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22
122
소드마스터 힐러님 122화
40장 장사하자(1)
성준의 아버지인 수혁이 앓고 있는 병은 불치병으로 분류되는 희귀한 혈액암이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호전은 가능해도 완치는 힘들다고 판단되고 있었지만, 성준은 불가능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는 돈이 많았고 미국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얼마 전부터 압도적인 자금을 바탕으로 유명한 유명 제약 회사나 신약 연구소를 하나 인수할 생각이었다.
그는 그것과 관련된 문제로 설아와 상담을 하기 위해 그녀를 만나러 청룡 그룹 본사로 찾아갔다.
“저거 헌터 세단 아니야?”
“엄청 비싸다고 들었는데.”
성준의 헌터 세단이 근처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헌터 세단의 가격은 최소 15억이 넘어가기 때문에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는 주차를 끝내고 청룡 그룹 본사 1층에서 설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강성준 씨!”
메시지를 보내고 5분이 지나지 않아서 익숙한 목소리의 누군가 성준을 불렀다.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 정장을 입고 갈색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뒤로 묶은 설아가 서 있었다.
성준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한테 물어볼 게 있으시다고 하셨죠?”
“에, 제약 회사나 신약개발연구소를 하나 인수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북한에서 일로 정산금을 많이 받으셨나 봐요?”
설아는 입가에 미소를 그린 채 말했다. 성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에서 그가 겨울 군주를 처치하면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사무실로 올라가죠. 상담이 필요합니다.”
성준이 말했다. 인수 문제로 진지하게 상담을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눈치챈 것인지 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성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녀를 기쁘게 만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이쪽으로 오세요.”
청룡 그룹 본사 구조를 잘 모르는 성준을 위해 설아가 안내했다. 성준은 승강기를 타고 설아와 함께 그녀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갔다.
설아는 길드계획 실장이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 사무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여기에요.”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문을 열었다. 오늘따라 소녀 같은 모습을 보이는 설아 탓에 성준은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무실은 처음이네…….’
설아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면서도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킬까 봐 마음을 졸였다. 성준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그녀는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앉으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성준이 소파에 앉았다. 설아는 그의 앞에 앉았다.
“제약 회사나 신약개발연구소를 인수하고 싶다고 하셨죠?”
설아는 미소를 감추고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를 도와주기 위해 두근거리는 설렘을 잠시 감춘 것이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까 제약 회사는 무리일 것 같고 신약개발연구소 하나를 인수할 생각입니다.”
“신약개발연구소를요?”
성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설아는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성준의 사정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
“아버님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설아의 물음에 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 약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다. 돈이 없으면 무리겠지만 지금 성준에게는 돈이 있었다.
“간단한 계획이라도 말씀해주시겠어요? 그래야 참고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설아가 말했다. 그는 성준의 생각을 몰랐기 때문에 아직 견적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명성이 있는 연구소를 인수해서 최고의 연구원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최고의 설비를 갖출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 서국 신약개발연구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국 신약개발연구소가 최근 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인수하려면 2조 원 이상이 필요해요. 아마 3조 원은 잡아야 할 것 같은데요?”
설아는 경영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냉장하게 시장을 분석하고 판단하여 설명했다. 2조 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준은 당황했지만 이내 표정을 수습했다.
그는 S급 헌터였다. 1조 원은 거금이었기 때문에 모으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자금이 부족하면 저희 그룹에서 지원해 줄 생각도 있어요.”
청룡 그룹의 회장이 성준에게 우호적이었고 그를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설아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할 수 있었다.
“아뇨. 그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그도 청룡 그룹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코가 꿰이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설아에게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태석 회장에게는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제가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보겠습니다.”
성준이 말했다. 앞으로 5천억 원 이상의 압도적인 거금을 더 모아야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밝았다. S급 헌터이면서 무한동력이라는 별명까지 가진 성준에게 불가능한 일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될 문제였다.
“강성준 씨라면 가능할 거라고 봐요.”
“그건 그렇고 인수 절차는 많이 복잡합니까?”
성준이 물었다. 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개인이 진행하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까다롭지만 제가 도와드리면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끝나요. 그러니까 절차는 신경 쓰지 마세요.”
설아의 대답에 성준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가 이렇게 든든해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금을 준비하겠습니다.”
성준이 말했다. 그는 설아와 헤어지고 오피스텔로 돌아가는 길에 던전 관리국에 들러서 A급 던전 솔플을 신청했다.
* * *
-공략 확인, 계측 완료. A급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보스를 죽이고 마력을 흡수하자 계측기가 반응했다. 주변을 맴돌고 있던 리슈발트가 성준의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각성 던전의 입장 조건을 만족한 상태입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가자.”
-각성 던전의 문을 열겠습니다.
리슈발트가 말했다. 성준이 마음의 준비를 끝내고 고개를 끄덕이자 리슈발트가 마력을 끌어 올렸다.
주변이 눈처럼 녹아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모습을 갖췄다.
“오늘은 밤이네.”
성준은 혼잣말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외였는데 하늘은 어두웠고 주변은 탁 트여 있는 평원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원을 단절시키는 결계의 존재가 느껴졌다.
-500m 전방에 임시 주둔지가 하나 있습니다. 병력 편성으로 볼 때 보급 부대로 추정됩니다.
리슈발트가 보고했다. 성준이 잠시 주변을 살피는 동안 정찰을 다녀온 모양이었다. 그는 밤하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방어 시설은?”
-임시 주둔지라서 두꺼운 목책 수준입니다만 뱀파이어 기사들이 망루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뱀파이어? 종족 연합이야?”
-예, 깃발은 분명 종족 연합의 것이었습니다.
리슈발트의 대답에 성준은 입꼬리를 슬쩍 끌어 올렸다.
“잘됐네. 종족 연합에도 검성의 귀환을 알려야지.”
-은신을 사용할 생각이십니까?
리슈발트가 물었다. A급 마물 중에서도 최상위 티어인 뱀파이어 기사는 밤에 은신을 눈치챌 정도로 기척 감지 수준이 올라간다. 그리고 지금은 하늘이 칠흑으로 물든 밤이었다.
“맨몸으로 돌격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말이지.”
-주군께서는 기척 은폐 능력이 뛰어나시니까 밤이라고 해도 뱀파이어 기사들이 눈치채지 못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긍정적인 의견이었다. 성준도 기척 은폐에는 자신이 있었다.
“은신.”
시동어를 내뱉자 성준의 몸이 어둠 속에 녹아내렸다. 그는 최대한 기척을 죽인 채 걸음을 옮겼다.
목책의 문, 그 바로 앞에 도달할 때까지 망루의 뱀파이어 기사들조차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밤이었는데도 말이다!
-밤에 뱀파이어 기사가 기척을 감지하지 못할 수준의 은폐라니! 역시 주군이십니다!
옆에서 리슈발트가 호들갑을 떨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성준이 검을 뽑아 들며 마력을 모으자 은신이 풀렸다.
망루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뱀파이어 기사들의 시선이 성준에게 집중되었다.
“적?”
“마력을 모으고 있다! 문을 부술 생각이야! 저지해!”
뱀파이어 기사 셋이 성준을 저지하기 위해 뛰어내렸지만.
“이미 늦었다.”
성준이 오러를 머금은 참격을 날려 보내서 목책의 문을 절단한 뒤였다. 습격에 대응하기 위해 오크 보병대가 집결하는 동안 뱀파이어 기사 셋이 성준의 앞을 막아섰다.
그들의 검에 붉은 오러가 깃들어 춤을 췄다.
“인간?”
“왕국 연합 놈인가?”
뱀파이어 기사들은 짧은 대화를 나누며 성준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혀 왔다. 성준은 검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삼각합격이다.’
뱀파이어 기사 셋 중 가장 베테랑인 자가 수신호로 지시를 내렸다. 남은 두 명은 삼각합격을 시도하기 위해 위치를 옮기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컥?”
성준의 옆을 스쳐 지나가던 뱀파이어 기사 하나가 붉은 피를 쏟아 냈다. 힘없이 쓰러지는 그의 목에는 단검이 꽂혀 있었다.
“미, 미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동료의 죽음에 남은 뱀파이어 기사 둘은 당황했다. 너무나 쉽게 당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최소 엘리트 나이트 이상의 실력자다! 대응…… 컥!”
“너는 말이 너무 많아.”
“쿨럭!”
직급이 높아 보이는 뱀파이어 기사가 피를 토했다. 어느새 접근한 성준의 검이 그의 심장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조장님!”
“회수.”
성준은 단검을 회수한 뒤, 조장을 애타게 부르짖는 뱀파이어 기사를 향해 투척했다.
“쉽게 당하지는 않는…… 컥!”
심장을 관통했다. 재생 능력이 뛰어난 뱀파이어 기사라고 하지만 숨이 끊어질 수밖에 없는 일격이었다.
뱀파이어 기사들을 정리하고 목책 안으로 진입하자 이번에는 오크 검성이 이끄는 오크 보병대가 앞을 막아섰다. 목책 위에는 어느새 B급 최상위 티어로 분류되는 엘프 레인저들이 집결한 뒤였다.
“감히 종족 연합의 보급 부대를 노리다니! 간이 부었군! 모두 쳐라!”
오크 검성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 엘프 레인저들이 먼저 시위를 놓자 수십 발의 화살이 바람을 뚫고 매섭게 날아왔다. 하지만 단 한 발도 성준을 맞추지 못했다.
“크아아악!”
뒤이어 접근한 오크들은 성준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붉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동조율 50%가 되면서 SS급의 수준이 된 그를 오크들은 감당할 수 없었다.
허공에 흩뿌려지는 짙은 살기는 오크들의 행동마저 제약했다.
‘지독할 정도로 짙은 살기다.’
보병대를 지휘하고 있던 오크 검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러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들’과 합류하죠.”
엘프 레인저 지휘관이 말했다. 오크 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은 병력을 뒤로 물러나게 했고 성준은 앞을 막는 소수의 적을 격파하면서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지휘부 막사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환영한다. 젊은 검성이어. 나는 뱀파이어 자작 엔틸리케다.”
뱀파이어 자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급 부대의 지휘를 맡은 것으로 보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강렬한 마력의 유동과 함께 어둠 속에서 수십 명의 복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령 부대인가? 그것도 일등 살수만 셋이군. 무덤이라도 만들 생각이야?”
지휘부가 있는 곳에 진입하면서 은신 특유의 기척과 마력의 유동을 느꼈기 때문에 성준은 놀라지 않았다.
그의 말에 엔틸리케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정답이다.”
어느새 유령 부대뿐만 아니라 종족 연합의 병력이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준은 모든 것을 예상했다는 표정이었다. 절대 당황하지 않았다.
“오늘 무덤에 묻힐 사람이 많네.”
성준은 녹색 보석의 반지, ‘독의 향연’에 마력을 주입했다.
“지금부터 청소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