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182
182
소드마스터 힐러님 182화
57장 반격의 날이 찾아오다(3)
-주군. 개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슈발트의 말에 성준은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다.
한석의 공격 마법은 강력하다.
그것을 오러 아머로 방어하느라 엘리트 데스나이트는 많은 마력을 소모한 것으로 보였다.
장훈이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정철이 멀쩡하고 마법계 헌터도 3명이나 있었다.
언데드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이라고도 할 수 있었으니…… 마력을 소모한 엘리트 데스나이트를 상대로 결코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
“힐.”
성준은 무력으로 개입하는 대신에 ‘힐’을 사용하여 장훈의 상처를 치유하여 지원하는 것으로 선택했다.
“하앗!”
부상을 회복한 장훈이 힘찬 기합과 함께 대검을 휘두르자 치명상을 입은 엘리트 데스나이트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것은 고통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손상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효율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럴 수가! 이 내가 이렇게 당하다니!엘리트 데스나이트는 경악했다.
그런 그의 심장을 정철의 창이 노렸다.
-바보 같은! 당하지 않는다!
“라이트닝 볼트.”
정철의 창을 피했지만, 그것은 시선을 가리기 위한 연막에 불과했다.
진짜는 한석의 공격 마법이었다.
-아, 아차!찰나의 순간 라이트닝 볼트가 엘리트 데스나이트의 목을 관통했다.
S급 랭킹 1위 헌터의 공격 마법은 강력했다.
생기를 잃은 몸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면서 마비가 일어났다.
그 틈에 장훈이 휘두른 대검이 엘리트 데스나이트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머리를 잃은 몸이 힘없이 쓰러졌다.
엘리트 데스나이트라고 해도 머리가 사라지면 움직일 수 없었다.
“잠깐 쉴까?”
“그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준이 제안했다.
신철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 모습에 성준은 피식 웃으며 쉴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근처에 괜찮은 곳이 있었고 그들은 바위 같은 곳에 걸터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1시간만 쉴 거야.”
성준이 말했다.
1시간은 짧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다들 지쳐 있었기 때문에 반대 의견은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휴식이 끝났다. 그리고 조금 더 이동하자 보스방에 도달했다.
-어서 오게. 이방인들이여.
문을 열고 보스방으로 들어선 파티를 진부한 대사와 함께 맞이한 존재는 ‘리치’였다.
S급 마물 중에서도 중간 티어에 속하는 리치는 S급 던전의 보스로 적당했다.
리치는 파티의 침입을 인식하기 무섭게 손을 들어 올리며 공격 마법을 캐스팅했다.
강력한 흑마법이 파티를 덮쳤지만 한석이 방어 마법을 전개하여 막아냈고 뒤이어 신철과 제로스가 반격했다.
“파이어 스피어!”
“바인드!”
화염계 공격 마법과 속박 마법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냈지만, 리치는 침착하게 방어 마법을 전개했다.
-오픈.그리고 아공간을 열어서 데스나이트 10기를 소환했다.
“리치가 있으니까 데스나이트가 손상되면 복원 마법을 사용할 거다. 조심하는 게 좋아.”
성준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지만, 길드원들이 원하는 대로 개입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리치를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데스나이트들은 금세 정리했지만, 리치의 마법 센스는 우수했다.
그나마 랭킹 1위 S급 마법계 헌터인 한석이 있어서 버티고 있었다.
“힐.”
결국 성준이 개입했다.
시간을 너무 낭비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앞으로 손을 뻗으며 시동어를 외치자 환한 백색의 빛이 리치를 덮쳤다.
-사, 사제가 있었나?목소리에서 당황한 감정이 여과 없이 흘러나왔다.
전투에 집중하느라 성준의 존재를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뼈다귀밖에 남지 않은 몸에 무지막지한 손상을 입었다.
SSS급 하위 티어인 ‘아크 리치’와 달리 라이프베슬을 숨겨두지 않았기 때문에 손상의 복원 속도가 느렸다.
-이, 인간 놈이……!손상 때문에 마법으로 생성된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성준은 미소를 지으며 마력을 운용했다.
“힐.”
리치의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성준은 SS급 회복계 헌터인 데다가 사제복의 힐량 증폭 옵션까지 더해지니 S급 마물인 리치가 2번 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될 정도였다.
“힐.”
-그, 그만……!그것은 리치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성준이 마력을 더욱 끌어 올리자 리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뼛가루만 남았는데 그마저도 약한 바람이 불자 흩어지고 말았다.
“흡수.”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뼛가루가 사라지자 마정석이 생겨났다. 아이템은 드랍되지 않았다.
-공략 확인, 계측 완료. S급 던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계측기가 반응했다. 리치의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확인하기 무섭게 던전의 벽에서 게이트가 튀어나왔다. 파티는 게이트를 이용해 던전을 빠져나와 저택으로 돌아왔다.
-동조율의 변화는 없습니다.성준은 서재에 앉아서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리슈발트가 성준의 동조율을 확인한 뒤, 보고했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변화가 없다는 것을 들으니 아쉬웠다.
“갈수록 동조율 올리는 게 힘들어지네…….”
성준이 혼잣말에 가까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리슈발트와 대화를 하려는 것이었지만 이윽고 인기척이 느껴지는 바람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리슈발트와 대화를 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보기에 혼잣말을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제로스입니다.”
“들어와.”
제로스였다. 들어와도 좋다고 말하자 문이 열리고 제로스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왔다. 그는 성준의 앞에 앉더니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차원 열쇠는 확인해 보셨습니까?”
성준은 고개를 저었다. 마력 충전량을 확인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차원 열쇠를 꺼내서 마정석을 확인했다.
마정석은 내부가 가득 찬 듯 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제로스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충전이 끝났습니다. A급 이상의 던전을 클리어하고 차원의 균열이 닫히기 전에 사용하면 차원 관문을 열 수 있습니다. 물론 몇 명 정도는 동행하는 게 가능합니다.”
“일단은 내가 먼저 가볼 생각이야.”
“일종의 테스트…… 입니까?”
“그런 셈이지.”
성준은 말을 마치기 무섭게 던전 관리국으로 가서 A급 던전 솔플 일정을 신청했다.
연초라서 그런지 신청자가 많이 없었다. 덕분에 굳이 기다릴 필요 없이 일정이 바로 잡히게 되었다. 그는 일정이 잡힌 A급 던전으로 이동하여 클리어를 끝냈다.
-이제 차원 관문을 열 생각이십니까?리슈발트가 물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 열쇠를 작동시켰다. 사용법은 제로스에게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차원 열쇠가 균열을 자극하면서 몇 명 정도가 차원을 넘을 수 있는 관문이 생성되었다. 성준은 차오르는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살짝 떨었다.
-주군?“리슈발트……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성준이 말했다. 지금까지 차원 관문을 넘어오는 적들을 상대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 성준도 제로스 덕분에 차원 관문을 열 수 있는 기술을 손에 넣었으니 반격의 때가 도래했다.
그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차원 관문으로 몸을 던졌다. 백색의 빛이 그를 덮쳤고 시야가 회복되었을 때에는 어떤 마을의 한복판이었다.
-주군! 오우거 마을입니다!성준보다 먼저 주변을 살피고 상황을 파악한 리슈발트가 경고했다. 성준은 리슈발트 덕분에 주변의 오우거들보다 상황을 인식하고 검을 뽑아 들 수 있었다.
그는 빠르게 주변을 훑었고 갑작스러운 성준의 출현에 아직도 상황 판단을 끝내지 못한 오우거 제사장의 모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먼저 노린다!’
거리가 제법 멀었지만 성준은 오우거 제사장을 공격할 수단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S급 마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준은 S급 마물 중간 티어에 속하는 오우거 제사장을 노려보며 두 눈에 마력을 끌어 올렸다.
“석화!”
“커헉?”
저주를 머금은 붉은 광선이 오우거 제사장의 가슴에 명중되었다. 거대한 몸의 오우거가 석상으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제, 제사장님이 당했다!”
“고, 공격!”
뒤늦게 오우거들이 어눌한 말투로 적의 출현을 알렸다. 동시에 성준을 향해 거대한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폭풍검.”
검풍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오우거를 난자한 칼바람은 붉은 피를 흩뿌렸다.
“그워어어!”“우어어!”
수십의 오우거가 힘없이 쓰러져서 피를 흘렸다. 주변을 대충 정리한 성준은 어떤 건물의 지붕에 꽂혀 있는 깃발을 확인했다.
-종족 연합의 소속이 확실하군요.
리슈발트가 말했다. 그도 깃발에 그려진 종족 연합의 문장을 알아 보았다. 성준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차원 관문이 제대로 된 곳에 열린 것 같아.”
만족스러운 차원 이동이었다. 주변을 확인해 보니 차원 단절 결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우거 마을이라…… 오늘 ‘학살’이라는 게 뭔지 마물 놈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성준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내기 무섭게 사방에서 인기척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 수가 수십이었고 수준 높은 적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역시 대응이 빨라.”
-아시겠지만 종족 연합에 소속된 마물들은 지능이 높은 편입니다.
“그건 그렇지.”
리슈발트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수십의 오우거들이 성준을 포위했다.
방금 전의 오우거들과 달리 중무장한 상태였고 그 중에서도 거대한 도끼를 든 오우거는 ‘대전사’급으로 보였다.
오우거 대전사는 오크 검성과 비슷한 전투력을 가진 마물로 성준이 두려워할 정도는 아니었다. 중무장 오우거들도 위협적인 외견과는 달리 B급 마물에 불과했다.
“제국군 전투사제복? 제국의 인간이 어째서 종족 연합을 적대하는 것이냐!”
오우거 대전사가 물었다. 종족 연합에 소속될 정도의 지능을 보유한 마물답게 제국군에서 사용되는 전투사제복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제국과 종족 연합은 동맹을 맺은 상황이었다. 바로 공격을 하는 것보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제국과 종족 연합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성준이 화가 나게 만들었다.
“종족 연합? 마물들한테도 그런 게 있었나?”
“네놈!”
성준의 말에 오우거 대전사가 발끈했다. 종족 연합에 속한 이들은 ‘마물’이라고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
성준은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가벼운 도발 삼아 내뱉었다.
“우리는 마물이 아니다!”
“인간도 아니지.”
성준의 눈동자가 싸늘하게 빛났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자세를 고쳤다.
“그리고 나는 인간이 아닌 것들한테는 자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