도로 막 나가는 독재자였다. 그를 자극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쪽에서 먼저 저를 자극하지 않는다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아무쪼록 트러블은 최대한 없어야 합니다.”
현성이 당부했다. 성준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이었다. 그는 착하지만 과한 자극을 받으면 맹수로 돌변하는 성격이었다.
군인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현성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시간이 없어서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현성은 성준에게 주의사항 말고도 몇 개의 내용을 더 전달했다. 전달이 끝나자 그들에게 중사 계급장을 단 군인 한 명이 다가와 입을 열었다.
“북한군에서 보내온 수송기가 대기 중입니다. 모시겠습니다.”
성준과 현성, 그리고 군복과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무리는 중사를 뒤따라 북한에서 보낸 군용 수송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비행장이 넓었지만, 북한군 수송기는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이윽고 수송기 앞에 도착했다.
북한 군인 2명이 수송기 도어 앞을 지키고 있었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현성이 말했다. 뒤따라 온 군인 중 몇은 경례를 하기도 했다. 성준이 수송기에 탑승하자 도어를 지키고 있던 북한 군인 2명도 뒤따라 올라탔다. 그들은 말없이 성준의 앞에 앉았고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무원이 조종사에게 모두 탑승했다는 사실을 전달하자 수송기가 천천히 이륙하기 시작했다.
수송기가 안정된 고도에 진입하자 장교로 보이는 군인 한 명이 성준의 앞에 나타났다.
“강성준 헌터님?”
앉아 있던 북한 군인 2명이 황급히 일어나 경례하는 모습으로 보아 꽤 높은 계급의 장교인 것 같았지만, 성준은 북한군 계급 체계를 몰랐기 때문에 정확한 계급은 알 수 없었다.
“예, 접니다.”
“저는 인민무력부 소속 리정수 상좌입니다.”
계급장을 보고 구별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좌’가 결코 낮은 계급이 아니라는 사실은 얼핏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사실은.
-A급 헌터입니다.
정수가 평범한 군인이 아니라 A급 헌터라는 사실이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평양에 있는 동안 제가 강성준 헌터님의 비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정수는 성준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주의사항 같은 거라도 전달하러 오신 겁니까?”
“주의사항이라기보다는 평양에 도착했을 때 일정을 전달하려고 합니다.”
“일정이라고 할 게 있습니까? 그냥 평양에 도착하면 바로 겨울 군주를 처리하면 됩니다.”
“하지만 위원장 동지께서…….”
정수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아무래도 북한의 독재자인 장운이 성준을 만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도시가 초토화되고 있는데 지도자가 한가롭게 굴다니…… 말세로군요.
리슈발트가 말했다. 바로 앞에 정수가 있어서 고개를 끄덕이지는 못했지만, 성준도 전적으로 동의했다.
“반드시 만나야 한다면 겨울 군주를 처치하고 나서 보겠습니다.”
성준은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러자 정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호위사령부의 헌터들은 대기하고 있겠죠?”
성준이 물었다. 동조율 45%가 되었고 출발하기 전에 현성이 말해준 내용에 따르면 북한의 겨울 군주는 파주에 나타난 것에 비해 월등하게 약하다고는 하지만 단신으로 처리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았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평양은 초토화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착륙할 만한 비행장이 남아 있습니까?”
성준이 물었다. 비꼬는 건 아니었다.
“평양 외곽의 15번 지하도를 통해서 평양 중심지의 지하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호위사령부의 이능화 군단 병력은 지하에서 대기 중입니다.”
평양에는 공습에 대비해서 지하시설이 많았다. 공습은 아니지만 겨울 군주로 인해서 평양이 초토화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군 지휘부와 보전된 병력들은 지하시설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좋습니다. 수는 얼마나 됩니까?”
운용할 수 있는 병력의 수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했다. 성준의 물음에 정수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총 15개 팀으로 160명 정도입니다. 세부 사항은 여기 적혀 있습니다.”
성준은 정수가 건넨 서류를 받아서 읽었다.
“161명 중에서 A급 헌터가 9명이라…….”
성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를 포함하면 10명입니다.”
정수가 말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표정은 밝지 않았다. 생각보다 북한의 사정이 좋지 않았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밖에 없어.’
전생에 기사 여단의 최고 기사였던 성준은 전략전술에도 식견이 깊었다.
“곧 수송기가 착륙할 겁니다.”
정수가 말했다. 그리고는 성준의 앞에 위치한 좌석에 앉아서 하네스를 고정 시켰다. 곧 약한 충격과 함께 수송기가 착륙했다.
도어가 열리자 정수가 먼저 달려나가 성준을 지하도로 안내했다. 그들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정수가 말한 지하도는 지하철역과 비슷한 모습이었지만 조금 더 투박했다. 하지만 평양 중심지에 가까워질수록 화려한 모습으로 변했다.
“도착했습니다. 평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북한은 헌터들에게도 계급 체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타국과는 체계가 완전히 다르니까요.”
성준의 말에 정수는 북한이 타국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중간 지휘관들, 그러니까 팀장들을 다 소집해주세요.”
“작전 브리핑입니까.”
“비슷합니다. 그리고 상황을 정리한 보고서도 제출해주세요.”
작전을 계획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정수는 다른 군인한테 지시를 내린 뒤, 성준을 임시 숙소로 안내했다. 숙소는 40평 정도로 지내기에 충분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금방 준비해오겠습니다.”
성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수는 자리를 비웠다. 그리고 1시간 정도 후에 노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보고서입니다.”
정수가 보고서를 건넸다. 성준은 그것을 받아서 읽었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평양은 이미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북한군은 겨울 군주와 그 하수인 마물들을 평양에서 몰아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둥지를 튼 것처럼 자리를 잡고 평양을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정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인민무력부장과 같은 생각이었다. 장운을 피난시키지 못해서 이능화 군단이 효율적인 전술을 펼치지 못했고 그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네요. 심각하네요.”
성준은 보고서를 2번째 읽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수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팀장들을 소집시켜주세요.”
“브리핑룸에서 대기 중이었습니다. 모시겠습니다.”
성준은 정수와 함께 브리핑룸으로 이동했다. 이미 팀장들은 성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성준은 그들에게 계획을 설명했다.
겨울 군주는 이미 한 번 사냥해 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작전명은 ‘포위섬멸진’ 입니다.”
성준은 작전명을 말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설명을 끝마쳤고 겨울 군주를 향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평양의 지하도에서 헌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성준이 세운 작전대로 겨울 군주를 공격했다. 포위진은 북한군이 유지했으며 헌터들로 구성된 각 팀은 공격대 역할을 맡고 포병 부대의 엄호를 받으며 깊숙이 침투했다.
“강성준 헌터님. 겨울 군주와 근접했습니다.”
정수가 말했다. 성준은 남아 있는 팀 중에 가장 정예인 1팀의 엄호를 받으며 겨울 군주에게 최대한 접근한 상태였다.
“제가 가세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혼자서 충분합니다.”
성준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곧 그의 앞에 겨울 군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니다. 하수인들만 처리해주세요.”
“그건 믿고 맡겨 주셔도 좋습니다.”
성준은 정수의 대답을 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 * *
“정찰 부대의 보고에 의하면 남한의 S급 헌터인 강성준이 겨울 군주와 접촉했다고 합니다.”
대좌 계급의 장교가 보고했다. 장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무엇을 말입니까?”
인민무력부장 리해성이 물었다. 눈앞에 있는 독재자를 몇 년 동안이나 보좌해왔지만,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건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왜 평양에 남으셨는지…….’
해성은 속으로 한탄했다. 장운이 평양을 떠났다면 인민무력부에서 조금 더 전략전술을 활용하여 다른 곳에서 겨울 군주를 격퇴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강성준 말하는 거야. 우리가 회유할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해성은 당황했지만, 그것을 감추고 애써 침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으로 돌려보내기는 싫은데 말이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는…… 아주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아니야. 방법이 있어.”
장운의 말에 해성은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 미친 독재자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연구총국에서 개발한 마물의 독이 있다고 들은 적 있지? 그거 쓰자고. 새로 개발한 독이니 해독 방법을 모를 거야.”
장운의 말에 해성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 사실을 반드시 알려야 해.’
북한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