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54)
제 222화
78화. 예비 기수의 위업(4)
몸집이 작은 덕에 로브로 쉽게 싸맬 수 있었다. 평균적인 성인 남성 정도의 체격만 되었어도 신발까지 감추는 건 무리였을 것이다.
푹.
‘방금 뭔가 찔린 소리가 난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착각이 아니어도 다시 단테를 꺼낼 수는 없는 노릇.
진이 쓰러진 베라딘을 내려다보았다.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키는 모양새가 곧 기절할 것 같았다.
지플 마법사들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기에 가장 좋은 수는 베라딘을 인질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라딘을 깃발처럼 들고 다니며 마법사들을 물러나게 만들었다간, 그가 자신에게 당한 사실은 ‘공식 기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기자들이 그 광경을 목도할 테니.
베라딘의 기절은 어디까지나 지플 내부의 정보로만 남아야 했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설마 이렇게 맞고 깨어난 다음에 가문 내에서 또 난리를 치진 않겠지. 설령 죽더라도 뜻대로 한다, 이런 성격은 베라딘이 아니라 단테의 것인 줄만 알았더니.’
괜히 두 사람이 친한 게 아니었다. 단테나 베라딘이나 때로 효율적인 선택보다는 불같은 신념에 목숨을 거는 부류였다.
활활……!
불길이 계속 거세지는 가운데 금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녹은 금들은 쓰러진 베라딘 쪽이 아니라 바다를 향해 흘러갔다.
“놈이다!”
“진 룬칸델을 발견했다!”
마법사들이 일제히 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급박한 목소리와 달리, 아까처럼 허둥지둥하지는 않았다.
일부는 명왕검에 대비해 위쪽으로 보호막을 쳤고, 나머지는 궁합이 좋은 공격 마법들을 준비하며 진을 짜는 모습.
지플의 마법사가 무려 스물이나 자신을 노리고 있으나 긴장되지는 않았다.
광장에서 룬칸델의 신분과 바멀이라는 가명을 밝히고 오는 길이니, 자신이 ‘마검사’라는 사실 또한 더 이상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추후 지플이 맹약을 들먹이며 룬칸델을 압박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가문이 알아서 할 문제지.’
룬칸델이 그 정도 능력도 없다고 판단했다면, 오늘 광장에서 정체를 밝히는 일 따윈 없었다.
아니, 애초에 회귀한 다음 가주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우웅-!
진의 손바닥에 마력이 모여들었다. 대기 중에 흩어져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정제되어 진의 손아귀에 모이는 모습을 지플의 마법사들은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마력? 저런 마력을 모았다고?”
조장 격 마법사가 흠칫하며 말했다.
그가 흠칫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진이 단지 마력을 ‘모으기’만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지플에 입성하기 전까지 줄곧 천재 소리를 듣던 마법사들조차 기겁할 만큼 빠르게 술식이 맺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지플의 마법사들이 일으킨 것보다도 훨씬 순도 높은 마력.
그들은 이런 수준의 마력 운용은 순혈 지플에게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룬칸델이라니, 그것도 새파랗게 어린 예비 기수가!
“공격 개시!”
조장 격 마법사가 이를 악물며 외쳤다. 저 빌어먹을 룬칸델이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룬칸델이 자신들보다 뛰어난 마법을 구사하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법사들의 지팡이에서 광선이 다발로 쏘아졌다. 슈리가 눈동자를 빛내며 몸을 비틀었다.
샤악! 좌우로 뛰어 마력 광선을 피하고, 회피가 불가능한 것들은 발톱으로 잘라냈다.
마법사들도 이 정도는 예상한 듯 침착하게 다음 마법을 이어갔다.
번개 부름, 화염 장벽, 결빙 감옥 등 원소계 마법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슈리는 그걸 다 피하느라 잠시도 땅에 머무를 수 없을 지경.
‘거기에 결계까지 준비하고 있군.’
진이 보기에 지플 마법사들은 자신을 상대로 훌륭한 대응을 하고 있었다.
수적 우위에도 침착하게 정석적인 방법을 택해 변수를 지웠고, 세 가지 이상의 원소 마법들은 낭비되는 일 없이 조화롭게 진을 압박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진짜 천재’만이 갖고 있는 의외성을 전혀 계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긴 했다. 그들로서는 본인들이 천재가 아니라고도, 진이 자신들을 한참 압도하는 마법적 통찰력을 지녔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번쩍!
슈리가 돌연 바닥에서 솟구친 화염을 피해 높이 도약했다.
지플 마법사들은 바로 이걸 노렸다는 듯, 일제히 지팡이를 들어 슈리를 조준했다.
처음에 마력 광선을 쏘았을 때처럼, 방어막을 펼친 이들을 제외한 열 명이 모두 같은 마법을 영창하고 있었다.
“찢어버려!”
지옥풍, 8성 바람계 공격 마법의 정수.
인위적으로 형성된 불투명한 바람이 슈리와 진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오러가 둘러진 칼날처럼 날카롭고, 흐릿한 형상을 하고 있어 궤도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공중에 뜬 채로는 슈리가 딛을 땅이 없으니 회피가 불가능했다.
‘범위 덕에 빗나갈 일 없고, 검으로 쳐내기도 어려운 마법이니 당연히 이걸 골랐겠지.’
하지만 지플 마법사들이 지옥풍을 쏘아대는 것은 진이 원한 전개이기도 했다.
역천!
지옥풍이 닿기 직전, 진의 머리 위 허공에 자그마한 균열이 생겼다.
역천의 구체가 형성되기 위한 균열이었다. 그 속에서 마력이 요동치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면, 균열이 커지며 역천의 구체가 되는 것이다.
온전한 역천을 펼치기 위해선 9성의 마력이 필요하나, 진은 평소 7성 정도의 마력으로 불완전한 역천을 펼쳐왔다.
그러나 지금 진은 자신의 마력으로 역천을 펼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열 개의 지옥풍이 슈리를 집어삼켰다. 지옥풍의 마력이 뒤섞이며 일순 추락하던 슈리의 모습이 완전히 감춰졌다.
스슥, 스그극, 우르륵-!
그러나 마법사들에게 들려온 것은 슈리의 살과 뼈가 베이고, 잘리는 소리가 아니라 기묘한 소음이었다. 마치 톱 같은 것에 지옥풍의 마력이 갈리고 있는 듯한.
극히 짧은 순간이었으나, 마법사들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사뿐!
지상에 착지한 슈리와 진은 작은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채 1초가 지나지도 않았건만, 처음 역천을 일으키기 위해 번졌던 균열은, 지금껏 진이 펼친 것 중 가장 거대한 구체를 형성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느끼기엔 일순 하늘이 가려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
그와아아악!
또한 마물의 포효처럼 괴상한 폭음을 일으키기도 했다.
잠시 마법사들이 어찌된 영문인지를 파악하는 찰나, 진이 ‘동시 영창’으로 허공에 펼쳐둔 역류폭을 해제시켰다.
역천은 최소한의 마력으로 발동만 시키고.
동시 영창으로 띄운 역류폭을 방패처럼 휘둘러 모여든 지옥풍의 진행 방향을 틀었다.
덕분에 지옥풍은 고스란히 역천의 균열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역천이 온전히 펼쳐지기 위한 동력이 되었다.
말하자면 지옥풍을 그대로 흡수해서 지플 마법사들에게 되돌려주려는 것이다.
9성 위력을 상회하는 역천이 시작되었으나, 실질적으로 진이 사용한 마력은 역류폭 하나를 펼친 것이 전부였다.
물론, 진이 아닌 대다수의 마법사들에겐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영역이었다.
방금 진이 공중에서 펼친 역천엔 적어도 다섯 이상의 신기神技가 포함되어 있었다.
역천의 술식을 단 몇 초 만에 끝낼 수 있는 속도, 상대의 수를 정확히 간파하는 계략, 동시 영창, 움직이는 탈것 위에서도 마법의 시작지점을 뜻대로 고를 수 있는 정교한 제어 능력.
그리고 실패하면 얼마든지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흔들림 없이 그 모든 걸 실현해내는 자신감.
“마법은 이렇게 써야지.”
씨익 미소 짓는 진의 입가에서 한 줄기 핏물이 흘러나왔다.
무리한 마력 운용에 역류가 시작된 게 아니었다. 역류폭을 방패처럼 휘두를 때, 지옥풍을 막은 반동 때문에 제 팔뚝에 턱을 얻어맞았을 뿐이었다.
입 속이 얼얼했다.
즉, 그걸 제외하면 진이 입은 피해는 없다는 뜻이었다.
“전원 보호마아악!”
가장 먼저 사태를 파악한 조장이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질렀다.
마법사들 중 절반쯤은 그때까지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마법’을 이해하고 있는 급이 다르다.
조장은 진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진이 이만한 재능을 갖고 있고, 키다드 홀의 비기를 익힌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분명 다른 대응을 했을 것이다.
정예나 특급은 아니어도, 지플의 마법사가 스물이었다. 설마 자신들이 마법전의 수 싸움에서 밀리게 되리라 어떻게 예상했겠는가.
스물도 되지 않은 룬칸델의 예비 기수에게.
키이이이잉-!
지옥풍의 마력을 다 흡수한 역천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미리 명왕검을 대비했던 보호막이 우그러지고 있었다. 공격조가 새로 보호막을 펼치고 있었으나, 다급한 영창은 마법사에겐 언제나 독이었다.
“커헉!”
벌써 역류에 빠진 마법사가 속출하고 있었다. 지옥풍처럼 큰 마법을 펼친 직후 보호막을 펼치는 건 수재들에겐 벅찬 일이었다.
지옥풍이 역천에 흡수된 순간, 지플 마법사들의 패배는 이미 정해진 수순이었다.
“보호막을 펼칠 게 아니라, 마력을 꺼뜨리고 흩어져서 도망칠 생각을 했어야지. 운이 좋다면 하나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생에서 룬칸델의 형제, 기사들을 보며 열등감과 패배감에 빠진 적은 셀 수도 없으나.
지플의 마법사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때 진은 스물다섯에 마법을 시작하고 3년 만에 5성에 닿았으니 수재들에게 위축될 필요가 없던 것이다.
그나마 베라딘에게 비슷한 감정을 품은 적은 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일찍부터 마법을 시작했다면 얼마든지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 현실이 되었다. 베라딘은 지플에서 유일하게 그의 호감을 산 사람이 되었고.
스릉!
시그문드가 검집을 빠져나왔다. 칼날이 햇빛에 번들거리는 순간, 마법사들은 사형수가 된 심정이 되었다.
역천이라는 포박에 묶여 저항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돌파해, 슈리.”
슈리가 자세를 낮추며 화살처럼 앞으로 달려 나갔다.
아직 역류에 빠지지 않은 마법사들이 견제 공격을 날려댔으나, 뇌기를 머금은 진의 검기에 잎사귀처럼 잘려나가기만 할 뿐이었다.
이제부터는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물론 진은 한 사람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너희 소속이 지플이라는 것을 원망해라.”
“네노오오옴……! 지플이, 반드시, 널 죽일 것이다!”
“다행이군, 살려달라고 빌었다면 더 실망스러웠을 텐데.”
스걱-! 툭.
진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마법사들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 이제 막 항구에 도착한, 한 무리의 기자들은 이 광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입을 가렸다.
“대, 대체 무슨 일이…….”
불타서 녹아내리고 있는 지플의 황금성.
그리고 그 앞에서 지플의 마법사들을 죽이고 있는 진.
저녁부터, 세상은 온통 그에 관한 기사로 도배가 될 것이다.