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23
123
소드마스터 힐러님 123화
40장 장사하자(2)
반지에 붙어 있는 보석이 마력을 머금자 녹색의 안개를 분사하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는 안개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챘다.
“마력독이다!”
엔틸리케가 소리쳤다. 하지만 피하기에는 늦었다. S급 아이템답게 독을 머금은 안개가 퍼지는 속도가 빨랐다.
S급 정도의 마력을 지닌 적들에게는 통하지 않지만 수천에 달하는 포위 병력만 제거해줘도 체력의 소모를 훨씬 줄일 수 있다.
“큭!”
“으윽!”
병력이 물러나는 속도보다 독 안개가 퍼지는 게 빨랐다. 마력독에 중독된 이들이 검붉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졌다.
마력독에서 자유로운 이들은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와 제국 특무군 유령 부대에서 파견한 일등 살수 셋뿐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마력독에 중독되어 죽어버렸다. 수천의 병력이 5분이 지나지 않아서 모두 전멸해버린 것이었다.
“흡수.”
성준은 그들의 몸에서 마력을 흡수했다. 죽인 적들의 수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다량의 마력을 흡수할 수 있었다.
-동조율 51%입니다.
동조율도 1%나 올랐다.
“이거 다 마정석 꺼내려면 귀찮겠네.”
이계에서는 마물들의 시체가 소멸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장 부근에서 마정석을 직접 꺼내는 귀찮은 작업을 거쳐야만 했다.
“설마 마력독을 다룰 줄이야…….”
엔틸리케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부하들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부하들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은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고 허무했다. 그런 엔틸리케를 보며 성준은 냉소를 머금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오늘 무덤에서 잠잘 사람이 많을 거라고.”
성준은 검에 마력을 주입했다. 검에 깃든 오러가 더욱 선명해졌다. 엔틸리케도 검을 뽑았다. 붉은 오러가 일렁거렸다.
일등 살수 셋은 각자 성준은 기습하기 쉬운 곳에서 기회를 노렸다. 그중에서 둘은 은신까지 사용했지만, 성준의 기척 감지 수준으로는 위치 파악이 가능했다.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가 주군을 주로 상대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일등 살수들은 뒤에서 기회를 노릴 겁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은 주변을 경계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뱀파이어 귀족, 그중에서도 자작은 S급 상위 티어의 마물과 비슷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일등 살수도 S급 상위 티어에 속했다. 성준은 그런 괴물들을 넷이나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았다.
‘환영검으로 하나를 죽이고 시작하자.’
그에게는 일격 필살의 기술인 ‘환영검’이 있었고 동조율도 50%였다. 오늘 각성 던전에서 전투를 치르면서 느낀 것이지만 동조율 50%가 되면서 신체 능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
‘S급 넷 정도는…….’
의식의 흐름 속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살기에 성준은 급히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엔틸리케의 검과 충돌하면서 마력 파편이 사방에 튀었다.
“젊어도 검성이라 이건가? 실력이 제법이군!”
엔틸리케는 감탄했다. 성준은 뒤로 물러나며 환영검을 펼치려고 했지만 엔틸리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고 힘겨루기를 유도했다.
그는 실전 경험이 풍부했다. 성준이 거리를 벌리려고 한순간 그에게 어떠한 의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었다.
-실전 경험이 풍부해서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전투 중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지만, 성준도 그 생각에 동의했다. 엔틸리케와 치열하게 검을 주고받으며 초근접전을 펼치는 동안 뒤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일등 살수 셋 중에 은신하고 있던 둘이 움직인 것이다.
그들은 아슬아슬하게 은신이 풀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게 거리를 좁혀 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성준은 엔틸리케와 검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들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폭풍검.”
시동어와 함께 폭풍검을 시전했다. 아주 조금 검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검풍이 휘몰아쳤다. 엄청난 기교였다.
“크, 크윽!”
엔틸리케는 물론이고 은밀하게 거리를 좁혀온 일등 살수 2명도 크게 당황했다. 부상을 입은 자는 없었지만, 황급히 회피하느라 은신이 풀렸고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와도 혈마법을 사용해 방어하느라 거리를 벌리는 성준을 막지 못했다.
“환영검.”
“이, 이런!”
성준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시동어와 함께 환영검을 펼쳤다. 오러를 머금은 31개의 환영검이 엔틸리케를 노렸다.
환영검 세례에 노출된 그는 욕설을 내뱉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술이었다. 검풍과 달리 환영검은 오러를 머금고 있어 혈마법으로 방어해도 한계가 있었다.
“크아아악!”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는 전력을 다해 혈마법을 펼쳤다. 하지만 31개의 환영검이 일제히 쏟아지자 혈마법으로 만든 피의 벽은 박살 났고 끔찍한 고통이 덮쳐 왔다.
전력을 다해 회피를 시도했지만, 왼팔이 잘리고 오른쪽 옆구리에 깊은 상처가 남았다. 차가운 밤하늘에 뜨거운 피가 흩뿌려졌다.
“엔틸리케 자작!”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일등 살수가 다급하게 고속 이동술을 펼쳐서 성준의 앞을 막아섰다. 그가 개입하는 것으로 인해 성준의 연격은 막혔지만 엔틸리케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큭!”
그는 신음을 내뱉으면서도 출혈을 멎게 했다. 혈마법은 공격과 방어뿐만 아니라 지혈에도 효과적이었다.
‘지혈은 했지만 이대로는 힘들다!’
양손검을 사용하는 입장에서 팔 하나를 잃었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였다.
“섬광 베기.”
성준은 시동어와 함께 섬광처럼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엔틸리케 자작을 돕기 위해 성준의 앞을 막아섰던 일등 살수는 상체에 깊은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동조율 50%의 섬광 베기를 막아내기에는 일등 살수의 움직임이 너무 느렸다.
“크윽!”
“조장님!”
“엄호하겠습니다!”
다른 일등 살수 2명이 합격진을 펼쳤다. 폭풍과도 같은 공격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내는 성준은 너무나 여유로웠다.
‘동조율 50%가 이렇게 대단한 거였나?’
예전에도 일등 살수와 싸워본 적이 있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압도하지는 못했었다.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동조율의 차이였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지?”
“엘리트 나이트 중에서도 고위 기사가 분명합니다!”
일등 살수 둘은 성준에게 합격을 펼치면서 짧게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책이었다. 빈틈을 포착한 성준이 마력을 끌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질풍검.”
검풍과 함께 전방으로 총탄처럼 튀어나가며 검을 내찔렀다. 검은 부상을 입은 조장의 심장을 꿰뚫었고 검풍은 다른 일등 사수 2명을 노렸다. 허를 찌른 일격이었다. 2명의 일등 살수는 대응하지 못하고 당했다.
“크아악!”
“커헉!”
비명과 함께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제기랄!”
엔틸리케는 평소에 상스럽게 여겼던 욕설을 입에 담으며 혈마법을 시전했다. 칼날을 머금은 붉은 피의 물결이 성준을 향해 요동쳤다. 하지만 성준에게는 위협적이지 않았다.
혈마법 또한 마력으로 구성된 마법이었다. 성준은 그것을 파마검으로 가볍게 베어내고는 엔틸리케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환영검!”
다시 한번 일격필살의 기술이 작렬했다. 왼팔을 잃은 엔틸리케는 31개의 환영검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다.
“커, 커헉!”
31개의 환영검이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의 전신을 잔인하게 찢어발겼다. 토막 난 전신이 나뒹굴었고 붉은 피가 차가운 대지를 적셨다.
밤의 버프까지 받았지만 뱀파이어 자작이 감당하기엔 성준의 전투력이 너무 뛰어났다. 성준은 차갑게 식어가는 엔틸리케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흡수.”
시체에서 마력을 흡수하자 계측기가 각성 던전의 클리어 사실을 알렸다. 이윽고 리슈발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성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동조율이 1% 상승하였습니다. 현재 주군의 동조율은 52%입니다.
각성 던전은 공략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그만큼 보상이 후했다. 이번에는 종족 연합을 상대했기 때문에 동조율 외에 마정석도 보상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걸 다 언제 루팅하지?”
성준은 주둔지에 가득한 시체들을 보며 말했다. 지구의 던전이나 레이드 상황과 달리 이것에서는 마물의 시체가 역소환되지 않기 때문에 심장 부근에서 마정석을 직접 뽑아야 했다.
마물 시체의 수가 워낙 많았다. 그래서 성준은 눈앞에 컴컴했다.
-각성 던전은 결계로 보호되고 있고 단절된 외부는 시간이 정지되어 있습니다. 전부 루팅해도 될 것 같습니다.
리슈발트가 미소 지었다. 성준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그거. 나 기억하고 있을 거야.”
성준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 로엘을 반지 모양으로 돌려놓은 뒤, 허리에서 단검을 뽑아 들었다.
“즐거운 루팅을 시작할까?”
* * *
고생 끝에 모든 마물들의 시체에서 마정석을 루팅하고 보급품을 불태우는 것까지 끝냈다. 성준은 지친 얼굴로 던전에서 나왔다.
그는 곧장 던전 관리국으로 이동했다. A급 던전에서 획득한 마정석들을 먼저 매각하고 정산금을 받았다.
A급 던전에 들어가서 S급 던전에서 루팅되는 마정석을 들고나오면 의심받기 때문에 각성 던전에서 루팅한 것들은 던전 관리국에서 매각하지 못했다.
-던전 관리국에 매각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박정철한테 가면 해결책이 나올 것 같아.”
성준이 대답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마정석도 비밀리에 거래된다는 사실을 얼마 전에 정철에게 들었던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기를 기도하며 정철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정철입니다.
“마정석 관련해서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시간 괜찮으십니까?”
-서울역 근처에서 뵙죠.
정철은 눈치가 빨랐다. 그는 성준이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재빠르게 행동했다.
성준은 서울역까지 차를 운전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정철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여깁니다.”
멀리서 정철이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성준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두 사람은 근처 공원으로 이동해서 벤치에 앉았다.
평일 오후였기 때문에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마정석이 생겼습니다. 던전 관리국을 제외하고 매각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성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던전이 아닌 다른 루트로 얻은 겁니까?”
“엄밀히 말하면 던전에서 얻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건 불법이 아니라는 겁니다.”
“하지만 던전 관리국을 이용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으신다는 것이군요?”
“그렇죠.”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정철은 출처를 묻지 않았다. 그의 업무 특성상 호기심이 많은 것도 좋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노력하고 있었다.
“수량은 어느 정도입니까?”
정철이 묻자 성준은 자세한 수량을 말해 주었다. 루팅할 때 리슈발트가 옆에서 숫자를 세어준 덕분에 알고 있었다.
“그 정도면 1천 5백억 원 정도에 매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