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 Master Healer RAW novel - Chapter 42
42
소드마스터 힐러님 042화
14장 의문의 손님(3)
“레이팅 하락이 없다고요?”
성준은 다시 질문했다.
던전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에 의해 공략 중도 포기에 대한 사실이 보고되었을 것이다.
던전 관리국에서는 중도 포기에 대한 페널티를 엄격하게 부여하는 편이었다. 레이팅 하락과 마정석 회수 조치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마정석 회수 조치는 있었지만 레이팅 하락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네, 오늘 레이팅 하락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성준은 창구를 나오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마정석을 회수하는 걸 보니 중도 포기 사실이 전달된 것은 확실했다.
그렇다면 왜 레이팅이 떨어지지 않은 것일까?
여러 가설을 세웠지만 해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음에 생각하자.’
성준은 한 차례 고개를 젓는 것으로 잡념을 털어버렸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설아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안 되겠다.”
집으로 돌아온 성준은 찝찝한 기분을 견디지 못하고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관리국에 소속되어 있는 유일한 ‘인맥’인 현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현성입니다.
업무 시간이 아니었지만 현성은 전화를 받았다.
“업무 시간도 아닌데, 죄송합니다.”
-저는 강성준 씨 전화라면 새벽에도 문제없습니다.
이미 헌터 관리국에서는 현성에게 성준과 최대한 접점을 만들라고 지시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물어볼 게 있어서요.”
-제가 아는 거라면 바로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현성이 대답했다.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는 그에 대한 신뢰가 오르게 만들었다.
성준은 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현성도 처음 들어보는 경우인 것인지 의아한 목소리였다.
-제가 조금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알아보고 찾아뵙겠습니다.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얼굴을 본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법이다. 현성은 굳이 전화로 해도 될 문제를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
“내일까지 쉴 생각이었습니다. 이사했는데 바뀐 주소 보내 드릴까요?”
-헌터 관리국에 주소지 이전 사실을 신고하셔서 저도 알 수 있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그럼 잘 부탁합니다.”
-네, 푹 쉬세요.
전화가 끝나자 물러나 있던 리슈발트가 다가왔다.
-주군, 동조율이 15%가 되었습니다. 다음 각성 던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내일까지는 쉬려고.”
-알겠습니다.
리슈발트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성준은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15%가 되면서 새로 사용 가능하게 된 능력 있어?”
성준이 물었다. 동조율이 오르면서 살아난 기억을 더듬는다면 새로운 능력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리슈발트라는 좋은 설명 기계를 두고 그렇게 하는 것은 정신력 낭비였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리슈발트는 성준의 기억에 접속했다.
-단검에 오러를 부여한 상태로 투척하는 기술을 깨달으셨습니다.
“천천히 시험해 봐야겠네.”
전에 살던 곳과는 달리 근처에 산이 없기 때문에 당장 오러 단검 투척을 시험해 볼 장소가 없었다.
“오늘은 이만 쉬어야겠다.”
잠자리에 들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성준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성준은 다음 날 정오를 넘긴 시간에 현성으로부터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괜찮으시다면 지금 출발하겠습니다.]성준은 와도 좋다는 내용과 함께 1층 도어의 비밀번호를 답장으로 보냈다.
TV를 보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던 성준은 초인종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문을 열자 현성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한 손에 여러 종류의 주스가 담겨 있는 박스를 들고 있었다.
“처음 방문이라…… 집들이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세요.”
“잘 마시겠습니다. 앉으시죠.”
성준은 현성에게 앉을 것을 권했다. 두 사람은 작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앉았다.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상부에 압력을 행사한 것 같습니다.”
“압력을 행사해요? 그게 가능합니까?”
성준은 질문을 하면서도 아차 싶었다. 관리국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현성은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압력을 행사한 주인공이 누구이냐가 중요합니다만 레이팅 조작이 아닌 중도 포기 페널티를 완화하는 것 정도는 불가능한 게 아닙니다.”
“레이팅 하락을 막는 것도 레이팅 조작이 아닙니까?”
성준의 물음에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레이팅 조작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헌터의 레이팅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거라서요.”
“그러면 누가 페널티를 없애줬는지 알아내셨습니까?”
“그건 제 힘으로는 무리였습니다.”
“그렇군요.”
성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음료수를 한 모금 마셨다. 단순한 궁금증으로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파티에 일반인이 한 명 끼어 있었다고 하셨는데…… 사실입니까?”
“네. B급 헌터 3명을 경호원으로 데리고 왔더군요.”
“원래 던전 공략의 일반인 동행은 관리국에서 단속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있던 직원이 제지하지 않던가요?”
던전 입구에서는 언제나 1명 이상의 관리국 직원이 대기하고 있었다. 안전의 이유로 주변에도 보안원들이 순찰을 돈다.
과거에는 이색 체험 목적으로 일반인의 동행이 허가된 적도 있었지만 인명 피해가 많이 발생해서 금지되었다.
“안 말렸어요.”
“그렇다면 이미 상부에서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는 게 됩니다. 일반인 동행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기는 하지만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상부에 특별 허가를 받았다면 동행할 수 있습니다.”
현성이 설명했다.
“특별한 목적이라…….”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동행한 일반인의 이름을 알 수 있겠습니까?”
“윤설아였을 거예요.”
“이제야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 것 같습니다.”
현성은 음료수병을 깨끗하게 비웠다. 그리고 밝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강성준 씨, 윤설아 씨가 누군지 아십니까?”
“저야 당연히 모르죠.”
성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윤설아 씨는 청룡 그룹 윤태석 회장의 손녀입니다.”
“청룡 그룹이라면 마정석과 관련된 사업으로 유명한 대기업 아닙니까?”
청룡 그룹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헌터 닷컴에서도 가끔 언급되는 기업이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청룡 그룹 회장의 손녀씩이나 되는 사람이 왜 던전에……?”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성준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건 고급 정보입니디만…… 최근 청룡 그룹에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미를 보인다고 합니다.”
“헌터 사업에 진출할 생각이랍니까?”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아마 길드를 만들어서 본격적으로 진출하려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 길드를 운영하거나 후원하는 경우는 흔했다. 반대로 성장한 길드가 거대한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동행했던 일반인이 윤설아 씨가 맞다면 확실해집니다.”
현성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성준은 말없이 음료수를 입가로 가져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청룡 그룹이라…….’
조금 귀찮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 * *
저택으로 돌아온 설아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침대 위에 힘없이 쓰러졌다.
“할아버지는 바보…….”
태석은 아무 일도 없을 거라면서 B급 헌터 3명을 경호원으로 붙여줬지만 모두 죽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생명의 위험을 느꼈다.
살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동안 믿고 따랐던 태석에 대한 원망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힘들다…… 힘들어…….”
죽을 뻔했던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떨렸다.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충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강한 정신력으로 간신히 멘탈이 박살 나는 것을 붙잡고 있었지만 불안했다.
당장에라도 암흑 살수라는 이름의 마물이 어둠 속에서 나타나 목을 찌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으으으.”
결국 그녀는 이불 속으로 숨어들었다. 하지만 그곳에도 어둠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치웠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 냉수를 마셨다. 차가운 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자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가씨.”
정장을 입은 큰 키의 여성이 나타났다. 설아는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녀는 태석의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최아라였다.
“최 비서님?”
“던전에서 있었던 일은 보고 받았습니다.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괜찮아요.”
설아가 대답했다. 힘들었지만 회사 사람들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한편으로는 손녀가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직접 찾아오지 않고 고작 비서를 보낸 태석의 냉정함에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던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심지어 손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 때문에 비서를 보낸 것 같았다.
“뭐가 궁금하세요?”
“정규 공략팀 ‘에이스’의 유일한 생존자인 정명수 씨의 말에 의하면 팀이 전멸하고 강성준이라는 이름의 회복계 헌터가 모든 상황을 정리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네, 맞아요. 제가 옆에서 봤어요.”
설아가 대답했다. 그때의 악몽이 떠오른 것인지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회복계 헌터가 확실합니까? ‘힐’을 사용하는 걸 보셨나요?”
아라의 물음에 설아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성준이 ‘힐’을 사용해서 헌터를 치유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의 대답에 아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최 비서님, ‘에이스’를 주축으로 길드를 만든다는 계획은 취소해야겠죠?”
청룡 그룹은 길드를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선봉으로 정규 공략팀 ‘에이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확인 절차를 위해 길드 계획의 책임자인 설아가 파견되었던 것이었다. 책임자가 직접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태석의 성격만 아니었다면 고문 역할의 B급 헌터 3명만 파견되었을 것이다.
“네. 길드를 맡을 역량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후보가 정해지면 제가 또 던전에 가야 하나요?”
설아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들어가고 나서 깨달았다.
던전은 일반인이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었다.
“그럴 가능성은 낮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회장님께 보고하고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아라의 대답에 설아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길드 계획의 책임자였지만 사실상 지휘는 태석이 하고 있었다.
책임자라는 자리를 준 이유는 태석이 이사회의 견제를 받지 않기 위해서였다.
“올라가서 쉴게요.”
“편히 쉬십시오.”
설아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아라에게 다가왔다.
“임정석 과장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는 청룡 그룹 보안실의 임정석 과장이었다.
“듣고 있습니다.”
“B급 회복계 헌터가 A급 마물 중에서도 상위 개체인 암흑 살수들을 단신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까?”
“B급 전투계 헌터라고 해도 불가능합니다. 회복계가 맞습니까?”
정석의 물음에 아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네, ‘힐’을 사용하는 걸 분명히 봤다고 합니다.”
정석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라를 보는 그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실력을 숨긴 A급 헌터일까요? 회복계 헌터도 호신을 위해 전투 기술을 연마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절대 아닙니다. 호신을 위해서 전투 기술을 익힌다고 해도 회복계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정석은 거칠게 고개를 저었다.
“회복계 헌터가 단신으로 상황을 정리한 게 확실합니까?”
“네. 다른 헌터들은 전멸했었어요.”
“맙소사…….”
정석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아라도 뒤늦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시겠지만 두 가지 계열을 동시에 각성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투계가 ‘힐’이나 ‘마법’을 배울 수는 없다는 것이죠.”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법계나 회복계는 검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수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특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정석은 잠시 말을 멈췄다.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참다못한 아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A급 회복계 헌터도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네. A급이라도 회복계의 신체 능력으로는 다수의 암흑 살수를 처리하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설마…….”
아라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16번째 S급 헌터일지도 모릅니다.”
한국이 보유한 S급 헌터는 15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