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275
275
소드마스터 힐러님 275화
85장 진정한 전쟁의 시작(2)
“아렌시아 지방에도 저희 병력이 주둔해 있습니다. 상륙군의 첫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대략적으로 보고 받았는데, 최고 지휘관이 누구였는지는 몰라도 정말 굉장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대규모 제국군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거든요.”
루토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상륙군의 최고 지휘관, 즉 사령관은 그였기 때문이었다.
루토가 감탄할 정도로 임전 태세의 제국군은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군대였다.
“저희 측 피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적당한 겸손은 필요했다.
“그래도 승전하셨잖습니까? 왕국 연합은 지금까지 패배만 이어 오다가 최근에서야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조금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승전했다고는 하지만 제국군 전체로 보면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겠죠. 제국군의 규모는 상상도 하기 힘들 만큼 크니까요.”
13기사회의 최고 기사였던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 성준은 제국군이 얼마나 강대한지 알고 있었다.
루토도 얼마 전의 승전이 제국군 전체에 큰 타격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성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공격 목표는 정하셨습니까? 설마 방어만 할 생각은 아니시겠죠?”
루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성준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 펼쳤다. 그의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한 아렌시아 지방의 약도였다.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표시되어야 할 지형은 모두 그려져 있었다.
“제법 잘 만들어졌군요.”
아렌시아 지방의 지리에 능통한 자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수준이었다. 루토는 작게 감탄했다. 성준의 입가에 또다시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상륙군 기지와 차원 관문의 위치는 이쯤입니다.”
“정확합니다.”
성준은 손가락으로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둥근 원이 그려져 있었고 그 안에 기지 모양이 표시되어 있었다. 루토도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상륙군은 가장 가까운 도시를 공격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로프스 도시를 공격하게 되겠군요. 저희 쪽에서 정예 병력을 지원해드리겠습니다.”
해방군의 정예 병력 지원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들의 지원이 더해지면 제국의 특무군과 같은 정예들을 상대하기 수월해질 것이었다.
“저희 해방군은 충분한 숫자의 정예 병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상륙군이 제국의 일반 부대를 제압해 주신다면 다음 전투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겁니다.”
루토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수의 정예 병력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국군에게 연패를 당한 이유를 그는 절대적인 물량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정예 병력만큼이나 일반 부대의 숫자도 전투에서 큰 작용을 했다. 그리고 해방군은 절대적인 병력 수가 제국군에 비해 적었다.
“저희 상륙군에게 맡겨 주셔도 됩니다. 별동대 형태로 교란전을 벌이는 정예 병력만 요격해 주시면 일반 부대 제압은 어렵지 않을 겁니다.”
“정예 병력 상대는 맡겨 주시길. 저희 쪽의 특수 부대가 상대하면 됩니다.”
상륙군의 헌터 부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해방군 특수 부대를 지원한다면 제국의 정예 병력과의 전투에서 승산이 높아질 것이다.
“특수 부대는 언제 합류 가능합니까?”
성준이 물었다. 그들이 언제 합류할지 알아야 로프스 도시 공격 일정을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길어도 3일이면 저희 해방군 특수 부대가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다만, 일반 부대는 동원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겁니다.”
“특수 부대가 합류하면 먼저 이동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반 부대가 합류하면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격 일정을 늦출 정도로 메리트가 있는 건 아니었다.
“바로 사령부로 이동하시죠. 공격 계획 수립에 조언을 주셨으면 합니다.”
성준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루토도 뒤따랐다. 그러자 제로스가 반가운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입니다. 루토 경.”
“이럴 수가…… 제로스 경께서 살아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당연히 숙청당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당시 로우켈의 최측근이었던 제로스는 최우선으로 숙청되어야 할 인물 중 하나였다. 루토의 말에 제로스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사령부로 사용되는 곳에 도착했다. 임시 건물이었지만 마법의 도움을 받아서 그런지 꽤 그럴듯한 외견을 하고 있었다.
“여기가 사령부입니다.”
“훌륭하군요. 단시간에 짓기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루토가 말했다. 성준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저희에게도 ‘마법’은 있으니까요.”
충분한 대답이었다. 성준은 루토를 참모부 작전회의실로 안내했다. 다른 해방군 인원들은 제로스와 함께 인근 막사에서 대기했다.
루토는 해방군을 도와 승전으로 이끈 성준을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수의 수행원도 대동하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참모장을 맡고 있는 이한규 대령입니다.”
“루토입니다. 해방군 작전 참모를 맡고 있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작전회의실에서는 한규가 소수의 참모 장교들과 함께 성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동행한 루토를 보고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넸다. 루토는 악수 요청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소개했다.
두 사람이 구사하는 언어는 서로 달랐기 때문에 이계어를 할 줄 아는 한석이 통역을 맡았다.
“작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루토는 해방군의 작전 참모답게 아렌시아 지방과 로프스 도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것은 작전을 계획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
로프스 도시를 공격하기 위한 기본적인 계획은 완성되었다. 상륙군은 이틀 뒤, 해방군의 특수 부대 1천이 합류하기 무섭게 방어 병력만을 남겨두고 로프스 도시를 향해 진군했다.
“이국의 군대가 이동 중입니다!”
아렌시아 지방군 사령부에서 전령이 다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뭐라고? 어디로?”
지방군 사령관이 물었다.
“로프스 도시입니다! 이동 속도가 생각보다 빠릅니다! 며칠 안에 도착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기랄! 지금 즉시 전군을 움직인다. 집결이 끝난 부대부터 먼저 이동한다! 무슨 일이 있어서 놈들이 도시를 함락하는 건 막아야만 한다!”
아렌시아 지방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로프스 도시를 향해 진군하는 상륙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인 정찰기가 아렌시아 지방군을 포착했습니다. 현재 정지 상태입니다.”
앞서 제국군이 크게 패배한 탓인지 증원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정권에 들어왔습니까?”
성준이 물었다. 참모 장교는 즉시 연락 장교를 호출했다. 이윽고 상황의 파악을 끝낸 참모 장교는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포격 및 미사일 유효 사정권입니다.”
“좋습니다. 미사일은 보류하고 포병 부대에 연락해서 포격 준비하세요.”
미사일은 마법에 의한 요격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비효율적이었다. 차라리 마법사 부대의 방어 마법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 포격전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참모 장교가 힘차게 대답했다. 성준의 명령은 연락 장교를 통해 포병 부대에 전파되었고 포격전을 위한 준비가 갖춰졌다.
“사령관님! 상륙군의 진형 배치가 바뀌었다는 척후대의 보고입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군을 향한 장거리 공격이 예상됩니다!”
상륙군 주변에는 아렌시아 지방군에서 보낸 척후대가 정찰 활동을 펼치는 중이었다. 그들이 상륙군의 수상한 진형 변화를 포착하고 즉시 마법 통신으로 연락을 보내온 것이었다.
“가능성이 없는 의견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어떻게 마법 공격이 닿는다는 말이냐? 교란일 거다. 우리는 자리를 지킨다.”
아렌시아 지방군 사령관은 단호하게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사령관님!”
“참모장! 우리는 이대로 자리를 지킨다! 진형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저쪽에서 원하는 일이다! 이미 기동 부대가 준비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군에 재정비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상륙군과 로프스 도시의 사이에 전개한 아렌시아 지방군은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이동하지 않고 위치를 고수했다.
“아렌시아 지방군의 움직임은 없습니다.”
“포병 부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명령만 전달해 주시면 바로 포격 가능합니다.”
“포격 준비.”
성준의 명령이 연락 장교를 통해 포병 부대에 전달되었다.
“포격 개시.”
명령이 전파되었고 포격이 시작되었다. 수천 발의 포탄이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 거의 동시에 아렌시아 지방군을 노렸다.
“바, 방어 마법을 펼쳐라!”
마법사 부대가 방어 마법을 펼쳤지만 넓은 주둔지 전체를 감당할 정도로 마법사들의 수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의 포탄이 방어 마법이 아닌 주둔지를 타격했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사, 사령관님! 주둔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사령부는 방어 마법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이 방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주둔지의 피해는 시간이 갈수록 누적되고 있었다.
“바, 반격해!”
“저희 측 마법사 부대의 공격이 닿지 않습니다!”
“제, 제기랄! 지금 당장 기마대와 정예 부대를 소집해! 그리고 전군은 이 빌어먹을 포격 지점에서 이동한다!”
“즉시 전파하겠습니다!”
아렌시아 지방군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상륙군에서 운용하는 K9 자주포의 명중률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것이었다.
“아렌시아 지방군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포격을 멈추지 마라! 계속 쏴!”
포격은 멈추지 않았다. 아렌시아 지방군은 K9 자주포의 포격에 계속해서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도 계속해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신속하게 소집된 기마대가 정예 부대와 함께 상륙군을 향해 빠르게 이동 중이었다.
군마에 강화 마법까지 걸어둔 것인지 이동 속도가 매서웠다. 성준은 기갑 부대와 해방군 특수 부대, 그리고 헌터들을 전방에 배치했다.
“전차 앞으로!”
K2 전차 부대가 일제히 전진했다. 헌터들과 해방군의 정예 병력이 전차 부대를 호위했다.
“발사!”
“포격 개시!”
전차 부대가 쉬지 않고 포탄을 토해냈다. 어느 정도 거리를 좁혀 온 기마대가 포격을 받고 진형이 흐트러졌다.
하지만 그들의 바로 뒤에 있는 정예 병력은 강력한 화망을 뚫고 전차 부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기관총 발사!”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특무군 소속의 정예 병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헌터 부대 앞으로!”
헌터들과 해방군의 정예 병력이 아렌시아 지방군의 정예 병력에 맞서 전투를 시작했다.
“공격 헬기 편대를 출격시키세요. 적 지휘부를 교란합니다.”
“가까이 접근하면 마법 공격에 노출될 겁니다. 자주포 부대의 엄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성준의 지시에 참모장 이한규 대령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자칫 잘못하면 공격 헬기 편대가 큰 피해를 입을 게 분명했다.
“미사일을 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놈들이 요격을 시도하는 사이에, 공격 헬기 편대로 화력 견제를 실행하죠.”
성준이 계획을 수정했다. 한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1항공여단에 공격 헬기 편대를 요청하겠습니다. 전시 대기 명령이 하달된 상태니, 동원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