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5)
제 111화
41화. 베리스와 쿠잔(1)
말들을 관통한 것은 두 줄기의 마력광선이었다. 말은 즉사했지만 진이 소리친 덕에 일행은 낙법을 펼쳐 달리 피해를 입지 않았다.
“아이, 이건 또 무슨 일이다냐!”
“그놈들인 것 같군.”
재빠르게 방어 태세를 취했으나 곧장 다음 공격이 이어지진 않았다. 대신, 수풀 속에서 천천히 두 개의 인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여자와 남자. 아직 서른을 넘기지 않았을 것 같은 청년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흙빛으로 변하는 덴의 얼굴.
“너, 너희는.”
“아아, 덴 오라버니. 뭐야, 뭐야! 우리가 찾아올 줄 어떻게 알았어? 호위까지 구해놓고, 생각보다 눈치가 좋네?”
먼저 입을 연 것은 여자였다. 옆에 선 남자보다 키가 크고, 이목구비 또렷한 얼굴엔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장난기가 가득한 모습.
그녀는 진과 제트가 덴의 호위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베리스……!”
덴이 이름을 부르자 여자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막 손아귀에 새로운 마력을 뭉쳐 바람구체를 형성하고 있는 그녀가, 바로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인 마법사였다.
‘서른도 안 된 것 같은데, 최소 8성 이상의 마법사라고? 게다가 지플도 아니야.’
예상보다 나이가 어려 충격적이었다. 그만한 천재임에도 자신이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는 점도.
“히히, 쿠잔. 어떻게 생각해? 덴이 우리가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일단 덴 오라버니는 다짐육으로 만들고, 저것들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지?”
“저 아둔한 놈이 미리 알았을 리 없어. 저놈들이 최근 우리의 뒷조사를 한 거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사냥을 시작했다는 걸 인지했겠지. 베리스, 긴장해. 저 후드 쓴 놈은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으니까.”
“에이, 긴장이라니. 그건 너무 심했다! 너랑 내가 긴장해야 할 만큼 강한 상대가 그리 만나기 쉬운 줄 알아? 하여간 쿠잔은 조심성이 지나쳐. 그러니까 인기가 없지.”
베리스 마리우스, 쿠잔 마리우스.
달의 희생 출신 중 가장 어리고, 가장 강한 사냥개들.
제트는 바짝 긴장한 채 그들을 노려보았고, 덴은 떨리는 손으로 딸을 안고 있었다.
“베리스와 쿠잔이라고 했나. 대체 어떤 놈들이 내 일을 망치고 있는 건지 궁금했는데, 반갑군.”
진이 브라다만테에 오러를 두르자 쿠잔도 검을 뽑았다. 쿠잔은 베리스와 달리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신중한 태도였다.
“히히, 나도 자기가 뭐하는 놈인지 정말 궁금해서 차차 알아갈 생각이야. 그런데 일단 일부터 끝내야겠거든? 덴 오라버니, 얼른 앞으로 튀어나와. 그러면 딸내미는 살려줄게. 아마도?”
베리스가 손에 모은 바람구체를 앞으로 겨누며 웃었다.
‘4성 바람마법, 칼날바람이로군.’
덴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한 마법이지만, 8성쯤 되는 마법사는 보통 더 높은 등급의 마법을 사용한다. 마법사인 진에겐 베리스가 저급 마법을 사용하는 이유가 보였다.
‘새벽부터 생존자들을 죽일 때마다 굳이 지옥풍을 펼쳤으니, 마력을 아끼고 있는 거다. 내가 호위라고 생각하는데도 저걸 쓴 걸 보니 확실해.’
베리스가 굳이 지옥풍으로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인 건, 아마 특유의 기괴하고 잔혹한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압도적인 학살을 즐기는 부류였다.
마력이 충만한 상태의 8성 마법사라면 꽤나 버거웠겠지만.
부족하거나, 역류 위험에 놓인 8성 마법사라면 충분히 꺾을 수 있었다. 평균적인 8성보다 극히 뛰어난 마법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문제는 저놈이야. 정황상 독살로 달의 희생 생존자들을 죽인 놈이 분명한데, 검이라…….’
쿠잔이 들고 있는 건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장검. 암살법 위주로 수련한 이들은 보통 저런 검을 주무장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독은 그냥 잡기 중 하나인가? 주력은 검이고.’
최악의 경우는 독과 검 둘 다에 능통한 경우. 그리고 당연하게도 진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싸워야했다.
진이 그들과 싸워 이기는 게 가능할까?
마법7성, 검술6성, 영기 5성. 그들이 방심하고, 진이 수를 잘 쓴다면 승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쿠잔도 8성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놈은 베리스와 달리 오러를 낭비한 것 같지도 않아. 언제나처럼,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 수밖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진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아, 짜증나려고 하네? 튀어나오라고 했지, 이 벌레 같은 오라버니야!”
샤아악-! 베리스의 손아귀로부터 직선으로 칼날바람이 쏘아졌다. 진이 오러로 보호막을 펼쳐 막아내자, 베리스가 곧장 다음 주문을 외웠다.
“제트.”
“예!”
“덴을 데리고 도망쳐라.”
“예, 어. 뭐라굽쇼!? 안 됩니다, 나리! 히익!”
진이 검을 휘둘러 두 번째 칼날바람을 쳐냄과 동시에, 쿠잔이 쐐기처럼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노렸다.
‘어깨. 이놈들은 되도록 날 살리고 싶을 거다. 물어볼 게 많을 테니.’
카강!
전력을 담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쿠잔의 칼날을 타고 흐르는 중압감이 상당했다. 더 재볼 것도 없이 8성. 최악의 가정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래도 룬칸델 특유의 축복받은 육체 덕에, 한 손으로도 몇 번쯤은 흘려낼 수 있는 위력이었다.
“내 생각엔 덴보다 네가 훨씬 귀한 사람처럼 보이는데, 차라리 덴을 버리고 네가 도망치는 게 낫지 않겠나? 게다가 한 손이라, 꽤나 얕보인 것 같군.”
“글쎄, 내 목숨이 더 귀한 건 사실인데. 아이 앞에서 아비가 죽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내가 마음이 좀 약하거든.”
챙! 스겅! 진과 쿠잔의 칼날이 뒤섞이며 불꽃이 튀었고, 제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
“아이고, 나리!”
“얼른 도망치라고! 너희 실력으론 도움이 안 돼. 혼자 싸우는 게 어느 쪽으로든 승산이 있지. 내가 이것들을 죽이거나, 너희라도 살아남거나.”
“차라리 같이 죽겠습니다요!”
“마음에도 없는 소리 말고 얼른 꺼져, 명령이다.”
“으흑, 나리, 무운을 빕니다요!”
눈물을 머금은 제트가 덴의 품에서 딸을 뺏더니 미친 듯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덴도 황급히 그를 따랐고, 그 모습을 본 베리스가 풋 웃음을 터뜨렸다.
“아, 정말! 눈물 나서 못 보겠다. 히, 자기. 진짜로 저것들이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쿠잔! 잠깐만 귀염둥이랑 놀아주고 있어. 내가 얼른 가서 처리하고 올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쿠잔.
다시 칼날이 날아들자, 진이 눈을 부릅뜨며 검을 쥐지 않은 손아귀에 숨겨둔 마법 하나를 펼쳤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단 한 번도 진을 실망시킨 적이 없는 바로 그 마법.
섬광포.
화아악! 돌연 날카로운 광휘에 사방이 밝아졌고, 그 빛을 정면으로 응시한 쿠잔은 뒷걸음질을 칠 수밖에 없었다.
“크윽!”
8성 기사라 할지라도 갑작스레 그만한 빛을 보면 잠시 자세가 흐트러질 수밖에 없었다. 진과 꽤 거리가 있던 베리스조차 움찔하며 눈을 가렸을 정도니까.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의 순간.
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쿠잔의 품을 파고들었다. 단칼에 목을 베어 끝장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익! 브라다만테의 검광, 그리고 짧은 파공음. 칼끝으로 무언가를 벤 감각이 선명하게 전해졌다.
“큭!”
그러나 8성이란 경지는, 결코 허투루 얻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걸 반응해?’
뚝, 뚝. 반격이 시작되기 전에 살짝 거리를 벌린 진의 칼끝에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새 쿠잔이 어느 정도 시야를 회복하고 자세를 가다듬은 것이다.
“칫.”
목 대신 벤 것은 쿠잔의 가슴팍. 코트가 미친 듯이 빠르게 피에 젖고 있는 걸보니, 다행히 상처가 옅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꺄아악! 쿠잔!”
베리스에게서 처음으로 웃음기가 지워졌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온 그녀는 쿠잔의 상처를 확인하곤, 섬뜩한 눈빛으로 진을 노려보았다.
“한 점, 한 점 정성스레 찢어발겨주마… 감히 쿠잔을!”
고오오오-!
돌연 베리스의 주변으로 폭포수처럼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눈을 까뒤집은 채 괴성을 지르기까지. 전력으로 진을 상대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분명 마력이 부족한 상태일 텐데. 계속 마력을 끌어올려라, 몇 번만 막아내면 결국 역류로 자멸하게 될…….’
꽈악……!
베리스가 진을 향해 달려드려는 찰나, 쿠잔이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흥분하지 마라, 베리스. 놈은 마검사다. 마법사의 약점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지. 게다가 방금 사용한 건 빛 계열 마법. 신중하게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저놈이 너를!”
“이 정도 부상은 별것 아닌 걸 잘 알잖아. 덴은 나중에 추격한다. 놈들이 멀리 도망치기 전에, 우선 저놈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군.”
“별것 아니긴? 수명이 줄어들잖아!”
쿠잔이 문제였다.
‘강하고, 오만하지 않으며, 신중하다. 섬광포를 보고 아티팩트가 아니라 마검사라고 확신할 줄은. 까다로운 놈이야.’
등골이 서늘해졌다.
8성이 둘인데 방심조차 하지 않고, 변수를 조심하기까지 한다면 진의 승률은 한없이 낮아진다.
그나마 쿠잔이 큰 부상을 입었다지만, 쿠잔이 품속에서 유리병을 꺼내 들이마시자 출혈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르게 멎기 시작했다.
쿠잔이 마신 것은 독.
그러나 극한의 내성을 가진 인간에겐 신비의 영약이나 다름없는 독이었다.
‘요나 누님과 같은 부류였나? 저놈. 갈수록 태산이군.’
요나 룬칸델, 그녀를 누이로 둔 진은 단번에 그 사실을 알아볼 수 있었다.
-혹시라도 네가 나중에 요나 같은 사람을 적으로 만나게 된다면, 명심해. 반드시 일격에 끝내야 해. 그게 아니라면 불사신처럼 끝없이 재생하거든. 생명력을 담보한 재생이긴 하지만, 골치 아픈 부류야.
-반대로, 너는 작은 부상도 허용하면 안 돼. 그들이 전력을 다할 땐 보통 무기에 맹독을 바르거든. 본인의 독 내성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맹독을.
한창 루나에게 수련 받을 때 들은 이야기가 떠올랐고.
그 말대로, 어느새 회복을 마친 쿠잔이 검신에 연한 초록빛이 도는 독을 도포하고 있었다. 독과 오러가 뒤섞인 쿠잔의 검에서 탁한 빛이 흘러나왔다.
“생포는 포기한다, 베리스. 엄호를 부탁해.”
“알겠어, 대신! 무리하지는 마. 저 찢어죽일 놈 때문에 네가 더 다치는 건 싫으니까.”
“그럴 수 있다면.”
파앗!
쿠잔이 돌진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희번덕이는 안광이 잔상을 남길 지경. 진 역시 있는 힘껏 땅을 딛고 검을 뻗었다.
콰앙-! 두 자루의 검이 부딪치자 아까와는 달리 충격파와 굉음이 일었다. 단 한 번 검을 섞었을 뿐이건만, ‘진짜 8성 기사’의 위력을 실감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죽어라앗!”
게다가 후방에서 마법 지원을 해주는 베리스까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채, 진은 어느 순간에 남은 비수들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테스, 뮬타의 룬, 검 개방.
이제는 그것들이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